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시 운동권 원로, “이석기 의원은 조직 내 偶像”
⊙ 성남시와 경기동부의 蜜月
⊙ 경기동부연합, 성남시의 각종 利權 사업 진출
⊙ 성남시, 관련 예산집행 內譯 공개 거부
⊙ 성남시와 경기동부의 蜜月
⊙ 경기동부연합, 성남시의 각종 利權 사업 진출
⊙ 성남시, 관련 예산집행 內譯 공개 거부
- 6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 등원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본청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이석기 의원은 경기동부 내에서 우상(偶像)이었습니다. 김영환 이후 남한 주사파 최고의 사상·이론가로 불렸습니다.”
과거 경기 성남 지역의 유력 재야(在野) 운동가로 활동했던 A(51)씨는 지난 6월 6일 서울시 근교 모처에서 기자와 만났다. 종북(從北) 논란을 빚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이하 경기동부) 세력은 성남시를 지역 거점(據點)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한 통성명(通姓名)을 마친 후 A씨는 “과거 후배들을 교육시킬 때 이렇게 했다”며 깊은 숲속의 계곡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은밀한 대화를 원하는 것 같았고, 오랜 지하운동의 경험 때문인지 도청, 감시를 피하는 방법이 몸에 밴 듯했다. 재야운동을 정리하고 성남을 떠난 그는 “내가 (주사파로)교육시키고 설득시킨 아이들이 오류(誤謬)를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가슴이 아프다”며 경기동부가 태동했던 1980, 90년대를 증언했다. A씨는 서울 소재 대학 81학번으로 80년대 자생 주사파의 원조인 김영환(서울 법대 82학번)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이석기(외대 용인캠퍼스 중국어통번역학과 82학번) 국회의원보다 학번이 한 해 빠르다. 경기동부에 대한 그의 증언은 실세로 알려진 이 의원에 대한 폭로(暴露)로 시작됐다. A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석기씨가 경기동부연합의 몸통이었던 것은 맞습니다. 1980년대 말부터 이 의원은 NL(민족해방) 운동권 후배들에게 굉장한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 의원은 4시간 이상 자지 않았습니다. 같이 술을 마시면 분위기를 맞춰 주면서도 자신은 절제했습니다. 밤새워 술을 마셔도 새벽에 일어나 책을 보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인민적 품성, 혁명가로서의 자존심으로 생활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의원의 지도를 받고 감화(感化)를 받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 의원은 소위 경기동부연합의 우상이었습니다. 후배들은 이 의원을 ‘김영환 이후 남한 주사파 최고의 사상·이론가’로 평가했습니다.”
깊은 산속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 돗자리를 펴고 마주 앉은 A씨는 경기동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운동권 역사와 주체사상을 알아야 한다며 흡사 대학 강의와 같은 방식으로, 한때 그의 전부였던 ‘사상(思想)’과 ‘운동(運動)’을 설명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경기동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태동(胎動)한 성남시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기동부, ‘산업화의 그늘’ 성남에서 태동
1980년대 주사파 계보, 성남 운동권 투쟁사를 한 편의 대하(大河)드라마처럼 수 시간 동안 설명할 때 A씨는 마치 20대로 돌아간 것처럼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운동은 나의 모든 것이었다”는 그의 회고(回顧)를 듣고, 이석기 의원이 국회 첫 출근에서 “20대 운동권 심정으로 일하겠다”고 말한 이유를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대다수 국민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면 (정말 옳은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해 오류가 생긴 것이다”고 말했다. 그와의 대화는 계속됐다.
―성남시가 경기동부 세력의 뿌리가 된 배경(背景)은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성남시는 전쟁이 날 경우 주민들을 모두 빼내는 소개지(疏開地)였습니다. 전쟁이 나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저임금, 저곡가 정책으로 도시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정부에 의해)강제로 이주한 곳이 성남이었습니다. 성장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요. 굳이 표현하자면 ‘산업화의 그늘’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성남은 섞이기 힘든 두 부류의 계층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저는 밥은 먹고 살았지만 친구, 후배들은 인근 산에서 칡뿌리를 캐 먹으며 허기를 달랬습니다. 산업화의 명암(明暗)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과거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있는 토착민과 분당 등이 개발되면서 이주해 온 이주민이 섞일 수 없는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작용했습니다.”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조직은 언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나요.
“80년대 중반부터 다른 지역 운동권 학생들이 성남으로 투신(投身)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인천, 반월, 부평, 성남 등의 공단으로 학생들이 몰려갔습니다. 저는 성남 지역에서 계속 활동해서 지역 출신인지 타(他) 지역 출신인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80년대 중반부터 이석기, 임수경 등 외대 왕산캠퍼스(용인캠퍼스) 출신들이 성남에 데모하러 나타났습니다. 그 시절 운동은 우리의 전부였어요. 그래서 그 당시 본 얼굴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다만 서로 가명을 써서 이름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임수경은 평양방문 이후에, 이석기는 민혁당 사건으로 털린(구속된) 후에 이름을 알았습니다. 이즈음부터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조직이 서서히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경기동부에 외대 용인캠퍼스 출신이 많은 것은 마이너(소수자) 의식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지방 캠퍼스 출신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힘드니까 운동판에서 크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북한은 민족의 태양”
―이석기 의원은 어떤 활동을 했나요.
