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금감원)이 불법 사금융업자에 대한 감독‧조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미등록 대부업체 대출 ▲불법 고금리대부 ▲불법 채권추심 ▲대출 사기 ▲보이스 피싱(전화 금융사기) 등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은 제도권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 권한 등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불법 사금융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금감원에 피해 신고가 접수돼도 금감원이 이들 불법 사금융업자에 대한 감독‧조사권이 없어 직접 조치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사실관계 확인이 지체되고 피해도 커지고 있다.

김상훈 의원실은 “네이버, 카카오 등에 불법 금융 정보 게시물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8월을 기준으로 불법 금융 정보 게시물은 1232건에 달해 지난해(679건)보다 1.8배 많다. 이중 ▲미등록 대부업 ▲불법 대출 알선 ▲신용카드 현금화(카드깡) ▲휴대전화 소액결제 등 불법 사금융은 834건으로 전년 대비 약 1.5배 증가했다. 무인가 금융투자업은 398건으로 약 3.7배 증가했다.

불법 금융 정보 게시물에 대한 신고(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네이버는 심의 건수가 올해 8월 기준 1197건이었다. 이는 카카오(38건)보다 약 31배 많은 수치다. 이중 ‘불법 사금융’은 네이버가 829건으로 카카오(5건)보다 약 166배 많았다.

서민 대출, 3년 만에 120여 만건(58조 310억원) 줄어

김상훈 의원실은 “서민 대출 창구 기능을 하는 2금융권과 대부업체가 2021년에는 752만 492건, 98조 4127억원을 대출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중저신용자 대출이 120만여 건 줄였다(631만 9896건, 58조 310억원)”고 했다.

이어 “올해 1~7월 정책서민금융 공급액은 3조 179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4조 8012억원에 비해 1조 6219억원이 줄어 33.8% 감소했다”며 “서민·취약계층이 정책금융마저 이용하기 어렵게 되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상훈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서민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카드 대출 규모와 채무조정 신청 건수 등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취약 계층의 ‘급전 통로’인 카드 대출 규모는 지난 8월 말 기준 총 44조 66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당국이 통계를 추산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빚을 갚지 못한 차주들의 채무조정(신용회복) 신청 건수는 작년 18만 5000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4년 28만 7000건, 2005년 19만 4000건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수치다.

“불법 사금융 반드시 척결해야”

김상훈 의원실은 “불법 사금융 신고와 상담 건수는 2019년부터 매년 증가 추세로 올해는 1월부터 8월까지 이미 1만건에 달했다. 불법 사금융으로 적발된 경제 사범은 2021년 감소세에서 최근 들어 증가세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60%가 넘게 검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에 대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감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서민‧취약 계층이 정책 금융마저 이용하기 어렵게 되면 불법 사금융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도 했다.

김상훈 의원실은 “어려운 시기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언제나 서민”이라며 “살인적 이자율로 서민의 고혈을 빨아먹는 불법 사금융은 반드시 척결해야 할 범죄다.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출 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이 대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