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8월 23일 언론노조 소속 MBC 조합원들이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월 26일 오전 서울고법 형사 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광한‧김장겸 전 MBC(문화방송) 사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2018년 1월 검찰은 “김 전 사장 등이 MBC 노조의 영향력 약화를 목적으로 노조원 승진 배제, 노조 탈퇴 종용 등으로 노조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김 전 사장 등을 기소했다. 이에 김 전 사장은 당시 “법리 논란을 떠나 사장 재임 시 위임 전결 규정에 따라 내가 관여하지도 않았던 인사 내용까지 범죄 사실로 넣었다”고 반박했다.
“사장은 평사원 인사에 관여하지 않아”
김 전 사장은 “검찰이 기소한 내용 가운데 자신이 사장 재임 시 일어났던 일을 문제 삼은 것은 2017년 3월에 있었던 평사원 전보 인사가 유일하다”면서 “MBC 내 평사원 인사는 본부장끼리 협의하고 부사장 전결로 이뤄진다. 사장은 평사원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MBC 언론노조원들은 “김장겸 사장한테 찍혀 ‘유배지’로 불리는 부서로 인사 발령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평사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간부들은 모두들 “김장겸 전 사장이 평사원들의 인사에 개입한 적도 없고, 이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2019년 2월 19일,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모두 인정해 김 전 사장에 유죄를 선고했다. ‘김장겸 사장 취임 후 처음 치른 인사였으므로, 자신의 결제 사항은 아니었지만 비보직자 인사에도 관심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자 특별근로감독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만인 2017년 6월 말, 고용노동부는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노동부는 ‘MBC의 부당 노동행위가 드러났다’며 대표이사가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했다. 당시 김장겸 사장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판단해 출석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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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1월 8일 오전 김장겸 MBC 사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하려 하자 언론노조원들이 길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조선DB |
김장겸 사장이 출석을 거부한 채 자리를 지키자 민주노총 소속 언론노조 MBC 본부는 8월 24일부터 총파업을 벌였다. 그러자 9월 1일에는 노동부와 검찰도 나섰다. 김 전 사장이 출석 조사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했다. 이날은 방송의 날이었다.
일주일 뒤인 9월 8일,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문건인 이른바 ‘방송장악 문건’이 폭로됐다. 이 문건에는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한 총파업 등 MBC‧KBS 사장 퇴진 로드맵이 담겨 있었다. 언론노조는 김장겸 사장의 출근을 막는 등 무력시위를 벌였다.
MBC뿐만 아니라 KBS 이사장과 이사진을 내쫓기 위한 언론노조의 전방위적 활동은 계속됐다. 당시 KBS의 한 이사가 사퇴를 거부하자 언론노조원들은 그가 근무하는 학교에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였다.
30년 근무했는데 퇴직금도 못 받고 내쫓겨
김장겸 사장은 임기 3년의 대표이사 사장이 된 지 8개월 20일 만인 2017년 11월 13일 해임되고 만다. 이날은 그가 1987년 문화방송에 수습기자로 발을 들인 지 만 30년에 사흘이 모자라는 날이었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사장 해임안이 상정되자 주변에선 김 사장에게 “사표를 내 퇴직금이라도 받으라”고 권했다.
이런 방식으로 해임되면 방문진이 김장겸 사장에게 귀책 사유를 물어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방문진은 김 사장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막았다. ‘사표’ 대신 ‘해임’을 택한 김장겸 사장은 퇴직금까지 박탈당한 채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는 현재 퇴직금 반환 청구 소송도 한편에서 벌이고 있다.
김장겸 전 사장은 2심 판결 직후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우선 법원 판결은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의 본질은 문재인 정권과 언론 노조가 결탁해 나를 쫓아내고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노동조합법 위반이라는 누명을 덧씌운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공영 방송이 제구실을 못 하고 정치 권력과 유착돼 선동 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 KBS는 ‘수신료를 올려 달라’고 하고, MBC까지 나서 자신들도 수신료를 받게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국 사태, 채널A 기자 구속 등 각종 사건‧사고를 통해 권력과 언론이 유착 관계에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언론노조, 정치 세력)이 부르짖던 공정이라는 말이 위선이라는 게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