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祥羲 대한변리사회 회장
⊙ 1938년 부산 출생.
⊙ 부산고·서울대 약학과 졸업. 同 대학원 약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 수료.
⊙ 11·12·15·16대 국회의원, 국회 정보통신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과학기술처 장관 역임.
⊙ 現 한국 우주소년단 총재.
⊙ 상훈: 청조근정훈장, 장영실 과학문화상.
⊙ 저서: <이제 미래를 이야기합시다> <21세기 대통령감이 읽어야 할 책>
<10년이 이룬 100년의 꿈> 외 다수.
⊙ 1938년 부산 출생.
⊙ 부산고·서울대 약학과 졸업. 同 대학원 약학박사.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 수료.
⊙ 11·12·15·16대 국회의원, 국회 정보통신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과학기술처 장관 역임.
⊙ 現 한국 우주소년단 총재.
⊙ 상훈: 청조근정훈장, 장영실 과학문화상.
⊙ 저서: <이제 미래를 이야기합시다> <21세기 대통령감이 읽어야 할 책>
<10년이 이룬 100년의 꿈> 외 다수.
-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1847~1931).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인류가 정착생활을 하면서부터 농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때, 농업사회는 3000년 동안 이어졌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를 300년간 산업사회 속에서 살게 만들었다. 20세기 후반 전자계산기(컴퓨터)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IT혁명은 불과 30년 만에 우리 생활에 혁명을 가져오면서 영토보다는 기술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그것이 바로 정보화 사회의 시작이었다. 수치로만 보아도 지난 30년 간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20년 후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맞이할까? 2030년 우리 생활의 중심에는 무엇이 자리잡고 있을까? 또 어떤 인재가 2030년 세상의 중심에 서 있을까? 좀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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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 |
2030년 어느 날, 일상에 지쳐 있던 나피곤씨는 새로 출시된 IHC(Intelligence Home Car)를 구입한 김에 오랜만에 휴가를 내서 여행을 떠났다. 차창으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그의 기분을 충분히 들뜨게 했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한창 달리고 있는데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긴급한 국제회의 자료를 이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나피곤씨는 신차의 성능을 확인도 할 겸 내비게이션 데크의 음성인식 기능 버튼을 누르고 “이메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즉시 화면은 이메일 확인 기능으로 전환되면서 “한 통의 이메일이 있습니다”라는 응답을 해왔다. 운전 중임에도 음성-문자 변환시스템이 장착된 IHC가 읽어주는 이메일 내용을 확인하고 그는 회사 직원에게 답장을 보냈다.
얼마나 달렸을까. 평소 격무에 시달리던 나씨에게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IHC의 바이오 센서는 이를 감지하고 차내에 적정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IHC는 음악치료법 처방에 의한 음악을 틀면서 “업무를 일시 중단하고, 의료용 휴게실로 기능을 전환하겠다”고 안내했다. 40대인 나씨는 자신이 20대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 걸 보면서 ‘비로소 진정한 유비쿼터스 사회의 한가운데에 살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 창의력 사회
지금 우리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로 보면 이는 꿈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몇몇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가상은 2030년이 아니라 10년 이내에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IHC와 업그레이드된 2030년의 컴퓨터가 우리 일의 대부분을 수행하는 세상에서 나씨의 역할은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는 첨단의 과학기술 속에 살고 있다. IT붐으로 시작된 신기술 개발은 과거 1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실현했고, 우리는 영화 속에서만 보던 꿈 같은 미래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우리의 두뇌활동, 즉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기술을 응용할 줄 아는 ‘창의력’이다.
우리의 두뇌는 형태적·기능적으로 가장 高次(고차)적인 통합을 실행하는 최고의 중추신경 기관이다. 그 작용도 매우 활발하고 정교해 물질대사도 신체 다른 어느 부분보다 왕성하다. 두뇌의 생리작용으로만 보더라도 창조적 인재에게 요구되는 것은 우수한 두뇌를 활용한 창조활동일 것이다. 앞서 나피곤씨의 역할도 두뇌생산성에 기반을 둔 ‘종합적 추리’, ‘창의적 사고’,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예측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요인은 미시적 사고, 거시적 사고의 기본이며, 미래 인재가 가져야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이러한 두뇌 활동에 근간한 사고(미시적·거시적 사고)는 미래 인재의 조건에 있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대응된다.