“외대 캠퍼스에 전설적인 인물이 두 명 있었는데 학번이 같았던 이석기와 최○○씨입니다. 이석기 의원은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김대중정권 시기인 1999년 국정원에 의해 그 전모가 드러난 대표적 주사파 지하조직으로, 이 의원은 민혁당의 조직원으로 구속돼 징역 2년6월이 확정된 상태에서 복역하다 노무현정권 시절인 2003년 8·15특별사면으로 석방) 시절부터 외대 출신뿐만 아니라 성남(운동권 조직)에서 존경받았습니다. 후배들이 ‘이 선배는 우리의 우상’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 의원이 홍보물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껍데기(위장)였습니다. 대외적으로 경기동부의 대장은 이용대 전 민노당 정책위의장이었습니다. 서울대 미학과 74학번으로 지역에서 존경받았습니다. 이용대씨는 최근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지하에서 활동하던 이 의원이 전면에 나선 것은 이 의장이 더 이상 활동하기 힘들어진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진보당에서 이 의원의 사퇴(辭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이 80년대 운동권처럼 모험주의(冒險主義)를 선택하지나 않을까 우려됩니다. 아마도 이 의원이 표면에 나설 때 과거 이 의원이 지하에서 하던 일은 다른 사람에게 넘겼을 것으로 봅니다. 이 의원의 동문인 최○○씨일 수도 있고, 서울대 출신의 다른 인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북한을 오고 가는 인물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험주의라 함은 무엇인가요.
“배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으면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하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북한의 실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이들에게 북한은 어떤 존재인가요.
“아직까지 마음속에 민족의 태양(太陽)을 담고 살고 있는 것이죠. 80년대 상황이라면 반공개적으로 김일성 사진 모셔 놓고 민혁당처럼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정세가 좋지 않아 그렇게 못하고 있는 것이죠. 비유를 하자면 이들에게 북한과 남한의 관계는 부부 사이와 비슷합니다. 같이 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엇인가가 생기잖아요. 그런 감정일 것입니다.”
“성남시는 경기동부 소굴”
A씨는 기자와 헤어질 무렵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경기동부와 사실상 공동정부를 구성한 성남시는 주사파의 소굴이 됐다”는 주장이었다. 경기동부가 태동한 성남시에 주사파가 깊숙이 침입했다는 주장은 충격적이었다.
기자는 A씨의 주장을 검증(檢證)하기 위해 성남시청, 시의회, 사회단체 관계자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했다. 경기동부의 뿌리인 성남시에서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추적하면서 A씨의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취재과정에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호칭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선 당사자들이 그런 단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실제 이들 세력은 자신들이 ‘경기동부연합’이라고 대외적으로 공표한 적도 없다. 따라서 이들을 ‘민혁당 재건파’ ‘주체사상파’ ‘종북세력’ 등으로 부르는 것이 적당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경기동부연합이라는 표현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고, 이들이 성남시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명칭을 유지한다. A씨 역시 “이들이 90년대 말 이후 다양한 단체로 분화(分化)돼 활동하기 이전부터 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곤 했다”며 “경기동부연합으로 불러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성남시와 경기동부의 蜜月
성남시가 경기동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민선5기 이재명 성남시장이 취임한 이후이다. 밀월은 시장선거에서 당시 민주당과 민노당이 야권연대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야권연대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선거과정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시민운동에 적극적이었던 이재명(48) 변호사는 2010년 민주당 후보로 시장직에 도전했다. 이 변호사는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파크뷰 특혜분양)저지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 성남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성남정책연구원 공동대표, 시립병원설립추진위 공동대표 등의 사회활동을 통해 성남시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로 시장 출마를 저울질하던 김미희(46)씨는 야권연대를 명분으로 시장 선거에 나서지 않고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출마했다. 김씨는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2·3대 성남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경기동부로 분류되는 김씨는 집시법 위반으로 징역 1년6월·집행유예 3년 형을 받은 전과가 있다. 두 사람은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친분이 있었다. 김씨는 지난 4·11 총선에서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 낙마한 <민중의소리> 윤원석 대표를 대신해 성남중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당선됐으나, 민주노동당 김미희 후보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이즈음부터 이재명 시장과 경기동부의 밀월(蜜月)은 시작됐다고 한다. 이 시장 취임 이후 경기동부가 성남시정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재 성남시는 구민노당과 공동정부에 가까운 협력을 하고 있다. 관계는 지방선거부터 시작됐다. 선거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을 무릅쓰고 김미희 후보를 지원했다. 공직선거법 제88조는 타 정당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석기 의원이 이사로 있던 인터넷 매체 <민중의소리>는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노당의 야권연대가 이뤄졌던 2010년 5월 27일 <민중의소리>는 김미희 경기도의원 후보를 인터뷰했다. 기사를 통해 경기동부 소속의 김미희 후보가 지방선거에 출마해 조직 리더 이석기 의원이 대표로 있던 사회동향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홍보에 이용하고, 이를 이 의원이 이사로 활동하는 등 자신의 영향력 밑에 두었던 <민중의소리>를 통해 확대 재생산하는 경기동부의 조직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다. 기사는 다음과 같다.
