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질서만 잘 지켜도 국내총생산(GDP)의 1%(10조원)에 가까운 國富 창출 가능
李石淵 법제처장
⊙ 1954년 전북 정읍 출생.
⊙ 전북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법학 박사, 일본 게이오(慶應)대학 방문연구원
(Visiting scholar).
⊙ 제23회 행정고시·제27회 사법시험 합격, 법제처 사무관·법제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경실련 사무총장,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장, 헌법포럼 상임대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시변) 공동대표, 제조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역임.
李石淵 법제처장
⊙ 1954년 전북 정읍 출생.
⊙ 전북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법학 박사, 일본 게이오(慶應)대학 방문연구원
(Visiting scholar).
⊙ 제23회 행정고시·제27회 사법시험 합격, 법제처 사무관·법제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경실련 사무총장,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장, 헌법포럼 상임대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시변) 공동대표, 제조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역임.
- 대법원 현관에 세워진 법과 정의의 상. 우리나라 국민들의 법질서 준수수준이 낮은 이유는 법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은 근면한 국민성과 높은 교육열, 효과적인 국가정책목표 수립과 강력한 추진력 등 여러 가지 요인에 힘입은 것이지만, 무엇보다 헌법을 頂點(정점)으로 하는 근대적 법제도를 갖추고 이를 국가경영의 기본 틀로 삼았던 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주의, 적법절차를 핵심으로 하는 法治主義(법치주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존중과 행복추구권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 기본권 존중의 정신을 그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다. 특히 우리 헌법이 制憲(제헌) 이래 채택한 시장경제질서(시장경제적 법치주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했다.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 우리 경제는 양적으로 크게 팽창하고 질적으로도 고도화를 示顯(시현)하면서 경제주체 간의 역할에 변동이 생기고 법제도도 자율과 경쟁의 원리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 단적인 모습은 1990년대 이후 역대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한 규제개혁이었다. 이름은 다르지만, 정부에 의한 과도한 규제를 담은 법령들을 개정하는 노력들이 펼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제를 운영하는 관료집단은 자신들의 능력에 대한 과신과 영향력 축소에 대한 우려감에서 수구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문성에서 관료들을 능가하지 못한 정치인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했다. 그 결과 통계 수치가 나타내는 것과는 달리 국민에게 규제개혁의 성과가 체감되지 못하고 관료들에게 실속 있는 규제는 여전히 존속됐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여 국민과 기업에 불편과 부담을 덜어주는 선진적인 법제시스템을 갖추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법질서 준수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한국의 법질서 준수 정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09년 9월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결과 한국은 전년도 134개국 중 13위였던 것이 6단계 하락하여 133개국 중 19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락의 주된 원인은 勞使(노사)관계의 비효율성, 정치불안과 더불어 정부규제 부담수준에서 오는 법령 遵守度(준수도)의 하락 등이다.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질서만 잘 지켜도 국민과 기업에 국내총생산(GDP)의 1%(10조원)에 가까운 비용부담, 즉 國富(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법제도가 중요한 국가적 인프라임과 동시에 불합리하고 낡은 법령 정비의 필요성을 방증하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 국민과 기업의 법질서 준수 수준이 낮은 것은 준법의식이 미약해서라기보다는 상당 부분 법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직도 우리 법령체계(이 경우 법령은 살인, 강도·절도, 사기·공갈 등 기초 형사법 관계 법령이 아닌 행정규제 관계 법령을 의미한다)가 지나치게 규제 간섭 위주로 되어 있어 민간의 創意(창의)와 활력을 저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법령이 상존하고 있다.
