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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년 1월호

4만 달러 시대를 위한 인식과 발상의 전환

‘빠른 추격자’에서 ‘창의와 혁신 지향하는 리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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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산업패러다임의 단층적 변화로 열리는 성장의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 선진국들은 혁신과 창의에 기반한 그 ‘무엇’을 통해 인류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어

金柱亨 LG경제연구원장
⊙ 1955년 서울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同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위스콘신大 경제학 박사.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연구조정실장, LG투자증권 상무, LG 경영관리담당 부사장 역임.
  2010년 중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4%대로 회복되고,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1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면 1인당 국민소득은 다시 2만 달러 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안팎의 환경 변화에 휘둘리는 현재의 취약한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향후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추가적인 소득수준 향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대의 고소득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일은 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과제가 될 것이다.
 
  OECD의 공식통계를 살펴보면, 30개 회원국 가운데 2008년 현재 1인당 GDP가 4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미국·노르웨이·스위스·아일랜드·룩셈부르크 등 16개국에 이른다. 일본과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이 대부분 3만 달러 중·후반대, 그리고 헝가리·체코·멕시코 등은 우리나라와 함께 1만~2만 달러대에서 중·하위군을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 200여 개 국가 가운데 내로라하는 경제 엘리트국가들이 모여 있는 OECD 회원국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는 좀처럼 달성하기 쉽지 않다.
 
  현재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20개 회원국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넘어가는 데 평균 9.6년이 걸렸다. 그중 소득 4만 달러 이상 5개국이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 턱을 넘는 데 평균 6년 남짓한 시일이 소요됐다. 우리 경제가 ‘성공한’ 선진국들의 평균 궤적을 따라 간다면 1인당 소득 3만 달러는 약 10년 후인 2020년 전후에, 4만 달러는 2020년대 후반 어느 해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2030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4만 달러대를 기록하고 2050년에는 8만 달러대에 이르면서 미국에 이어 국민소득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남북한 통일에 따른 시너지효과와 인구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30~40년간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일본과 독일의 사례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그동안 많은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왔고, 우리와 제반 경제여건이나 성장의 궤적이 유사했던 일본과 독일의 경우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는 데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시점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적 이른 1991년이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 세계 최고의 인구고령화 추세 등에 시달리면서 무려 14년이 흐른 2005년에야 소득 3만 달러 고지를 밟았다.
 
  오랫동안 국토분단, 통일 문제 등과 씨름하면서 자동차, 기계장비, 화학 등 제조업 수출주도의 성장패턴을 유지해 왔던 독일도 統獨(통독) 이후 사회경제적 혼란과 천문학적인 통일비용 지출, 기업들의 해외탈출 러시 등으로 인해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는 데 OECD 평균보다 훨씬 긴 13년(1992~2005)을 기다려야 했다.
 
  일본과 독일이 국민소득 2만 달러대의 터널을 통과하는 데 그만큼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나라마다 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2000년대 한국경제가 돌아가는 모양새나 주변 여건들을 보면 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를 향한 우리의 앞날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금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산업화와 해외 식민지 경영에 나서면서 수세기 전부터 國富(국부)를 쌓아 왔다. 일본만 해도 100여 년 전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를 단행했고 빠르게 서구 선진국들은 따라잡았다. 선진국들은 길게는 수백 년, 짧아도 100여 년 동안 정치·사회·교육·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無形(무형)의 사회적 자산을 축적하고 경제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온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반세기 전 전쟁의 폐허와 분단의 고통 속에서 이렇다 할 부존자원이나 축적된 자본 없이, 내수시장 아닌 수출시장에 의존해 단시일 내에 경제규모를 키워 왔다. 선진국들에 비해 사회적 자산의 축적, 혹은 나름의 안정적인 정치·사회 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았다.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고령화 추세, 남북 분단과 군사적 대립, 뿌리깊은 지역 갈등 등도 지속성장의 걸림돌이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느냐의 관건은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와 산업 패러다음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사진은 2009년 6월 컨테이너 선하역 작업 중인 부산항.

 
  한국의 가능성
 
  그렇다고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이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脫(탈)이념, 무한경쟁의 글로벌화 흐름은 세계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으로 성장해 온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글로벌화는 이념이나 진영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냈고, 그동안 우리는 글로벌화 흐름 속에서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국가적 DNA를 키워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한국 기업들이 선진기업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잠재력을 잘 보여준다.
 
  산업혁명 이래 수백년을 이어온 기존의 산업 패러다임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지식정보사회, 그린경제(Green Economy) 시대로의 전환은 가치창출의 원천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나가고 있다. 이는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서 성장기회의 단층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지식과 정보, 기술에서 기존 선진국들이 걷어낼 사다리는 존재하지 않거나, 있다고 해도 결정적 요인이 되지 못한다.
 
  결국 우리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느냐의 관건은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산업패러다임의 단층적 변화로 열리는 성장의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을 긍정적,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경제주체들의 역량을 제대로 결집시키느냐, 아니면 그 반대의 길로 가느냐가 장차 우리나라가 소득 3만 달러, 4만 달러 시대를 열 수 있느냐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强小國(강소국) 네덜란드는 많은 역사가들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 최초 자본주의 국가로 꼽는다. 16~17세기 당시 수도 암스테르담을 세계 최대의 무역도시로 만들었고, 전일제 증권거래소를 세계 최초로 운영했던 나라이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은 물론이고, 독일과 일본 역시 기계, 화학, 제약, 자동차, 가전 등의 분야에서 눈부신 혁신 성과를 만들어 왔다.
 
  단순히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친 것이 아니다.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가치나 가치창출 방식을 구현하고, 더 풍요롭고 편리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함으로써 선진국다움을 인정받은 나라들이다.
 
  단순히 남들이 잘하는 것을 따라해서는 衣食住(의식주)를 해결한 평범한 나라는 될 수 있을지언정, 남들이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선진강국 대열에 올라설 수는 없다. 진정한 선진국을 꿈꾼다는 것은 역사의 어느 시기에, 그리고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부문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을 꿈꾼다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린 정보지식화의 물결, 성장과 환경의 가치를 조화시킨 녹색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세계경제의 지속 성장과 발전 관점에서 강조되고 있는 주요국 간 공조와 협력 등 세 가지는 미래 인류사회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가치체계다. 우리가 반드시 도전하고 성공시켜야 할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적 변화인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국민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임과 동시에 인류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향후 10년 정도 이 세 가지 분야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만들어 나간다면, 남들로부터 존경받는 국가 브랜드 확보는 물론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것을 만드는 데 있어 우리가 보고 배울 대상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근면과 성실에 더해 열정과 몰입이 있어야 한다. 남보다 앞선 리더이길 절실히 원하고 리더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고의 리더십’을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미래 富(부)의 원천과 새로운 기회에 대한 생각과 공감, 그리고 성장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열정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시키고 국민소득 4만 달러를 구현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창의와 혁신을 지향하는 리더로 우리 스스로를 바꾸는 일,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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