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든 그대는 아는가?

  • 이오봉 월간조선 객원사진기자 oblee@chosun.com
  • 업데이트 2008-06-2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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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탈북자 출신 영화감독이 탄생할 날이 곧 올 것이다.

개봉을 앞둔 탈북자 이야기를 다룬 영화 ‘크로싱’에서 주연 배우 차인표나 김태균 감독 못지않게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 영화의 탈북자 출신 김철영(34) 조감독이다.

탈북자 문제가 국내 영화 소재로 다뤄지고 영화 제작에 탈북자출신이 직접 참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2002년 북한 주민 25명이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한 사건을 바탕으로 실화를 영화화한 ‘크로싱’은 한편의 더큐멘터리 처럼 만들어졌다.


1994년부터 1999년 사이, 4년 동안에 북한 땅에서는 300만이 굶어죽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북한은 별 것이 아니 것처럼 ‘고난의 대행군’이라고 말하지만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참극이 벌어졌다.

아버지는 돈 벌어올 수가 없어
어머니는 밥 지어줄 수가 없어
애들은 배고프다 졸라댈 수 없어

가산(家産) 팔고
집까지 팔고
한지에 나앉은 그날

잘 사는 날
우리 다시 모이자며
그때는 죽도록 헤어지지 말자며
한 가족이 통곡할 때 생이별할  때

그 가족 심정은 어땠을까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어머니는 어머니로서
애들은 애들로서

<脫北시인 장진성의 시집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에서 ‘가족의 심정’.
 
위의 詩에서처럼 굶주림에 지친 북한 주민들과 아이들은 가족과 헤어져 두만강을 건너 중국 땅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며 연명을 해야 했다. 이러한 슬픈 현실을 이 영화는 담아내고 내고 있다.

영화 ‘크로싱’은 4년에 걸쳐 철저한 고증을 거처 북한의 함경북도 탄광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재현했다.


한 가족인 ‘준이’(신명철)와 준이 아빠 ‘용수’(차인표), 어머니 ‘용화(서영화)“가 주인공이다. 아내 ’용화‘가 폐결핵으로 쓰러지자 ’용수‘는 藥을 구하러 중국으로 건너 건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 끝에 중국에 도착한 ’용수‘는 벌목장에서 일하면서 돈을 모은다. 이것도 잠시, 공안원에 쫒기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간단한 인터뷰만 해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수는 독일 대사관의 담을 넘어 얼떨결에 남한으로 오게 된다. 그 후 브로커를 통해서 아내의 죽음을 전해들은 ‘용수’는 절망에 빠진 아들 ‘준이’를 남한으로 데려올 계획을 한다. 그러나 부자의 만남은 슬프게도 엇갈리고 만다.


지금도 남한의 정부가 신속한 식량 지원을 하지 않으면 북한에서 아사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한다. 요즈음도 1년에 1만병이 넘는 탈북자가 북한 땅을 등진다. 국내에도 현재 1만 명이 넘는 탈북자가 정착해 있고 이웃 중국과 동남아에는 3-5만 명의 탈북자가 떠돌고 있다.

영화 ‘크로싱’은 목숨을 건 실제 탈북 경로를 담아내기 위해 중국과 몽골을 오가며 촬영을 했다.
 
1999년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쉬리’가 상영된 이후 분단과 6.25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공동경비구역 JSA', ’실미도‘, ’태극기를 휘날리며‘, ’태풍‘, ’국경의 남쪽‘, ’남남북녀‘, ’휘파람 공주‘, ’그녀를 모르면 간첩‘, ’동해물과 백두산이‘, ’간 큰 가족‘, ’비무장지대 DMZ' 등 지난 10년 동안 적어도 10여 편이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그러나 영화 ‘크로싱’은 전에 없던 오늘을 살아가는 북한의  보통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동안 우리 눈으로 확인 할 수 없었던 현재  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탈북자의 가슴 아픈 현실을 완성도 높게 다뤘다.


‘크로싱’ 시사회장에서 만난 김철영 조감독.

“저도 1999년 탈북하게 되였고  2년 동안 중국에 머물다가 2001년 2월 중국 공안에게 붙들려 화룡변방대, 북한 무산교도대와 청진집결소를 거처 다시 탈북하여 한국에 오게 되였습니다. 30m밖에 안되는 두만강을 가슴 조리며 건너오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 ‘크로싱’의 조감독 김철영씨는 본인이 직접 겪었던 체험을 영화 속에 그대로 살려냈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탈북 했다가 집결소에 잡혀 온 임신부를 ‘탈출도 모자라 중국 종자를 받아 왔느냐’면서 배를 때리고 짓밟는 장면이 나오는데 너무 리얼한 모습이라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지난 달 28일 미국 워싱톤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기획 프로듀서 페트릭 최, 시나리오 작가 이유진, 데니스 핼핀(Halpin)-더그 앤더슨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 영 김(Kim)-에드 로이스 하원의원 보좌관 등 의회 관계자들과 벡(Beck)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일본 납북자 대표인 요이치 시마다(島田洋一) 후쿠이大 교수와 일본 대사관 관계자, 탈북자 출신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국장, 국내 주요 언론의 해외 특파원 등 100여명이 관람했다.
영화를 본 데니스 핼핀 전문위원은 ’안네의 일기가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고발했듯이 북한의 수백만 주민들의 실상을 온 세상에 고발한 역작이다. 우리가  이해 할 수 없는 북한의 비극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7일 일본 도쿄, 19일 미국 LA에서 시사회를 가진 ‘크로싱’은 7월 1일부터 13일까지 북한 인권 문제와 중국의 탈북자 송환에 항의하는 50여명으로 구성된 유럽 순회 여성 자전거 퍼레이드團의 일정에 맞춰서 브룻셀, 암스델담, 헤이그, 쾰른, 프랑크푸르트, 제네바, 스트라스브르크, 파리, 런던 등지에서 순회 시사회도 갖는다.

기획, 제작에 4년을 투입한 휴먼드라마 ‘크로싱’은 6.25 다음날인  6월 26일 정식 개봉을 한다.


지난 6월 11일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 시사회장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김태균 감독(왼쪽)과 주연 배우 준이役의 신명철과 준이 아빠役의 차인표씨.

고향을 이북에 두고 온 필자는 ‘크로싱’ 시사회에서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눈가에 비친 눈물을 감추느라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영화 ‘크로싱‘을 생각하면 지금도 몽골 사막에서 헤매는 준이와 빛바랜 사진속의 어렸을 때 내 모습이 자꾸 오버랩 된다. 젖어드는 연민과 끓어오르는 분노와 탄식을 참을 수가 없다.

한국 전쟁을 겪지 못한 젊은 세대들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고발과 가족간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드릴지 궁금하다.
 
後記; 필자와 김철영 조감독과는 한양大 연극영화과에서 2002년 부터 스승과 제자로 만나서 사진 공부도 하고 영화도 찍었다. 그가 연출한 그의 졸업작품 영화에 주연 배우로 출연도 했다. 이북의 고향 땅에 두고 온 가족을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지아비의 役을 맡았었다.
김철영 감독과는 같은 황해도 출신이라는 데서 동병상련의 깊은 情을 쌓으면서 영화人으로서 대성하기를 빌고 있다.


2004년 11월 20일 경기도 용인市 민속촌 촬영 현장에서 작품을 연출 하는 김철영 조감독(오른쪽)과 배우로 등장한 필자(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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