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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1. 2005년 9월호

「한 권으로 끝내는 논술만점 가이드」① 글을 잘 쓰려면
다독(多讀)이 글쓰기의 첫걸음

鄭晉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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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한국외국어大 명예교수
1939년 경남 거창 출생. 중앙大 영문과 졸업. 서울大 대학원 신문학과 석사. 런던大 정치경제대학 박사. 한국기자협회 편집실장, 관훈클럽 사무국장, 재단법인 LG상남 언론재단 이사 역임. 저서 「대한매일신보와 배설」, 「한국언론사」, 「인물한국언론사」, 「역사와 언론인」 등.

[진행·정리]
李相欣 월간조선 기자〈hanal@chosun.com〉
李相姬 월간조선 조사요원〈gwiwon27@chosun.com〉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 선생은 명(名)연설가였다. 그의 연설은 청중을 감동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민족의 혼을 일깨우는 연설에 감동하여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사람들도 많았다. 남강(南岡) 이승훈(李昇薰) 선생도 도산의 연설에 감화를 받은 사람이었다.
 
  이승훈 선생이 오산학교(五山學敎)를 세워 민족의 역량을 배양하는 인재(人材)를 육성하는 한편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하게 되었던 계기는 도산의 연설에 깨달은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산의 연설이 지닌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상인이었던 이승훈을 애국자로 변신하게 만든 강한 설득력과 청중을 감동시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함석헌(咸錫憲) 선생은 간단명료한 답을 내놓았다. 도산의 연설이 지닌 힘은 「진실」이라는 것이었다. 조선 민중을 울리고 웃긴 것은 말재주가 아니라 진실을 말했기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명연설은 듣기 좋고 번드레한 수식어와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한 말재주에서 나오지 않는다. 진심 어린 말이라야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설득력은 진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이 고매한 인격과 학식을 지녔다면 금상첨화다. 문장도 마찬가지다. 연설은 생각을 말로 나타내는 수단이고, 문장은 글로 표현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말과 글은 지식과 생각을 담아 내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글쓰기의 비결도 바로 도산의 연설에서 찾을 수 있다.
 
  함석헌 선생은 종교인이면서 뛰어난 글을 쓰는 문필인이었다. 그도 진심을 토해내는 글을 써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는 일간신문이나 통신, 방송과 같은 언론기관에 관계한 적이 없었으므로 통상적인 「언론인」은 아니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된 「논객(論客)」이라는 독특한 위치를 스스로 구축하여 「광야(曠野)의 의인(義人)」으로도 불렸다. 1970년 4월에 「씨알의 소리」라는 개인잡지를 창간하여 1980년까지 발행한 적은 있지만 그를 「논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이 작은 잡지를 발행했다는 사실보다도 그의 글이 민중의 가슴을 쳤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느 매체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위치에서 글을 썼고, 큰 신문의 주필에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함석헌의 글쓰기는 두 개의 권위 있는 언론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던 사실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았다. 1963년 12월 「사상계」가 제정한 「월남언론상」의 제1회 수상자였고, 1987년 10월에는 동아일보가 제정한 「인촌상(仁村賞)」의 언론출판부문 첫 번째 수상자였다. 여러 언론기관에서 평생을 바친 뛰어난 언론인들이 수없이 많은데 그들을 제치고 함석헌은 첫 회 수상자로 선정되었던 것이다. 함석헌은 민족의 얼이 담긴 한글을 사랑하여 유려하면서도 힘찬 한글 문체를 형성하였고, 침묵이 강요되던 시대에도 용기 있는 글을 썼다는 것이 언론상을 수여한 이유였다. 뛰어난 생각과 용기를 지닌 사람들에게 기교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문장의 기교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다.
 
  백범(白凡) 김구(金九) 선생의 「백범일지(白凡逸志)」도 문장이 좋아서 국민의 필독서가 된 것이 아니다. 그의 나라를 사랑하는 생각과 삶이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기 때문에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를 끄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독창적 구성에 조리 있어야
 
  그래도 글을 잘 쓰는 비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글은 독창적인 내용에 구성이 조리 있어야 하고, 읽을 맛 나는 매력적인 문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용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문장가」라 부르는가 하면, 글쓰는 실력을 「문장력」이라 일컫는다. 대처고소(大處高所)에서 호령하며 글을 쓰는 시대에는 문장력을 발휘하는 문장가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글을 쓰던 시대도 있었다. 언론인 장지연(張志淵), 독립선언문을 지은 최남선(崔南善) 같은 사람에 어울리는 호칭일 수 있다. 오늘날에도 문장가는 있다. 그러나 글쓰기에 문장가는 그다지 걸맞지 않은 지칭이다.
 
