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젖은 또 하나의 도쿄타워”

  • 장상인 JSI 파트너스 대표
  • 업데이트 2007-02-22  15:40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필자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도쿄타워’라는 소설 속의 이야기(No.25)를 소개한바 있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쓴 감성적인 소설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책이 불티나게 팔렸고, 영화도 꽤나 인기를 끌었었다. 연상의 여인들과의 거침없는 섹스, 어머니 친구와의 연애 등 일본의 파격적인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소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일본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는 자전적인 소설, 또 다른 “도쿄 타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릴리 프랭키라는 사람이 쓴 소설 ’도쿄타워’다. 이름만으로는 미국이나 영국사람 같지만 실제로는 일본사람이다. 일본 이름은 나카가와 마사야(中川雅也, 44세)—필자와 인연이 깊은 후쿠오카 출신이기도 했지만, 소설에 나오는 지명들이 대체로 낯익은 곳이기에 더욱 흥미가 있었다. 코쿠라(小創), 와카마츠(若松), 나가사키(長崎), 벳부(別府) 온천 등 여행할 때 자주 들리던 곳이다. 하지만 소설속의 이야기는 여행이 아닌 실제적인 ‘삶의 고뇌’가 짐수레처럼 무겁게 다가왔다.

 

아! 삶이란 이토록 고통스럽게 이어지는 것일까?
아버지는 왜 때때로 일까?
무너진 가정의 비참한 현실은 바로 이러한 것일까?
가정의 중요성은 무엇일까?

 

〈친자 관계라는 것은 간단한 것이다......그러나 가족이라는 것은 생활이라고 하는 괴로운 토양 위에서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쌓으며, 때로는 자신을 죽이면서 키워가는 것이다.〉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자신, 부모로서의 자신, 배우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자신, 남자로서의 자신, 모두가 자각(自覺)을 해야 한다.〉

 

〈이러한 자각이 없는 부부가 쌓은 가정이라는 것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

 

이 세상의 아버지들이 다 그러하지는 않지만, 자각 없는 아버지의 무책임한 행동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짐이 되어 버린다.

 

“당신께 다가가고 싶습니다.
병약했던 어린 날.
어머니께서 내 곁에 가까이 오셨던 것처럼
-당신께도 분명 그런 어머님이
계셨을 것입니다만-
내안의 생명의 고갈을 느낄 때
감로처럼 달콤한
생명처럼 오시던 어머니”(메리 헤스켈)

 

어머니는 주정뱅이 남편을 떠나 아들과 함께 ‘당신의 어머니’인 마사야의 외할머니 댁으로 간다. 외할머니는 리어카로 생선을 팔고 다니는 행상을 하면서도 외손자를 사랑한다.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좋으냐?’
‘어머니, 그 다음은 외할머니’- 이등만으로도 좋아하는 할머니와의 삶도 행복했다.

 

불행이 평생을 따라 다닌다

 

오로지 자식만을 위하는 마음으로 몸이 부서지도록 ‘삶의 링’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마는 어머니.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잘 되기를 바라건만, 그 아들도 아버지 닮아 공부와는 담을 쌓은 채 거리의 아이들과 방황을 한다. 그렇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너무나 사랑한다.
 아들은 그런대로 마음을 잡고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졸업하여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활동하면서 겨우 입에 풀칠을 할 정도가 되었다. 후쿠오카의 어머니를 도쿄로 부른 아들은 그래도 어머니를 극진히 모신다. 두 사람의 행복한 삶이 이어진다.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 씀씀이-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나 할까?
그 어머니는 갑상선 암 수술을 받는다. 어머니의 목에는 구멍이 뚫린다.
그 병원의 병실에서 (몸을 돌리지 못해) 손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도쿄 타워’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어머니의 말에서 한 가닥의 생명줄을 느낀다.
‘사람이 아름다움을 인식한다는 것도 살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머니는 몇 달 후에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된다.
착하고, 열심히 일하고, 그리고 자식을 위해 자신을 버린 헌신적인 이 어머니에게는 왜?   불행이 거머리처럼 붙어 다닐까? 참으로 억울한 인생이다.

