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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김정숙 여사는 어떤 영부인으로 기억될까

유쾌한 정숙씨 vs 너무 튀는 정숙씨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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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볼 수 없었던 ‘활동적 내조형’ 영부인”
⊙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률 95.2%, 영부인의 외교적 성과는?
⊙ 영부인 2년여, “아직까지 뚜렷한 펫 프로젝트 없는 점 아쉬워”
⊙ 美 퍼스트레이디 전문가 마이라구틴이 평가한 김정숙 여사는? “전통적 인식에 反한다”
⊙ 외부 평가에 민감, “대통령보다 영부인이 더 무섭다”는 지적도
지난 11월 5일 인도 단독 방문 당시 김 여사는 대통령 휘장이 새겨진 공군 2호기를 이용했다. 사진=뉴시스
  7년 전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나는 남편 옆에 서는 일이 싫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남편이 사람들이 바라는 세상을 여는 ‘문’이라면 나는 그 문의 고리라도, 아니 문이 열릴 때 옆에서 ‘삐거덕’ 소리라도 내는 그런 뭔가 나만의 역할을 찾고 싶었다. (중략) 나는 남편의 뒤에서 꽃만 들고 서 있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편을 도울 생각이다.”
 
  지난 2012년 8월 펴낸 김정숙 여사의 저서 《정숙 씨, 세상과 바람나다》의 한 구절이다. 당시 김 여사는 대선 후보자의 아내 신분이었고 책의 부제는 ‘어쩌면 퍼스트레이디’였다. 책을 내고 5년 후, 그는 진짜로 퍼스트레이디가 됐다. 지난 2년여간 김 여사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책에 쓴 바람이 현실이 됐다는 걸 알 수 있다. 결코 꽃만 들고 서 있지 않았고, 문이 열릴 때 ‘삐거덕’의 데시벨도 상당하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여. 영부인 김정숙의 행보와 평가를 짚어봤다.
 
 
  ‘한편뉴스’의 부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문재인 대통령 카테고리에 ‘김정숙 여사 소식’이라는 코너가 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땡전뉴스’는 1980년대 전두환 대통령 집권 시기에 저녁 9시 ‘땡’ 하면 어김없이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했던 뉴스를 풍자한 말이다. ‘한편뉴스’는 땡전뉴스가 끝나고 나면 ‘한편 이순자 여사는…’으로 소식이 이어져 붙은 이름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정숙 여사의 행보를 알리는 보도들이 ‘마치 땡전뉴스 뒤 한편뉴스 같다’고 했다.
 
  실제로 김 여사의 소식은 대통령급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선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김정숙 여사 소식’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이는 원래 ‘문재인의 말과 글’과 동급(同級)인 ‘김정숙의 말과 글’이었다. 지난 2018년 초부터 국민청원 게시판에 꾸준히 ‘여기가 북한이냐, 김정숙이 대통령이냐’라며 ‘김정숙의 말과 글’을 없애라는 청원이 올라왔지만, 청와대는 이를 고수했었다.
 
  그러다 최근 명칭을 바꾸었다. 지난 5월 1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악수를 그냥 지나친, 이른바 ‘악수패싱’ 사건으로 김 여사에 대한 논란이 커진 직후다. 그런데 이름만 달라졌을 뿐, 사실상 내용은 같다. 영화 관람, 기관 방문, 추도식 참석 등의 일정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기록해놓은 것으로, 7월 8일 기준, 게시글은 130개가 넘는다.
 
  청와대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김 여사의 소식은 꾸준히 올라온다. 대통령의 얼굴보다 더 자주 비칠 때도 있다. 강원 산불 당시 ‘꽃놀이를 했다’는 지적도 여기 올라온 사진 때문에 일었다. 이 인스타그램 계정은 일방적 ‘알림통’ 역할만 하지 실질적 소통은 하지 않는다. 지난 5월 게시한 치매노인들의 사진을 보고 ‘노인 당사자 혹은 보호자들에게 초상권 동의를 받았는지’ 묻는 쪽지를 보냈지만, 두 달 넘게 답변이 없는 상태다.
 
