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별책부록
  1. 2010년 1월호

대학이 길러내야 할 4만 달러 시대의 인재

신지애, 코코 샤넬型 인재가 필요하다

著者無   

  • 기사목록
  • 프린트
⊙ 창의적 인재양성 위해 通涉 또는 학제 간 교육이 필수적
⊙ 과거에는 우직하고 성실한 인재가 최고였으나 새로운 시대에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

金漢中 연세대 총장
⊙ 1948년 서울 출생.
⊙ 대광고, 연세대 의대 졸업. 同 대학원 보건학 석사, 서울대 보건학 박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大
    보건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 연세대 의대 교수, 한국보건행정학회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대통령자문 의료제도발전委
    건강보험전문위원장 역임, 現 대한예방학회 이사장.
  맹자가 취직을 하기 위해 양나라 혜왕을 만났다. 혜왕은 이 똑똑한 친구가 자기 나라에 와 준 것이 너무 기뻤다. 혜왕은 맹자의 손을 잡고, “그대가 몸소 不遠千里(불원천리)하고 달려와 주시니, 이제 이 나라에 어떤 利益(이익)이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맹자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왕께서는 어찌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仁義(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중국 전국시대 때 이야기다. 나라 간의 경쟁이 얼마나 심한지 한 사람이라도 더 인재를 곁에 둬야 하는 절박한 사정은 채용하는 입장인 왕이 더했다. 그것은 나라의 이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그런데 맹자는 이익 대신 인의를 말했다. 맹자는 과연 왕의 마음에 들어 채용됐을까?
 
  요즈음 나라 간의 경쟁은 중국의 전국시대보다 더하다. 그러니 나라마다 인재를 구하느라 혈안이다. 인재를 기르는 핵심적인 기관이 대학이다 보니,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길은 혜왕보다 절박하다. 이익이 되는 인재를 길러 달라는 것이다.
 
  대학을 책임지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 대학교의 교훈은 ‘진리·자유’다. 맹자 식으로 표현하면 인의에 가깝다. 그러나 이 교훈만으로는 혜왕 앞의 맹자가 되는 꼴이다. ‘진리·자유’ 밑에 ‘이익’이라 집어넣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세상의 어느 대학도 교훈에 ‘이익’을 집어넣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요즈음 말하는 實利(실리)라는 좀 더 점잖은 표현까지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익인가, 인의인가를 따지는 데서 좀 더 나가고 싶다. 이익이 중요한 세상이 요즘뿐이었겠는가마는, 근대 자본주의의 성립 이후 우리 사회가 가는 길은 이윤추구에 첨예화돼 있다.
 
  누구도 이익을 떠나서는 존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나는 이익에는 小利(소리)와 大利(대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리’는 자기 개인만의 이익이다. 개인을 둘러싼 좁은 범위, 이를테면 가족의 범위를 넘어가지 못한다. 사실 그것은 평범한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이고, 그조차 이루지 못하면 남의 신세를 면하기 어려우니, ‘소리’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기본 행세를 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비해 ‘대리’는 개인의 범위를 넘어간다.
 
 
  내일의 큰 세상을 만드는 인재
 
세상의 인재는 창의에서 나온다. 사진은 2009년 KLPGA 투어 하이트컵 챔피언십에 출전한 신지애. 골프선수 신지애는 창의정신의 전형이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신지애 선수는 2009년 한 해 동안 50억원 이상을 벌었다.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뜨자 가난한 목회자였던 남편은 빚 탕감하고 남은 보험금 1700만원을 딸의 미래를 위해 바쳤다. 잘 알려진 신 선수 아버지의 이야기다.
 
  1700만원은 적은 돈이지만 50억원은 확실히 큰돈이다. 앞으로 신지애 선수의 상금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는 눈앞의 ‘소리’가 아니라 먼훗날의 ‘대리’를 보았던 것이다. ‘대리’를 추구하면 돈의 규모도 커지지만 이를 수혜하는 범위 또한 한정 없이 넓어진다. 나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대학에서 나는 이런 인재를 키우고 싶다. 내일의 큰 세상을 만드는 인재 말이다. 지금 세상의 인재는 무엇이 바탕을 이루는가. 나는 그것을 創意(창의)로 본다.
 
  그런데 창의적인 교육은 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1920년대에 이미 코코 샤넬은 창의적인 생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던 사람이다.
 
  그녀의 명성은 검은색을 패션에 이용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블랙 드레스’가 성공하기 전까지 검은색은 죽음과 슬픔을 나타내는 색깔이었고, 하층민 이미지를 가진 색상이었다. 샤넬은 그녀만의 독특한 안목으로 검은색에서 아름다운 삶의 빛을 발견해 냈다. 그리고 실용성과 활동성 있는 의류에 검은색을 씀으로써 죽음과 슬픔의 색깔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세상을 거꾸로 본 것이다.
 
