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자료=한국영상자료원
지난달 19일 세상을 떠난 배우 윤정희(1944~2023)의 빛나는 시절을 담은 영화 10편이 무료 상영되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레스트 인 피스 윤정희’(REST IN PEACE 윤정희) 코너를 마련해 영화 10편을 공개했다.
10편의 영화는 김수용 감독의 <안개>(1967)를 비롯해 <화려한 외출>(1977)과 신상옥 감독의 <내시>(1968)와 <궁녀>(1972), 그리고 이만희 감독의 <0시>(1972),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1968), 최하원 감독의 <무녀도>(1972)와 <독짓는 늙은이>(1969), 변장호·임권택·최인현 감독의 <명동 잔혹사>(1972) 등이다. 또 윤정희 배우의 은퇴 작인 김수용 감독의 <야행>(1977)도 볼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레스트 인 피스 윤정희’(REST IN PEACE 윤정희) 코너
다음은 윤정희 배우가 출연한 작품 정보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공개한 자료를 요약했다.
1. 무녀도(1972)
감독 : 최하원
출연 : 윤정희(모화), 신성일(최도령), 김창숙(낭), 허장강(허슬), 사미자(순화)
줄거리 : 모화는 이름난 무녀이나 어민촌에 예수교가 들어와서 모화의 신격은 타락하기 시작한다. 아들 욱이가 예수교를 공부하고 온 것을 안 모화는 노여움에 욱이에게 든 잡귀를 쫓기 위해 굿을 하고 성경책을 찢는다. 두 모자의 보이지 않는 싸움은 끝내 모화의 가정에 파경을 가져온다. 마침 물에 빠져 죽은 어느 부인의 시체를 찾기 위해 굿을 나가는 모화는 정말 영험한 신령이 누구인가를 보여주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신령난 굿을 하여도 시체는 떠오르지 않는다.
첫 개봉은 1972년 5월 13일 서울 국도국장에서였다. 김동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지만 영화는 소설을 넘어서 근친상간이라는 비극성에 초점을 두었다. 아태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했고 관객 8만 5000명이 동원됐다. (이세기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참조)
2. 명동잔혹사(1972)
감독 : 변장호, 최인현, 임권택
출연 : 허장강, 박노식, 황해, 김지수, 송재호, 윤정희
줄거리(제2화 ‘갖고 싶은 여자’) : 현(최무룡)은 숙(윤정희)과 결혼해 암흑가를 떠나려 하지만 보스의 배신으로 감옥에 갇힌다. 3년 만에 탈옥해 보스에게 복수하지만, 숙은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였다. 절망한 그는 남편이 된 영배를 찾아가 결투를 청한다. 그때 숙이 두 남자 사이 뛰어들어 자결하고 두 남자 역시 싸움 끝에 죽고 만다.
옴니버스 액션활극으로 윤정희 배우가 출연한 제2화는 최인현 감독이 연출했다. 부자 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신파 멜로로 엮었다. 기록에 따르면 관객 3만 7000명을 동원했다고 한다. 첫 개봉일은 1972년 6월 4일 서울 아세아극장이었다.
3. 궁녀(1972)
감독 : 신상옥
출연 : 윤정희, 신영균, 박노식, 전양자, 도금봉
줄거리 : 복녀(윤정희)는 명종의 시녀로 궁궐에 들어갔을 때 이미 임신한 상태였다. 왕이 죽자, 대비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복녀의 새 아기를 세자의 자리에 올린다. 복녀는 다시 궁궐로 돌아와 진실을 심복 시중들에게 고백한다. 그러다 간신들의 모함으로 위기에 처하지만, 복녀의 남편인 병철이 구해낸다.
윤정희가 복녀 역으로 아시아영화제에서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첫 개봉은 1972년 7월 13일 국도극장에서 개봉했다. 관객은 4만 5522명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장군의 수염> 한 장면.
4. 장군의 수염(1968)
감독 : 이성구
출연 : 신성일 , 윤정희 , 김승호 , 김성옥 , 김동원
줄거리 : 사진기자 김철훈(신성일)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노회한 박 형사(김승호)는 젊고 지적인 형사(김성옥)과 함께 김철훈의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인다. 집주인과 어머니, 여동생을 만났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형사들은 철훈에게 편지를 보낸 소설가 한정우를 만나 김철훈이 쓰려고 했던 소설 <장군의 수염> 이야기를 듣는다. 조국을 해방시킨 위대한 장군을 추종해온 국민이 장군처럼 수염을 기르지만 주인공만은 이에 동조하지 않고 외톨이가 된다는 것이 소설의 내용.