  청와대발(發) 소식뿐만 아니라, 실제 언론 매체 노출도 잦다. 노출 빈도는 내용의 경중(輕重)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일례로 김 여사는 지난해 7월, 한국으로 유학 온 인도 학생 15명과 함께 인도 영화 〈당갈〉을 관람했는데, 이 사실을 보도한 주요 일간지 기사만 30개가 넘는다. 이는 주한인도대사관에서 내부보고용으로 작성해놓은 ‘퍼스트레이디 김정숙 미디어 스캐닝’이라는 엑셀 파일에 따른 것이다.
 
 
  “권위 내려놓는 영부인 되겠다”
 
지난 2017년 7월 21일, 김정숙 여사는 폭우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북 청주 지역을 찾아 고무장갑을 끼고 복구 작업을 함께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소소한 행보를 알리는 보도들은 김 여사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한몫했다. 김 여사는 이미 문 대통령 집권 초기 대중에게 털털한 모습을 각인시킨 바 있다. 당선 전부터 인터뷰를 통해 “권위를 내려놓고 소탈한 영부인이 되겠다”고 말해온 그다.
 
  2017년 5월 13일 영부인이 된 지 나흘째 되던 날, 이사를 준비하는 홍은동 자택 앞에 60대 여성 민원인이 나타났다. 민원인은 “정경유착 때문에 못 살겠다. 아침부터 한 끼도 못 먹었다”고 말했고, 김 여사는 “라면이라도 드시고 가라”며 민원인을 사저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 일화는 삽시간에 퍼졌고, 이때부터 대중은 ‘탈(脫)권위적’ 이미지에 포커스를 맞추며 김 여사의 행보를 지켜봤다. 그해 7월 21일, 폭우 피해를 입은 청주의 한 마을을 찾아 그는 고무장갑을 끼고 쪼그려 앉아 가재도구 씻기 등 복구 작업을 함께했다. 위로와 공감의 아이콘이라며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적극적이면서도 서민적인 행보에 사상 최초로 ‘영부인 지지율 조사’까지 등장했다. 지난 2017년 말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은 60%대였는 데 반해 김 여사는 70%대를 기록했다. “영부인의 지지율이 대통령을 추월했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월, 한 영화 시사회장에 김정숙 여사가 등장했다. 치매를 주제로 한 영화다. 김 여사가 치매에 관심이 크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고령화시대 사회적 관심사인데다, 김 여사의 어머니가 치매환자이기도 해 지난 1월에는 직접 치매파트너 수료증까지 받았다. 이날 영화를 관람한 후 김 여사는 무대 위에 올라 짤막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여주인공 바로 옆, 무대 전체에서는 가운데 자리였다. 김 여사는 “대통령께서는 노령화 사회에서 모든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을 국가에서 책임지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면서 “나도 순방을 가게 되면 다양한 나라의 치매 관련 시설을 가보곤 하는데 느끼는 점들이 많다”며 벨기에 치매요양시설 방문 일화도 소개했다.
 
  그런데 사실 이 영화는 공식 시사회를 지난 3월 한 번 한 상태였다. 이날 ‘특별 시사회’라는 이름을 붙여 감독과 출연진이 다시 모인 것. 영화사 관계자 A씨의 후문이다.
 
  “자리 배치나 발언 내용 등을 따져봤을 때 출연자 및 영화 관계자들이 들러리 선 기분이 들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몇몇 출연진은 정치 성향이 달라 이 자리를 크게 반가워하지 않았다.”
 
  이 밖에 김 여사는 올해 세월호를 주제로 한 영화 〈생일〉과 〈칠곡가시나들〉 〈기생충〉 등의 영화 시사회에도 얼굴을 비쳤다. 지난해에는 해병 헬기사고 장례식 때 청와대 식구들과 〈허스토리〉를 관람하기도 했다.
 