첫째, 미시적 사고는 자기 분야의 전문성에 관해 창조주의 속삭임도 감지하는 현미경적 사고(microscopic thinking)를 가진 인재다.
둘째, 거시적 사고는 창조와 조화의 우주 철학적 사고능력을 가진 망원경적 사고(telescopic thinking)의 인재다. 이는 현미경적 사고를 하는 전문인이 창출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조립(assembly)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생산과 활용이라는 차원에서 현미경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과학과 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두뇌 연구활동(생산)을 하는 연구개발자이고, 망원경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기술을 응용하고 생활화(활용)하는 인재다. 결국 이 두 유형의 창의성(창의적 인재)으로 글로벌 유비쿼터스 사회(global ubiquitous Society)가 움직이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IHC에 구현된 음성인식, 바이오, 무선통신 등의 각종 첨단기술은 현미경적 사고를 가진 전문가의 역할이 만들어낸 산물이고, IHC를 탄생시킨 것은 망원경적 사고를 가진 전문가의 노력이었다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싶다. 좀더 구체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경우(Fiction I, II)로 망원경적 사고의 인재와 현미경적 사고의 인재에 대해 알아보자.
◈ 체르노빌과 히로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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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29일 프랑스의 보르도 철도역에서 한 반핵운동가가 철로를 가로막고 핵 폐기물을 운반하던 열차를 멈춰 세우고 있다. |
‘혹시 핵폐기물 처리방안을 지구 생성과정에 존재했던 미생물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미생물이 그 시대에 했던 역할이라면 뭔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미생물에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그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는 다음날 바로 평소 알고 지내던 미생물학자 김 연구원을 찾아갔다.
“무슨 일인데 선배님이 저를 찾으셨어요? 전화로 대충 들은 얘기로는 잘 모르겠네요.”
한 박사는 김 연구원이 선뜻 응해준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생각에 관심을 보이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자네, 약 50억년 전에 지구가 어떻게 탄생한 줄 아나?”
“그야 산소도, 유기물도 없이 오직 유해한 오염물질로만 형성된 암흑세계의 행성이었잖아요.”
“잘 알고 있구먼. 근데 그게 다가 아니야. 당시 대륙은 유해 광물질로 이뤄져 있었고, 바다는 濃黃酸(농황산)과 濃硝酸(농초산)으로 뒤덮여 있었지. 그리고 대기권은 600℃의 고온으로 각종 유해전자파와 맹독성 가스로 가득 차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그런 정체불명의 행성을 지금의 아름다운 지구로 탈바꿈시킨 게 바로 미생물이라는 거야.”
“그 정도는 저도 잘 알고 있죠. 그런데요?”
한 박사는 조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김 연구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얘기했다.
“그러니까 내 말은 그 미생물을 활용해서 방사성 폐기물 처리문제를 연구해보자는 거야.”
김 연구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뭔가 미진한 구석이 있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아직도 이해가 안 되나? 자, 들어보라고.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두 가지 핵 피해 사례 알지? 2차 대전 때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와 1986년 러시아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말이야. 내가 조사해보니까 결과가 서로 판이하게 다르더라고. 60년 이상 아무 것도 자라지 않을 거라던 히로시마는 불과 1년 만에 사람 키보다 큰 잡초가 무성하게 자랐어. 그 반년 뒤에는 인구도 20만명으로 늘었지. 하지만 체르노빌은 달랐어. 사고가 발생하고 22년이 지난 지금도 생태계 복원이 지연되고 있고, 사고현장 40km 이내 지역은 세슘137 농도 때문에 주거생활과 토지사용이 금지되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재미난 게 뭔지 아나?”
“글쎄요….”
“과학자들이 그 원인을 체르노빌이 물과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 사막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판단을 했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 방사성폐기물 분해에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해. 뭔가 짚이는 게 있지 않나?”
