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1인당 원조 분담액 룩셈부르크 834달러, 노르웨이 826달러, 스웨덴과 덴마크는 500달러,
한국은 불과 16달러
⊙ 개발도상국의 빈곤탈출과 경제발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원조를 제공해야
朴大元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 1947년 경북 포항 출생.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파리 국립행정대학원 수료, 알제리 피아레大 명예박사.
⊙ 駐프랑스 한국대사관 서기관, 駐제네바대표부 참사관, 외무부 의전심의관, 駐알제리 대사,
서울시 국제관계 자문대사.
한국은 불과 16달러
⊙ 개발도상국의 빈곤탈출과 경제발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원조를 제공해야
朴大元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
⊙ 1947년 경북 포항 출생.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파리 국립행정대학원 수료, 알제리 피아레大 명예박사.
⊙ 駐프랑스 한국대사관 서기관, 駐제네바대표부 참사관, 외무부 의전심의관, 駐알제리 대사,
서울시 국제관계 자문대사.
- 박대원 한국국제협력단 이사장이 2009년 5월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 사막에서 열린 나무심기사업에 참가했다.
유래는 서양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훌륭한 사례가 있다. 영남지역에서 300년간 富(부)를 누린 경주 崔(최) 富者(부자) 가문이다. 많은 이가 최씨 가문이 그토록 오랫동안 부와 명예를 유지했던 비결이 독특한 家訓(가훈)에 있다고 말한다.
‘만 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주변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이 그것이다. 최씨 집안은 대대로 가훈을 실천하면서 흉년기에는 차용증서를 불태우고 저당으로 잡은 집문서는 되돌려 주었다. 이런 善行(선행)으로 조선 말기 동학농민전쟁 등 民亂(민란)을 당했을 때도 화를 피할 수 있었다.
‘나눔과 상생’의 원칙 아래 자신의 부를 가난한 이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데 활용한 최 부자 가문의 예를 오늘날 우리는 유럽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는 모두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5만 달러를 넘은 나라들로 인구 500만명 이상 국가 중에서는 가장 부유하다. 이들은 그저 잘살기만 하는 나라가 아니라 세계에서 다른 나라를 가장 많이 돕는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스웨덴은 국민소득의 약 1%를, 다른 4개 국가도 0.8~0.9%에 이르는 금액을 公的(공적)개발원조(ODA)에 투입했다. ODA는 우리가 흔히 원조라고 부르는 것으로, 한 나라의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다른 나라를 돕는 것을 말한다.
국민 1인당 원조 분담액으로 보면 룩셈부르크 834달러, 노르웨이 826달러에 달했고 스웨덴, 덴마크도 500달러를 넘어섰다. 환율 1150원을 기준으로 하면 룩셈부르크와 노르웨이 국민은 개인적인 기부 외에 1년에 1인당 100만원, 스웨덴과 덴마크 국민들도 60만원 정도를 개발도상국에 원조로 기부한 셈이다.
원조는 장기적인 ‘투자’
이들 나라가 더 잘살기 때문에 더 많이 돕고 있는 것일까.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들 국가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기록하던 1996년에도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국민소득의 0.8~1%를 원조로 지원했다. 비율로 보면 현재와 다름없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소득수준의 변화에 관계없이 꾸준히 국민소득의 1% 가량을 해외원조에 지출하고 있다.
정권의 이념과 관계없이 원조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원조에 대해 덴마크 정부가 전략적인 관점을 가졌기 때문이지만, 성숙한 세계시민의식을 갖춘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와 국민 모두 원조를 自國(자국)의 國格(국격)과 국가브랜드를 높이고,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국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투자’로 인식한 결과다.
북유럽 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는 선진국들의 의무이며 궁극적으로 선진국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있다. 이처럼 장기적 관점의 국익을 염두에 둔 원조정책은 그 ‘순도’가 매우 높다.
2007년 기준으로 북유럽 3국의 아프리카 원조비율은 38%에 달하는 등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最貧國(최빈국) 위주로 원조가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공격적 ODA 투자’는 이들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인도주의 강대국이 되는 데 이바지했으며, 이는 곧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부가적 국익을 창출하고 있다.