우리 법제는 기본적으로 금지나 규제를 원칙으로 하고, 해제나 허용을 예외로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유턴(U-turn)이 허용되는 지역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금지되는 지역만을 표시하여 허용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교통법규뿐만 아니라, 영업활동이나 토지규제 등 각종 법령에서 열거되는 것만 허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법령을 제로베이스(Zero-Base)에서 우선 폐지하거나 규정 삭제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존치하는 경우에도 헌법상 비례원칙(과잉금지원칙)에 따라 꼭 필요한 만큼만 보충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국민과 기업에 대한 불신과 행정편의를 전제로 한 事前的(사전적) 규제 방식인 인·허가 제도를 개폐하여 가급적 자유롭게 영업이나 사업을 하도록 하고, 사후적으로 문제되는 사항만을 금지·규제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정 방식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국민과 기업을 도와준다면서 간섭·규제 위주로 법률을 끌어들이려는 법률만능주의나 행정만능주의 풍토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
물론, 보건·환경·안전 등의 분야에 대한 규제와 법적 대응은 더욱 강화돼야 하고, 사회적 약자 내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는 헌법 정신의 내실화라는 차원에서 권리보장의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법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윌리엄 더글러스 美(미) 연방대법관은 “사회적 약자의 눈물과 한숨을 담아내지 못하는 법은 제대로 된 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헌법에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 생활무능력자에 대한 국가의 배려, 근로의 권리와 최저임금제의 보장 등 사회적 기본권은 확충돼야 한다. 또 중소기업과 농어민의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주어진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일도 법령에 주어진 역할이다.
우리 헌법은 그 前文(전문)과 기본권 조항에서 국민 생활의 상향적 조정(상향식 평준화)을 제시하고 있다. 경쟁에서 뒤처진 약자를 배려하려면 경제가 활력을 찾고 國富(국부)가 축적되어야 한다.
李明博(이명박) 정부 들어, 법제처는 ‘법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以法爲人·이법위인)’라는 기조 아래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법령, 기업과 영업활동을 제약하거나 지장을 주는 법령,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법령을 개폐하는 데 중점을 두어 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국민행복법령 창출을 통한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의 법적 토대를 다져 나갈 것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선도하기 위한 법치주의가 완성되려면, 국민의 불편을 덜고 지키기 쉬운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일단 시행된 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그 위반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 제재(처벌)가 반드시 이루어지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1) 법은 투명하고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2) 법은 공평하고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한다 (3) 법의 적용은 효율적이고 시의적절해야 한다는 법치주의 원리가 일상화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사회문제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절차와 방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논의되고 해결돼야 한다. 목표의 정당성에 앞서 법치주의의 생명인 적법절차가 존중돼야 한다. 적법절차가 무시되는 조치는 추구하는 목적과 관계없이 공권력의 남용이자 恣意(자의)에 지나지 않는다.
國格(국격)을 높이고 국민의 일상을 제대로 반영하는 법제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部處(부처) 간의 이해다툼을 해결하지 못해 중요한 법령이 적기에 입법되지 못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엽적인 조항 하나 때문에 시급하게 처리돼야 할 법령이 국무회의에 오르지도 못하게 하는 부처 이기주의는 이 기회에 뿌리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무총리가 헌법에 규정된 행정 각부 통할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의사결정 시스템의 개선에는 정치권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민생법안이란 것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국회를 공전시키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상임위 중심주의가 부처 이기주의와 결탁하여 청부입법이 벌어지는 사태도 추방돼야 한다. 국회의장은 본회의제도를 활용하여 국회 전체 차원에서, 국회 다수당은 정책위원회를 통해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최적의 대안을 찾아 법제화시켜 나가야 한다.
법제를 포함한 국가 선진화는 국민 전체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 진정한 國富(국부)를 이루는 길은 국가만이 천문학적인 외환보유고를 자랑하고, 국민의 생활은 달라진 게 없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실생활이 개선되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부의 偏在(편재)도 경계해야 한다.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기초하여 경제의 활력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과 소외계층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국부를 축적하면서 국격을 갖추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一流(일류) 국가가 되지 못한다. 법제의 재정비와 법치 원칙의 확립을 통한 선진적 국가시스템은 사회통합과 소통을 이루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