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마쓰시다 전기(松下電器)가 ‘3만 명 재택근무(在宅勤務)’를 발표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오래 전부터 NEC, NTT, 도요타, 닛산 등 여러 회사들이 재택근무를 시행하여 왔으나 이토록 대 규모는 처음이다. 마쓰시다(松下)는 단순 근로자가 아니라 시스템 기술자는 물론, 영업, 기획, 인사 등 화이트 컬러(white color)를 대상으로 하는 재택근무를 선언했다. 참으로 대단한 결정이다.
마쓰시다가 재택근무를 하기까지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노동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응책이다. 일본의 노동 인구는 2006년 6,657만 명이었다. 1998년도와 비교하면 약 2%가 줄었다고 한다. 특히 남성인력의 감소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여성인력의 확보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여성이 근무를 기피하는 회사는 인재확보가 어렵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이번의 재택근무는 육아(育兒)와 노약자들의 간호(看護)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어야하는 여성사원들을 위한 조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정신을 이어받아
마쓰시다 전기(松下電器)의 경영이념은 “생산, 판매활동을 통해서 사회생활의 개선과 향상을 도모하고 세계문화의 진전에 기여한다.”고 되어 있다.
마쓰시다 전기(松下電器)의 창업자인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씨는 일본 재계에서 경영의 신(神)으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마쓰시다 창립 초기부터 사업보국(事業報國)을 기업이념으로 하였다. 고노스케 씨는 또, ‘가난을 극복하는 것이 산업인의 사명이다.’고 했으며, ’Peace and Happiness through Prosperity' 즉, ‘번영을 통해 평화와 행복을 추구한다.’는 PHP 운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그의 기업경영 방식은 서구(西歐)에서 창안된 경영기법을 토대로 하여 마쓰시타 식의 기업문화를 만들었다.
그는, “기업이윤의 원천은 인간에게 있으므로 비즈니스는 마음의 게임이며, 사람들의 잠재능력을 극대화 하는 것, 즉 모든 종업원이 자신의 능력을 마지막 1%까지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이다.”고 했다. 또한 그는, “개인의 생산적인 삶이 사회에 대한 공헌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업의 책임이 실현된다.”고 했다. 이번의 재택근무제 시행도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한 창업자의 정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고노쓰케 씨는 말년(末年)에 사재(私財)을 털어 차세대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마쓰시다 정경숙(政經塾)을 만들었다. 그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훌륭한 경영자’로 존경받고 있는 이유가 충분히 있다.
샌드위치 세대의 제3의 직업
앨빈 토플러는 일찌기 ‘Revolution Wealth’라는 책(번역본:부의 미래)에서 재택근무의 흐름을 예견했다.
〈샐러리맨은 직장에서 일을 하여 돈을 버는데 사용하는 시간 외에도, 개인 생활이나 가족과 관련한 무보수의 일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자녀를 키우는 일이나, 나이든 부모를 보살펴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sandwich generation)들은 재택근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제2의 물결인 산업사회가 핵가족화를 지향하여 제1의 물결인 농업사회의 대가족 제도를 대체했다면, 제3의 물결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받아들인다.”고 하면서,
“제2의 물결이 수직적 위계질서를 구축했다면, 제3의 물결은 조직을 수평화 하고 네트워크 구조나 대안 구조로의 전환을 요구한다.”고 강조 했다.
마쓰시다는 이러한 물결의 흐름을 잘 타고 있는 것 같다.
이 회사는 사원이 재택근무를 신청할 경우 평소의 근무태도에 문제가 없는 한 주당 1~2일의 재택근무를 허용한다고 했다. 회사와 직장인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로 부터 ‘재택근무를 해도 좋다.’고 허가를 받은 직원들은 ‘화상(畵像) 회의용 카메라’가 부착된 노트북을 회사에서 빌려간다. 그들은 집에서 일을 하면서 인터넷으로 사무실 직원들과 수시로 화상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근무시간은 회사에서 일 할 때와 동일하다. 문명의 이기(利器)란 참으로 편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오사카(大阪)에 있는 마쓰시다(松下) 본사의 홍보 담당 직원 다카하시(高橋, 35세)씨와 전화통화를 하였다. 최근의 ‘재택근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인지 그는 활기차게 설명했다.
“아! 그 뉴스가 한국에까지 전달되었군요.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반응이 대단히 좋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직업 형태도 바뀌어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회사의 재택근무 시행은 누구나 생각 하고 있는 것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겼다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면서, “업무의 성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으나 회사와의 약속만 이루어지면 직급에 관계없이 과장, 부장 등 간부급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에 맞는 직업 형태의 변화를 수용하는 필연적인 대응책이다.‘ 면서 ’시행에 큰 문제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계선이 무너진 직장생활
하지만 재택근무는 몇 가지의 난제(難題)도 예상된다. 첫째로 직원 평가(評價)의 문제다. 근로 시간의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철저한 실적 관리를 하면 되겠지만,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사원 교육이다. 상사와 선배 사원이 서로 얼굴을 보면서 후배 사원들에게 일을 가르쳐 주는 현장 교육(OJT)이 사라지는 위험성도 있다. 전통적으로 이어지는 직장의 고유문화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제가 나이가 들었지만, 저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 교육은 업무적인 것도 있으나 다른 것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손님을 접대할 때의 매너랄지, 선배, 후배를 대하는 자세 등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질까 봐 걱정이 됩니다.”고 기업 컨설팅 대표(전 鹿島建設 기획부장)인 야마다 요시히로(山田佳弘, 69세) 씨의 말이다.
앨빈 토플러도 ‘Revolution Wealth'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산업사회는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의 경계가 분명했다. 그러나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의 수가 수백만에 이르는 오늘날에는, 그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게 되었다.”면서 심지어는 그가 어떤 회사에 소속되어 일을 하고 있는지도 불분명(不分明)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직장인의 근무 환경은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해간다. 그러나, 아무리 환경이 변할지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직업에서도 요구되는 직장인의 행동규범이다. 그것은 바로,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도덕적 가치의 틀’ 속에서 스스로를 가꿀 수 있는 자신의 마음가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