 
  복수전공, 이중전공 기회 늘려야
 
  그렇다면 오늘날의 창의는 무엇인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창의적인 인재로 기르는 데는 通涉(통섭) 또는 학제 간 교육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기 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가 없이는 자칫 평범한 제너럴리스트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
 
  반면 제 분야밖에 모르는 협소한 지식인을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본다. ‘박사’의 한자어 博(박)은 넓다는 뜻이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보면 ‘狹士(협사)’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경우가 허다하다. 알려지지 않은 사실(unknown fact)을 밝혀내는 일은 그 학문 분야가 달라도 방법론은 같다. 그래서 박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의 박사가 되자면 먼저 전문가로서 손색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찾아내는 방법을 체득해야 한다. 그래야만 거기서 나아가 새로운 대상과 소재를 찾아낼 수 있다. 이것이 오늘날의 창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대학에서 해야 할 미래 교육의 양상을 세 가지 방향에서 설명해 보자.
 
  첫째는, 역동적인 교육과정의 개편이다. 교육과정은 수시로 개편돼야 한다. 대학에서 배운 기술로 평생을 직장 생활하던 시대는 지났다. 통섭의 지식을 습득하게 하기 위해서는 복수전공, 이중전공의 기회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제도만 만들 것이 아니라 학생이 여러 전공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그 장벽을 낮춰야 한다. 지금은 필수과목 학점이 너무 높아, 다른 전공과 함께할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할 것이 영어를 비롯한 언어교육이다.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비슷한 스위스를 예로 들어보자. 전 국민이 독일어와 프랑스어,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영어로 강의를 진행했다. 언어 구사 능력을 토대로 우수한 학술 논문을 다양한 언어로 써서 발표했다. 그 결과 노벨상 수상자도 많이 배출했는데, 그 기본은 언어 능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스위스와 비견한다면, 영어를 필두로 일본어와 중국어 교육이 필요하다.
 
 
  4만 달러 시대의 인재
 
  둘째는, 치밀한 産學(산학)협력체제 구축이다. 한정된 연구인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업체와 대학 사이의 원활한 산학협력 구조는 일정한 소득 외에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하게 한다.
 
  현재 산학협력에서 연구 진행을 위한 경제적 주체는 산업체이기 때문에 대학은 수동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산업체는 상업화가 가능한 기술 개발을 요구한다. 이것이 당장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원천기술 개발 및 연구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오래지 않아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이것은 ‘소리’다.
 
  지식기반 경제구조에서 창조적인 기술 개발 및 연구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기 위해 국가 및 대학 연구기관 주도의 중장기적인 선행 및 선도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 다음 산업체 주도의 응용 기술이전 사업이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대리’를 이룰 수 있다.
 
  셋째는, 대학의 재정확보다. 국민들은 국내 대학들이 세계 일류대학과 비교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면서 외국 사립대학 등록금의 30% 수준인 등록금은 비싸다고 비난하고, 기부에는 인색하다.
 
  20조원이 넘는 기금을 갖고 있는 하버드대는 기금 총액에서 부동의 세계 1위이고,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학에 기금 모금의 기회를 좀 더 넓혀 주고, 대학이 참여하는 수익사업 전개에 과감한 혜택을 줘야 한다.
 
  ‘소리’는 ‘小貪(소탐)’에 불과하지만 ‘대리’는 큰 꿈을 꾼다. 소탐이라도 있었기에 우리가 2만 달러 시대를 달성했다면, 큰 꿈이 있어야 4만 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 4만 달러 시대는 큰 꿈을 가진 리더가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가 2만 달러 시대를 이룬 것은 이른바 굴뚝산업이라 불리는 제조업과 그에 따른 서비스업 덕분이었다. 1970년대부터 이러한 산업의 발전을 통해 산업 인프라를 갖출 수 있었고,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의 탈출구로 인력 자원 창출에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4만 달러를 바라보는 21세기의 경제는 다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등을 통한 고도의 글로벌화, 노동 및 자본과 같은 전통적인 생산 요소와 더불어 지식·의료·교육 같은 서비스 산업, 선도 기술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생산 요소의 지식기반 경제가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를 꿈꾸는 것도 인재요, 이루는 것도 인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학에 있는 사람으로 한 가지 아쉬운 현상이 있다. 평준화의 추구에 따른 부작용의 하나인데, 중·고교만이 아니라 대학까지 평준화 속에 가두려는 점이다. 대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월성의 추구다. 이를 가로막아서는 안된다. 적응과 경쟁을 통해 한 발짝이라도 더 앞서 나가려는 노력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