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국가안보통일연구원(대표 최규남)이 ‘국가 정보·수사 기능 정상화 방향’을 주제로 연 학술 대회에 전직 국정원 직원, 전직 군인, 대학 교수 등이 참여했다. 2024년 1월 1일 국가정보원의 대공(對共) 수사권이 폐지되고 그로부터 1년이 되어가는 가운데, 국가안보통일연구원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의 원상회복 및 바람직한 대북(對北)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선 ▲간첩 법규 개정 추진 관련, 바람직한 수사 조직 구성 방안 ▲탈북민 지원 정책의 주요 실태와 변화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이재윤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 안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바람직한 수사 조직 방안으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부활’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국정원이 ‘민생 치안 업무’를 잘 할 수 없듯, 경찰도 해외 및 북한 분야 역량이 필수적인 안보 수사 업무를 잘 할 수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부활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은 장기간 같은 업무를 추진하여 오랜 경험 축적이 필요한 대공 수사에 적합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순환 보직을 할 수밖에 없는 경찰은 장기간 조직적으로 암약하는 간첩을 색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며 진행돼야 하는 업무인데 공개 조직인 경찰이 ‘차단의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국정원처럼 지속적으로 보안을 유지하며 내·수사 공작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형법엔 상해죄, 폭행죄가 있는데 이것을 가중 처벌하기 위한 폭처법(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 특별법으로 마련돼 있다”며 “마찬가지다. 형법 제98조(간첩죄)를 개정한다면 일반 간첩죄는 물론 북한과 연계된 경우 국가보안법에 의해 가중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남덕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에 대해 “2015년 내각 산하 ‘225국’에서 ‘문화교류국’으로 바뀌고, 조선노동당 산하로 편입된 지 9년 만에 다시 조직 개편이 이뤄진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대남 공작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우려했다.
‘탈북민 지원 정책의 주요 실태와 변화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에 나선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탈북 사태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북한 내부 사정 급변에 따른 대규모 탈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북한군이 투항 및 탈북하는 사태를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 노동자로 체류하는 북한 주민이 현지에서 대량 탈북하는 사태도 가능성을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탈북민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3만여 명의 탈북민들은 누구보다 북한 체제를 잘 알고 그 체제 속에서 최소한 20~30년 이상 살아온 경험자”라며 “탈북민들을 북한 체제 변화의 선봉에 세워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안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힘에 의한 평화’이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높고 매우 구체적인 정책 방안도 나오겠지만 상대인 북한이 움직이지 않으면 정책 성과는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번영과 나락의 갈림길에 서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몸 바쳐 주저 없이 조국에 헌신했던 과거의 정보 전사들이 다시 뭉쳐 조국의 통일과 미래를 열기 위해 뜻을 함께하고 있다”며 “최대의 찬사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남 전 원장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사회자는 “보통 이런 행사에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끝까지 남아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농담을 건네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국가안보통일연구원은 국가 안보 및 통일 등의 분야에서 경륜을 쌓은 공공 기관 출신 전문가와 학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학술 단체다. 2016년 5월 25일 설립된 이래 ▲안보 역량 강화 연구 ▲북한의 대남 전략 분석 ▲방첩 분야 연구 ▲잠재적 안보 위해 요소 연구 등의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국가안보통일연구원과 21세기 전략연구원, 국가정보연구회가 주최했다.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와 덕우회, 그리고 재향여군연합회와 내외뉴스통신, 법무법인 산우가 후원했다.
글=김광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