이야기를 들은 형사들은 한정우로부터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한때 김철훈과 동거했던 전직 댄서 신혜(윤정희)를 찾아가 김철훈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다. 신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르면 김철훈은 낭만적인 사람이지만 현실 부적응자였다. 김철훈의 낭만적 감성에 반했던 신혜는 그에게 지쳐 그를 떠나버리고 만다. 김철훈의 죽음은 그 후의 일. 경찰들은 김철훈의 죽음을 자살로 결론짓는다.
이 영화는 이어령 선생의 첫 소설로 김승옥이 각색했다. 촬영감독을 맡은 장석중은 당시 최고로 손꼽혔다. 영화 속 애니매이션은 <홍길동>(1967)을 연출한 신동헌 감독이 맡았을 정도다. 오손 웰스의 명작 <시민 케인>을 연상시키는 미스터리 구성을 통해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다루고 있어 어둡고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흥행에 성공했다. (신강호의 《명장면으로 한국영화 읽기》참조)
영화 <안개>의 한 장면.
5. 안개(1967)
감독 : 김수용
출연 : 신성일(윤기준), 윤정희(하인숙), 김정철(박선생), 이낙훈(조한수), 주증녀(이모)
줄거리 : 제약회사의 상무이사인 윤기준(신성일)은 회사 생활에 권태를 느끼고 있다. 그는 제약회사 사장의 딸인 과부와 결혼해 상무 자리까지 올랐다. 지쳐 있는 기준에게 아내(이빈화)는 휴식 겸 어머니 성묘도 할 겸 고향 무진에 다녀오라고 한다. 그동안 아내는 그를 전무이사로 승진시키기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하도록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바다도 농촌도 아니고 명산물이라곤 안개밖에 없는 무진에 도착한 윤기준은 병역 기피자였고 폐병환자였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다. 박 선생(김정철)이 집에 찾아와, 둘은 윤기준과 더불어 무진 출신으로 가장 성공했다는 세무서장 조한수(이낙훈)를 만나러 간다. 조한수의 집에는 세무서 직원들과 서울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내려온 하인숙(윤정희)이 화투를 치고 있다. 윤기준은 하인숙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녀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신을 서울에 데려가 달라고 한다. 다음날 윤기준은 하인숙을 만나 과거의 하숙집에서 정사를 나눈다. 회의에 참석하라는 전보를 받은 윤기준은 하인숙에게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서울로 떠난다.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을 각색한 작품으로 모더니즘 표현방식을 도입한, 당시로서는 새로운 영화 미학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화 <안개>는 사운드와 이미지의 충돌, 현재 속에서 과거의 시간을 끊임없이 불러들이는 플래시 백,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병행 편집과 커트 인(혹은 커트 어웨이) 등의 영화기법은 당시로서는 실험적이었다. (신강호의 《명장면으로 한국영화 읽기》참조)
영화 <화려한 외출>의 한 장면.
6. 화려한 외출(1977)
감독 : 김수용
출연 : 윤정희, 이대근, 이영하, 김정란
줄거리 : 자신을 잃을 정도의 스케줄 속에서 허탈과 혼돈에 빠져있는 여류인사 공도회(윤정희) 여사는 어느 날 점술가로부터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미친듯이 고속도로로 차를 몰아 한 도시에서 광녀의 인도를 받으며 화려한 외출을 시작한다. 남편이라 일컫는 용달호(이대근)라는 사나이와 7세 된 딸 진영과 생활하던 그녀는 끝내는 몰래 배를 저어 그곳을 탈출한다. 서울로 온 공도회를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의 빌딩 옥상으로 올라가 떨어진다. 갑자기 조용해진 주위 분위기에 공도회는 눈을 뜬다. 그녀는 그녀가 타고 있던 차 속에 있었다.
김용성의 소설 <유적지>를 <화려한 외출>로 바꿔서 영화화한 작품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한 직후여서 촬영 내내 함께 있었다고 전한다. 촬영은 통용에서 뱃길로 네 시간이나 걸리는 욕지도에서 찍었다. 제31회 칸영화제 출품작이며 제14회 백상예술대상과 최우수작품상, 기술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관객 15만 5000명이 동원됐다. 첫 개봉은 1978년 3월 10일 서울 명보극장이었다. (이세기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참조)
영화 <0시>의 한 장면.
7. 0시(1972)
감독 : 이만희
출연 : 허장강(장중한 330수사대장), 신성일(박형사), 윤정희(장중한 처), 김창숙(혜령)
줄거리 : 장중한은 부인과 아들 규식을 둔 330부대의 대장이다. 규식이 우연히 알게 된 시골 소년 인돌로부터 누나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오토바이로 강도질을 하던 한 쌍의 남녀를 수배 중이던 330부대는 아들의 납치소식을 듣는다. 범인은 7년전 아들의 병원비 때문에 돈을 훔친 김민수다. 당시 김민수는 아들을 위해 체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지만 장중한이 거절해 원한을 갖게 됐다. 출감 후 아내는 개가하였고 아들은 이미 죽었다. 그래서 규식을 납치했지만 녀석의 천진함을 보고 보복을 포기한다.
