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아 원자폭탄의 아버지이자 군축의 상징으로 알려진 오펜하이머의 생애를 담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15일 개봉되었다.

개봉 첫날 <오펜>은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 하루 동안 전국에서 55만2942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전날까지 1위였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30만3123명으로 2위를 차지했으나 무난하게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박스오피스 3위는 <오펜>과 함께 첫 개봉한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해진 김희선 차인표 등이 출연한 <달짝지근해: 7510>였다. 하루 동안 12만2185명이 찾았다.

8월 9일 개봉한 <콘유>는 첫 날 관객이 23만979명, 7월 26일 개봉한 <밀수>는 31만8084명이 영화관을 찾은 것에 비하면 <오펜> 55만명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하루 50만 관객은 올들어 처음 이뤄낸 게 아니다. 지난 5월 어린이날 하루 동안 극장가를 휩쓴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가 50만 9616명, 지난 7월 15일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7>이 52만8923명을 동원했었다. 

<오펜>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국 스크린 수가 1607곳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 1133곳보다 500곳 가량이 더 많고, 상영 횟수도 <오펜>이 하루 5433회, <콘유>가 3982회다. 예매율 역시 61.5%(<콘유>는 12.4%)나 된다.

한편 영화 커뮤니티에서는 <오펜하이머>의 영화 관람 후기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다음은 관객들의 흥미로운 평들을 소개한다.

“기존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 느낌이랑은 좀 달랐어요. 등장인물이 방대해서 N차 해야할 것 같고 사전 지식 일부러 안보고 갔는데 조금 버겁네요.

아직 안 보신 분 계신다면 사전 인물지식 보시고 가시길 추천 드려요.”

“크리스토퍼 놀란의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따라온 분들이라면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작품이구나 새삼 실감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영상, 음향, 연기까지 놀란의 인장들이 박혀있어요. <메멘토>, <인섬니아> 같은 장르적 서사구조도 기가 막히게 집어넣었고 <인터스텔라>, <테넷>으로 이어진 물리학에 대한 이해와 애정도 당연히 뿜뿜합니다. 무엇보다 놀란은 편집과 연출을 도구 삼아 시간 그 자체를 묘사하는 실험들을 꾸준히 해왔었죠. <메멘토>, <인셉션>, <덩케르크>, <테넷> 등 그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놀란, 그는 신인가?’ ‘3시간짜리 인물영화라 지루하면 어쩌나’라고 생각했던 제가 어리석었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대단한 영화였습니다ㅠㅠ. 배우들 연기가 아주 그냥… 끝내줍니다! 솔직히 이 정도는 해야 티켓 값 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아니 <오펜하이머>라면 저는 돈 더 주고 봐도 만족했을 겁니다.”

“영화 자체는 좋았습니다. 이야기만 따라가면 지루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두 번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재미와는 거리가 있는 내용 러닝타임 3시간 감안하면 덜 지루한 편!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핵폭발 장면에 관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는데 CG 써서 좀 효과를 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큰 화면이나 사운드 죽이는 극장에서 굳이 안 보셔도 됩니다. 내용이 중요한 영화라! 전작들만큼 배경음악이 귀에 꽂히지 않습니다. 주인공 킬리언 머피의 연기는 훌륭합니다! 오락영화만 가다가 쉬어가는 의미에서 만든 예술영화! 놀란 감독 팬이시라면 추천합니다. 재미가 약할 뿐이지 완성도는 좋았습니다. 그냥 일반 관객들은 보지마세요! 내용 따리가기도 정신없고 중간에 졸 수 있습니다.”

“러닝타임 3시간 동안 눈 감는 게 아까울 정도로 최대한 내내 번쩍 뜬 눈으로 봤네요. 창피하긴 하지만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에 대해 잘 몰랐었어요. 게다가 놀란 감독 영화인지라 개봉 전에 다큐멘터리, 인터뷰, OST 등 꽤 예습해뒀는데 영화보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인물 간의 갈등을 이해하는데 쉽게 됐네요. 개인적으로 인생작은 엔딩크레딧 흐를 때 충격에 휩싸여서 멍하게 있을 때 주로 인생작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오펜하이머>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역시… 훌륭하다’라는 생각은 하면서 나왔습니다. 다만 ‘폭발’과 비주얼적 재미를 생각하고 가면 안 될 영화이긴 합니다.”

“베드씬이 진하다 그래서 가족 단위 관객들이 보기 민망하겠다 싶었는데 민망했을 것 같아요. 전기를 다룬 거기도 하지만 나름 엄청 찐한데 말이죠.”

“이번 영화는 다소 의외였던 게, 화면보다는 사운드가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에서 들었던 사운드들과 유사한 느낌으로 여러 곳에 음향효과와 BGM이 배치되어 있었고 폭발 장면보다도 오펜하이머의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도구로써 사운드가 많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맥스 관람도 물론 좋겠지만 사운드 특화관에서 관람도 강추드립니다.”

“아이맥스로 볼 거는 아니에요 일반관에서 봐도 됩니다.”

“본인의 취향이 액션, 스펙타클이면 ‘굳이’지만 서사와 웅장함을 좋아하신다면 아이맥스 강추드립니다.”

“차이없어요. 아이맥스 돈 아까워요. 인물위주 영화라 대충 인물 지식 아시면 좋겠어요.”

“일반관에서 안 봐서 비교는 힘들지만 아이맥스에서 본 걸 후회하진 않네요.”

“아이맥스 장점이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블록버스터 오락영화는 아니다 보니 의견이 엇갈리네요.”

“일반 아이맥스 관에서 봤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돌비가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네요. 폭파 장면처럼 화면으로 압도되는 장면보다는 소리묘사가 더 중요하게 느껴져서요. n차를 뛰거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야 한다면 저는 돌비로 보길 추천하겠습니다.”

한편, 이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생애를 다룬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재출간된 평전도 교보문고, 예스24 등지에서 종합베스트셀러 1위, 자연과학 분야 1위에 올랐다.

지난 8월 3일 tvN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에서 오펜하이머의 삶과 원자폭탄 개발을 이끈 ‘맨해튼 프로젝트’를 다룬 후 높은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