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31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의 발'에서 열린 하재헌 중사 전역 기념행사에서 하 중사가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를 위로하고 있는 모습. 하 중사 오른쪽은 아버지 하대용씨. 하씨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번 정부를 지지해왔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한 기자
하재헌 중사는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수색 작전 도중 철책의 통문을 통과하다가 북한군이 매설해 놓은 목함지뢰로 두 다리 무릎까지 절단되는 상해를 입었다.
국가보훈처는 하 중사에 대해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으로 판정했다. 전상은 적과의 교전이나 이에 준하는 작전 수행 중 입은 상이(傷痍)를, 공상은 교육·훈련 등의 상황에서 입은 상이를 뜻한다.
보훈처가 '전(前) 정권 영웅'운운하며 한 중사를 훈련 중 부상자처럼 취급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 보훈처는 자진 월북해 6·25전쟁 때 공을 세워 김일성에게서 훈장까지 받은 김원봉에게 대한민국 훈장을 주지 못해서 안달하는가 하면 역대 정권에서 간첩 활동 전력이 있다며 계속 탈락시켰던 여당 의원 부친의 국가 유공자 지정도 밀어붙였다.
하 중사는 "보훈처로부터 '공상'을 통보받은 순간 '내가 왜 공상일까'라는 생각에 한동안 멍했다"고 했다. 그는 "저에게 전상 군경이란 명예이고, 다리를 잃고 남은 것은 명예뿐"이 라며 "(국가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저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 눈치를 보는 것에도 정도가 있다 등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제야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법조문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했고, 보훈처는 보훈심사위원회를 열고 하 중사에 대해 내렸던 공상(公傷) 판정을 뒤집고 전상(戰傷) 결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순직 및 전·공상 판정을 받은 군인 10명 중 8명이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가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간 군에서의 순직 및 전·공상 판정을 받고 보훈처에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 신청한 사람은 2만8166명이었다. 이 중 신청 상이(질병)의 공무상 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심사 받은 사람은 절반가량인 1만4377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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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 제공. |
1만4377명 중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된 경우는 3890명뿐이었다. 그러니까 2만8166명 중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된 경우는 3890명밖에 안 된 다는 이야기다. 비율로 따지자면 13.8%에 불과하다.
더욱이 국방부는 순직 및 전·공상 군인들의 국가유공자 등록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 포함) 등록 여부는 전역 이후 개인이 신청하는 것으로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인과 비슷한 직무 특성을 가진 경찰의 경우 3~6개월 주기로 보훈처로부터 ‘순직·공상 경찰의 국가유공자 등록 현황’을 받아 보도 자료도 내는 등 지속적인 추적·관리를 하고 있다.
이종명 의원은 “국방부가 전역 이후의 국가유공자 등록은 부처 소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뒷짐 지고 있으면, 어느 누구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이 전역 이후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예우와 지원을 받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을 하는 것이야 말로 ‘국가를 위한 희생, 국가가 책임진다’는 호국보훈(護國報勳)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군의 전·공상 제도와 보훈처의 국가유공자 제도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