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김민아·민족사관고등학교 2학년)
● 제시문(가) 강준만의 「고독한 대중」
(나) 이진경의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다) 안드레 밴던브뤼크의 편저 「자발적 가난을 위하여」
● 논제
첫 번째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상황에서 추리할 수 있는 현대 사회의 공통된 문제점을 지적한 후, 제시문 (다)의 내용을 토대로 하여 바람직한 삶의 자세에 대해 논술하라.
● 학생 답안
「프란츠 카프카」라는 시(詩)에서는 시인의 이름들이 메뉴판의 메뉴인 양 가격이 매겨져 있다. 그리고 시를 배우겠다고 하는 자신의 제자를 「미친 제자」라고 한다. 이 시에서는 돈으로 환원할 수 없는 수많은 가치들이 상품화되어 가격이 매겨지는 현실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를 화폐라는 단순한 종이 조각으로 맞바꿀 수 있는 현실을 작가는 안타까워한 것이다. 이러한 풍조는 비단 문학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림이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철학과 같은 높은 수준의 학문이 실제 생활에서는 1원의 가치도 지니지 않는다고 평가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 돈으로 환원되고 있는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제시문 (가)에서는 우리의 몸 자체가 상품화되는 현실을 말해 주고 있다. 경제학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더욱 이익을 준다는 「뷰티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은 자신의 몸을 더욱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며, 그 꾸민 몸을 사회에 던져 이익을 얻고자 하였다. 그리고 돈을 얼마나 더 많이 벌었는가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광고에서 아름다운 여성을 등장시키거나, 자동차 퍼레이드를 할 때 몸매 좋은 아가씨들이 차에 기대어 요염하게 서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몸의 아름다움이 그 자체로 만족되는 것이 아닌 상업의 수단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시간의 자본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간의 자본화는 시간당 얼마나 많은 물건을 생산해 내었는가 노동력을 따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사람의 활동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거기서 무엇이 생산되었느냐에 더 의미를 둔다. 따라서 사람은 일 자체가 즐거워서가 아니라 여가를 위해 일을 하게 된다. 따라서 하루하루가 덜 즐겁고, 덜 여유 있는 황폐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시간 도둑 이야기 「모모」에서 나타나는 현대인들의 양상이 바로 이러한 세태를 비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떠한 주어진 시간 내에서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시간의 화폐화가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킨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물질적으로 셀 수 없는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있다. 제시문 (다)에서는 이러한 풍조를 없앨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자발적 가난」이다. 욕심은 우리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좀더 많은 것들을 돈으로 환산해 자신의 것을 증대하고자 하는 욕망에 불을 지펴 준다.
따라서 욕심을 버리고 좀더 소규모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음을 작가는 주장하는 것이다. 하버드大를 졸업했는 데도 불구하고 자연에서 2년간을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와 같은 삶을 살 때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저명한 에리히 프롬의 저서 「소유나 존재냐」의 첫머리에는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풍요로운 삶에 대한 약속은 깨졌다」는 표현이 나온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우리들의 욕심이 우리로 하여금 좀더 많은 생산을 향해 우리를 몰아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소유 양식의 삶의 형태를 택했고, 많은 가치 있는 것들이 상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소유의 양식을 과감히 탈피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특정한 것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존재 양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평가
서론에서 문학과 철학의 비(非)시장성을 적절한 사례로 들어 만물의 상품화 현상을 설득력 있게 논술했다.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도 단락 구분을 적절하게 요약하고 있다. 신체의 자본화 현상이 신체의 심미적 기능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뷰티 프리미엄」 현상을 풀어 논술한 것도 돋보인다.
그런데 제시문 (나)에서 「시간의 화폐화」 현상에 대한 해석은 정확하지 않다. 시간당 노동 생산력으로 정의했지만, 제시문에서는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제시문 (가)에서 말하는 상품화와 제시문 (나)에서 말하는 화폐화의 연결 고리인 돈이나 부, 소유 중심의 가치관이 「현대 사회의 공통된 문제점」이라는 것을 좀더 분명하게 지적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결론에서 소로우와 프롬의 논의를 끌어온 것은 무난하지만, 소유 양식에서 과감히 탈피할 것을 주장하는 것은 제시문 (다)에서 말하는 「단순히 소유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추구하게끔 하는 가치관의 재정립」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몇 군데 다소 어색한 표현과 정확하지 못한 문장이 엿보이지만, 풍부한 독서와 논리적 사고력을 보인 점은 높은 점수를 주기에 손색없다.
(자료제공: 박학천 논술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