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본에 가면 어디를 가나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고 청소만 할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일본은 시민 개개인이 ‘청결주의’를 몸소 실천하려는 기본자세가 정립되어 있는 것 같다. 어떤 때는 강에 배가 떠다니며 뭔가를 열심히 건져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고기잡이배가 아닌, 쓰레기를 잡는(?) 배다.
골목길도 예외가 아니다. 골목길 구석구석에도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간다.
‘골목길의 쓰레기 하나라도 치우려는 시민의식-’
‘주차 공간이 아닌 곳에는 차를 세우지 않는 질서의식-’
이러한 기본정신이 도시 곳곳을 깨끗하게 가꾸고 보존하는 원천일 것이다.
골목길이 많은 나카스(中洲)
큐슈의 후쿠오카(福岡)에는 나카스(中洲)라는 지역이 있다. 이곳은 일본에서도 이름난 환락가(歡樂街)다. 그 옛날 후쿠오카 번(藩)이 후쿠오카(福岡)와 하카다(博多)를 하나로 연결하기 위하여 이 도시의 도심부를 흐르는 ‘나카가와(那珂川)’에 토사(土砂)를 쌓아서 만든 델타지대가 바로 나카스(中洲)의 탄생 배경이라고 한다.
이 나카스에는 메이지(1852-1912) 시대에 전등회사, 전화국 등이 개설되었고, 극장과 영화관도 생겨나서 하카다 지역 문화ㆍ예술의 중심지로 발전 하였다. 다이쇼(大正) 초기(1913-4)부터는 카페, 바 등이 유행의 물결을 타고 흘러들어 옴으로써 일약 하카다의 대 환락가로 변모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나카스는 동서로 약 250 미터, 남북으로 1,500 미터의 지역으로써 약 3,500개의 음식점과 술집, 카페, 다방 등이 운집해 있는 서 일본 최대의 유흥가다. ‘나카가와’ 강변에는 호텔, 바, 대형 복합 상가 빌딩들이 즐비하고, 밤에는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사람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이 나카스에는 유난히 골목길이 많다. 그리고 그 골목길에는 여러 종류의 식당은 물론이고 가라오케, 와인 바, 포장마차 등이 즐비하다. 일본 사람들은 나카스의 경기가 일본 경제의 바로미터라고도 한다.
“적, 황, 청 네온의 꽂이 피면
웃는 사람, 우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들...
인정이 넘치는 거리 인생의 교차점"
나카스의 서정(抒情)이 바로 이러한 것이다.
인형소로(人形小路)가 관광자원
나카스의 많은 골목 중에서도 인형소로(人形小路)가 압권이다. 말 그대로 인형들이나 다닐 수 있을 만큼 좁은 길이다. 두 사람이 비켜가기도 불편한 외나무다리 같은 좁은 골목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곳을 즐겨 찾는다. 이곳에는 초밥집, 불고기집, 우동집, 소주방, 와인 바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좌석이 넓은 것도 아니다. 10평 정도의 좁은 공간의 가게들이지만 사람들이 꽉 들어찬다.
“인형소로(人形小路)는 전쟁 때 파괴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후쿠오카의 명물입니다.” 후쿠오카 나카스 관광협회 사무국장 후지이(藤井)씨의 말이다. 후지이 씨는 또, “인형소로에는 30여채의 영업점이 들어서 있다.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20-30대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면서 "이 업소들은 협회차원에서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5년 이상 영업을 해야 하고 ‘마쓰리’등 여러 행사에도 참여해야 하며,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충만해야 하는 등 시(市)에서 원하는 제반 기준에 합격을 해야 영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 됩니다"고 덧붙였다.
필자는 골목길의 음식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 했었다. 그런데, 골목길도, 음식점도 관광자원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목소리가 카랑카랑 하신데 연세가 얼마나 되셨습니까?” 라고 필자가 묻자 “여성의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가 아닐까요? 호호호....나이가 제법 들었답니다”면서 기술적으로 피해갔다.
‘나이가 들어도 여성은 여성이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60대 중반 쯤으로 생각되는 할머니였다. 그러나 거침없는 말솜씨와 일에 대한 열정이 젊은 사람 못지않았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 할머니가 나카스의 역사와 골목길에 얽인 사연들을 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골목길도, 음식점도 관광자원 차원에서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그녀의 말이 흥미롭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를 가꾸고 사랑하는 시민의 마음일 것이다.
골목길은 낭만의 길
시인 심재상(1955)은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이 파리라는 메마른 도시에서 탄생했다면서, “「악의 꽃」은 사막 한가운데서 그가 찾아내고 길어 올린 신비의 샘물이다. 보들레르가 도시의 한복판에서 발견한 ‘깊이의 공간’은 도시의 큰길 끝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골목길들의 깊이다”고 했다.
도시의 빠른 물살에서 한 발자국 벗어난 소로(小路)에서, 길모퉁이에서, 진정한 인간의 얼굴들과 그들의 삶과, 서정적ㆍ실존적으로 다시 상봉했다는 보들레르의 시(詩)들은 그래서 고뇌와 신음 그리고 상처의 흔적들이 많은 것 일까?
“쾌활한 천사여, 그대는 아는가.
고뇌와 수치, 회한, 흐느낌, 지겨움
그리고 구겨 버리는 휴지마냥
내 가슴을 조이는
끔찍스런 밤의 막연한 공포를?
오 쾌활한 천사여, 그대는 고뇌를 아는가?............”
아무튼, 인간의 삶의 한 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골목길이 도시개발에 밀려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물론, 자로 잰 듯이 반듯반듯하고 면이 고른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닦여 있는 길이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골목길이 없어진다는 것은 왠지 마음이 아프다. 옛 것을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깨끗하고 운치 있는 골목길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을 진데........
‘골목길은 살아 쉼 쉬는 동네’
이화여대 임석재 교수가 쓴 ‘서울골목길 풍경’을 보면 골목길의 정의가 잘 내려져 있다.
“골목길이란 무엇인가. 아늑한 휴먼 스케일을 유지하며, 차보다 보행자 전용 길이어야 하고, 근대사의 주역인 서민들이 사는 공간이자 일상성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동네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사람과 자동차가 뒤섞여서 다니기도 불편할 정도이며, 자전거, 오토바이까지 가세하여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치기도 한다. 어떤 때는 골목길에 주차 된 차량들로 인하여 소방차가 안절부절 화재현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상황이 종료되는가 하면, 골목길의 차가 저절로 후진하여 사람을 치기도 한다.
임교수는 또, “골목길은 불량주택의 집합소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면서 골목길은 우리가 살아온 역사이자 문화이며 문화재다.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뛰어난 창조적 공간이라고 하면서 골목길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일본의 골목길 보다 더욱 깨끗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살아 쉼 쉬는 골목길’을 가꾸어 보자.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