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조선DB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월 16일 '재판거부'와 '변호인단 전원 사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변호사가 꼭 있어야 하는 재판이다. 형사소송법 33조 1항은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사건으로 기소된 때' 등에 있어 변호인이 없으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적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므로 재판부가 국선 변호인이라도 선정해 줘야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된 상태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죄는 법정형이 10년 이상이기 때문에 변호인 없이는 재판을 받을 수 없다.
법원은 '재판 거부' 의사를 밝힌 박 전 대통령을 위해 국선 변호인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국선 변호인을 모집했으나 지원자가 1명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속된 국선 전담 변호인 30명을 대상으로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을 사람이 있는지 모집했다.
국선 전담 변호인은 법원에서 정해진 보수를 받고 국선 사건만을 담당하며, 재판부마다 2~3명씩 배정돼 있다. 보통 의사를 묻지 않고 재판부 소속 변호인 중 1명을 직권으로 선정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을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재판부가 국선 전담 변호인만을 대상으로 비공개 모집에 나선 것도 그 이유다.
법원은 지원자가 없을 것에 대비해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해 주고, 기록 복사를 위한 각종 시설도 지원해 주겠다고 조건을 제시했다. 또 기존에 맡아 처리하던 월 20~30건의 사건도 다른 변호인에게 재배정해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10월 22일 오후까지 지원자는 1명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선 전담 변호사는 "3~4명이 지원을 고려했지만 모두 철회했다"며 "사건 자체가 부담스럽고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국선 전담 변호사는 "분명히 개인 신상이 털리고, 태극기 세력과 촛불 세력 양쪽에서 모두 공격을 받을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통령이 접견도, 재판 출석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 그야말로 '들러리'에 불과할 것 같아서 다들 꺼리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법원은 직권으로 10월 25일 5명의 국선 변호인을 선정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기록과 법원의 공판기록이 12만 페이지가 넘고, 사실관계 파악과 법리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법조 경력과 국선 변호인 경력, 희망 여부 등을 고려해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국선 변호인 5명의 구체적 인적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국선 변호인으로서 충실한 재판 준비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재판 재개 전까지는 비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재판부의 요청이 있었다"며 "재판이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는 (인적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이 재개되기 전에 인적사항이 공개될 경우 인터넷 등을 통한 과도한 신상 털기나 불필요한 오해·억측, 비난 여론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재판기록 검토 등 국선 변호인들의 충실한 재판 준비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게 재판부의 우려다.
《월간조선》 취재 결과 국선 변호인단(5명)을 이끄는 대표 변호사 A는 전남(구례) 출신의 환경 전문 변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처 사이트에 있는 '법제인 코너'를 보면 A 변호사는 1980년 초 사법시험에 합격, 약 9년 8개월간의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1996년 2월 환경부 일반직 공무원으로 특채되어 환경부에서 약 6년 2개월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는 1996년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며칠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보니 환경 관련 법령이 부처별로 너무 산만하고 일부 중복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행정의 지속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환경정책이나 환경 법률이 사회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A 변호사는 환경부 법무담당관, KDI 국제정책대학원, 낙동강환경관리청 운영국장,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담당관(부이사관)을 거쳐 2002년 10월부터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다시 변호사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변호사 시절 몇몇 조그마한 환경사건을 접하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보다 체계적으로, 전문화할 필요가 있어 환경부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환경분쟁조정법을 전면 개정해 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 하여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환경분쟁사건, 기존의 손해배상 신청사건에서 탈피하여 공사중지 청구사건 등도 다룰 수 있게 함으로써 분쟁조정제도를 더욱 활성화시킨 것은 가장 큰 보람 중의 하나였다고 회상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