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러스트=조선DB
이문길 시인이 새 시집 《초가삼간 오막살이》(브로콜리숲)를 펴냈다.
2021년 3월 시집 《헛간》과 산문집 《날은 저물고》를 펴냈고, 2022년 9월 동시 선집 《눈물 많은 동화》를, 2023년 2월 시 산문집 《석남사 도토리》를, 이번에 다시 시집 《초가삼간 오막살이》를 펴냈다. 한층 깊어진 생(生)의 관조, 삶의 깊이, 시(詩)의 완성을 느끼게 한다.

이문길 시인의 17번째 시집 《초가삼간 오막살이》. 아무 디자인이 없다.
이 시집은 시인의 17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 《허생의 살구나무》를 1981년 펴낸 뒤 쉬지 않고 시인의 길을 걸었다. 시인 장옥관은 노시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떨기 들꽃의 지극히 짧은 순간의 환대로도 한 생의 보람을 찾는다는 시인.
옭 굵은 삼베 같은 투박한 입술에서 흘어나오는 노래는 우리를 생의 근원적 슬픔 앞에 마주하게 한다. 한평생 과수원에서 꽃과 열매를 길러내며 작은 수첩에 뭉툭한 연필로 적어낸 깊은 적막의 시. 감히 말하건대 노르웨이에 울라브 하우게가 있다면 한반도에는 이문길이 있다.”
‘생의 근원적 슬픔’이란 표현에 밑줄을 긋고 싶다. 새 시집에 실린 시 ‘사람’을 읽어 보자.
모르겠다
사람을 보면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사람을 보면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보면 왜 눈물이 나는지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이문길의 시 ‘사람’ 전문
산울림의 ‘회상’ ‘독백’ ‘산할아버지’을 작곡한 산울림의 김창훈 씨가 좋은 시 구절에다 곡을 붙인 시 노래를 2021년 5월 23일부터 유튜브 채널 ‘산울림티브이(TV)’에 발표하고 있다. 귀하고 소중한 작업이다. 김창훈 씨가 이문길 시인의 이번 시집에 담긴 ‘사람‘을 640번째 시 노래로 만들어 최근 발표했다.
시 ‘길 나섰다’, ‘걱정’, ‘밤’ 도 그런 ‘근원적 생의 슬픔’이 느껴진다. 전문을 소개한다.
세상 걱정 귀찮으면
길 나섰다 돌아올 때
문설주에 기대어
하늘 쳐다보고 있으면 되지요
아무도 없는
아무 말 없는
멀고 먼 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되지요
-이문길의 시 ‘길 나섰다’ 전문
새벽까지
불 켜놓고 있는 집을 보고 있으면
걱정이 된다
옛날 젊었을 때
우리 부부처럼
싸우느라 밤새도록
불 켜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왜 싸웠는지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그때 왜 싸웠는지
알 수가 없다
-이문길의 시 ‘걱정’ 전문
한밤중
흙 속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다
저녁 무렵 큰 눈 뜨고
잠자리 찾아다니던
짐승의 숨소리를
-이문길의 시 ‘밤’ 전문
생을 물끄러미 응시하는 시인의 눈길이 이 시를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눈길 속에 슬픔이 담겨 있지만 그 슬픔의 근원에 시인이 건네는 동화와 같은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