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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4월호

노동법제와 고용

부실한 사회안전망이 고용 유연성 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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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적 측면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 접근, 투쟁 위주의 의식이 문제
파업으로 인한 노동손실일수 국제비교에서 OECD 최고수준


崔榮起 한국노사관계학회장·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1952년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美 텍사스대(오스틴) 경제학 박사.
⊙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원장·석좌연구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자문위원,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 위원, 노동부 고용정책심의회 위원 역임.
⊙ 現 한국노사관계학회장,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볼 때 한국 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부문의 하나로 지목되는 분야가 노동시장·노사(勞使)관계 관련 제도와 의식일 것이다. 선진화의 주요 걸림돌 중 하나도 바로 낙후된 노사관계다.
 
  그동안 정부가 이 부문의 개혁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김영삼(金泳三) 정부는 노사개혁을 세계화 개혁의 주요 항목으로 내세우면서 1996년 대통령 직속의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치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했다. 비록 애초 목표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노동기본권의 신장과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시대적 추세를 반영해 노동법을 큰 폭으로 손질할 수 있었다. 기업 차원에서도 노조 설립과 자율적인 단체교섭이 일반화하면서 노사자율의 노사관계 질서가 형성돼 왔다. 덕분에 최근에는 1987년 이후의 폭발적인 노사분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조짐이 보였다.
 
  1998년 외환(外換)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에 의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던 시기에도 대대적인 노사관련 개혁이 있었다. 정리해고 조건의 완화를 골자로 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교원·공무원의 단결권 보장 등 노동기본권의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노동법 개정이 노사정(勞使政)의 대타협으로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법제도 개선을 거치며 노동관련 법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볼 때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비됐다. 복수(複數)노조 도입과 전임자(專任者)제도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이번 노동법 개정으로 법제도적 측면에서의 선진화는 일단 마침표를 찍었다.
 
 
  사회안전망과 교육·주택에 대한 정부 투자 최하위 수준
 
77일간 계속된 쌍용차 사태 등 고용조정을 둘러싼 극한투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부실한 사회안전망에 있다.

  재계와 경제정책 당국에서는 고용관련 규제 완화를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사실 고용관련 법제도에 근본적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해고(정리해고)의 경우, 1998년 법 개정이 있었지만 기존의 판례(判例)를 법정화(法定化)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또 비정규직으로 통칭되는 다양한 형태의 고용에 대한 법적 규제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강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렇지만 지난 2007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와 사용기간제한(2년)을 내용으로 하는 법규가 신설되면서 법적인 고용경직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OECD 평가에 따르면 한국의 법적 고용경직성 정도는 30개 OECD 국가에서 중간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2003년 기준으로 12위였다가 비정규직 보호법 제정 이후인 2008년에 14위로 하락했다. 그러나 기업 경영자들이 체감하는 고용 경직성은 그 이상으로 매우 높고, 실제 해고비용도 높은 편이다.
 
  고용경직성을 초래하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는 연공서열(年功序列)에 기초한 임금과 인사제도다. 고도성장·완전고용 시대에 운용되던 연공형 임금체계와 인사제도는 저성장·고용위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동경직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 비정규직 채용이 늘고, 기업의 고용조정 관련 비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문제는 사회안전망 수준과 함께 봐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의 사회안전망과 교육·주택에 대한 정부 투자는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 10여 년간 사회안전망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지만 OECD 평균 수준에 이르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노동자는 고용조정에 결사적으로 저항하고, 이 때문에 기업의 해고비용이 높아지는 것이다.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높은 교육·주택 비용과 노후(老後) 연금체계의 미비도 노동시장을 경직시키는 중요 변수다.
 
  때문에 노동시장 유연화는 국가의 사회안전망 투자, 기업 차원의 인사제도 및 임금체계 개혁과 맞물려 있는 과제다.
 

  고용 유연성 문제를 제외하면, 이제 노동법제 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는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노동시장·노사관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아마도 법제도 운영의 소프트웨어가 부실하고, 운영주체의 의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불법과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1987년식 노동운동이다. 권위주의적 기업문화나 정부의 과도한 친(親)기업적인 행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의 관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건강한 노동운동 리더십의 확립이다. 1987년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형성된 대중투쟁의 관성(慣性)에서 벗어나, 이제는 어떠한 경우라도 법과 제도가 보장하는 절차에 따라 노사갈등을 풀어가겠다는 노동운동 지도부의 확고한 입장천명이 필요하다.
 

 
  노조의 파업권 남용 개선돼야
 
  노조의 파업권 남용도 개선돼야 한다. 1990년대 중반 안정을 찾아가던 노사관계는 1998년 이후의 기업단위 구조조정에 휘말려 다시 한 번 극단적인 갈등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여파가 지나갔어도 파업으로 인한 노동손실일수 국제비교에서 한국은 아직도 OECD 최고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골적인 파업에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업장 내에서 벌어지는 노동조합의 크고 작은 불법적인 업무방해 행위(점거·농성·사보타주 등)를 근절하는 노력도 필요하다.사업장 내에서 흔히 벌어지는 노조의 불법행위나 부당한 경영개입 관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노사단체의 체계적인 계도와 교육으로 스스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아울러 사(使)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정부의 보다 엄격한 감시도 필요하다. 특히 앞으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소지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특별한 경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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