“김미희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로 단일화를 이루기 위하여 성남시장 후보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미희 후보는 성남시장 선거에서 충분히 당선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당시(2010년 4월 5일) 사회동향연구소 여론조사에서 김미희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후보로 이대엽 후보가 공천이 되든, 황준기 후보가 공천이 되든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가 경쟁력을 가진 까닭은 그가 민주노동당 창당 이전부터 꾸준히 성남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해 온 지역 정치인으로 주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자신이 당선될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 야권연대를 이루어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대의를 위해 당리당략을 버렸다. (중략)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민주당 허재안 후보 측이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민주당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해당 기사에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야권 단일화를 실현한 후 김미희 도의원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는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기사의 객관성은 논외(論外)로 하더라도, 야권연대를 통해 경기동부가 성남시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경기동부 출신, 성남시에 대거 취직
2010년 이재명 인수위원회 명단을 보면 성남시에 경기동부가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인수위의 공식 명칭은 ‘시민이 행복한 성남 기획위원회’였다. 인수위에는 경기동부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布陣)해 있었다.
우선 <민중의소리> 대표인 윤원석씨가 대변인직을 맡은 것이 이채(異彩)롭다. 윤씨는 지난 4·11 총선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성추행 전력’으로 낙마했다. 당시 윤씨는 “제 개인의 불미스러운 과거 행적으로 우리 당에 누를 끼치고 야권연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며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윤씨는 외대 용인캠퍼스 86학번(경제학과)으로 1989년에 총학생회장까지 지냈다.
인수위 위원장이었던 김미희씨는 윤씨를 대신해서 성남중원에 출마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김 의원의 남편으로 인수위 간사직을 맡은 백승우씨는 경기동부가 민노당을 장악하던 시절 사무부총장으로 당의 살림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인수위 초반에 활동했던 백씨는 “부부가 함께 인수위에서 활동하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지역 여론에 밀려 인수위원직에서 물러났다. 경기동부를 대외적으로 이끌었던 이용대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도 이름을 올렸다.
인수위에 관련됐던 인사들은 후에 성남시에 자리를 잡았다. 성남 지역 언론 《성남일보》는 최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성남시에서 자리를 잡은 인사 24명을 ‘이재명의 사람들 줄줄이 낙하산’이라는 제목으로 자기사람 심기 관행을 고발했다. 해당 언론은 인수위원 중 취업시킨 인사 명단 24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공개된 인사 가운데 경기동부 출신을 정확히 가려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성남시에서 관련 취재를 계속했던 기자와 시민단체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인수위 활동 후에 성남청소년육성재단 사무국장직에 있다가 김미희 의원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씨, 시립병원설립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출신으로 이재명 시장 비서로 일하고 있는 신○○씨(외대 용인캠퍼스 체코·슬로바키아어과 4학년 제적), 경기동부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업체로 알려진 시민주주기업 ‘나눔환경’ 한용진 대표 등이 경기동부 출신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물이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이용대씨의 부인 윤○○씨도 성남시자원봉사센터장을 맡고 있다.
진보 인터넷 매체, ‘나눔환경이 노동자 착취’ 보도
경기동부는 성남시 이권(利權)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민주주기업이라며 출범한 청소용역업체 ‘나눔환경’이다. 대표는 외대 용인캠퍼스 84학번으로 성남평화연대정책위원장, 광우병대책위 상황실장이었던 한용진씨다.
나눔환경에는 경기동부와 특수관계에 있는 인사들이 경영진으로 포진해 있다. 《서울신문》은 최근 나눔환경은 전원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그 근거로 해당 신문은 나눔환경 등기부 등본을 제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영욱 전 대표이사(이석기 의원 보좌관, 전 진보정치연구소 부소장), 윤용배 사내이사(외대 86학번으로 전국연합 경기동부연합 공동의장), 정형주 사내이사(외대 84학번으로 <민중의소리>의 전신인 한국민족민주인터넷방송 전 대표), 송호수 본부장(이석기 의원이 운영하던 CNP전략그룹 이사) 등이 나눔환경의 경영에 참여했다.
