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포로는 또 다른 아들”…탈북 어머니 호소에 응답한 우크라이나

한-우크라 인권단체 한 목소리…“포로 강제 송환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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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이후 질의응답 시간. 로만 로마노프 국제 르네상스 재단 인권·사법 국장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두 포로가 우크라이나에 머물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 측과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박지현 기자

우크라이나도 북한군 포로에 관심이 많다. 비단 정부만이 아니다. 시민사회도 마찬가지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이들 역시 북한군 포로를 단순히 적군으로 보지 않는다. 국가 폭력에 희생된 ‘도구’로 본다. 지난 5월 8일(현지시간), 이 같은 공감대를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과 우크라이나 인권단체가 공동 세미나를 열었다. 북한군 포로의 인도적 보호와 강제송환 금지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공식 주제는 ‘전쟁과 인권, 그리고 선택: 북한군 전쟁포로의 인도적 보호와 국제사회의 책임’이었다.


이번 세미나는 사단법인 겨레얼통일연대가 주관했다.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국제인권옹호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for the Protection of Human Rights), 자유민주연맹(Liberal Democratic League of Ukraine·LDLU), 시민자유센터(CCL)가 공동 참여했다. 이날 키이우 CCL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현지 기자, 인권단체 관계자, 정부 관계자 등 약 30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우크라이나, 韓·日이어 北위협 받는 국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는 올레그 그레베뉴크 국제인권옹호위원회 집행이사는 “북한 인권 문제는 더 이상 한반도 내부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북한 정권이 유럽 전쟁에 개입한 순간, 이 사안은 국제안보와 직결된 구조적 위협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그는 북한을 정치범수용소와 강제노동이 현재 진행형으로 작동하는 “초대형 폐쇄형 수용체제”라고 표현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 역시 자발적 참전자가 아니라 “체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존재”라고 했다.

 

그레베뉴크 이사는 북한군 포로 문제가 국제인도법과 난민법이 교차하는 복합 사안이라고 짚었다. 특히 송환 시 고문과 즉결처형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권에는 국경이 없다”며 “평양에서 인간 존엄을 위한 투쟁은 곧 키이우와 자유세계의 안전을 지키는 투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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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아르투르 하리토노프 우크라이나 자유민주연맹 회장, 올레그 그레베뉴크 국제인권옹호위원회 집행이사,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 사진=박지현 기자

아르투르 하리토노프 우크라이나 자유민주연맹 회장도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군 포로의 출현을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우크라이나가 한국, 일본에 이어 북한의 직접적 위협에 노출된 국가가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보가 차단된 채 국가에 의해 동원된 이들에게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는 이유에서 “북한군 포로를 러시아군이나 일반 용병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면서 “북한군 포로가 북한으로 송환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이나 제3국으로의 안전한 이송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리토노프 회장은 탈북민을 체제에 맞서 싸운 ‘저항자’이자 ‘북한 실상을 알리는 핵심 증언자’로 봤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탈북민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는 안보 차원의 정보 확보이자,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국제연대”라고 했다. 


북한은 ‘전쟁 수출 국가’

 

인민군 대위 출신이자 북한에서 대학 교수를 지낸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북한의 근본적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북한이 더 이상 고립된 국가에 머물지 않는다고 했다. 병력과 무기를 해외 침략전쟁에 투입하는 ‘전쟁 수출 국가’로 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장 대표는 북한의 이번 개입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면서 “대규모 병력이 드론 감시, 특수부대 침투, 합동작전 등 현대전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핵무기를 가진 체제가 실전 경험까지 갖추는 상황을 “해외파병형 전체주의”라고 규정했다. 내부의 인권통제와 외부의 군사개입이 하나의 전략으로 결합했다는 분석이다. 장 대표는 “한국 탈북민 사회의 정보력과 우크라이나의 전쟁범죄 기록 역량을 결합해야 한다”면서 한-우 공동기록 플랫폼과 국제 공동조사 메커니즘 구축을 구체적 해법으로 제시했다.


“북한군 포로는 또 다른 나의 아들”


이병림 북한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본부 본부장은 이날 현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전직 여성 장교이자 강제 실종된 아들의 어머니인 그는 “저는 북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박철주의 어머니입니다”라며 입을 뗐다. 엄마를 따라가고 싶어 탈북했던 그의 아들은 중국에서 잡혀 북송된 뒤 ‘조국반역죄’를 뒤집어쓴 뒤 희생됐다.

 

이 본부장은 북한군 포로 청년들을 “또 다른 아들”이라 부르며 “이들을 다시 북한으로 보내는 것은 죽음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이들의 자유의사를 반드시 확인하고 강제송환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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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강동완 통일한국 이사장, 양시연 겨레얼통일연대 사무국장, 이병림 북한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본부 본부장, 우영복 정치범해체운동본부 팀장.

강제북송과 보위부 구금 피해자인 양시연 겨레얼통일연대 사무국장은 북한의 처벌 메커니즘을 전했다. 그는 “조선인민군에게 ‘절대로 포로가 될 수 없다’는 의무 조항은 곧 포로가 된 사실 자체가 반역이자 변절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포로들이 언론과 접촉하거나 ‘북한’이라는 표현을 쓴 것만으로도 “북한 사법체계상 중대한 반국가범죄 구성요건이 된다”고 경고했다.

