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아직 없지만 외국에선 성공이 입증된 새로운 요소를 끼워 넣어(insert) 시장에서 자리 잡는 전략(positioning)
중국은 지금 立法 혁명 중, 정책 변화를 잘 읽어야 유통, 멀티미디어, 관광, 의약, 공공시설 등이 새롭게 부상하는 신산업
朴漢眞 KOTRA 베이징 KBC(Korea Business Center)차장
ㆍ1963년 부산 출생.
ㆍ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同 대학원 중국정치경제학 석사, 중국 푸단(復旦)대 기업관리학
박사과정 수료.
ㆍ공군사관학교 교수, KOTRA 중국담당 과장, KOTRA 중국직무전문가 역임.
ㆍ現 차이나포럼 연구위원, 한중 무역포럼 위원, 충청남도 중국전문 국제자문역,
한중사회과학학회 이사.
ㆍ저서 및 논문: <10년 후, 중국> <중국 비즈니스 Q&A 88> <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중국 유통시장 이렇게 공략한다> 등.
ㆍ상훈: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1999년 및 2006년)
중국은 지금 立法 혁명 중, 정책 변화를 잘 읽어야 유통, 멀티미디어, 관광, 의약, 공공시설 등이 새롭게 부상하는 신산업
朴漢眞 KOTRA 베이징 KBC(Korea Business Center)차장
ㆍ1963년 부산 출생.
ㆍ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同 대학원 중국정치경제학 석사, 중국 푸단(復旦)대 기업관리학
박사과정 수료.
ㆍ공군사관학교 교수, KOTRA 중국담당 과장, KOTRA 중국직무전문가 역임.
ㆍ現 차이나포럼 연구위원, 한중 무역포럼 위원, 충청남도 중국전문 국제자문역,
한중사회과학학회 이사.
ㆍ저서 및 논문: <10년 후, 중국> <중국 비즈니스 Q&A 88> <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중국 유통시장 이렇게 공략한다> 등.
ㆍ상훈: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1999년 및 2006년)
구구절절 상식적인 당부였지만 기업과 언론의 관심은 예상외로 컸다. 중국투자가 양적인 팽창은 하고 있었지만 기업 현장에선 숱한 시행착오가 꼬리를 물던 때였다.
4년이 흘렀다. 그동안 중국은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세계 경제의 큰 파이 하나를 확실하게 꿰찼다. 1인당 GDP는 2배가 늘었다. 경기가 급등락하더니 수출보다는 내수 중심의 시스템을 만들어 가겠단다.
外資(외자)라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받겠다던 태도는 오간 데 없이 사라졌다. 느슨한 그물망처럼 기업들을 편하게 해줬던 법 제도는 점점 죄어 오고 있다. 이제 4년 전의 10계명에 새로 다섯 가지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1. 중국시장을 만만하게 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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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상징이 된 천안문 광장의 국기 게양식. |
중국 유물을 찾아 나선 이방인이 있었다. 어느 農家(농가) 앞을 지나다 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그 집의 개 한 마리가 기원전 유물에다 밥을 먹고 있는 게 아닌가. 이방인은 유물이 탐났지만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었다. 제아무리 어수룩한 농민이라도 당장 의심하려 들 터이니. 궁리 끝의 묘안은 개를 사서 그릇도 챙겨 가는 것.
개를 팔라고 하자 정이 들어 못 팔겠단다. 개 값이 얼마냐고 물으니 200위안이란다.
“그럼 다섯 배, 1000위안을 주겠소.”
농민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개를 안고 돌아서며 그릇을 슬쩍 집어 드는데 농민이 버럭 소리쳤다. 그릇은 왜 가져가느냐고.
“개가 밥 먹던 것이라서….”
“이 사람 보게. 내가 그 그릇 하나 놓고 지금까지 개를 몇 마리 팔았는지 알기나 해?”
이방인은 만만하게만 보였던 농민을 이용하려다 역공을 당하고 말았다.
픽션인 듯 논픽션인 듯한 이 이야기는 秦始皇陵(진시황릉)이 있는 古都(고도) 시안(西安)을 찾았다가 현지 주민에게 들은 것이다. 한참을 웃다 보니 문득 중국 진출의 어제와 오늘이 오버랩됐다.
이제까지 우리 눈에 비친 중국은 이랬다. 저렴한 생산비에 파격적인 稅制(세제) 혜택, 세계 최대의 잠재력. 그런 나라가 시장개방까지 하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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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홈쇼핑의 첫 중국자회사인 동방CJ홈쇼핑의 방송 장면. |
거대한 내수시장은 따 놓은 당상 같았다. 중국을 말하지 않는 기업이 없었고 투자가 봇물을 이루었다. 한동안 잘나가는 듯했다. 이방인이 농민과 한창 흥정을 벌이던 그 무렵처럼.
