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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년 1월호

[대한민국 2030] 20년 후의 한국 정치 시스템

정당정치 사라지고 ‘조직 없는 리더십’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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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亨俊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1957년 서울 출생.
⊙ 한국외국어대 중문학과 졸업. 美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역임. 現 한국선거학회장, 국회운영제도개선자문위원회 위원.
⊙ 저서 : <한국의 대통령 리더십과 국가 발전> <한국의 선거V> (공저) 등.
2030년 무렵이면 정당정치·의회정치는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빛의 속도로 변화될 2030년 한국 정치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한국 정치의 미래는 수많은 돌발변수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의 힘을 빌려 그동안 한국 정치 현상에 영향을 주었던 설명 변수들을 고찰해 보면 미래 한국 정치에 대한 예측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2030년의 한국 정치는 정보화·世界化(세계화)·分權化(분권화)·高齡化(고령화) 등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첫째, 정보화는 극단적으로 복잡한 가치구조를 갖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 동일한 가치관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면서 존재했던 규율·예상·지속성이 깨지면서 그동안 정치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의회와 정당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고도화된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관과 행동이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고도의 ‘정치적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한편, 정보화는 정치에 관심이 많고, 의도적으로 많은 정치정보를 획득하며, 특정 이슈에 대해 능동적·저항적으로 참여하는 ‘똑똑한 대중(smart mobs)’의 확산을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첨단기술은 개개인이 他人(타인)과 의사소통을 하는 수단을 완전히 바꾸고 집단이나 군중의 행동을 용이하게 만들 것이다.
 
 
  ◈ 386세대에서 Y세대로
 
  둘째, 세계화는 국민주권의 개념과 국민국가의 역할을 약화시킬 것이다.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회 응집력이 되는 지리적·국가적 통합이 소멸되고, 역사적 배경, 지리적 환경, 국가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이런 변화에 따라 국가의 권위가 약화되면서 分權化(분권화)와 지방화가 가속화되고,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다른 나라들과 직접 접촉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셋째, 고령화 사회의 등장은 세대와 정치세력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1980년대에 이른바 민주화 투쟁을 했고, 2000년을 전후해 정치 전면에 등장했던 386세대(1960년부터 1969년 사이 출생)는 2030년이면 은퇴했거나 은퇴해 갈 것이다. 386세대를 대신해 현재의 26세에서 35세를 차지하는 ‘Y세대’가 한국 정치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이들 젊은 세대는 ‘우리’보다는 ‘나’가 우선인 세대다. 이들의 가족·결혼·이성관은 자기중심적이다. “내게는 내 인생이 있고 자식에게는 자식의 인생이 있다”는 의식이 강하다. 이들은 물질주의적 가치보다는 脫(탈)물질주의적 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따라서 20년 후에는 자신의 正體性(정체성)을 표현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認定(인정)의 정치(politics of recognition)’가 극대화될 것이다.
 
 
  ◈ 정당이 사라진다?
 
2030년이면 정당이 소멸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와 같은 상황적 변수들이 2030년 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첫째, ‘정당 쇠퇴론’이 크게 부상될 것이다. 대중이 정치에서 멀어지고, 정당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면서 정당은 쇠퇴하게 될 것이다. 영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콜린 크라우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5년을 ‘민주주의 시대’라고 진단하면서, “이 시기에 정당은 계급관계에 기반을 두고 활동했으며, 사회적 갈등은 노·사·정이 함께 참여해 대안을 모색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본격화한 1970년대 이후 ‘포스트 민주주의 시대’에서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직업집단들이 등장했고, 이러한 신생 직업집단들의 출연으로 계급 중심의 정당정치가 실종됐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는 2005년 35주년 창간 특집 <오늘은 있지만 내일은 사라질 것>(Here today gone tomorrow)에서 2040년쯤 사라질 것으로 一夫一妻制(일부일처제), 영국 왕실, 생명의 신성함 등과 함께 정당을 꼽았다. <폴린 폴리시>는 그 이유로 “기성 정당이 기반을 둔 이데올로기와 계급 격차는 날로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으며, 인종· 종교·性的(성적) 정체성 등이 계급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폴린 폴리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소속감, 중첩된 정체성을 키워 온 시민은 더 이상 기성 정치체제를 신뢰하지 않으며,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거나 이익집단이나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 얘기하는 것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연구에서도 “미래사회에서는 의회나 국민의 대표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몰고 와 정당에 기초한 의회, 또는 현존하는 국민대표제도에 대한 종말이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 정당들은 정책경쟁을 통해 정치안정과 정치발전을 담보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2005년 11월에 실시한 ‘세계가치조사’에서 “정당을 신뢰한다”고 답한 한국인들은 응답자의 23.8%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63.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사법부(50.2%), 대기업(46.0%), 행정부(45.9%), 노조(41.5%)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가 2007년 11월에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서 정당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8.9%로 “만족한다”(23.9%)는 대답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2008년 총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평소에 가깝게 느끼며 자신의 의견을 잘 대변해 주는 정당이 있다”는 응답은 22.6%에 불과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선 유권자들.

 
  ◈ 풀뿌리 리더 출신 정치인 등장
 
  이런 조사결과들을 볼 때,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사람들은 더 이상 한두 가지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이 수시로 변해 측정이 불가능하고, 기존 정치투표 단위의 유효성이 사라지면서 이들을 대변한다는 국회와 정당의 필요성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미래학자들의 예측이 한국 사회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 무엇이 기존의 의회와 정당을 대신하게 될까?
 