한 박사의 얘기를 듣고 있던 김 연구원은 그제야 자신의 무릎을 쳤다.
“아, 그래서 저를 찾아오셨군요. 그러니까 핵 폐기물 문제를 미생물 연구를 통해 풀자는 거죠?”
“그렇지! 그래서 내가 자네를 팍팍 밀어주겠다는 거 아닌가. 우리 한번 해보지 않겠나?”
그렇게 해서 한 박사와 김 연구원은 하나가 돼서 방사성폐기물의 분해와 미생물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여기서 원자력에너지의 중요성과 원자력 발전설비의 해외수출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한 한 박사가 망원경적 사고의 대표적 인재이고, 김 연구원처럼 방사성폐기물 분해와 미생물의 역할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현미경적 사고의 대표적 인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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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자동차 `E카(E-Car)` |
◈ 바이러스와의 전쟁
“이봐,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좀 억지스러운가?”
“그게 무슨 뜬금없는 말입니까? 음… 생명이 태어난 곳도 지구고, 생명을 키우는 것도 지구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그게 왜요?”
“잘 들어보게.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구는 자전과 공전을 반복하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야. 당연히 지구 입장에서는 우리 인간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에 지나지 않을 거야. 그것도 지구의 몸을 갉아먹는 바이러스로!”
“네?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최 연구원은 공감이 가면서도 왠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아냐. 인간은 지구의 몸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잖아. 물, 석유 같은 지하자원을 뽑아 쓰는 게 그런 거지. 그리고 살도 갉아먹잖아. 무분별하게 개발을 일삼는 게 바로 그렇지. 그러니까 당연히 생명체인 지구는 몸살이 나고, 뜨거운 열, 그러니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거 아닌가. 결국 지구는 인간의 파괴행위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항체를 형성하고 바이러스인 인간을 공격하게 되는 거라고.”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그 얘기를 왜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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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퇴치. |
이 교수는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는 최 연구원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난 지금 우리 인류가 바이러스와 치열하게 싸우는 현실을 말하고 있는 거네. 수많은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그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는 얘기야.”
최 연구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현재 지구가 벌이고 있는 인간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자는 겁니까?”
“그렇지. 그걸 우리 인류로 생각해보자는 거지. 자네 미생물적 공격에는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나?”
“그야 미생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죠.”
“바로 그거야. 인류는 지구가 우리에게 가해오는 미생물학적 바이러스에 방어체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말이야. 그러니까 지구와 마찬가지로 우리를 괴롭히는 바이러스를 찾아 파괴하거나 악성을 양성으로 동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말씀을 들어보니 그렇네요. 교수님은 바이러스 퇴치법을 말씀하시는군요. 그렇다면 저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싶은데요?”
결국 최 연구원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악성에서 양성으로 바꾸는 방법이나, 다른 바이러스와의 결합으로 양성이 되는 방법을 연구해보겠노라 이 교수와 약속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여기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고민하고 그 방법을 찾고자 하는 이 교수를 망원경적 사고를 가진 인재라 한다면, 구체적인 해답을 얻기 위해 어떤 방식의 퇴치법이 있는지 직접 연구하고자 하는 최 연구원이 현미경적 사고의 인재다.
우리가 인재육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인재육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개개인의 전문성을 키우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 지속적인 재교육을 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의 평생교육 형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 인간의 머리와 같은 바이오수퍼컴퓨터는 불가능
여기에 덧붙여 현행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물론 필자는 이러한 논의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유형의 인재를 키울 것이냐 하는 점이다. 망원경적 사고의 인재냐? 현미경적 사고의 인재냐? 하는 명제를 던짐으로써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관계없이 미래 인재의 기본 틀을 먼저 확립하자는 것이다.
제 아무리 과학기술의 발달과 기술혁명이 일어난다 해도 사람의 머리와 같은 바이오수퍼컴퓨터는 존재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인간이 만든 모든 현대과학기술은 인간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인재여야 한다.
2030년의 새로운 세상은 에디슨 같은 현미경적 사고와 카라얀 같은 망원경적 사고, 즉 미시적 창의성과 거시적 창의성을 가진 인재가 활짝 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