신문은 청소용역 실적이 전무(全無)한 신생기업(나눔환경)이 설립 한 달 만에 청소대행업체로 선정돼 특혜 시비가 있다며, 이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 야권연대의 대가로 경기동부 출신 인사에게 특혜를 줬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성남시는 보도 직후 “청소대행업체 선정 당시 나눔환경 등 12개 업체가 신청을 했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평가를 통해 생활폐기물수집운반 신청 3개 업체 중 나눔환경이 선정됐으며 신규 업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것으로 특혜가 아니다”며 《서울신문》에 5억원대의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나눔환경 사례는 민중을 위해 뭉쳤다는 경기동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눔환경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업체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생활임금 쟁취’를 요구하고, 노동계에서 “나눔환경은 사회적 기업을 가장해 임금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진보 인터넷 언론 <참세상>이 나눔환경 노동자의 월급명세서를 공개하며 “나눔환경은 사회적 기업을 가장한 중간착취 업체”라고 고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참세상>은 2011년 5월분 나눔환경미화원 월급명세서를 근거로 “세금과 노동조합비 2만원을 제외한 실수령액이 186만원(급여계 203만원) 정도이다. 반면 비슷한 대행료를 받고 생활쓰레기 수거업무를 하는 성남시 청소용역업체 ○○기업은 실수령액이 280여 만원(급여계 300만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참세상>은 2011년 5월분 실수령액을 근거로 보도했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12월까지 지급한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월평균 270만원을 지급했는데 5월 한달 월급명세서를 가지고 임금착취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기자는 사실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나눔환경 근로자들의 2011년부터 2012년 3월까지의 임금지급액을 모두 기록한 자료를 입수했다. 나눔환경뿐 아니라 성남시 청소용역업체 전부의 임금지급 현황까지 입수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해당 문건을 노동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다른 업체에 비해 월 30만원 정도 적게 받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나눔환경 근로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이 내역서에 기재된 액수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남시와 경기동부의 유착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성남시 취재 기자와 시의원들은 “이재명 시장 이후 친(親)경기동부 언론과 성남시의 권언유착(權言癒着)이 노골화됐다”고 말한다. 2011년 6월 1일 성남시 정자동 킨스타워 7층에서 《성남피플》이라는 지역 신문이 창간됐다. 창간식에는 이재명 시장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성남피플》의 발행인은 김영욱씨였다. 현재 이석기 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나눔환경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이 시장 당선 이후 성남시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창간 행사는 윤원석 <민중의소리> 대표의 연대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윤 대표는 이 시장의 인수위 대변인이었다. 《성남피플》이 <민중의소리> 자회사라는 의혹은 그 후 계속됐다. 또 성남시가 《성남피플》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역사회의 문제제기도 있어 왔다.
불과 창간 4개월 후에 《성남피플》은 사회동향연구소와 공동으로 2011년 10월 5일 성남시청 광장에서 ‘성남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책 및 정책 등에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한다’는 명목으로 ‘성남시민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사회동향연구소는 이석기 의원이 대표로 있는 회사였다.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해당 행사에 2900만원의 비용이 사용됐습니다. 시청 앞에 음향시설만 설치하고 진행된 행사에 2900만원이 들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행사비는 하나로마트(농협성남농산물종합유통센터)가 냈다고 합니다. 시를 거치지 않고 주최측(성남피플, 사회동향연구소)에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익자금을 썼다는 것인데, 시의회에서 구체적인 경비사용 내역, 주관사 선정과정 등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성남시는 자료제공을 거부했습니다. 시가 직접 주관할 수도 있는 일을 굳이 업체를 선정해 예산을 지원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수사기관에서 해당 사안을 인지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탁회의 특혜 논란에 대한 성남시는 “두 개의 역량 있는 업체가 주관이 되어서 추진된 행사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탁회의 특혜 의혹은 성남시의회에서도 집중 제기됐다. 2011년 12월 1일 행정기획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덕수 의원의 질의에 오창선 자치행정과장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원탁회의는 시 주관 행사입니까.
“언론기관에서 성남시에 제안해서 이뤄졌습니다.”
―재원은 얼마입니까.
“2997만5000원으로 농산물종합유통센터 공익자금으로 지원했습니다.”
―공익자금은 성남시 예산에 있는 건가요.
“유통센터 공익자금이란 유통센터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30%를 성남시민을 위해 사용하도록 저희(성남시)와 계약이 된 것입니다.”
―공익자금은 성남시민 전체를 위해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민 전체를 위해 쓰일 수 있으면 굉장히 좋지요.”
창간 4개월 신문사에 농협 등이 거액 협찬
―원탁회의를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각계각층이 편중되지 않게 와서 이것을 했다면(좋았을 것 같습니다). (중략) 제가 보기에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관에서 동원된 사람도 있어 보입니다.
“공무원들도 참석했습니다.”
―그러니까 동원된 것이죠.
“일부 파트별로 공무원이 필요하다는 주최측의 요청이 있어서 저희가 추천했습니다.”
―일개 신문, 창간된 지 불과 몇 개월 안되고 공익성도 아직 검증 안되고 (중략) 신문 발행부수가 아마 극히 미약한데. 그리고 단언하지만 편협(偏狹)합니다. 무상으로 갖다 주는 거예요. 저에게 보라고 그래도 안 본다고 했더니 이제는 안 주더라고요. 검증이 되지 않은 신문사에서 주최한 행사에, 그것도 무슨 정책을 논하는 행사. 이것은 시에서 잘랐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공무원들 참석 안 했어야 합니다. 공적자금 투여 안 했어야 합니다. 모든 편의 제공해 주고, 시장도 참석하고 많은 공무원들이 참석해서 거기에서 몇몇 편협한 사람, 의견이 우리 전체 성남시민의 바람인 양 10대 과제를 선정하고 그걸 어마어마하게 선전하고 공무원들조차도 이것을 무슨 반영이나 되는 듯한(것으로 여기는). 한 70여 명이 모여서 얘기한 것이 성남시 정책에 반영될 것인 양하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공적자금 3000여만원이 투입됐다고 하는데 식사도 했나요.
