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프리츠커상(건축계의 노벨상) 받은 칠레의 건축 저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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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건축 교육의 핵심인 ‘트라베시아’ 프로그램을 재구성한 이미지. 남미 대륙을 횡단하며 건축 설계와 공동체 경험을 결합하는 교육 방식이 특징이다. 이미지=AI 생성(칠레 언론 보도 내용 재구성)

칠레에서 또 한 명의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나왔다. 세계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프리츠커상이 올해 칠레 출신 건축가 스밀랸 라디치(1965~)에게 돌아갔다. 2016년 알레한드로 아라베나(1967~)에 이어 두 번째다. 단일 국가에서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는 일은 드물다. 건축계에서는 이를 두고 “칠레 건축의 저력이 구조적으로 축적돼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츠커상은 1979년 제정된 이후 건축가의 작품뿐 아니라 철학과 사회적 기여, 기술적 혁신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해 왔다. 단순히 ‘아름다운 건물’을 넘어 건축이 인간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 상이다. 이런 기준에서 칠레 건축은 최근 국제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흐름 가운데 하나다.


그 배경으로는 ‘교육’과 ‘자연환경’이라는 두 축이 꼽힌다.


건축·디자인 학부의 ‘트라베시아’ 프로그램

 

먼저 교육이다. 칠레의 건축 교육은 설계 기술보다 감각과 경험을 중시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특히 발파라이소 가톨릭대학교 건축·디자인 학부의 ‘트라베시아’ 프로그램이 상징적이다. 1980년대부터 이어진 이 과정은 학생들이 남미 대륙을 횡단하며 현장에서 직접 건축을 설계·제작하고, 이를 지역사회에 기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관찰과 작업, 공동체 참여를 결합한 이 교육은 결과보다 과정, 완성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칠레식 건축 교육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같은 교육은 칠레의 문화적 토양과도 맞닿아 있다. 파블로 네루다,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답게, 시는 단순한 문학 장르를 넘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건축 역시 기능적 구조를 넘어 감각과 시간, 경험을 다루는 하나의 언어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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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남부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전경. 빙하와 설산, 강풍이 만들어낸 극적인 자연환경은 칠레 건축의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건축가들은 이러한 조건 속에서 자연을 지배하기보다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며, 구조와 재료, 공간을 환경에 맞춰 설계하는 특징을 보인다. 사진=신용석 前 지리산·설악산 국립공원 소장

 

세계적 절경과 지진대를 동시에

 

자연환경도 결정적 변수다. 칠레는 북쪽의 아타카마 사막, 동쪽의 안데스 산맥, 서쪽의 태평양, 그리고 세계적인 지진대를 동시에 품고 있다. 여기에 남부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처럼 세계적 절경도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낙원’으로 꼽은 트레킹 명소로, 빙하와 호수, 바람이 만들어낸 극적인 풍광으로 유명하다. 건축가는 이러한 극단적 조건 속에서 자연을 먼저 읽고 그 위에 구조와 미학을 얹어야 한다. 형태보다 생존과 적응이 우선되는 환경이다.


이 같은 조건은 건축을 ‘지배’가 아니라 ‘공존’의 문제로 바꿔 놓는다. 라디치가 건축을 “자연에 머무는 정중한 손님”이라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리츠커 심사위원단은 그의 작업을 “취약함과 불완전함 속에서 새로운 미학을 창조한 건축”으로 평가했다. 즉, 거칠고 미완성처럼 보이는 외형 속에 정교한 구조와 재료 실험을 담아내며, 자연과의 경계를 흐리는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독창적 차별성

 

라디치는 거대한 돌, 반투명한 쉘, 비정형적 형태 등을 활용해 건축을 단순한 형태로 축소하지 않고, 사람·자연·시간의 관계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의 작품은 완결된 결과물보다 변화하고 경험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며, 그 점에서 독창적 차별성을 드러낸다는 해석이다.


칠레 건축은 또 하나의 축을 갖고 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이다. 아라베나는 제한된 예산 속에서 주민이 스스로 집을 완성할 수 있도록 설계한 ‘반쪽 주택’ 모델로 주목받았다. 건축을 미학적 결과물이 아니라 현실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본 것이다.


결국 칠레 건축의 경쟁력은 무궁무진하다 감각을 훈련하는 교육, 극단적 자연환경,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향한 시선이 결합되어 있다. 칠레에게 돌아간 프리츠커상은 특정 건축가의 성취를 넘어, 칠레라는 자연환경이 만들어 냈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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