奉 斗 玩
1935년 황해도 수안 출생. 연세大 영문과 졸업. 美 아메리칸大 대학원 수료. 동화통신 정치부 기자, 한국일보 駐美 특파원, 중앙일보 동양방송 논평위원, 11·12代 국회의원,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역임. 광운大 신방과 교수, 천주교한민족돕기회 회장, 천주교남북한 장애인 걷기운동 고문, 클린 인터넷 국민운동협의회 의장. 현재 iTV 「봉두완의 진단 2002」 진행.
지금도 나는 유럽에 가게 되면 습관처럼 유레일 패스를 미리 사두었다가 고속열차편으로 유럽 전역을 한 바퀴 돌곤 한다. 철도가 구석구석 닿지 않는 곳이 없고, 요금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1935년 황해도 수안 출생. 연세大 영문과 졸업. 美 아메리칸大 대학원 수료. 동화통신 정치부 기자, 한국일보 駐美 특파원, 중앙일보 동양방송 논평위원, 11·12代 국회의원,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역임. 광운大 신방과 교수, 천주교한민족돕기회 회장, 천주교남북한 장애인 걷기운동 고문, 클린 인터넷 국민운동협의회 의장. 현재 iTV 「봉두완의 진단 2002」 진행.
유럽에서 제일 먼저 가 본 곳은 독일이다. 오래 된 대학도시로, 또한 낭만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는 유서 깊은 유적지들이 많지만 단연 돋보이는 곳은 하이델베르크城이다. 이 성의 지하에는 큰 술창고가 있는데, 한 번에 22만 리터나 저장할 수 있는 대형술통이 있다.
독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맥주다. 맥주는 독일의 국민주라고 불릴 만큼 많이 마시는 술이다. 또 맥주 안주에 즐겨 곁들이는 소시지나 소스를 끼얹은 돼지 뒷다리 요리도 독일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별미다.
광장 주변에는 오래 된 학생주점이 많은데, 이곳은 하루 일과를 마친 회사원이나 공부에 지친 대학생들로 늘 붐빈다. 주점 가운데에 영화 「皇太子의 첫사랑」의 무대가 되었다는 곳이 있는데, 실제 황태자가 이 집 女종업원과 사랑을 했다고 해서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낡은 탁자에 앉아 맥주 한잔 걸치고 앉아 있다 보면 『내게 반짝이는 두 눈동자, 별같이 빛나는 그대 눈동자, 마셔라, 마시자, 또 마시자』라는 臺詞(대사)가 들릴 듯하다.
●城에 오르는 방법은 등산열차를 타거나 걸어 올라가야 한다. 등산열차 이용요금은 왕복은 3유로이고, 편도는 1.8유로이다. 城 지하에 있는 그로세스 파스(Grosses Fass)라는 대형 술통, 세계 유일의 목재 와인 잔도 있다. 와인 시음도 할 수 있는데, 포도주를 마시면 기념으로 유리로 된 잔을 선물로 준다.
우리 말로 「붉은 황소」인 줌 로텐 옥센(Zum Roten Ochsen, 전화: 49-6221-480583)은 「황태자의 첫사랑」 무대가 되었던 酒店이다.
「東유럽의 파리」 프라하유럽의 여러 국가 중 애착을 갖고 있는 나라가 체코이다. 大문호 카프카와 음악가 스메타나와 드보르작을 배출한 예술의 나라. 더욱이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아름다운 건축물과 古色蒼然(고색창연)한 거리 풍경으로 「東유럽의 파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다.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역사와 더불어 숨쉬고 있는 도시. 유네스코는 프라하 시가지 전체를 역사도시로 세계문화유산에 올리기도 했다.
독일 뮌헨에서 야간 열차를 타고 도착한 체코 프라하의 풍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프라하 城 안에 있는 「골든 레인(Golden Lane)」은 아름다운 추억을 새겨 준 잊지 못할 장소다. 色色의 작은 전통집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 「성」과 「변신」으로 유명한 작가 카프카가 한때 작업에 몰두했던 곳으로, 지금은 카프카 전문 서점으로 남아 있다.
프라하의 명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칼 다리. 다리 위엔 무명 화가들과 관광객들로 가득하고 다리 양쪽으로 늘어선 30개 聖人像(성인상) 주위로는 하얀 비둘기들이 낮게 비행하고 있었다. 자유로운 정서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곳곳에는 아직 공산 치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색된 분위기가 잔존하는 곳, 프라하는 언제나 봄을 그리워하는 도시 같다.
●프라하를 방문할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하자. 교통과 숙박이 예약 없이는 힘든 경우가 많다. 성수기에는 뮌헨-프라하行 야간열차의 수요가 많아 예약이 필수다. 호텔이나 펜션 등 숙박시설이 모여 있지 않아 도착 후 여행사나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보다 두세 배 정도 비싼 택시는 외국인에게 돈을 더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니 가급적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
엄격하고 차분한 夜景, 부다페스트체코 프라하에서 기차를 타고 밤 12시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아름다운 밤이 나그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다페스트 기차역에 도착하니 마침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가로등 아래 부슬 부슬 내리는 비가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부다페스트는 夜景(야경)으로 유명한 도시다. 프라하의 夜景도 아름답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프라하가 은은하고 낭만적이라면,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그보다 엄격하고 차분하다.