“식사는 없었습니다. 사전에 주민의 여론조사하는 비용. 일부 준비하는 사람들의 비용 이런 것이었지 이분들한테 수당을 준다든지, 공무원한테 수당을 준다든지 이런 사항은 없었습니다.”
해당 행사에 돈을 지급한 곳은 농협성남유통센터뿐이 아니었다. 확인결과 지역 A대학이 300만원(세금 포함 330만원)을 홍보책자, 광고비 명목으로 지원했고, B업체가 4kg 햅쌀 172포대를 후원했다. 뿐만 아니라 C의료재단, 농수산판매·단체급식업을 하는 D사 역시 행사를 후원했다. 당시 후원을 결정했던 모 홍보팀장은 “시청광장에서 열리는 행사였고, 성남시장까지 참석하는 공익행사여서 후원을 결정했다”며 “최근 보도를 통해 해당 업체가 경기동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성남시는 <민중의소리>에 2011년 행정광고비 2600만원을 집행했다. 상반기 150만원, 하반기 2450만원이었다.
<민중의소리>는 가십(gossip)성 연예(演藝)기사를 무분별하게 온라인에 전송해 클릭수를 늘렸다는 이유로 2011년 6월 포털사이트 네이버로부터 퇴출(退出)당했다. <민중의소리>는 법원에 퇴출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해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포털 인기검색어와 관련된 연예뉴스 기사를 중복 전송했고, 이를 중단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이를 계속한 사실이 확인돼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며 <민중의소리>가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棄却)했다.
네이버로부터 퇴출된 이후 <민중의소리>의 월평균 방문자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성남시는 바로 이즈음에 <민중의소리>에 대한 광고비를 대폭 늘렸다. 기자가 입수한 ‘민중의소리 행정광고 집행내역’ 자료에 따르면 성남시는 2009, 2010년에는 <민중의소리>에 광고비를 집행하지 않았다. 이런 배경에서 광고비 지출은 네이버 퇴출로 경영난에 처한 <민중의소리>를 구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 성남시 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성남시 예산지원 업체 공개 거부
재정악화로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한 성남시청은 2010년 12월 30일부로 15개 체육팀 중 하키, 펜싱, 육상 3종목을 제외한 모든 팀을 해체(解體)했다. 그 결과 80여 명의 선수와 감독이 직장을 잃었다. 당시 이재명 시장은 “직장운동부 1명이면 가난한 아이 3명을 도울 수 있다. 나는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이런데 돈 못 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波紋)이 일었다. 팀 해체로 쇼트트랙 황제로 불렸던 안현수 선수 역시 실업자가 됐다. 성남시는 시장의 발언에 대해 “직장운동부 관계자들과 시장이 만난 자리에서 한 개의 직장운동부 운영경비가 연 6000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이는 지역아동센터 취사인부 임금, 작은 마을 도서관, 그룹홈을 지원할 수 있는 경비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산절약을 위해 운동부까지 없앤 성남시는 예산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는 시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시(市)로부터 소송을 당할까봐 두렵다”며 실명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모(某) 시의원은 “이재명 시장 취임 이후 실체를 알 수 없는 행사와 사업에 끊임없이 예산을 지원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경기동부로 흘러간 것으로 의심된다”며 “사업자 선정 절차와 액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시는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시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여러 시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절차에 따라 자료를 요청하면 관련 자료를 모두 제공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의원들의 주장은 다르다. 다음은 최근 의원들이 시(市)를 상대로 성토(聲討)한 발언들이다.
“본 의원이 요청한 ‘시장비서실 계약직(마급) 직원 신○○ 등 3인의 이력서 및 직원채용 계약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 비공개 대상이라고 합니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공개청구 및 이에 대응하는 공공기관의 의무에 관한 사항을 정한 법입니다. 법제처 법령해석단도 ‘지방의회는 정보공개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집행부는 더 이상 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방해 말고 자료를 제출할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또 본 의원은 2011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검사위원으로 선임된 바 있습니다. 검사위원의 자료요구가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임이 명확한데 집행부는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박완정 의원 임시회 자유발언)
“체육계 단체인 C국장은 의회의 자료요청을 끝까지 거부했습니다. 자료를 내주지 않을 만큼 사안이 중요한 것입니까. 아니면 자료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는 말입니까. C국장이 자료를 내놓지 않는 것은 이 시장이 마치 시켜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바랍니다.”(정용한 의원 임시회 자유발언)
성남시에서 정확히 경기동부 출신이 어디에 얼마나 근무하고 있고, 성남시 예산이 얼마나 경기동부로 흘러갔는지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향후 액수가 밝혀지면 그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검증해야 할 것이다. 보통의 경우 예산을 지원하면 구체적인 사용 항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재명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비서실은 시장의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 시장이 해외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기자는 비서실장에게 기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출국 전에 전화로 이 시장에게 취재 내용을 설명하고 싶다고 부탁했으나 비서실은 연결을 해 주지 않았다.
