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조국 법무부장관이 한 달 이상 공석이었던 대검찰청 사무국장 자리에 지난주 복두규 서울고검 사무국장을 임명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두달여 전 내정했던 인사(강진구 대구고검 사무국장)를 엎은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검 사무국장은 검찰 일반직(검사가 아닌 공무원) 중 유일한 1급이며 일반직의 정점으로 불린다. 이 자리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검찰의 예산을 쥐고 있는 ‘곳간지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검 사무국장은 매일 검찰총장과 독대를 하는 자리다.
검사와 검찰 일반직 공무원은 철저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사이다. 보통 7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수사관부터 과장, 국장을 거치는 일반직들은 검사의 손발이다. 검사가 차장-부장검사가 되면 같이 일했던 수사관들은 과장-국장이 된다. 과장-국장이라면 다른 부처의 경우 고위공직자로 떵떵거리고 살 위치가 되지만, 이들은 검사들과 함께 일하는 ‘서브 직책’으로 검찰에 충성을 다한다. 대한민국에 몇 명 없는 1~2급공무원이 돼도 여전히 ‘검찰맨’ 이다. 타 부서 1~2급과는 완전히 다른 형편이다.
그러니 철저하게 검사 위주인 검찰 조직에서 일반직인 대검 사무국장이 ‘곳간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열쇠는 검찰총장의 것이고, 국장은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임명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검찰총장의 손발이 될 수밖에 없는 자리다. 인사권자는 법무부장관이지만 인사 시점엔 당연히 검찰총장의 요청에 따라 도장을 찍는 정도였다.
따라서 이 자리는 철저하게 검찰총장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인물이 오게 된다. 예외가 있다. 청와대나 여당이 검찰총장의 손발을 묶고 싶다면 청와대가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총장을 견제할 수 있다. 실제로 1990년대에 그런 일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청와대가 검찰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청와대가 청탁을 받은 인물을 1급 자리에 임명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청와대와 검찰은 전면충돌을 원치 않았기에 청와대가 법무부와 검찰에 양해를 구해 인사를 단행했다.
조국 장관은 취임 전 박상기 장관 시절 내정돼 있던 이 자리에 대해 문대통령에게 교체를 요구했다. 조 장관이 이 자리의 중요성을 얼마나 알았는지는 의문이다. 조 장관은 검찰은 물론 법무부와도 교류가 많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도 “왜 그 자리까지 바꾸려 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법조계에서는 “어떤 인물이든 전혀 상관없으니 윤석열이 추천한 인물만은 절대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 사무국장에 어떤 인물을 임명하든 조국 장관보다는 검찰에 충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 자리는 ‘보스에게 충성하는 정무직’이 아닌, 국록을 먹는 공무원이다.
다만 조 장관이 임명한 국장이 당장 코앞에 닥친 일반직 인사와 예산관리에 조 장관의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다. 걱정되는 것은 윤 총장과 조 장관의 요구가 다를 것이라는 점이고, 1급 공무원이 이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만약 조 장관이 주변의 얘기를 듣고 ‘검찰 견제’의 뜻으로 인사를 행했다면 역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곳간지기 바꾸기’라던 말이 언론의 설레발이기를 바랄 뿐이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