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의 전통 결혼식 모습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름이 있다. 그러나 이름은 대체로 자기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아니면 유명 작명가에 의해서 지어진 이름이 그림자처럼 평생을 따라 다닌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절대적으로 이름이 필요하다.
어릴 적에 친구를 사귈 때도 ‘너 이름이 뭐야?’ 비즈니스를 할 때도 ‘저 아무개라고 합니다’ 며 이름을 건네면서 부터 서로의 관계가 시작된다.
그만큼 이름은 우리들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는 이름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이름을 부르면 아름다운 꽃이 된다는데 아내들의 잃어버린 이름을 불러 주면 얼마나 좋아 할까?
최근에 일본에서는 이 이름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 여인들은 결혼하면 이름이 바뀐다.
일본이 서민들에게도 성(姓)을 가지도록 한 것은 메이지 시대이며, 부부동성을 법률로 규정한 것도 메이지 31년 (1898년)이다. 전후 개정된 현행 민법은 ‘헌법에 의한 개인의 존중과 남녀평등의 정신에 따라 부부의 성(姓)은 두 사람의 협의에 의해서 남편의 성(姓) 또는 부인의 성(姓)을 선택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달라 지지 않고 있으며, 법 개정에 있어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실제 상황은 어떠할까?
‘부부가 희망하면 결혼 전의 이름을 사용 한다’는 선택적 부부별성(夫婦別姓)을 묻는 내각부의 여론조사가 발표되었다(일본경제신문 1,28). 이 조사는 지난해 말 일본 전국의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회수율 55.3%)
이 조사에서 ‘제도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다’가 35.0%로, 5년 전의 조사에 비해서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법 개정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36.6%로 우위에 있다. 하지만 문제의 초점은 5년 전의 조사에 비해 반대 의견이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전번 조사에서는 반대와 찬성의 격차가 10%를 넘을 만큼 찬성 쪽에 기울어 있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일까?
부부는 일심동체라 정이 넘쳐서 일까? 아니다.
‘자녀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라는 것이다.
‘부부가 별성(別姓)을 쓰게 되면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가 압도적이었다. (반대자 35.0%중 66.2%). 반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3%로 나타났다.
“과거의 나는 어디로 갔지?”
“호적의 성(姓)이 바뀌어 졌어.”
“동창회 명부에 옛날 성(姓)으로 올리고 싶다.”
“회사에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
불만을 토로하던 부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라앉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다. 20-30대의 젊은 부부들로 부터 나온 답이다.
특히 30대의 경우가 크게 변했다. 5년 전에는 52.9%가 법을 바꾸자고 하더니 이번 조사에서는 40.2%로 뚝 떨어 졌다. 놀랍게도 12.7%나 곤두박질 한 것이다.
자식 앞에서는 작아지는 부모들 - 한국이나 일본이나 부모들의 심정은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남녀 간의 인식의 차이는 어떠할까?
남성은 39.1%가 법 개정을 반대했고, 37.0%가 찬성했으며, 여성의 경우는 31.7%가 반대, 36.2%가 찬성했다. 수치만 보면 남녀가 대체로 비슷한 양상이다.
구세대들은 반대자가 많다
일본의 제조회사 CKD의 간부인 이토 킨야(伊藤 飮也, 49세)씨는 “저는 구세대라서 부부가 성(姓)을 따로 쓰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예로부터 내려온 풍습을 바꾼다는 데에 이해가 안 됩니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또,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해 아이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라면서, 부부의 성(姓)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요식업을 하고 있는 같은 40대의 여성의 입장은 달랐다. 나카자와 케이코(中澤 慶子, 46세)씨의 말이다. “결혼 후에 남편의 성(姓)을 따라 나카자와 케이코(中澤 慶子)가 되었습니다만, 한국처럼 결혼 후에도 부부가 자기의 본명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그녀는 법 개정에 당연히 찬성한다는 것이다.
또, 직장인인 니시하라 유코(西原 優子, 26세)씨는 “직장생활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 결혼 후에도 본인의 이름이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참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일본은 이토록 뜨거울까?
지나치게 따지는 일본 사람들의 특성일까?
문제는 부부간의 성(姓)이 같고 다름이 아니라 부부간의 정(情)과 사랑(愛)이 중요하리라.
복효근(45세) 시인의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 한다”를 일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우리도 잃어버린 아내의 이름을 불러 보자. 꽃이 되어 우리의 곁으로 다가오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