성남시와 경기동부가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은 지역 언론, 시의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미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됐다는 정황(情況) 역시 나타나고 있다.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을 막고, 수사결과 발표가 대선(大選)과 연계돼 정치적 오해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하루빨리 의혹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 경기 성남 지역의 유력 재야(在野) 운동가로 활동했던 A(51)씨는 지난 6월 6일 서울시 근교 모처에서 기자와 만났다. 종북(從北) 논란을 빚고 있는 경기동부연합(이하 경기동부) 세력은 성남시를 지역 거점(據點)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한 통성명(通姓名)을 마친 후 A씨는 “과거 후배들을 교육시킬 때 이렇게 했다”며 깊은 숲속의 계곡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은밀한 대화를 원하는 것 같았고, 오랜 지하운동의 경험 때문인지 도청, 감시를 피하는 방법이 몸에 밴 듯했다. 재야운동을 정리하고 성남을 떠난 그는 “내가 (주사파로)교육시키고 설득시킨 아이들이 오류(誤謬)를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가슴이 아프다”며 경기동부가 태동했던 1980, 90년대를 증언했다. A씨는 서울 소재 대학 81학번으로 80년대 자생 주사파의 원조인 김영환(서울 법대 82학번)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이석기(외대 용인캠퍼스 중국어통번역학과 82학번) 국회의원보다 학번이 한 해 빠르다. 경기동부에 대한 그의 증언은 실세로 알려진 이 의원에 대한 폭로(暴露)로 시작됐다. A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석기씨가 경기동부연합의 몸통이었던 것은 맞습니다. 1980년대 말부터 이 의원은 NL(민족해방) 운동권 후배들에게 굉장한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 의원은 4시간 이상 자지 않았습니다. 같이 술을 마시면 분위기를 맞춰 주면서도 자신은 절제했습니다. 밤새워 술을 마셔도 새벽에 일어나 책을 보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인민적 품성, 혁명가로서의 자존심으로 생활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의원의 지도를 받고 감화(感化)를 받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 의원은 소위 경기동부연합의 우상이었습니다. 후배들은 이 의원을 ‘김영환 이후 남한 주사파 최고의 사상·이론가’로 평가했습니다.”
깊은 산속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 돗자리를 펴고 마주 앉은 A씨는 경기동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운동권 역사와 주체사상을 알아야 한다며 흡사 대학 강의와 같은 방식으로, 한때 그의 전부였던 ‘사상(思想)’과 ‘운동(運動)’을 설명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경기동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태동(胎動)한 성남시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경기동부, ‘산업화의 그늘’ 성남에서 태동
1980년대 주사파 계보, 성남 운동권 투쟁사를 한 편의 대하(大河)드라마처럼 수 시간 동안 설명할 때 A씨는 마치 20대로 돌아간 것처럼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운동은 나의 모든 것이었다”는 그의 회고(回顧)를 듣고, 이석기 의원이 국회 첫 출근에서 “20대 운동권 심정으로 일하겠다”고 말한 이유를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대다수 국민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면 (정말 옳은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해 오류가 생긴 것이다”고 말했다. 그와의 대화는 계속됐다.
―성남시가 경기동부 세력의 뿌리가 된 배경(背景)은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성남시는 전쟁이 날 경우 주민들을 모두 빼내는 소개지(疏開地)였습니다. 전쟁이 나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저임금, 저곡가 정책으로 도시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정부에 의해)강제로 이주한 곳이 성남이었습니다. 성장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요. 굳이 표현하자면 ‘산업화의 그늘’이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성남은 섞이기 힘든 두 부류의 계층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저는 밥은 먹고 살았지만 친구, 후배들은 인근 산에서 칡뿌리를 캐 먹으며 허기를 달랬습니다. 산업화의 명암(明暗)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과거의 아픔을 가슴에 묻고 있는 토착민과 분당 등이 개발되면서 이주해 온 이주민이 섞일 수 없는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작용했습니다.”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조직은 언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나요.
