- 12월 26일 오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살다보면 억울한 일을 당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진실을 밝히고 싶고 내 뜻을 몰라주는 사람들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그러나 억울함이라는 것이 어차피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이다. 남이 순순히 나를 알아주면 되지만 남들은 그렇게 내 뜻대로 이해해 주지 않는다. 자기 식으로 생각하고 자기 편하게 말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성인들은 억울함을 당했을 때 억지로 밝히지 말라고 한다. 굴욕을 참아내는 것도 최고 경지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2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 사과 기자회견이 그랬다. 김씨는 이날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해 공개 사과를 했다. 이미 한 차례 출근길에서 사과를 한 적이 있지만 안팎의 직접 사과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어찌 보면 ‘정치초년생’ 윤석열 부부의 호된 신고식이랄 수 있다. 기존의 뻔뻔한 정치인들이라면 “그게 무슨 사과할 일이냐”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결국 공개 기자회견장에까지 올라가야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그의 말마따나 1년전 만 해도 상상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그는 기자회견 서두에 “약 1년 전 만해도 대통령 후보 아내로 저를 소개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자신의 허위 경력 논란을 해명하면서 한편으로 사과를 하고 또 한편으로 과거 일임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과 집권세력이 윤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자신의 결혼 전 과거 경력을 문제 삼는다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씨 입장을 감안하면 충분히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다.
사실 민주당과 집권세력이 김씨 허위 경력을 문제 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윤 후보를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만든 것은 문재인 정권의 위선과 내로남불이다. 박근혜 국정 농단사태로 권력을 거저 얻다시피 한 문재인 정권은 그동안 정권 최후 보루인 도덕성과 책임은 포기한 채 부패와 무능의 길을 걸었다. 그 와중에 조국과 윤미향 등 정권 실세들의 위선과 부정은 극에 달했다. 거기에 매스를 댄 사람이 윤 후보가 아닌가?
집권세력의 윤 후보 공격은 전방위로 전개됐다. “윤석열 본인과 부인, 장모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내건 슬로건이 ‘본부장 의혹’이다. 하지만 윤 후보에 대한 공세는 ‘하자 투성이’ 이재명의 후보 경쟁력 때문에 역부족이었다. 대장동 의혹과 형수 ‘쌍욕’ 등 쏟아지는 의혹과 구설수로 후보 간 대결에서는 대적(對敵)이 안 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부인 김씨의 ‘쥴리’ 의혹과 허위 경력 문제였다. 민주당이 ‘가짜뉴스’라는 반격을 받으면서도 허위 경력 문제를 전방위로 제기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는 일단 고개를 숙였다. 그는 “남편이 지금 저 때문에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됐다”면서 “제가 없어져서 남편이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너무나도 부끄럽다”며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회견 내내 남편을 13차례 언급을 하면서 자신의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해 공개 사과를 했다.
사진=조선일보DB
김씨가 ‘부끄러운 일’ ‘잘못’이라며 용서를 구한 허위 경력이 대부분 민주당 쪽의 ‘가짜뉴스’에 기인한다. 이미 《월간조선》은 김 씨의 학·경력 자료 팩트체크를 통해 “민주당이 김건희씨에 대해 제기한 학력과 경력 의혹은 민주당 발 ‘가짜뉴스’”라고 확인했다. 또 이날 김씨 기자회견 후 국민의힘 선대위도 김씨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을 했다. 이른바 ‘쥴리’ 의혹도 “허위선동”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김씨는 억울함을 무릅쓰고 공개사과를 하고 국민의힘 선대위는 해명 자료를 배포하는 식으로 ‘투 트랙’ 전략을 썼다. 민주당 측의 ‘가짜뉴스’와 ‘마타도어’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김씨 사과와 관련한 평가는 비교적 호의적이다. ‘조국흑서’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의 평가가 특히 눈길을 끈다. 여권에 등을 돌린 인연 때문에 동병상련(同病相憐)으로 읽혀진 대목이지만 권 변호사는 “공적 책임을 감당하는 삶의 첫 관문을 잘 통과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상대 진영은 하던 그대로 조롱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건 그것대로 묵묵히 견디라”고 조언했다. 이런 반응을 보면 김씨가 억울한 면은 있지만 과감하게 사과를 한 것은 잘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