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 사측의 부당 인사 등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 월간조선

MBC 기자가 사측의 부당인사, 부당성과 등을 이유로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지난 번 아나운서에 이어 기자가 사측을 상대로 또다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것이다.

이 같은 신고를 한 이는 MBC 김한석 기자다. 김한석 기자는 2012년 6월 MBC에 입사해 현 최승호 사장 부임 이전까지 스포츠취재부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7년 언론노조 MBC 본부 파업의 불참자였던 김 기자는 그해 12월 부서원들이 전원 PD이며 스포츠 관련 기획(올림픽과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이벤트의 국제신호제작, 중계권 등)과 협찬 유치 등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는 스포츠기획사업부로 전보됐다.

김 기자는 4명의 동료 기자들과 함께 경영센터 건물 7층과 8층에 있는 스포츠국 회의실에 격리되어 아무 일 없이 방치됐다. 기자에서 PD로 직종이 바뀌는 발령이었지만, 사전 협의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는 게 김 기자 측 입장이다.

2018년 3월이 되어서야 러시아 월드컵 뉴스용 영상의 판매와 편집 감수, 웹하드 업로드 업무를 지시받아 수행했지만, 월드컵 대회가 종료된 2018년 7월 이후 어떠한 일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해 11월 인사평가에서 김 기자에겐 ‘저(低)성과자’란 낙인이 찍혔고, 2019년 소속 부서장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업무를 지시받지 못해 결국, 2019년 6월 '저성과자 중간 피드백 평가'에서도 '성과부진'을 통보받았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1년여의 기간 동안 직무를 부여하지 않고 두 번이나 반복해 저성과자로 만든 어처구니없는 인사평가의 희생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또 부서장과의 면담과정에서 스포츠취재부 근무를 희망했으나 회사는 거절했고 2019년 8월 PD들로만 구성된 스포츠제작부로 발령받았다. 스포츠제작부장은 스포츠다이어리, 프로그램 예고와 관련된 업무를 배정하고 기자들이 하지 않는 영상편집교육을 받도록 지시했다. 김 기자는 2019년 9월 비취재부서인 뉴스영상콘텐츠국 뉴스데이터팀으로 다시 전보됐다.

김 기자가 8월 19일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제출하자, 회사는 인사부의 직장 내 괴롭힘 담당자를 보내 김 기자와 옥상에서 한번 면담을 가졌다. 회사는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고 (올해 7월 16일 이후 시행) 8월 16일에 김 기자를 스포츠제작부로 전보시키고 업무를 부여하였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조사를 종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조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첫째, 법 시행 이후 직무를 부여하지 않은 기간이 짧고 전보조치 이후 직무를 부여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면서 정작 1년 이상 장기 직무미부여 사실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한 점.
둘째, 본인이 별도의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청하고 소속 노조인 MBC 노동조합 (전국언론노조가 아닌 3노조)이 노사동수의 고충처리위원회 구성을 요청하였는데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노동조합에는 이의제기 기간을 도과했다면서 응하지 않은 점.
셋째, 직무미부여 당시의 담당부장을 새로 전보된 부서에서도 상급자로 계속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조사기간 중 유급휴가 부여와 근무장소 변경을 시행하지 않은 점. (근로기준법에는 이러한 신고자에 대한 배려조항이 마련되어 있음.)>

노조는 “김 기자는 2년 가까이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려 현재 심리치료 중”이라며 “사측의 부당한 발령으로 기자 경력이 심각하게 단절됐고 취재원 상실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기자처럼 파업에 불참한 기자들의 취재업무를 박탈하고, 업무성과를 올리기 힘든 부서에 배치한 뒤 비합리적인 인사평가로 괴롭히는 횡포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MBC 사측의 불법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