2006년 미국 <포브스>지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100대 기업에 유럽의 中小國(중소국)인 덴마크의 기업이 10개 社(사)나 포함됐다. 에릭슨, 사브(SAAB), 이케아(IKEA), ABB 등 우리에게 로고만으로도 신뢰감을 느끼게 해 주는 이들 기업들은 모두 스웨덴 기업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한 국가의 이미지가 자국의 기업이나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국가 이미지=기업 신뢰도
우리가 자랑하는 삼성이나 LG 등은 한국기업이라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기보다 기업이나 제품 홍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가치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국가브랜드가 낮게 평가된 이유는 여러 방면에서 찾을 수 있겠으나 ‘인색한 국가’라는 이미지 또한 브랜드 가치 평가에 적지 않게 반영된 것이 사실이다.
지난 2007년 국민소득 2만4000달러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당시 국민소득의 0.07%를 개발원조에 투입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원조 분담규모는 16달러로 현재 환율로 2만원이 채 안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기록하던 1996년에도 국민소득의 0.8~1%를 원조로 지원한 바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와 룩셈부르크는 1인당 1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원조로 개발도상국에 지원했다.
우리는 경주 최 부자 가문의 정신적 유산을 과연 제대로 이어받고 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우리는 흔히 ‘무역규모 세계 10위권’, ‘OECD 회원국’,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 등으로 우리 자신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소득 대비 개발원조 비율은 0.09%로 2007년에 비해 0.02%포인트 높아지기는 했지만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평균 0.3%의 3분의 1 미만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0.34%)나 네덜란드(0.8%)는 물론, 1인당 소득이 비슷한 포르투갈(0.27%), 뉴질랜드(0.3%)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공교롭게도 지난 20년간 ‘ODA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OECD 국가 중 현재 4만 달러 이상 소득국에 진입한 나라는 거의 없다. 그리스와 포르투갈, 뉴질랜드는 1997년이나 2007년이나 국민소득 대비 원조 비율이 0.1%에서 0.2%대에 머물고 있다. 이들 국가의 국민소득은 2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으며 단기간 내 3만 달러대로 진입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해외원조를 많이 해서 국력이 약화된다는 우려나 부자나라가 되고 나서야 원조를 많이 할 수 있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설명해 준다. 작은 부자는 개인의 절약과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큰 부자는 하늘의 뜻과 이웃의 마음을 얻어야만 가능하다는 옛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것이다.
2009년에 DAC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선진원조국들에 현행 원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발도상국의 빈곤탈출과 경제발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원조 방안이 무엇인지 助言(조언)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원조의 양적, 질적 개선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갖는 우리의 독특한 장점을 잘 살린다면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세계적인 주목과 찬사를 받게 될 것이다.
수출주도적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의 국격, 이미지, 브랜드,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 해외에서 우리 상품이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품격이나 이미지를 보여주는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약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기술과 산업이라는 하드파워(hard power)로 2만 달러 시대를 달성했다면, 4만 달러 진입을 위해서는 소프트파워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 순위는 세계 50개 나라 중 33위에 머물러 있어 세계 13위인 경제규모와 비교해 너무나 초라한 상황이다. 특히 인도나 중국 등 신흥국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하드파워 경제를 기반으로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는 이들 신흥국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식기반의 발전단계로 서둘러 진입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추진력은 소프트파워가 될 것이다.
우리가 기존의 하드파워에 소프트파워를 결합한 스마트파워(smart power)를 갖추게 될 경우 2050년이면 우리나라가 세계 2위의 국민소득 국가가 될 것이라는 골드만삭스의 예견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가 원조를 활용하여 스마트파워를 갖추기 위해 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경제사회적 발전과정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고, 이러한 기여를 세계에 알리는 방법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던 나라가 원조를 통해 선진국으로 발돋움했고, 선진국에 진입하자마자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진정성을 갖고 개발도상국에 돌려주고 있는 나라’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