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아들 석균씨가 아버지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에서 출마하겠다고 했을 때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문 의장을 공격했다.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초당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국회의장이 무리한 강행 처리의 선봉장을 맡은 게 의원직을 아들에게 세습하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었다.

사실 문 의장은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정국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탁월했다. 그래서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고들 했다. 그런 그가 노골적으로 여당 편을 들어줬으니 대통령과 지지 세력 눈에 들어 아들의 당내 공천에 도움을 받으려 했다는 비판은 설득력을 얻었다.

문 의장의 아들은 결국 지역구 세습 논란을 통과하지 못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현재 문 의장 아들 석균씨는 경기 의정부갑 무소속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지역구 세습' 논란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서병수 전 부산시장을 부산진갑에 전략공천하고, 그의 동생인 서범수 전 울산경찰청장에게 울산 울주군 미래통합당 후보 경선 티켓을 줬다. 서 전 청장은 카이스트 출신 청년 창업가 장능인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과 맞붙는다.

당초 부산 내에서 '서병수 전략공천 카드'가 제기됐을 때, 정치권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다.

"서병수 전 시장은 절대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동생이 울산 울주군에 출마를 선언했는데, 어떻게 출마할 수 있겠느냐. 형제가 다 해 먹는다는 여론이 일어나면 '부·울·경' 선거 전체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 전 시장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출마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서 전 시장은 공천을 받았다. 서 전 시장은 전직 부산시장이면서 해운대구에서만 4선(16대∼19대)을 거쳤다.

이번에 공천을 받은 부산진갑에는 연고가 없다. 이 지역 공천을 신청했던 온종합병원 이사장인 정근 예비후보는 부산진갑 결과 발표가 나오자마자 '낙하산 공천'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경선 여론조사를 즉각적으로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정근 후보는 보수통합의 가치가 '혁신', '확장', '미래'라며 이번 공천 과정을 "가장 나쁜 구태정치를 재현하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정근 후보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한편 ‘부산진구를 지키는 시민모임’은 서병수 전 시장 가족이 미래통합당 등 보수정당으로부터 공직 후보로 공천받은 사례는 모두 12회라고 주장했다.

서 전 시장 본인만 해도 해운대구청장 후보 1회, 국회의원 후보 4회, 부산시장 후보 2회 등 총 7회에 걸쳐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으로부터 후보 공천을 받아 출마했다.

서 전 시장의 부친 서석인씨(작고)는 부산시의회 및 해운대구청장 선거 때 보수정당의 공천을 받았다. 서 전 시장의 매부인 이경훈 전 사하구청장도 세 번이나 정당 공천을 받았고, 8년간 사하구청장을 지냈다.

앞서 언급했지만 서 전 시장에 이어 경찰 간부 출신인 그의 동생도 이번 미래통합당 울산 울주군 총선 후보 공천을 신청해, 장능인 전 대변인과 경선을 앞두고 있다. 여전히 서씨 집안이 보수정당 공천에서 특혜를 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