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는 사람과 미디어의 생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활용하는 홍보수단을 자주 쓴다. 그들은 인간의 심리와 특징, 미디어의 기대치를 꿰뚫어보고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이수형 경기大 다중매체영상학부
제56회 日本 덴츠(電通) 학생광고논문상 수상. 제2회 대학생 PR 컨테스트 수상. 제1회 대한민국 청소년 일본 탐험 연구상 수상.
두바이는 어떤 홍보전략을 구사하기에 세계 유수 언론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이수형 경기大 다중매체영상학부
제56회 日本 덴츠(電通) 학생광고논문상 수상. 제2회 대학생 PR 컨테스트 수상. 제1회 대한민국 청소년 일본 탐험 연구상 수상.
단지 높은 건물이 들어섰다는 가시적인 성과만으로 이것이 가능할 것인가?
두바이 외에 눈부신 성장을 자랑하는 곳은 많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을 비롯하여, 「IT 연구의 메카」로 떠오르는 인도, 새로운 소비시장으로 각광받는 베트남과 에너지 경제를 통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러시아…. 이들 나라가 보여 준 성과도 「두바이의 성공」에 뒤처지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두바이는 홍보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는데 무엇인가 있을 거라는 환상을 갖게 하는 것」, 「1을 10으로 느끼게 하는 것」. 두바이가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 현장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나는 두바이의 홍보전략을 네 가지로 나누어서 분석해 보았다.
1) 유명인을 활용한 홍보
우리가 두바이를 방문한 기간(1월26~31일)에 「두바이 클래식 골프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비롯해, 어니 엘스, BJ 싱 등 세계 톱 랭커들이 다수 참여했다. 사람들은 타이거 우즈의 연습 스윙 하나 하나와 인터뷰, 그리고 장난기 넘치는 행동에 열광했다.
세계적인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미디어의 끊임없는 관심과 열띤 취재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두바이를 방문하면서 여행 가이드나 현지 관계자의 설명을 듣다 보면 유명인(스타)과의 관련성과 그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영국의 축구스타 베컴이 산 빌라, 테니스 요정 샤라포바가 묵은 숙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방문한 호텔 등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유명인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디어의 속성상 스타나 유명인을 빼고는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속설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이 두바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의 힘이 점차 강해지고, 제한된 미디어 자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보면 결국 귀결되는 키워드는 스타 마케팅이다.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은 『현대인은 누구나 15초면 스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 매개체는 미디어다. 미디어가 주목하게 만들게끔 하는 것. 그것의 성립 조건은 평범하고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얼마나 화려하고 특별한가 하는 점에 달려 있다. 유명인은 그런 속성에 적합한 대상이며, 두바이는 이런 속성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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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알 아랍 호텔의 헬리포트에서 타이거 우즈가 아라비아海를 향해 티샷을 하고 있다. 이 사진은 두바이「스타 마케팅」의 상징이다. |
2) 경쟁 심리를 활용한 홍보 기법
두바이는 中東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허브로 발전해 가고 있다. 자유무역지대의 미디어 시티와 인터넷 시티에는 AP·CNN 등 세계 유수 언론사와 IBM·마이크로소프트·델 등 세계 최고의 IT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무엇이 이들을 사막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일까? 단지 세금이 없고 규제가 적기 때문일까?
나는 그것이 사람의 심리, 특히 경쟁 심리를 교묘히 활용하고 있는 두바이의 홍보전략에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각 업종별 최고 기업 유치를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이들 기업을 상대로 다양한 세금 감면 혜택과 각종 규제를 철폐해 주는 등 적극적인 유치 노력을 기울인다. 「1등 기업 유치」라는 상징성, 그리고 이들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파급되는 주목도를 높이는 데서 두바이의 홍보전략은 출발한다.
이 단계를 거친 후에는 다양한 관련 기사와 정보를 미디어에 흘린다. 정보 중에는 의도적으로 흘러나온 게 있고, 미디어 본연의 정보 전달에 기반해서 생산되는 정보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홍보전략은 대중들의 관심을 유도하게 되고, 결국 해당 분야의 2위 기업까지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2위 기업은 1위 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게 해야 하며, 후발 기업군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1위 기업의 시장 선점을 저지해야 한다. 이것은 결국 「어쩔 수 없는(울며 겨자 먹기 식)」 두바이 진출로 이어져, 관련 분야의 1, 2위 기업이 두바이에 자리잡게 만든다.
