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명의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사고 당일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2분. ‘119 신고전화’로 한 고교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달됐다. “살려주세요!”.

그런데, 1시간 반쯤 세월호 참사가 발생 직후 '탑승자 전원구조'라는 방송국 보도가 있었다. 오보였다. 해양경찰의 무전에서 비롯됐다.

‘경찰 112상황실 무전통신(TRS) 녹취록’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4월 16일 오전 10시 27분쯤 경기 안산시 고잔파출소장 장모 경감은 “2학년 1반은 전원 구조됐다고 학생이 학부모한테 전화 왔답니다”라고 무전을 쳤다. 이 무선을 받은 안산단원경찰서 112 종합상황실 노모 경사는 “2학년 1반 전원구조, 알았다”고 응답했다.

당시 이 내용을 곁에서 듣고 있던 전 단원고 행정실장 윤모씨는 ‘2학년 1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전원구조’라는 내용만 전해 듣고 학부모들에게 알렸다.

윤씨는 이어 오전 11시 6분쯤 “학생이 전원 구조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소식은 언론사들의 속보 경쟁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별다른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전원구조’ 통보를 출입 기자들에게 두 차례나 알렸다.

4월 16일 오전 9시 30분 때만 하더라도 세월호는 수면 위에 떠 있었다. 오보로 안심하는 사이 승객들은 하늘로 떠나갔다.

6년쯤 지난 현재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2일 이른바 ‘슈퍼 전파지'로 지목된 신천지 대구교회와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하루 만에 확진자 수가 195명이 추가됐다. 특히 이날 현재 신천지 대구교회와 대남병원 관련 확진자의 접촉자가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2차 지역감염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2주쯤 전인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 "전문 의료진들이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신종 코로나는 중증 질환이 아니며 치사율도 높지 않다"며 "이 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방심은 금물이지만 실제보다 과도한 불안과 공포로 위축될 필요가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병이 가라앉길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국민들에게 안심하라고 했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각)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travel advisory)를 2단계로 격상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는 1단계 상태로 유지돼왔다.

이스라엘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 우려로 한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한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3일 오전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433명이고 이들 중 3명이 사망했다.

잘못된 정보 발표는 사태의 대응을 안이하게 한다. 세월호 때 뼈저리게 느꼈고,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 국민의 뽑아준 게 문재인 대통령이다. 과정과 결과는 당시와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