이만희 감독은 늘 범죄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이 작품만은 경찰이 중심이다. 1972년 7월 1일서울 아세아극장에서 처음 개봉되었다. 관객은 2만 6817명이 찾아왔다. 제11회 대종상영화제 장려상, 편집상, 제10회 청룡영화상 장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 <독짓는 늙은이> 한 장면.
8. 독짓는 늙은이(1969)
감독 : 최하원
출연 : 황해, 윤정희, 남궁원, 허장강, 김정훈, 김희라
줄거리 : 독을 구으며 고독하게 살아가던 송영감(황해)은 눈밭에 쓰러져 죽어가던 옥수(윤정희)라는 젊은 여인의 생명을 구해준다. 송영감은 옥수와 혼례식을 올리고 당손(김정훈)이라는 아들을 본다. 당손이 일곱 살이 되던 어느 날, 옥수 앞에 옛 애인 석현(남궁원)이 나타난다. 옥수를 찾아 헤매던 석현은 다시는 옥수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 송영감의 도제로 들어간다. 석현에게 떠날 것을 요구하던 옥수는 석현을 향한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석현과 야반도주한다. 송영감은 당손과 살아가기 위해 독을 굽지만 독마저 다 터져버린다. 송영감은 당손을 부잣집에 양자로 보내고 스스로 가마 속에 들어가 불에 타죽는다. 장성한 당손(김희라)은 아버지의 친구(허장강)로부터 옛날 이야기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당손이 단 한 번만이라도 어머니를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을 때, 참회하기 위해 거지꼴로 그곳에서 머물고 있었던 어머니가 기적처럼 당손의 눈앞에 나타난다.
1969년 3월 4일 서울 국제극장에서 처음 개봉됐다. 13만 6627명이 객석을 찾을 만큼 흥행했다. 작품성도 인정받아 청룡영화상(제7회)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주제가상를 비롯해 백상영화제(제6회) 여자최우수연기상(윤정희), 남자최우수연기상(황해) 등을 수상했다. 또 제4회 인도 국제영화제 작품 대상과 인기상(윤정희)을 수상했다. 제42회 아카데미영화제 출품작으로 유명하다. (이세기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참조)
9. 내시(1968)
감독 : 신상옥
출연 : 신성일, 윤정희, 박노식, 남궁원, 도금봉, 허장강, 김혜정
줄거리 : 지체 높은 김참판(최남현)의 딸 자옥(윤정희)과 하급관리의 자제 정호(신성일)는 한 동네에서 자라며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그러나 권세를 키우고자 하는 야욕이 강한 김참판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는 정호를 성불구자로 만들어 버리고, 자옥은 왕의 후궁이 되게 하여 가문의 세력을 키워나가고자 상궁으로 입궐시킨다. 사랑하는 자옥을 잊지 못한 정호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내시가 되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궁 안에서 몰래 만나던 두 사람은 발각되어 정호는 궁 안의 많은 비화가 숨겨져 있는 음침한 별궁에 갇히게 된다.
도착적 성애가 과감하게 드러나는 이 작품은 당시 3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다. "화려하게 펼쳐진 탐미의 세계"라고 불릴 만큼 애로티시즘으로 일관한 작품이다. 윤정희는 분명히 속옷을 입고 촬영했지만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1968년 12월 8일 서울 극도극장에서 처음 개봉했다.
영화 <야행>의 한 장면. 윤정희 씨의 은퇴작이었다.
10. 야행(1977)
감독 : 김수용
출연 : 윤정희, 신성일, 주증녀, 최회영, 최길호
줄거리 : 같은 은행에 근무하는 미스 리(윤정희)와 박 대리(신성일)은 결혼식을 연기한 채 주위의 눈을 피해 동거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남녀이다. 현주는 남자의 비굴하리만큼 합리적인 사고방식에 짜증이 나서 거리를 배회하다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모든 것을 빼앗긴다.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남편과 같이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탄 그녀는 졸고 있는 남편의 곁에서 탈출해버린다.
주인공 현주 역을 맡은 윤정희의 은퇴 작으로, 1967년 <안개>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던 김승옥의 각본과 윤정희, 신성일의 연기가 다시 한번 김수용 감독과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검열로 한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13만여명이 객석을 매웠다. 1977년 4월 23일 서울 명보극장에서 처음 개봉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