 

“수술은 어렵습니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고요. 진행이 무척 빠른 암입니다. 위 전체는 물론 그 바깥으로도 퍼지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도미회가 있다. 또, 냄비 안에 가지 된장국이 있다. 그거 데워 먹어라”
몽롱한 의식 속에서도 아들의 끼니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말을 들은 아들은 폭포수 같은 눈물만 쏟아 낼 따름 이었다.

엄마의 죽음 그리고 후회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단 한 사람인 나의 가족. 나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살아준 사람-”
“엄마가 돌아 가셨다.”
“그날, 도쿄는 쾌청한 날씨였다. 푸른 하늘이 드넓게 펼쳐진 가운데 ‘도쿄 타워’가 하늘에 사다리를 걸고 있었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가장 두려워했던 일. 우주인의 습격보다, 지구의 최후의 날보다 더 두려웠던 이 날”이라며 아들은 절규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은 “마사야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공부 잘 하는 아이보다 그런 사람이 되기를 원했으니까.〉
‘엄마의 유언격인 「엄마의 혼잣말」이라는 메모장위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를 악물어도 엉엉 울음이 새어 나왔다. 허전함과 후회. 차마 고개도 못들 정도로 미안스러운 마음이 가슴속에서 터질 것만 같았다.’

 

〈엄마에게 몹쓸 짓도 많이 하고, 마흔이 넘도록 마누라도 없고, 돈도 많이 벌지 못했어요. 운전면허도 날아 갔구요....나는 아직도 아무 것도 되지 못했습니다. 엄마! 저승에서도 제 걱정을 하시겠네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은 아무 것도 못했어요. 지금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엄마! 참으로 미안 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나를 이렇게 키워 주신데 대해서...〉

 

‘도쿄타워의 창으로 부터 펼쳐진 하늘은 파랗고, 서서히 지평선을 향하면서 하얗게 녹아들었다. 햇살이 부드럽게 바다와 거리를 비추었다.’

 

일본 사회의 새로운 경종

 

2005년 6월에 일본 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 ‘도쿄 타워“는 2007년 2월 10일 현재 37쇄를 찍었다. 200만부 판매가 이미 넘어섰다. TV드라마로 제작되어 안방 여인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있으며, 오는 4월에는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한다.
“한때는 하루에 수백 권 씩 팔렸습니다. 요즘도 일일 50권정도 팔리고 있습니다.”는 나고야(名古屋)의 대형 서점 ‘산세이도(三省堂)’ 직원인 다카하시(高橋, 26세)씨의 말이다. 이 소설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너무나 슬프고 또 교육적입니다. 인정이 메말라 가는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고 했다.
그렇다. 가정이란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특히, 가정의 중심격인 아버지의 역할은 ‘때때로’가 아니라 '항상' 이어야 한다.
촉촉한 인간애가 묻어나는 가정-
가난하지만 담장에 덩쿨 장미가 흐드러지고, 함박 꽃 같은 웃음이 골목밖으로 넘쳐흐르는 가정-
그러한 가정이  진정 행복한 가정이 아닐까?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많이 본 뉴스
  • 세계속 코이카'
  • 배진영의 '어제 오늘 내일'
  • 김태완 'Stand Up Daddy'
  • 권세진 ‘별별이슈’
  • 정혜연 ‘세상 속으로’
  • 박희석 ‘시시비비’
  • 이정현 ‘블루오션을 찾아서’
  • 박지현 ‘포켓 저널리즘’
  • 하주희 ‘블루칩’
  • 이경훈 현장으로’
  • 김광주의 뒤끝
  • 백재호의 레이더
  • 고기정의 特別靑春
  • 슬기로운 지방생활
  • 이상곤의 흐름
  • 서봉대의 되짚기
  • 국제상인 장상인의 세계, 세계인
  • 취재본부는 지금’
  • 조갑제 기자의 최신정보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