“80년대 중반부터 다른 지역 운동권 학생들이 성남으로 투신(投身)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인천, 반월, 부평, 성남 등의 공단으로 학생들이 몰려갔습니다. 저는 성남 지역에서 계속 활동해서 지역 출신인지 타(他) 지역 출신인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80년대 중반부터 이석기, 임수경 등 외대 왕산캠퍼스(용인캠퍼스) 출신들이 성남에 데모하러 나타났습니다. 그 시절 운동은 우리의 전부였어요. 그래서 그 당시 본 얼굴은 아직도 기억합니다. 다만 서로 가명을 써서 이름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임수경은 평양방문 이후에, 이석기는 민혁당 사건으로 털린(구속된) 후에 이름을 알았습니다. 이즈음부터 경기동부연합이라는 조직이 서서히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경기동부에 외대 용인캠퍼스 출신이 많은 것은 마이너(소수자) 의식이 작용했다고 봅니다. 지방 캠퍼스 출신으로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힘드니까 운동판에서 크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 북한은 민족의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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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1 총선 이틀전 경기 성남중원에 출마한 김미희 후보 사무실에서 전략회의를 갖고 있는 이석기 의원(사진 오른쪽 끝). 당시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이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사진을 올렸다. 이 의원은 “D-2, 성남중원 김미희 선본(선거본부) 동지들과 늦은 시간 전략회의를 가졌습니다. 자정 넘는 시간까지 지지자를 찾아다니는 운동원들로 회의장 주변은 바삐 돌아갑니다. 꼭 이기리라 믿습니다”는 글을 사진과 함께 남겼다. |
“외대 캠퍼스에 전설적인 인물이 두 명 있었는데 학번이 같았던 이석기와 최○○씨입니다. 이석기 의원은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김대중정권 시기인 1999년 국정원에 의해 그 전모가 드러난 대표적 주사파 지하조직으로, 이 의원은 민혁당의 조직원으로 구속돼 징역 2년6월이 확정된 상태에서 복역하다 노무현정권 시절인 2003년 8·15특별사면으로 석방) 시절부터 외대 출신뿐만 아니라 성남(운동권 조직)에서 존경받았습니다. 후배들이 ‘이 선배는 우리의 우상’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이 의원이 홍보물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껍데기(위장)였습니다. 대외적으로 경기동부의 대장은 이용대 전 민노당 정책위의장이었습니다. 서울대 미학과 74학번으로 지역에서 존경받았습니다. 이용대씨는 최근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지하에서 활동하던 이 의원이 전면에 나선 것은 이 의장이 더 이상 활동하기 힘들어진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진보당에서 이 의원의 사퇴(辭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이 80년대 운동권처럼 모험주의(冒險主義)를 선택하지나 않을까 우려됩니다. 아마도 이 의원이 표면에 나설 때 과거 이 의원이 지하에서 하던 일은 다른 사람에게 넘겼을 것으로 봅니다. 이 의원의 동문인 최○○씨일 수도 있고, 서울대 출신의 다른 인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북한을 오고 가는 인물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험주의라 함은 무엇인가요.
“배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으면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하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북한의 실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이들에게 북한은 어떤 존재인가요.
“아직까지 마음속에 민족의 태양(太陽)을 담고 살고 있는 것이죠. 80년대 상황이라면 반공개적으로 김일성 사진 모셔 놓고 민혁당처럼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정세가 좋지 않아 그렇게 못하고 있는 것이죠. 비유를 하자면 이들에게 북한과 남한의 관계는 부부 사이와 비슷합니다. 같이 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엇인가가 생기잖아요. 그런 감정일 것입니다.”
“성남시는 경기동부 소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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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민중의소리>는 민주노동당 후보로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김미희 후보 인터뷰를 소개했다. <민중의소리>는 기사와 함께 ‘이재명 후보로 성남시장 야권 단일화 실현한 후 함께 유세를 펼치는 김미희 후보’라는 설명과 함께 해당 사진을 공개했다. |
기자는 A씨의 주장을 검증(檢證)하기 위해 성남시청, 시의회, 사회단체 관계자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했다. 경기동부의 뿌리인 성남시에서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추적하면서 A씨의 주장이 상당 부분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취재과정에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호칭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선 당사자들이 그런 단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실제 이들 세력은 자신들이 ‘경기동부연합’이라고 대외적으로 공표한 적도 없다. 따라서 이들을 ‘민혁당 재건파’ ‘주체사상파’ ‘종북세력’ 등으로 부르는 것이 적당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경기동부연합이라는 표현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고, 이들이 성남시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명칭을 유지한다. A씨 역시 “이들이 90년대 말 이후 다양한 단체로 분화(分化)돼 활동하기 이전부터 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곤 했다”며 “경기동부연합으로 불러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성남시가 경기동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민선5기 이재명 성남시장이 취임한 이후이다. 밀월은 시장선거에서 당시 민주당과 민노당이 야권연대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야권연대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선거과정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시민운동에 적극적이었던 이재명(48) 변호사는 2010년 민주당 후보로 시장직에 도전했다. 이 변호사는 성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파크뷰 특혜분양)저지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 성남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성남정책연구원 공동대표, 시립병원설립추진위 공동대표 등의 사회활동을 통해 성남시에 이름을 알렸다.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로 시장 출마를 저울질하던 김미희(46)씨는 야권연대를 명분으로 시장 선거에 나서지 않고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출마했다. 김씨는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2·3대 성남시의회 의원을 지냈다. 경기동부로 분류되는 김씨는 집시법 위반으로 징역 1년6월·집행유예 3년 형을 받은 전과가 있다. 두 사람은 성남시립병원설립추진위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친분이 있었다. 김씨는 지난 4·11 총선에서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 낙마한 <민중의소리> 윤원석 대표를 대신해 성남중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당선됐으나, 민주노동당 김미희 후보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이즈음부터 이재명 시장과 경기동부의 밀월(蜜月)은 시작됐다고 한다. 이 시장 취임 이후 경기동부가 성남시정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현재 성남시는 구민노당과 공동정부에 가까운 협력을 하고 있다. 관계는 지방선거부터 시작됐다. 선거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을 무릅쓰고 김미희 후보를 지원했다. 공직선거법 제88조는 타 정당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석기 의원이 이사로 있던 인터넷 매체 <민중의소리>는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민주당과 민노당의 야권연대가 이뤄졌던 2010년 5월 27일 <민중의소리>는 김미희 경기도의원 후보를 인터뷰했다. 기사를 통해 경기동부 소속의 김미희 후보가 지방선거에 출마해 조직 리더 이석기 의원이 대표로 있던 사회동향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홍보에 이용하고, 이를 이 의원이 이사로 활동하는 등 자신의 영향력 밑에 두었던 <민중의소리>를 통해 확대 재생산하는 경기동부의 조직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다. 기사는 다음과 같다.
