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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년 4월호

申載仁 - 《과학기술의 사회사》, 《과학의 反사상》 朴益洙 著

원자동력 이후의 시대를 상상하게 하는 科學社會史의 ‘바이블’

글 : 申載仁 전임출연연구기관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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申載仁
⊙ 68세,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졸업. 美 MIT대 핵공학 박사.
⊙ MIT대 핵공학과 연구원, 한국전력기술 원자력사업단장,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역임.
⊙ 저서: 《빈 마음으로 보는 새로운 세상》.
⊙ 現 전임출연연기관장협의회 회장.
  1984년 봄, 한국형 표준원전을 개발하는 기술팀은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반핵(反核) 단체를 포함해 표준원전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허약한 기술능력과 작은 국내 전력수요 시장을 내세워 이 국가사업에 대해 강한 반대를 표시했다.
 
  한국형 표준원전 개발을 선호했던 사람들도 우리의 기술능력을 고려해 ‘부분적 표준화’를 시도하든지 아예 한국의 독자적인 소형 원전(原電)을 개발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와 같이 원전기술 자립을 시도했던 대만은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된 주요 계통과 부품만 표준화하는 ‘부분적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었고, 일본은 표준화라는 의미를 두지 않고 두 종류의 미래형 경수로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이런 반대 의견들 때문에 ‘한국형 표준원전 개발사업’에 대한 정부 예산은 그해 삭감됐다.
 
  ‘원전표준화’ 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년 후 한국의 미래 사회상을 인문·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예측하기 시작했다. 국가 경제발전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낙관적이었다. 2000년대의 한국 미래사회는 중형(1000MWe) 원전을 한국형 표준원전으로 개발하기 위한 충분한 시장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기술적 능력은 그때 대두됐던 외국과 합작하고, 후에 자립하는 ‘중간 진입전략’을 이용해 전문인력과 정보를 확보하기로 결정하고 정부의 승인을 얻었다.
 
  다행스럽게 1984년에 수행했던 20년 후의 한국 미래사회 예측은 정확했고, 이렇게 개발된 ‘한국형 표준원전’은 12기(基)가 국내에 이미 건설돼 세계 최고의 안전운전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세계에서 발전비용이 가장 저렴한 경제성 있는 원전으로 공인을 받았다.
 
  이런 실적 때문에 우리 ‘한국형 표준원전’은 2010년 말에 UAE에 수출됐다. 대만이 추진한 ‘부분 표준화’ 사업은 비(非)경제성이 입증돼 중단됐고, 원전건설 자체가 중단됐다. 일본이 추진한 첨단 미래원전 개발은 안전성과 필요성이 입증되지 못해 실제로 건설되지 못하고 있다.
 
  ‘진산(秦山)’이라는 소형 표준원전을 개발했던 중국은 대형 표준원전 개발에 머뭇거리고 있다. 한국형 표준원전 개발 성공은 앞으로 선진국들이 환경문제를 중요시할 것이라는 사실, 고유가(高油價),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한국이 에너지 자원 부족으로 원전건설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1984년의 미래예측, 이 모두가 맞아떨어져 이뤄진 것이다.
 
 
  미래의 바른 進化를 위한 과학기술의 사회사
 
  과학과 사회는 동반해서 진화(進化)한다. 과학기술적 지식과 생산품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없어 사회적인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소멸되고 성공하지 못한다. 반대로 사회는 과학기술적인 결과물을 이용해 진화하고 발전한다. ‘애플’이 개발한 휴대폰과 사회연결넷은 이미 중동지역의 민주화인 ‘재스민 혁명’의 불길을 올렸다. 컴퓨터의 도움을 받지 않는 영화는 이제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2011년 3월 미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열린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에서도 인간애(人間愛)를 품은 기술이 화두였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 보완적 진화를 위한 선순환 연결운동은 1970년 유럽에서 시작됐다.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지식을 같은 형식으로 상호 연결해 역사적인 필연적 관계를 정립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과학은 인간이 살고 있는 사회와 문명으로부터 독립적으로 발전해 온 것이 아니고, 인간사회가 생성한 사회체제에 의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럼으로써 미래의 과학기술과 사회의 진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과학기술의 사회사》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과학사를 강의하던 고 박익수(朴益洙) 교수가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과학’, ‘기술’, ‘사회 및 정치’, ‘사상’의 4개 분야를 시대별로 나열했다. 우선, 역사를 종합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해하도록 유도하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미래를 보다 명확하게 예견하며, 현재를 보다 슬기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지침서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다.(책의 저자 서문에서)
 