지금 우리의 자화상은 어떤가. 임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세제 혜택은 어느샌가 모두 거두어 가 버렸다. 기업규제는 오히려 늘어만 간다. 시장개방은 했다는데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리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투자를 많이 한 탓에 신음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이 돌변한 탓도 있지만 보다 큰 문제는 우리 안에 있는 게 아닐까. 이방인은 유물을 손에 넣기 위해 개를 사는 전략을 세웠다. 그동안 우리 기업도 온갖 진출전략을 다 세웠다. 하지만 이방인이 농민의 속내를 읽지 못해 유물은커녕 200위안짜리 개를 1000위안에 산 것처럼 기업들도 우리 쪽 전략에만 고심했다.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간과한 것이다.
손자병법은 ‘知彼知己(지피지기)’를 최상의 전략으로 꼽는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전략에는 우선순위라는 것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知己(지기)’에 앞서 ‘知彼(지피)’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국 바로 알기’에 나서야 한다. 우리 식으로 해석하려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섣부른 판단과 성급한 행동은 실패를 재촉할 뿐이다.
2. 정책 변화에 귀와 눈을 열어 두자
베이징(北京) 주재 중견기업 A사의 金(김)모 부장은 지난해 말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수년 전부터 야심차게 준비해 온 합작 프로젝트의 계약체결을 코앞에 두고 법 규정이 바뀐 것을 발견한 것. 자원낭비와 오염물질 배출에 대해 생산자의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한 ‘순환경제법’이 2009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폐수를 생산자가 반드시 회수, 처리하도록 한 조항을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순환경제법 시행에 따른 추가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A사는 결국 합작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했다.
중국은 지금 立法(입법)혁명 중이다. 중앙과 지방 차원에서 연간 약 2만여 건의 규정이 제정 또는 개정되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끄는 점은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4차년도인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시장개방 관련 법규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2006년 이후 납세, 환경, 회계 관련 규제성 입법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절약상품목록(2006년 8월 23일 시행), 돈세탁방지법, 그린 정부조달제도(이상 2007년 1월 1일 시행) 등과 함께 2006년 이후 적용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공무역금지품목 리스트가 대표적인 규제성 조치들이다.
2008년 말 이후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FDI) 실적이 급락세를 보이자 올 들어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비용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A사 김 부장을 난감하게 만들었던 순환경제법은 제조업체의 포장재 사용 제한 및 폐기 의무화 조항까지 들어 있어 강력한 환경규제 입법조치라 할 수 있다.
한편, 58개 업종별로 강제성 또는 권고성 표준지침을 요구하는 국가표준은 2002년 이후 한 해 평균 1000여 건 꼴로 나왔고 2000건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최근 전기전자제품에 폭넓게 적용되는 추세이며 강제성 국가표준(CCC)의 경우, 기준에 미달하면 對(대)중국 수출과 현지생산이 전면 금지된다.
이런 표준들은 수입 물량 및 절차 제한, 정부조달 제한 등과 함께 비관세 기술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표준, 포장, 라벨링, 안전 규정 등에 있어 自國(자국) 기업들에 유리한 조건을 우선 적용하는 특성 때문이다.
법제화를 포함한 정책변화는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제고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기업들로서는 법 집행상의 과도기적 모순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지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중국의 특수성에도 주의해야 한다.
3. 팔려고 하지 말고 사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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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바라본 푸동지구. 중국 개혁 개방의 상징이다. |
KOTRA 베이징 KBC(Korea Business Center)가 지난 6월 말 베이징에서 개최한 한국상품전은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시장이 아무리 까다로워도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국내 기업과 중국 현지 투자기업 등 112개 社(사)가 내놓은 제품들이 중국 바이어와 소비자들의 관심을 잡아끈 것이다.
세계 최초로 나노기술을 응용한 신개념 스킨 케어툴(skincare tool) 제품을 선보인 B사는 전시회 개막 당일 중국 바이어와 2000만 달러 상당의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첨단 기술력에다 韓流(한류)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세계 최초로 살균 계란을 개발한 C사에도 바이어들이 모여들었다. AI(조류독감) 바이러스 등 전염병 발생이 잦은 중국에 안성맞춤인 웰빙상품을 내놓은 덕이다. D사(절수형 양변기 및 비데), E사(녹즙기, 음식물 처리기), F사(코 삽입형 마스크)는 물이 부족하고 식품안전사고가 빈번하며 황사와 매연 피해가 심한 중국이 꼭 필요로 한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았다.