 

양 사무국장은 북송된 포로들이 겪을 보위부의 장기 심문과 고문, 그리고 정치범수용소 수감 위험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남겨진 가족 역시 연좌제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북한군 포로 문제를 단순한 군사적 사안으로 치부하지 않고 국제인권법상 비강제송환 원칙을 적용해 이들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식 세뇌 구조 깊이 이해해야”

 

여섯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우영복 정치범해체운동본부 팀장은 북한 행정 관료 출신이자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의 주인공이다. 그는 북한이라는 체제가 어떻게 인간을 ‘도구’로 개조하는지 자신의 삶을 통해 증명했다. 우 팀장은 “북한은 수령 중심의 유일영도체계와 주체사상을 통해 고도로 집중된 권력 구조를 유지하는 국가”라고 정의하며, 주체사상이 현실에서는 오직 “수령의 절대권위를 정당화하는 통치 이데올로기”로만 기능한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주민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외부 세계를 ‘적’으로 배우며, 체제에 대한 의문 자체를 ‘반역’으로 인식하도록 사육된다. 우 팀장은 “이런 구조 속에서 북한군은 자유로운 판단을 하는 군인이 아니라 세뇌와 공포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가 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포로가 된 이들이 외부 정보를 접할 때 겪을 사상적 혼란은 상상 이상이다. 그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 취득을 위한 심문이 아니다”라며 “북한식 세뇌 구조를 깊이 이해한 심리적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우크라이나 연대 로드맵


마지막 발제자인 강동완 통일한국 이사장은 북한 인권과 전쟁범죄 책임 규명을 위한 실질적인 ‘한-우크라이나 연대’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논의가 외교적 마찰이나 정치적 제약으로 공전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강 교수는 “이때야말로 양국 NGO의 연대가 포로 보호와 전쟁범죄 기록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내놨다. 우선 유튜브와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전쟁의 부당함과 포로 대우의 실태를 알리는 ‘디지털 심리전’을 공동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 NGO가 북한군 정서에 맞춘 심리상담 매뉴얼을 제작해 현지에 전달하고,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북한식 언어로 설명한 소책자를 배포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첨단 기술 활용 방안도 거론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탈북민의 정착 성공 사례를 담은 VR(가상현실) 콘텐츠를 수용소에 보급하자”며 “포로들의 사상적 혼란을 줄이고 자유 세계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하는 핵심 장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강 이사장은 이러한 민간의 움직임이 “북한 내부의 동요를 유도하고 추가 파병을 막는 실질적인 민간 차원의 억제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군 사지로 보낼 수 없어” 현지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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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8일(현지시간) 키이우 시민자유센터(CCL) 건물에서 열린 ‘전쟁과 인권, 그리고 선택: 북한군 전쟁포로의 인도적 보호와 국제사회의 책임’ 세미나 참석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박지현 기자

발제 이후에는 ‘북한군 전쟁포로의 자유의사 확인과 강제송환 금지 이행을 위한 국제보호개입 촉구 166개 인권단체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 결의문은 북한군 전쟁포로 문제를 단순한 군사 사안이 아니라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이 교차하는 중대한 인권위기”로 규정했다. 이들은 북한군 포로를 단순한 적대행위 참여자가 아닌 “전체주의 체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구조적 인권 피해자”라고 명시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가 비강제송환 원칙을 적용해 보호조치를 시행하는 점을 “국제법 준수의 진전”이라 평가했다. 동시에 전쟁포로 지위는 종전 협상 과정에서 다시 송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의문은 국제사회에 “강제송환 위험에 대한 국제 여론을 형성하고, 피해자 증언 수집과 법적 대응 지원 체계를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결의문은 유엔과 유럽연합, 각국 정부에 공식 전달 예정이다.


세미나 말미 질의응답 시간에는 우크라이나 언론과 인권 관계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나탈리아 호메뉴크 기자는 “자유를 얻은 여러분의 국제 활동에 경의를 표한다”라면서 “억류 중인 북한군 포로들이 스스로 대한민국행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병림 본부장은 “포로들이 편지 답장으로 한국행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라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이들을 대한민국으로 이송해 달라는 공식 요청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로만 로마노프 국제 르네상스 재단 인권·사법 국장은 질문 대신 견해를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수많은 포로 중 유독 북한군 두 명만 특정해 교환 명단에 넣으려 한다”면서 “우크라이나 귀환 포로의 96%가 가혹행위를 겪은 상황이라 자국군 귀환이 절실하지만, 그렇다고 북한군을 다시 사지로 보낼 수는 없다는 인식이 우크라이나 사회에 강하다”고 말했다.

 

로마노프 국장은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러시아 요구를 그대로 받지 않고 포로들을 계속 보호하고 있다”며 “전쟁이 끝날 때까지 두 포로가 우크라이나에 머물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 측과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제인권단체 관계자인 안드레이 미헤요는 법적 책임 규명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의 전쟁범죄 정황은 이미 상당 부분 기록됐다”며 “우크라이나는 자국 법체계 안에 전쟁범죄 조사 근거를 갖췄으니 관련 자료를 넘겨받으면 즉시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장세율 대표는 “유럽의회나 유럽인권재판소 차원에서 김정은 정권의 반인도범죄를 다룰 특별재판소 설립을 촉구해왔다”며 “이번 방문에서 우크라이나 의회에 유럽 최초의 북한인권법 제정을 제안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탈북민 사회가 우크라이나의 전쟁범죄 규명에 협력할 테니, 우크라이나 역시 김정은 체제의 인권 피해 문제를 국제사회에 함께 제기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했다.

 

이 밖에도 현장에서는 북한군 포로의 심리 상태, 비강제송환 원칙 적용 가능성, 향후 국제기구 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세미나 종료 후 참석자들은 별도의 교류 시간을 가졌다.

 

키이우=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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