  특히 이 책은 독특하고 유일하게 ‘동력(動力)’을 과학사 시대구분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과학기술로 만들어진 ‘기술에너지’, 즉 동력이 사회의 발전이나 사회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문명(文明)을 혁신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동력과 연결되는 것은 ‘불’이다. 이 책에서 역사는 원시동력시대, 자연동력시대, 증기동력시대, 전기동력시대, 원자동력시대로 구분하고 있다. 제3의 불까지 기술됐다.
 
  인류 사회에 가장 영향을 준 산업혁명에 대해 저자는 산업혁명 그 자체보다는 산업혁명 때문에 유인된 사회적 영향을 더 중시하고 있다. 산업혁명은 공업도시의 발달로 인한 농촌과 가내(家內) 수공업의 붕괴, 교통기관의 새로운 발명, 산업자본주의의 태동, 강력해진 자본주와 노동자의 대립, 자본가계급과 무산자계급의 충돌 등 거대한 사회적 변혁을 일으켰고 종교개혁, 영국의 시민혁명, 프랑스혁명과 미국의 독립과 같은 근세 역사의 틀을 만들었다고 적고 있다.
 
  박익수 교수의 강의가 그러했듯 쪽수가 찍히는 지면 하단에 작은 글씨로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과학자가 아닌 기술자에 의해서 시작됐으며, 당시 영국에서 경험철학이 신봉되고 있었던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적어 작은 소리로 귀띔하고 있다. 원자동력시대에서는 자동화(Automation)와 전자공업의 발달을 2차 산업혁명으로 규정하고, 이 과학적 산물들이 선한 사회적 연관을 통해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자동력 이후의 시대를 상상하게 만드는 책
 
  이 책의 말미에는 과학사상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통계적 확률적 법칙과 우연, 물질의 양면성과 모순, 소립자(素粒子)의 단일체이면서 복합체적인 특성들을 통한 정(正)과 반(反)의 우주체계 등이 다뤄지고 있다. 이런 과학사상들을 저자는 다른 책 《과학의 반(反)사상》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현대과학이 보는 자연의 본질은 정과 반의 대립이고, 모순의 갈등이다. 따라서 인간이 주체가 돼 이뤄진 모든 사회의 본질과 현상에도 이러한 정·반의 사고와 행동이 근원이 돼 있고, 이것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저자 서문 중에서)
 
  내가 대학생활을 시작했을 때, 이 책은 과학이라는 무미건조한 냄새로 가득했던 회색의 불암산(佛岩山) 자락을 봄의 향기로 채색하고, 사회변화와 과학기술의 상호 연계성을 통한 미래 예측의 기본 정신을 심어 주었다. 그 외에도 박익수 교수는 지극히 인간적인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위대한 과학자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고뇌와 고통을 보여주고 과학과의 인간적인 친밀성을 만드는 중매자(仲媒者)가 됐다.
 
  나는 원자동력 이후의 시대에 대한 상상을, 낡고 고전적인 이 책을 읽으면서 하는 또 다른 습관이 생겼다. 예를 들면 태양이나 바람을 이용하는 자연동력 시대로의 회귀와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를 이용한 대도시의 파괴와 같은 반(反)산업혁명적인 미래사회의 그림을 상상하고 있다. 이 그림이 현재 2050년에 상용화해야 할 핵융합발전의 밑그림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더욱 포괄적인 과학기술과 사회사를 담는 새로운 세계사, 즉 지구와 인류역사를 결합해 인간이 누리는 삶을 인간의 관점만이 아니라, 거대한 자연(지구)의 관점에서 이해함으로써 자연과 인류가 함께 평화롭게 공존하는 역사관을 담는 새로운 세계사 ‘거대사(Big History)’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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