누가 시장을 선점하느냐, 그리고 앞서가느냐. 많은 사람들과 관련 업계의 관심도가 한층 더 높아진다. 두바이의 홍보전략은 바로 사람들의 경쟁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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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공항 면세점은 고객 편의를 위해 24시간 체제로 운영되는데,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인파들로 넘쳐난다. |
3)「最初·最大·最高」의 문화에 기반한 홍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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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건설의 버즈 두바이 건설현장을 방문한 李健熙 삼성그룹 회장(가운데). 李회장은 두바이에서『셰이크 모하메드 國王의 창조경영을 벤치마킹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
두바이를 수식하는 미디어의 미사여구 가운데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바로 「最初·最大·最高」라는 표현이다.
1979년에 건설된 세계 최대 인공 항구인 제벨알리港, 1985년에 中東에서 처음으로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했던 역사가 그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사막에 지은 세계 최초의 실내 스키장 「스키 두바이」와 세계 최고 초호화 7星 호텔인 「버즈 알 아랍」,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두바이」, 세계 최대의 쇼핑몰인 「에미레이트 몰」 등 「最初·最大·最高」는 두바이를 상징하는 하나의 키워드로서 자리 잡았다.
미디어는 본래 「평범하지 않은 異常性(이상성)」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기사가 된다」, 「그림(영상)이 될 만하다」는 말은 독특하고 신기하며 새로운 異常性에 기반을 둔 것을 칭한다. 그중 「가장(最)」이라는 형용사는 미디어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우리는 달에 최초로 발을 딛게 된 사람은 기억하지만 2, 3, 4번째 사람은 기억하지 못한다.
흔히 사람들이 아는 두바이는 「세계 최고급 7星 호텔」과 「삼성이 짓고 있는 세계 최고층 빌딩」이 있는 곳이다. 그것은 계획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발신하고 있는 두바이와, 그런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해 주는 미디어의 속성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4) 희망·기대 심리 극대화 홍보 기법
두바이를 방문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자고 나면 들어서는 초고층 빌딩들. 새로운 도로가 연이어 건설되고 잿빛 사막은 어느새 상업 지구로 변모해 가고 있다.
이런 현재 진행형의 개발 이면에는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개발될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에 근거한 「가상개발 계획」이 함께 한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공사현장 어디를 가더라도 미니어처가 常備(상비)되어 있는데, 이는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나라 롯데월드의 몇 백 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 그곳에 쏟아 붓게 될 막대한 자금, 우리나라 몇 년치 예산이 한꺼번에 투입될 두바이랜드 개발 이야기는 얼핏 듣기에 온통 장밋빛으로 구현된다. 2015년에 1억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세계 최고·최대의 테마파크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일 뿐이다.
모형으로 조성된 화려한 미니어처, 그곳에는 위기감이나 걱정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온갖 호사와 즐거움을 축소해 놓은 듯이 보였다. 두바이랜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그곳은 인류 최고의 낙원이자 꿈, 그 자체였다.
대형 프로젝트 현장을 안내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붙이는 단서는 언제나 『제대로 투자된다면 이렇게 될 것』이란 「가정형」이었다.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할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엄청난 비즈니스 타운이 조성될 「비즈니스 베이」나 세계 최대의 인공섬 타운이 조성될 「팜 주메이라」에 실제 존재하는 것은 미니어처와 가상 실현 계획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장밋빛 환상,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없는 제한된 상황이 주는 사람들의 기대 심리를 두바이는 홍보에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두바이랜드의 성패에 따라 두바이의 생존이 좌우된다』
이는 두바이랜드 관계자의 말이다. 미디어와 대중들이 주목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처한 현실의 각박함을 벗어나고자 하는 도피 심리와 유토피아적 환상에 기반한 것이 아닐까. 두바이는 그러한 사람들의 희망 섞인 기대 심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것은 아닐까.

현실과 이상의 부조화
테러, 사막, 알자지라 방송, 이슬람, 그리고 과격한 원리주의자….
그동안 내가 아랍세계를 이해해 왔던 주요 키워드였다. 각종 미디어에서 매일 발신하는 천편일률적인 기사들. 다른 시각과 사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견해를 인정하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으며, 나는 그렇게 일원화된 인식을 아무렇지 않게 용인하면서 지내왔다. 그런 와중에 겪은 두바이의 현재 모습은 내게 아랍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보던 두바이의 현재를 직접 보고, 한층 뚜렷하게 잡히는 두바이의 明暗(명암)을 보면서 한국에서 바라보는 두바이에 대한 인식과 현재 움직이고 있는 두바이의 현실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두바이의 홍보전략」을 제대로 알아보고자, 관심 있게 두바이의 현재를 지켜보았다. 그들이 자랑하는 대형 프로젝트 현장을 둘러보며,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과 속성을 면밀하게 살펴보았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내가 느낀 점은 그들이 바로 사람과 미디어의 생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활용하는 교묘한 홍보 수완을 자주 쓴다는 사실이었다. 사람이 갖는 기본적인 심리와 특징, 그리고 미디어가 존재하고 영위되어 가는 속성과 기대치를 두바이는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