  아마 이해 당사자들이 특정 이슈를 중심으로 모였다가 그 문제가 해결되면 사라지고, 또 다른 쟁점이 부각되면 새로운 조직이 구성되는 ‘유동적이지만 응집력이 강한 정치조직’들이 등장할 것이다. 첨단기술이 발달된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이 같은 정치조직을 만드는 데 연령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에 따라 386세대처럼 특정 연령대가 정치를 지배하는 상황은 사라질 것이다.
 
  둘째, 지방자치의 활성화에 따라 지방에서부터 계단을 밟아 성장한 ‘풀뿌리 리더’型(형) 정치인들이 등장할 것이다.
 
2030년이면 386세대 정치인들이 은퇴하는 시점이다. 사진은 2004년 5월 9일 열린 ‘전대협기 축구대회’에서 ‘전대협 진군가’를 부르는 386세대 국회의원들(오른쪽부터 이인영·김태년·우상호·정청래 의원).

  각국 의회 엘리트에 대한 비교·연구에서는 ‘공직 경험’과 ‘多選(다선) 여부’라는 두 가지 기준에 의해 의원들을 4가지 경력 유형(career type)으로 분류한다. 즉 공직 경험이 없는 初選(초선) 의원은 아마추어형, 공직 경험이 있는 초선 의원은 단계적 성취형, 공직 경험이 없는 다선 의원은 의회주의자형, 공직 경험이 있는 다선 의원은 경력주의자형 등으로 구분한다. 여기서 공직 경험이란 중앙정부뿐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서의 경험을 포함하고 있다.
 
  선진 의회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의원들의 공직 경험을 중시해 아마추어형보다는 단계적 성취형, 의회주의자형보다는 경력주의자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미국 연방 의회의 경우, 州(주) 정부와 주 의회에서 경력을 쌓은 다음 연방 의회로 진출하는 단계적 성취형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벨기에 의회의 경우 아마추어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3%, 단계적 성취형은 19%, 의회주의자형은 2%인 데 반해 경력주의자형은 76%를 차지했다. 스위스도 아마추어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4%인 데 반해 단계적 성취형은 37%, 의회주의자형은 2%인 데 반해 경력주의자형은 55%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17대 총선 당선자를 이런 경력 유형에 따라 분류해 보면, 아마추어형이 38.1%로 단계적 성취형(24.3%)보다 훨씬 많았고, 의회주의자형(19.1%)이 경력주의자형(18.4%)보다 많았다. 특히 아마추어형은 16대 국회(22.3%) 때보다 15.8%포인트 많았다.
 
  2030년에는 이 같은 의원 충원 형태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강화되어 현재의 중앙집권적 행정체제가 分權的(분권적) 형태로 변화되면서 필연적으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에서 활동해 본 사람들의 중앙 진출이 확대될 것이다.
 
  첨단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현재와 같은 중앙당 중심의 公薦(공천)제도는 일반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上向式(상향식) 공천제도로 변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방과 지역구에서 경험을 쌓고 지지 기반이 튼튼한 사람들이 중앙정치엘리트로 충원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한국 의회에서 단계적 성취형 또는 경력주의자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폭 증대할 전망이다.
 

 
  ◈ ‘조직 없는 리더십’ 등장
 
  셋째, ‘조직 없는 리더십’의 등장이다. 정치학자 제임스 번스는 리더십이란 “리더가 추종자들로 하여금 쌍방 모두가 共有(공유)하는 가치와 동기를 충족시키는 목적을 위해서 유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에는 리더와 추종자가 함께하는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다. 조직이 없으면 리더가 없고, 리더가 없으면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래학자 짐 데이토는 ‘무엇인가 수행되기를 원하는 기능’으로서의 리더십과 ‘어떤 제도와 조직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갖는’ 리더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정치조직들이 약화되고,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며, 첨단기술의 발달로 직접 참여정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조직이 없어도 리더십이 부상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에 등장해 한국 경제를 진단하고 代案(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여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등장은 조직 없이 리더십을 발휘한 실제적 사례다. ‘미네르바’는 의회·정당·정부·시민단체 등 기존 정치조직에 속해 있지 않지만, 인터넷을 통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는 리더의 위치에 오른 것이다.
 
  미래 한국 사회가 첨단기술에 의해 빠르게 변화할 경우 이와 같은 현상이 일반화될 것이다. 미래에는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1人(인)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집단의 생각이 손쉽게 전염되는 미래사회에서는 ‘1인 매체화’와 ‘1인 권력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 섬김의 리더십
 
제18대 총선이 끝난 후 선거벽보가 철거되고 있다. 2030년에는 말뿐이 아닌 진정한 '섬김의 리더십'이 요구될 것이다.

  ‘조직 없는 리더십’이 출현한다 해도 2030년 한국 정치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의 요체는 크게 변화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사회 생활은 ‘共同善(공동선)을 위해 권력이 행사되고 법과 정의가 제대로 세워져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만들어 가는 행위’다. 이런 사회생활에서 공동선을 촉진시켜 평화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도자는 섬김, 실천과 절제, 배려와 통합, 성찰을 토대로 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섬김의 리더십’은 로버트 그린리프가 1977년 전통적인 리더십 모델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他人(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며 종업원·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여기고,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을 의미한다.
 
  지도자는 아무리 힘들어도,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실천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긍정적 역사의식과 철학을 토대로 배려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지도자는 국민에게 靈感(영감)을 주는 옳은 방향성과 강한 힘을 갖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비전 제시는 분열과 갈등이 아닌 통합과 화합을 토대로 해야 한다. 따라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참회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제도가 아니고 불완전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른 제도들보다 우월한 것이다. 성숙한 민주주의에서는 불완전한 인간이 보다 완전한 것을 향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대화하고 타협해야 한다. 자신이 우월하기 때문에 남에게 施惠(시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를 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2030년 한국 정치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리더십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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