  김 여사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다수의 관계자는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 그대로”라면서도 “다소 튀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김 여사는 부산에서 자녀교육을 시켰다. 부산에서 김 여사와 같은 학교 학부모였던 여성단체 관계자 A씨는 그를 ‘튀는 학부모’로 기억했다. A씨는 “옷차림이나 성격 자체가 워낙 도드라져서 당시 부산 일대에서 ‘김정숙 모르면 간첩’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라고 했다. 대통령 당선 전 부부동반 인터뷰를 진행한 한 매체의 기자 A씨는 인터뷰 당시 풍경을 이렇게 회상했다.
 
  “긴장감으로 빳빳한 문 대통령과 달리 김 여사는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다. 두 분이 소파에 동시에 앉는데, 정자세를 지키는 문 대통령과 다르게, 김 여사는 앉자마자 다리를 꼬고 눕듯이 등을 기대며, 팔을 팔걸이에 걸치는 자세를 취해서 당황스러웠다. 이를 지켜보던 보좌진이 황급히 달려와 김 여사의 자세를 고정시켰다.”
 
  김 여사는 당초 “영부인이라는 호칭은 부담스럽다며 대신 편하게 ‘여사’라고 불러 달라”고 말했다. 이 또한 그의 ‘소탈함’을 드러내는 일화로 자주 소개된다. 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이 발언을 이렇게 분석했다.
 
  “영부인은 관례상 대통령의 부인을 뜻한다. 여사는 굳이 누군가의 부인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여성에게 붙는 호칭이다. 그간 김 여사의 행보를 보면, 단순히 누군가의 아내만이고 싶지는 않은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순방, 외교적 성과는?
 
  비단 국내뿐만이 아니다. 활동 범위가 해외 곳곳으로 뻗으면서 차츰 ‘선을 넘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상 세간의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인도 단독 방문 당시 대통령 휘장이 새겨진 공군 2호기를 이용한 것과 아르헨티나 G20정상회의 참석 당시 부부가 함께 1박 일정으로 체코에 들른 걸 들 수 있다. 당시 체코 대통령은 부재(不在) 상태였고, 문 대통령과 함께 들른 비투스 성당에서 김 여사는 “우리 남편 어딨나요”라는 희대의 어록(語錄)을 남겼다. 이 밖에도 지난 2017년 11월 미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 앞에서 ‘저희 나라’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최근 오사카 G20정상회의에서는 프랑스 영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의 팔짱을 껴 ‘외교결례’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26개월간 21회 출국했다. 김 여사는 여기서 2018년 5월 일본 당일 출장을 빼고 20회의 해외 순방에 모두 동행했다. 동행률 95.2%인 셈이다. 일각에서 대통령 해외 순방을 두고 ‘부부동반 세계일주’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이에 “김 여사의 튀는 언행 자체를 지적하기보다, 중요한 건 이러한 행보가 대통령이나 국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냉정히 따져보는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의 해외 순방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잘하고 있다는 평가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은 “문 대통령의 내성적인 성격은 해외 순방 시 사교성 부족으로 비칠 수 있는데, 이를 활달한 김 여사가 적절히 보완해주고 있다”고 했다.
 
  “김정숙 여사가 없는 문재인 정부를 생각해보라. 조용하고, 활기가 없을 거다. 그냥 딱 문재인 대통령 성격 같았을 것이다. 여기에 김 여사가 활력소를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문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기도 하잖나. 김 여사는 전에 없던 ‘활동적 내조형’ 영부인이다.”
 
  대통령의 성격과 비추어봤을 때 더없이 잘 맞는 영부인이라는 평가다. 함 이사장은 영부인의 행보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삼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국에서) ‘이상적 영부인’의 기준이 아직 육영수 여사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다. 겉으로는 여성의 지위 향상을 외치면서 막상 여성이 대외 활동에 적극적이면 손가락질한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영부인이 해외여행 한번 가보겠다고 대통령 순방을 따라나선다는 발상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매번 제동을 걸면 영부인과 차기 영부인이 주눅이 들어서 뭘 제대로 할 수나 있겠나.”
 