종래 우리 기업들의 중국투자는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한국에서 원부자재를 가져다 제품을 만든 후 한국 또는 제3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였다. 공장은 중국에 있고 시장은 해외에 있는 구조다. 저임의 노동력과 값싼 생산비가 중국투자의 최대 메리트였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는 2007년 이후 중국의 제조업 투자환경이 급변하고 2008년 하반기 이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제는 투자도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의 시장’이라는 말이 있듯이 없는 상품이 없는 중국에서 우리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우리 물건을 사라”고 외치기보다는 중국 소비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성공의 첩경일 것이다.
4. 잘 아는 분야에 진출하라
KOTRA 베이징 KBC에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업계의 문의전화가 걸려온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질문은 “요즘 중국에선 무엇을 해야 잘되나, 무엇을 팔아야 잘 팔리나?” 하는 것이다. 시장수요가 있고 경쟁이 심하지 않은 블루오션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지금 중국은 산업구조의 거대한 전환기에 있다. 재래식 업종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급속히 재편과정을 겪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전에 없던 새로운 산업과 업종이 부상하고 있다. 유통, 멀티미디어, 관광, 의약, 공공시설 등은 새롭게 부상하는 대표적인 신산업, 신시장이다. 주로 서비스업 또는 서비스업과 연계된 경우가 많다.
최근 우리 기업들이 두각을 보이고 있는 분야로 유통이 있다. 백화점, 일반 소매매장 등 전통 업태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단연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홈쇼핑 등 신유통 영역에선 우리 기업이 선두에서 시장을 이끌고 있다.
水(수)처리 분야도 뜨는 시장이다. 최근 중국의 환경정책이 일반 제조업체에는 규제로 작용하지만 우리 수처리 업계에는 전에 없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뜨는 산업, 뜨는 시장을 정조준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엔 분명한 단서가 붙는다. 경쟁 없는 신시장 공간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생소한 분야에 진출하기보다는 기존 업종과 연관성이 있는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低價(저가)항공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春秋航空(춘추항공)의 경우 모기업 업종(관광업)과 연관성이 높은 항공업에 진출한 사례다. 그것도 처음엔 전세기부터 시작해 정기선 운항으로 순차적으로 진출해 블루오션 개척에 성공한 사례다.
반면 일본 유명 기업인 히타치의 경우 중국 진출 후 시장이 유망하다는 이유로 에너지, 교통, 정보통신, 디지털미디어, 생명공학 등 9개 산업군에 무차별적으로 발을 들여놨다. 이후 단기이윤 위주의 경영에 치중하면서 이른바 ‘브랜드 넛 크래킹(brand nut cracking)’ 현상에 빠져 결국 시장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모든 업종에 전방위적으로 진출해 스스로 브랜드 이미지를 희석시켜 버린 것이다.
뜨는 산업과 뜨는 시장에 무조건적으로 진출한다면 미성숙한 시장에 너무 앞선 제품을 내놓은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기술적 넛 크래킹(technical nut cracking)’에도 빠진다. 이렇게 하다가 중국시장에서 퇴출된 일본 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시장 전망이 아무리 밝다고 해도 중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5. ‘통섭’과 ‘인서셔닝’ 전략을 구사하라
중국의 스타 기업으로 통하는 포커스 미디어는 LCD 모니터를 이용한 생활미디어 네트워크 광고회사다. 이 회사는 외국에선 성공이 입증됐지만 중국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요소를 도입하고 초세분화 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코노미급 호텔체인인 홈인(HOME INN) 역시 선진국에선 일찍이 보편화됐지만 중국엔 생소한 中低價(중저가) 호텔 사업모델을 도입해 성공한 사례다. 이 회사는 차별화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TTMC(Think, Transfer, Mix, Combine) 프로그램을 강조한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think) 중국에는 없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성공이 입증된 요소들을 옮겨와서(transfer) 혼합하고 결합시킨다(mix & combine)는 것이다.
두 회사의 사례는 내수형 중국투자에 있어 通攝(통섭: Consilience)과 인서셔닝(Insertioning) 전략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통섭은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을 통합해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 기술진이 초파리 눈을 연구하는 곤충학자와 공동으로 제품 개발에 나서는 것이 통섭적 접근 방식이다. 인서셔닝은 시장과 산업의 공백 부분에 중국엔 아직 없지만 외국에선 성공이 입증된 새로운 요소를 끼워 넣어(insert) 시장에서 자리 잡는 것(positioning)이다.
과거 한국에서 성공한 많은 기업인들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을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새로운 시스템과 요소를 국내로 들여왔던 것도 통섭과 인서셔닝의 시도라 볼 수 있다. 이제 중국에 그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