  지금은 글쓰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자기가 종사하는 전문 분야의 글을 잘 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이라 해서 번역과 통역을 잘하는 능력이 저절로 따라온다고 볼 수는 없다. 다른 나라의 말을 정확하게 옮기려면 모국어를 잘하는 능력과 아울러 전문적인 지식을 지녀야 한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어휘력이 풍부해야 한다. 풍부한 어휘력 향상을 위해서는 한자(漢字) 공부가 가장 효과적이다.
 
  글쓰기의 첫걸음은 다독(多讀)이다. 운동선수는 코치의 지도에 따라 뛰어난 선수의 자세를 열심히 따라하는 훈련에서 출발하여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개발하게 되고 마침내 일가(一家)를 이룬다. 그림 공부에도 모사(模寫)라는 것이 있다. 훌륭한 명화를 보면서 베끼는 임모(臨模)가 그것이다. 서예도 글씨본을 놓고 선인들의 글씨를 따라 쓰는 단계를 거쳐서 자신의 필체를 완성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글쓰기도 다를 바 없다. 우선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명작은 문학 작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근·현대의 훌륭한 논설과 에세이를 그 시대의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신문 논설과 기명 칼럼을 정독하라
 
  나는 강의시간에 언론학 전공 학생들에게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두 가지 요령을 일러 준다. 하나는 일기 쓰기이고, 다른 하나는 신문의 논설과 기명(記名) 칼럼을 정독하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이론이 아니라 꾸준한 수련이다. 평소에 갈고 닦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그러나 직업과 학력의 고하를 불문하고 누구나 좋은 글은 쓸 수 있다.
 
  신문의 논설과 칼럼을 읽는 습관은 논리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200자 원고지 10장 내외의 한정된 분량에 기승전결(起承轉結)의 형식에 맞추어 논리를 전개하는 논설은 글쓰기 수련에 더없이 적당한 교재다. 칼럼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주제에 맞추어 청탁받은 시간 안에 자신의 주장을 펴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평소에 축적한 지식과 글 쓰는 순발력을 아울러 지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지런히 남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논리력(論理力)을 단련시키면서 내공(內攻)을 기르는 것이다.
 
  일기는 글쓰기를 일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찰을 위한 수양에도 좋고, 자신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 인생을 보람 있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개인의 행적이 모여 사회의 흐름을 형성하는 것이고, 그것을 토대로 역사가들이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다.
 
  한말에서 일제시대를 살았던 윤치호(尹致昊)가 쓴 일기는 그가 죽은 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한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사료로 인정하여 출간했고, 이를 연구하여 후세 역사가는 책을 썼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읽고 있다. 그런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도 일기 쓰기는 문장 연습에 가장 좋은 지름길이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옛날에 어떤 부자가 글 잘 짓는 훈장을 초대하여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아들을 어떻게 가르치면 훌륭한 문장가로 성장하여 과거에 급제할 수 있겠는가, 귀한 가르침을 청한 것이다. 훈장은 한마디로 답했다.
 
  『다독다작(多讀多作)일세』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는 것이다. 정답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가르친 것이다.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글을 잘 쓰는 재능을 타고나는 사람도 있다. 예·체능의 경우 천부의 재능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뛰어난 재능은 지니지 못했더라도 노력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 정도의 글쓰기는 가능하다는 것이 늘 나 자신에게 주는 위안의 말이다. 꾸준한 노력 없이는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도 좋은 글을 쓰기는 어렵다.
 
  글은 무서운 것이다. 글에는 인격과 실력이 동시에 표출된다. 활자화된 이후에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기록으로 남는다. 하찮은 글이라도 후세에 사라지지 않는 역사의 기록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부메랑이 되어 내게로 날아와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쓴 글에는 허점이 있게 마련이다. 논쟁적인 글을 쓸 때에는 반드시 반대편의 논리를 점검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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