  한편 아직까지 영부인 단독 일정은 자제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정계 관계자는 “과거 엘리너 루스벨트나 이희호 여사의 경우 충분히 민간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다”면서 “하지만 아직 김정숙 여사의 경우 정책적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단독 일정을 소화할 경우 무수한 억측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소식통은 김 여사가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동행하는 데에는 ‘말 못 할 이유’가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대통령께서 영부인이 없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해서 함께할 수밖에 없다. 아시다시피 임플란트를 10개나 하셔서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식사할 때 음식물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보좌진이 이런 개인적 정비까지 챙겨줄 수는 없잖나. 사소하게 챙길 것이 너무 많아 영부인이 가는 게 여러모로 제일 낫다고 한다.”
 
김정숙 여사의 영어 실력은?

 
  지난 2월 21일, 청와대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김 여사가 영문 시집을 읽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인도 모디 총리가 직접 보내온 저서라고 설명했다. 댓글 내용은 대부분 ‘책 읽는 모습이 아름답다’였다. 그중에는 ‘과연 읽을 줄 알까’라는 댓글도 있었다.
 
  그간 김 여사의 영어 실력은 대단하다고 알려져 왔다. 지난 2017년 6월 방미 당시 참전용사인 스티븐 움스테드 예비역 해병중장과 통역 없이 대화하는 영상이 포착되면서다. 소리는 안 들렸다. 실상은 이렇다. 지난 4월 방미 때 김 여사는 홀로 워싱턴의 ‘키(key)초등학교’에 방문해 아이들과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학생 한 명이 그에게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느냐”고 물었는데, 이때 김 여사는 “아이 헤이트 잇(I hate it)”이라고 답했다.
 
  프리랜서로 국제회의 통역 일을 하는 김수미씨는 이에 “아마 꼬마 학생이 매우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표현은 우리로 치면 ‘극도로 혐오한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씨는 “영어권 사람들은 거절이나 부정의 표현을 상당히 완곡하게 한다. 예컨대 어떤 제안에 ‘고려해보겠다(consider)’를 쓰면 거절이라고 보면 될 정도다. 저 상황에서는 ‘아 엠 낫 인투 댓(I am not into that)’을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청와대에 따르면 김 여사의 이 초등학교 방문 목적은 ‘한국문화교실’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청와대 측은 “이 학교의 한국문화교실은 한 학기 동안 이어진다”면서 “김 여사는 한미교류의 초석이 될 청소년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격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초등학교 홈페이지 커리큘럼 항목 어디에도 한국 관련 수업은 없었다. 확인을 위해 학교 대표자(chairperson) 다나루니(Dana Rooney) 씨에게 세 차례 메일을 보내봤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또한 거의 매일같이 게시글이 올라오는 이 학교 페이스북 어디에도 김 여사의 방문 소식은 없었다.
 
  역대 영부인과 김 여사의 차이점
 
아르헨티나 G20정상회의 참석 당시 문 대통령 부부는 체코를 경유해 1박을 머물렀다. 성비투스 대성당으로 이동할 때, “내 남편 어딨어요?”라며 문 대통령을 찾은 직후 팔짱을 낀 모습. 사진=뉴시스
  영부인이라는 명칭은 공식 직함(職銜)이 아니다. 헌법에도 영부인의 의무나 책임, 보수의 규정은 없다. 요컨대 정해진 ‘영부인의 역할’은 없다는 말이다. 그저 대통령이 수행하는 공적 기능을 어느 정도 함께하길 기대하는 대상이다. 문제는, 그 ‘어느 정도’를 둘러싸고 이견(異見)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만일 그것이 ‘정치적’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김 여사는 그간 정치적 행보도 많이 보였다. 지난 2017년 7월 독일에서 작곡가 윤이상의 묘소에 참배한 것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김 여사는 이날 윤이상의 고향인 경상남도 통영에서 가져간 동백나무 한 그루를 심으며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고 했다. 나무 앞 석판에는 〈대한민국 통영시의 동백나무 2017. 7. 5. 대통령 문재인·김정숙〉이라는 금색 글자를 새겼다. 일각에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윤이상을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했다’고 단정 지었다”며 비판했다. 그 밖에도 이듬해 인도 방문 당시에는 모디 총리에게 ‘촛불 민심과 혁명’에 대해 설명했으며, 지난 4월 17일 투르크메니스탄 방문 때에는 현지 대학생들에게 “우리나라에 남쪽과 북쪽이 있는데 그 나라 사이에서 원하는 게 있다”고 해 논란을 빚었다.
 