국회의사당을 비롯한 여러 건물들은 밤하늘의 별빛 아래 아늑한 느낌을 주는 노란 조명을 받고 서 있는데, 이 불빛의 색깔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차 바꿔나간 것이라고 한다.
다뉴브江 양변을 따라 비춰지는 조명은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부다페스트 시민들은 이 아름다운 야경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꾸준하게 가꿔 가려는 모습들이 부럽기만 했다.
●프라하와 東베를린에서 탄 기차는 페스트 지구(부다와 페스트 역으로 나뉘어 있음) 서부 뉴거(Nuygati)에 정차한다. 그외 빈, 파리 등에서 오는 기차의 停車地로 켈레티(keleti)역 등 두개의 주요역이 더 있다. 각 기차역에는 지하철역이 있어 시내로 쉽게 연결된다.
유럽 제일의 온천도시인 부다페스트에서 온천을 즐기려면 시체니나 겔레르트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단, 온천 건물의 웅장함만큼이나 요금체계가 복잡하므로 표 끊는 방법을 잘 알아봐야 한다. 겔레르트로 온천을 간 김에 언덕에 올라 치타렐라 여신상 앞에 있는 공원에서 부다페스트의 夜景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유리같이 맑은 제네바 湖유럽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갈수록 살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스위스 제네바다. 기후가 온화하며, 특히 초봄과 늦가을에는 지내기 좋은 날씨가 계속된다. 제네바의 精髓(정수)는 알프스 산맥과 쥐라 산맥 사이에 있는 제네바 호수.
알프스가 융기하면서 계곡이 내려앉아 생긴 호수라는데, 이 호수 위를 다니는 유람선을 타면 제네바 호수와 스위스의 고원, 알프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식당에 앉아 붉은 와인에 치즈 찌개라고 할 수 있는 퐁듀를 곁들이면서 유리같이 맑은 호수를 바라보면 세상 일은 다 어디 갔는지 머리 속은 투명한 호수처럼 맑아진다.
호수의 한쪽에는 작지만 유명한 섬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루소 섬. 루소 섬에서 위대한 사상가의 모습을 만나는 기쁨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의자에 걸터 앉아 독서에 빠져 있는 루소 동상의 표정은 평온하다.
이 섬 바로 앞의 市街에는 루소 거리도 있고 루소의 生家도 남아 있다. 작은 돌이 촘촘히 깔려 있는 좁은 골목길, 루소가 살아 있을 때는 꽤 큰 길이었던지 길의 이름이 「큰 거리」. 제네바의 그 길을 걸으면 아직도 루소의 발자취, 그의 체취가 느껴진다. 상상만으로 역사 속의 인물과 만나보는 것, 여행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스위스 어디를 가던 「퐁듀요리」는 잊지 말고 꼭 한번 먹어 보라. 치즈를 녹여 빵을 찍어 먹는 치즈 퐁듀는 「프로마쥬 퐁듀」, 「부르기능 퐁듀」가 있다. 치즈 퐁듀는 우리가 아는 전통적인 스위스 퐁듀다. 끓는 기름에 고기를 꼬챙이에 꽂아서 하나씩 익혀 먹는 부르기능 퐁듀는 갖가지의 향신료가 소스로 나온다. 샤브샤브를 연상하면 되는데 우리 입맛에 더 잘 맞는다. 고기를 다 익혀 먹고 남은 기름을 스프처럼 먹는데 고기맛이 우러나 맛이 매우 좋다.
제네바에 있는 에델바이스(Edelweiss) 레스토랑은 종업원들의 민속의상과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미트 퐁듀」 요리가 대표적 메뉴이며, 라이브로 들려 주는 스위스 음악은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가톨릭 聖地, 루르드유럽 여행이 개인적으로 소중한 추억을 남기는 것은 聖地 순례이다. 聖地를 찾아 어머니 품에서처럼 푸근하게 기도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에 도착해 하룻밤을 자고 나서 그 이튿날 에어 프랑스便(편)으로 남서쪽 피레네 산맥 아래 놓여 있는 가톨릭 성지 루르드(Lourde)로 향했다.
동굴에서 소녀 베르나데타에게 聖母가 나타난 후 샘물이 솟아나서, 물을 마시고 많은 환자들이 병을 고쳤다고 하는데 이스라엘 성지를 제외하고 현대에 가장 유명한 순례지이다. 조그마한 샘이지만 매일 12만 리터가 넘는 물이 오늘날까지 솟아오르는데, 연중 400만 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루르드를 찾는다.
