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 《월간조선》 11월호가 나왔습니다. 만들고 보니 이번 달에도 무척 하드보일드한 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문재인 정권의 육사 망가뜨리기, 중국의 내년 총선 개입 가능성 등에 대한 기사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국제정세가 긴박하고 대한민국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심각하며, 《월간조선》이 그런 상황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기 때문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년 1월이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됩니다. 평생 간첩을 잡던 국정원 대공수사요원 다섯 분이 자신들이 간첩을 잡던 이야기와 함께 사실상 대공수사가 불가능하게 되는 현실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습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밤을 새울 때 “‘하느님, 대한민국을 지키고 싶습니다.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만 할 테니, 도깨비감투 하나만 주세요’”라고 기도했다는 수사관의 이야기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어린 시절 저도 만화책에서 봤던 도깨비감투는 그걸 쓰면 투명인간이 된다는 신기한 물건이죠.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얼마나 간절했으면 저런 기도가 나왔을까요? ‘대한민국을 지키고 싶습니다’라면서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데 내년에 대공수사권을 넘겨받는 경찰은 요즘 탈북민들의 대북송금에 대해 외환관리법 위한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경찰의 실적쌓기용 억지 대공수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이 두 기사 모두 ‘정보기관’ 관련 기사에 관심이 많은 박지현 기자가 썼습니다.간첩도 못 잡는 나라의 안보는 어떻게 될까요? 모사드니 신베트니 하는 쟁쟁한 정보기관을 갖고 있는 이스라엘도 ‘정보실패’로 이번 하마스의 기습을 허용했고, 50년 전에는 욤키프루전쟁으로 패망 일보 직전까지 갔었는데 말이죠.
이스라엘-하마스전쟁에 즈음해 《월간조선》은 긴급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께서 ‘하마스와 네타냐후는 같이 간다’ 제목으로 이번 사태를 분석하는 글을 주셨습니다. 재미 저널리스트인 김영남씨는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보고서를 입수, 1973년 욤키푸르전쟁 당시 후세인 요르단 국왕,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의 사위로 ‘모사드 간첩’이 된 아슈라프 마르완 등이 아랍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제공했음에도 당시 이스라엘 정보기관-군-정부가 이를 무시한 뒷이야기를 썼습니다. 이스라엘 전문가 성일광 박사, 이란 전문가 박현도 박사가 각각 이번 전쟁에 대한 이스라엘과 이란의 입장을 분석했습니다.
육사 출신인 두 명의 예비역 장교가 우리 군의 현실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발했습니다.
장호근 예비역 대위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무기’라는 환상에 빠져 전쟁의 참혹함을 망각하는 정치인, 국민, 군 지휘부를 질타하는 글을 기고해 왔습니다. 특히 전력(戰力)을 실전에서 활용할 전략도, 배짱도 없으면서 페이퍼 워크에 매달리면서 큰소리만 치는 군 상층부에 대한 비판이 뼈를 때립니다.
《한국군의 뿌리》라는 책을 쓴 김세진 예비역 소령은 이경훈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정권이 육사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고발했습니다. 옛날 1980~1990년대에 방위병도 받았던 유격훈련을 안 받고 졸업한 기수가 있는가 하면, 육군참모총장은 “소대장 수준의 지식만 갖고 졸업하면 된다. 영어 공부나 잘하라”고 했답니다. 기가 막히는 얘깁니다.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의 과학기술 체제에 대한 전문가인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핵 및 북한 미사일이 현재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박사는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한다면 이는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 실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얼마 전 국정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개표 시스템이 해킹에 취향하다고 밝혔습니다. 저희가 금년에 발견한 좋은 필자인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이 어떻게 서방세계의 선거에서 장난질을 쳐왔는지를 고발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중국이나 북한이 장난질을 할 가능성을 경고합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일부 세력이 ‘여론 조작’을 했다는 건 이미 많이 보도가 되었습니다. 최우석 기자는 문재인 정권의 검찰-김만배-이재명 후보‧민주당-좌파 언론 등이 어떻게 원팀처럼 움직이면서 ‘대장동 몸통’을 이재명 후보가 아닌 윤석열 후보로 둔갑시키려 했는지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최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져 있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인터뷰했습니다.
늘 저희 《월간조선》에 좋은 인터뷰 기사를 써 주는 장원재 박사는 정치심리학자 한병진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정치심리학의 관점에 본 ‘가짜 뉴스’와 개딸 현상에 대한 글입니다.
저는 대통령비서실장 시절의 회고록을 펴낸 정해창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는 글은 아니지만,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회고를 통해 지금 대통령과 참모들이 무엇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작은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세진 기자는 YS정권 시절 'YS오른팔'로 불리다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쓰러져 27년째 투병 중인 최형우 전 내무장관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박희석, 이경훈, 김세윤 기자는 각국 국회의원들의 특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영국, 독일, 스웨덴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국회의원들보다 훨씬 좁은 의원실에서, 훨씬 적은 개인 보좌관을 쓰면서 적은 봉급에 만족하면서 일하는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황당하고 가성비 낮는 존재들인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19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던 분들은 ‘까치 오혜성’이 나오는 ‘공포의 외인구단’을 기억하실 겁니다. 흙수저 사내들의 치열한 쟁투, 까치와 엄지의 애련한 사랑....올해가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온지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주희 기자가 이현세 만화가를 인터뷰했습니다. 가슴 아픈 가족사에서부터 시작해서 만화가로서의 삶에 이르기까지 솔직히 털어놓았는데, 말씀 하나하나가 다 밑줄 긋고 가슴에 새기고 싶은 것들입니다. ‘이현세 이 분, 현자(賢者)가 다 되었네’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금년은 튀르키예(터키)가 공화국을 선포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슬람 국가로서는 드물게 근대화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던 터키가 근래에 급속히 이슬람주의로 돌아가고 있어 우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청년 작가 임명묵씨가 근대화와 전통의 갈등으로 점철된 터키 100년의 현대사를 정리했습니다. 군부와 서구지향적 엘리트의 힘으로 근대화를 어렵게 끌고 왔지만, 결국 전통의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터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승만-박정희 이래 근대화를 추구해왔지만 결국 ‘조선화(朝鮮化)’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터키인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단지 권력욕에 사로잡힌 포퓰리스트가 아니라 아타튀르크 케말 파샤의 한계를 극복한 인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시각도 흥미롭습니다. 임명물씨의 글은 꼭 읽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장지향 박사는 민족주의,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며 서방세계와 멀어지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글을 썼습니다.
《월간조선》은 이번에 ‘부산이 좋다’는 별책부록도 냈습니다. 엑스포를 계기로 삼아 혁신을 꾀하는 부산의 모습과 함께 부산/부산 사람들의 특성, 부산에서의 삶, 부산의 맛집, MZ세대와 외국인들이 꼽은 핫플레이스 등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딱딱한 얘기들만 많이 소개한 게 되어버렸습니다만, 자칭 ‘푼수 할아버지’가 세탁공장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 등 잡지적인 재미가 있는 기사들도 꽤 있습니다.
다시 나라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저도 ‘편집장의 편지’에서 그런 걱정을 담아보았습니다. 나라가 걱정스러울수록, 《월간조선》은 제 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이번 달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