  한 정계 인사는 이에 “남편이 좌편향이면 영부인이 정치색을 띠지 않고 조금이라도 균형을 잡아주면 좋을 텐데, 3년 뒤 어떤 역풍을 맞을지 솔직히 걱정된다”고 했다.
 
  물론 역대 영부인들 누구나 한 번쯤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시각이다. 이 관계자 는 이어 “그간의 영부인들은 고가 시계, 반지, 위장전입 등 단발성 해프닝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김 여사의 경우 일회성 논란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게 상당한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눈에 자주 띄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성격이 상당히 내향적이고 조용하기 때문에 김 여사가 상대적으로 더 튀어 보이기도 한다. 이 튀는 부분이 반대편 이들에게는 ‘공격의 빌미’가 된다. 이를테면 체코에서 ‘내 남편 어디 있나요’라고 했던 건 공식 일정의 연장선이 아닌 철저히 개인 행보였다. 이렇게 개인 행보로까지 눈에 띄는 것이 쌓이면 훗날 문 대통령에게까지 덧씌워져 정권 전체가 부정적인 상승 작용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뚜렷한 ‘펫 프로젝트’가 없다

 
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 참석해 말춤을 추는 김 여사. 사진=뉴시스
  역대 영부인들과의 차이점은 또 있다. 적극적인 대외활동에 비해 이렇다 할 ‘펫(pet) 프로젝트’가 없다는 점이다. 펫 프로젝트는 영부인들이 특히 신경 쓰는 분야를 말한다. 육영수 여사의 ‘양지회(陽地會)’ 활동이나 이순자 여사의 ‘새세대 육영회’ ‘새세대 심장재단’, 김윤옥 여사의 ‘한식 세계화’등이 그 예다.
 
  초기 김 여사의 펫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다. 음대 출신의 성악 전공자라 일각에서는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고, 딸 다혜씨의 영향에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어머니의 영향으로 치매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2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또렷한 영역이 없다는 평가다.
 
  최진 소장은 “보통 영부인들은 본인들의 영역 설정을 뚜렷하게 하는데, 김 여사는 아직까지 특별히 영역 설정을 하지 않고 문 대통령을 항시 근거리에서 챙겨주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남편과 항상 붙어 있는 것이 집권 초기,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지가 좋을 때는 같이 좋아 보이지만, 지지율이 하락하게 되면 이런 부분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뀔 수 있다. 똑같은 행동이라도,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함성득 이사장 또한 “역대 영부인 중 대통령 당선에 이처럼 기여한 인물은 없었고, 지금까지도 잘 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펫 프로젝트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라고 말했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영부인이 펫 프로젝트에 집중을 못 하고 있다. 이처럼 초점 없는 모습이 사람들에게는 ‘대통령의 장식품’에 머물며, 우왕좌왕한다고 비칠 수 있다. 집권 초기 유력 분야로 꼽혔던 치매와 경단녀는 역대 영부인뿐만 아니라, 미국의 어떤 영부인의 펫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도 가장 현대화된 주제다. 이제 여기에 집중만 하시면 좋을 듯하다. 세미나도 열고, 부속실에도 이에 맞는 사람을 앉혀두고 좀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사람들이 ‘아, 영부인이 이 분야에 이해도도 높고 뭔가를 체계적으로 추구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텐데, 그 점이 다소 안타깝다.”
 
 
  해외에서 보는 김정숙은?
 
지난 6월 28일, 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오사카를 방문한 김 여사가 프랑스 영부인 마크롱 여사의 손을 잡고 일본 교토 도후쿠지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한국의 영부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 여사의 행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이를 묻기 위해 해외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외국인 교수 및 지한파 지식인 등 10명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김 여사의 간단한 인물정보와 최근 논란이 일었던 행보와 이에 대한 갑론을박을 균형 있게 첨언했다. 대부분은 “미안하지만, 김정숙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 못한다”고 답장을 보냈으며, 한 사람만이 짤막한 의견을 보내왔다. 마이라 구틴(Myra Gutin) 미국 라이더 대학 교수다. 역사학자인 그는 오랫동안 퍼스트레이디학(學)을 연구해온 인물이다.
 