이 곳에서는 수많은 기적이 일어났고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 증거를 보여 주듯 동굴 벽에는 이들이 奉獻(봉헌)한 기적의 증거물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나는 이곳에 들를 때마다 聖水 목욕을 잊지 않는다. 샘에서 나온 물을 담은 목욕탕에서 기도하며 몸을 씻으면 만병통치라 하여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하루종일 차례를 기다리는데 나도 예외가 아니다. 물로 몸을 깨끗이 하고 와인 한잔을 마시고 나면 성수 덕인지 술기운 덕인지 피로는 단번에 날아가 버린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매일 수천, 수만 명의 순례자들이 종교 의식에 참가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항공편外에 파리의 몽파르나스驛에서 루르드까지 직행하는 테제베를 타면 5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다른 도시에서는 6~8시간 정도 걸리며, 파리 오스테를리츠驛에서 출발하는 루르드 직행 일반 급행 열차는 8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포르투갈의 파티마 聖地포르투갈의 파티마 聖地 또한 즐겨찾는 여행 코스이다. 파티마 마을은 세 명의 어린이가 聖母 마리아를 본 뒤 6개월 후 7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다시 한번 異蹟(이적)이 일어난 것으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세계 평화와 가정의 행복을 위해 그곳에 오는 순례자들은 맨발로 무릎을 꿇고 땅바닥을 기어가는 고행을 한다. 대부분 핏자국이나 멍이 든 채 돌아가지만 일부러 고생을 자청하는 셈이다.
포르투갈 파티마에서 기도를 한 후 기다리는 것은 포도주,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이다. 술맛 좋고, 가격도 싸고, 포르투갈 사람들의 인심도 더해져 그윽하다.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생명이 있는 사람이다』
바그너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여행은 삶에 또 다른 생명을 부여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내가 가지 않은 「또 다른 길」을 찾고 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 무지개, 지금은 가슴속에 남아 있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꿈을 따라서 말이다.
●포르투갈 중서부, 레이리아 근교에 있는 작은 마을 파티마는 세계 3大 聖地의 하나다. 수도 리스본의 북동쪽 약 200㎞에 위치하고 있다. 3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광장 북쪽의 파티마 대성당(Fatima Basilica)과 광장 왼쪽의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던 자리에 세워진 성모 마리아 발현 대성당(Capela das Aparicoes) 등이 유명하다. 수많은 참배객을 위해 스피커 시설까지 해 놓았다.
스페인의 휴양지 마요르카사람 좋고 음식 좋고 술맛 좋은 곳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으니 스페인의 휴양지 마요르카. 마요르카는 인구 50만 명의 작은 섬이지만 호텔만 500여 개가 넘는 유럽 최대의 휴양지로 어디를 가나 독일어 팻말이라 처음 온 사람들에겐 독일이라 착각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쿠르실료라는 운동이 싹텄고, 지금도 한국을 비롯해 全세계 66여 개 국가에서 3박4일간의 특별 避靜(피정)을 실시해 크리스찬 운동의 생활화를 꿈꾸고 있다.
스페인은 뭐든지 풍부하다. 마요르카의 해변가 어느 식당이나 들어가 스페인式 펀치 음료나 포도주를 주문하면 보통 우리나라의 3인분을 1인분처럼 내온다. 정열의 나라라는 명성에 맞게 스페인은 어딜 가나 춤이 있다. 플라멩코 춤이라 해서 때로는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함께 興(흥)을 내는데 舞姬(무희)들은 한국말로 『얼씨구 좋다』 장단을 맞추기까지 한다. 스페인의 독특한 셰리 와인 한잔에 신나는 춤까지. 스페인 마요르카에 가면 삶의 에너지가 가득 충전된 느낌이 든다.
이탈리아의 로마스페인과 같은 라틴 계열로 또 다른 열정의 나라 이탈리아는 이상하게도 우리 민족과 참 여러 모로 닮았다. 앉았다 하면 먹고 노래하는 것이나 떠들며 얘기하는 모습, 학연·지연 따지기 좋아하는 것까지 흡사하다.
나폴리나 베네치아도 이탈리아에 오면 으레 발길을 향하는 곳이지만 시간이 없을 때는 바티칸을 둘러보고 초대교회 때의 카타콤베 聖地를 찾아간다. 네로 황제의 극심한 탄압에 못 이겨 땅 속 깊숙이 파고 들어앉아 기도하며 지내다 생을 마감했을 옛 신앙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믿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절실한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로마의 스페인 광장도 내가 자주 찾는 곳. 계단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서성대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지도에 메모를 하는 여행자들…. 그래서 어떤 예술가들은 靈感(영감)을 얻기 위해 스페인 광장을 찾아오기도 한단다. 3,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도시, 교황이 살고 있는 곳, 예술가들의 천국, 로마. 역사의 무대에서 다양한 드라마가 펼쳐졌던 로마는 보석 같은 존재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처럼 『이번 巡訪(순방) 중 어느 도시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앤 공주처럼 『영원히 로마를 기억할 겁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로마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특유의 향기를 갖고 있는 도시니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