  구틴 교수는 “김정숙에 대해서 아주 조금만 알고 있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답변을 위해 이메일에 첨부된 내용 외에 청와대 홈페이지, 신문기사, 위키피디아 등을 추가로 검색해봤다”고 했다. 그는 우선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의 정의를 간략히 설명했다.
 
  “퍼스트레이디에게는 재임 동안 정해진 의무나 책임이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영부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그 역할을 해석해왔다. 예를 들어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정치적으로 활발했고, 특히 국민 건강관리에 신경 썼다. 한편 트럼프 여사는 정치적이기보다 의례적인 임무(ceremonial duties)를 수행하며 사이버 폭력 퇴치를 위한 ‘비베스트(Be Best)’운동에 힘쓰고 있다.”
 
  구틴 교수는 “자료를 종합해봤을 때, 김정숙 여사는 아마도 (한국의) 전통적인 인식에 반(反)하는, 좀 더 관여된(involved) 영부인상 같다”면서 “이런 경우, 남편과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영향력의 기폭제(catalyst)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구틴 교수는 이어 “예컨대 김 여사의 해외 순방의 경우 어떤 회담이나 정책 논의에도 관여하지 않은, 의례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시각적 효과가 이미 상당하게 구축된 것 같다”면서 “다시 말해 순방 그 자체보다, 그 후광효과가 더 크게 자리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는 앞서 몇몇 관계자가 언급했던 ‘눈에 더 띌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보완설명으로 풀이된다.
 
  구틴 교수는 마지막으로 “영부인은 여러모로 어려운 자리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남편의 행정 업무에 관여하게 되면, 책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쉽게 말해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 자리’인데 여기서 균형을 어떻게 잘 잡느냐가 관건”이라고 제언했다.
 
  현재까지 김 여사에 대한 평가는 다소 갈리지만, 진영논리를 떠나 공통적으로 입을 모은 부분도 있다. 바로 그가 외부의 평가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점이다.
 
 
  ‘임기 말 몰락의 법칙’ 영부인도 예외 아냐
 
  김 여사와 문재인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봐왔다는 한 정계 인사는 “김 여사가 외부의 평가, 특히 ‘나댄다’ 혹은 ‘튄다’라는 평가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한다”면서 “언론사 간부들이 (내게)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전 정권 영부인들은 아무리 비판해도 한 번도 항의전화가 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살짝만 건드려도 오더라’고. 혹시 이 코멘트를 쓴다면, 내 이름은 철저히 익명으로 해달라. 난 대통령은 안 무서운데 영부인은 무섭다”고 했다. 이 인사는 또 “실제로 지난 지방 선거 때 이른바 ‘김정숙 마케팅’을 한 후보들이…”라면서 말을 끝까지 잇지 않고 주워 담으며 “어쨌든 외부에 비친 것보다 많은 일이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누차 얘기했다.
 
  김정숙은 과연 어떤 영부인으로 기억될까. 여러 관계자는 지금부터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최진 소장은 “집권 절반이 되기도 전에 이미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절반의 임기 동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권 말기 그가 어떻게 기억될지는 미지수다. 지금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모든 대통령은 예외 없이 임기 말 힘든 상황에 처한다. 정권 초기 대수롭지 않았던 것이 중후반으로 가면서 큰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얘기다. 이를 ‘임기 말 몰락의 법칙’이라 한다. 영부인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몇몇 언론에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구체적인 팩트 하나가 나타난다고 하면, 도저히 빠져나갈 재간이 없을 것이다. 김 여사가 이를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언행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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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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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관    (2019-07-29) 찬성 : 14   반대 : 2
푼 수 .
  Harry    (2019-07-27) 찬성 : 14   반대 : 4
지지리 박색. 천박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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