“김미희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로 단일화를 이루기 위하여 성남시장 후보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미희 후보는 성남시장 선거에서 충분히 당선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는 후보였기 때문이다.
당시(2010년 4월 5일) 사회동향연구소 여론조사에서 김미희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한나라당 후보로 이대엽 후보가 공천이 되든, 황준기 후보가 공천이 되든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가 경쟁력을 가진 까닭은 그가 민주노동당 창당 이전부터 꾸준히 성남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해 온 지역 정치인으로 주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자신이 당선될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 야권연대를 이루어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대의를 위해 당리당략을 버렸다. (중략)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민주당 허재안 후보 측이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민주당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해당 기사에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야권 단일화를 실현한 후 김미희 도의원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는 사진이 함께 실려 있다. 기사의 객관성은 논외(論外)로 하더라도, 야권연대를 통해 경기동부가 성남시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경기동부 출신, 성남시에 대거 취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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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일보》가 보도한 이재명 시장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후에 시청과 유관기관에 취업한 인사들 명단. |
우선 <민중의소리> 대표인 윤원석씨가 대변인직을 맡은 것이 이채(異彩)롭다. 윤씨는 지난 4·11 총선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성추행 전력’으로 낙마했다. 당시 윤씨는 “제 개인의 불미스러운 과거 행적으로 우리 당에 누를 끼치고 야권연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며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윤씨는 외대 용인캠퍼스 86학번(경제학과)으로 1989년에 총학생회장까지 지냈다.
인수위 위원장이었던 김미희씨는 윤씨를 대신해서 성남중원에 출마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김 의원의 남편으로 인수위 간사직을 맡은 백승우씨는 경기동부가 민노당을 장악하던 시절 사무부총장으로 당의 살림을 책임졌던 인물이다. 인수위 초반에 활동했던 백씨는 “부부가 함께 인수위에서 활동하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지역 여론에 밀려 인수위원직에서 물러났다. 경기동부를 대외적으로 이끌었던 이용대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도 이름을 올렸다.
인수위에 관련됐던 인사들은 후에 성남시에 자리를 잡았다. 성남 지역 언론 《성남일보》는 최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성남시에서 자리를 잡은 인사 24명을 ‘이재명의 사람들 줄줄이 낙하산’이라는 제목으로 자기사람 심기 관행을 고발했다. 해당 언론은 인수위원 중 취업시킨 인사 명단 24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공개된 인사 가운데 경기동부 출신을 정확히 가려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성남시에서 관련 취재를 계속했던 기자와 시민단체 인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인수위 활동 후에 성남청소년육성재단 사무국장직에 있다가 김미희 의원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씨, 시립병원설립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출신으로 이재명 시장 비서로 일하고 있는 신○○씨(외대 용인캠퍼스 체코·슬로바키아어과 4학년 제적), 경기동부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업체로 알려진 시민주주기업 ‘나눔환경’ 한용진 대표 등이 경기동부 출신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물이다. 인수위에 참여했던 이용대씨의 부인 윤○○씨도 성남시자원봉사센터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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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진보인터넷 매체 <참세상>은 경기동부와 특수관계에 있는 나눔환경이 “사회적 기업을 가장한 중간착위 업체”라고 고발했다. <참세상>은 ‘불안해서 못살겠다. 비정규직 철폐하자’는 구호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나눔환경 노동자 사진을 공개했다. |
나눔환경에는 경기동부와 특수관계에 있는 인사들이 경영진으로 포진해 있다. 《서울신문》은 최근 나눔환경은 전원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그 근거로 해당 신문은 나눔환경 등기부 등본을 제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영욱 전 대표이사(이석기 의원 보좌관, 전 진보정치연구소 부소장), 윤용배 사내이사(외대 86학번으로 전국연합 경기동부연합 공동의장), 정형주 사내이사(외대 84학번으로 <민중의소리>의 전신인 한국민족민주인터넷방송 전 대표), 송호수 본부장(이석기 의원이 운영하던 CNP전략그룹 이사) 등이 나눔환경의 경영에 참여했다.
신문은 청소용역 실적이 전무(全無)한 신생기업(나눔환경)이 설립 한 달 만에 청소대행업체로 선정돼 특혜 시비가 있다며, 이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 야권연대의 대가로 경기동부 출신 인사에게 특혜를 줬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성남시는 보도 직후 “청소대행업체 선정 당시 나눔환경 등 12개 업체가 신청을 했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평가를 통해 생활폐기물수집운반 신청 3개 업체 중 나눔환경이 선정됐으며 신규 업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것으로 특혜가 아니다”며 《서울신문》에 5억원대의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나눔환경 사례는 민중을 위해 뭉쳤다는 경기동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나눔환경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업체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생활임금 쟁취’를 요구하고, 노동계에서 “나눔환경은 사회적 기업을 가장해 임금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진보 인터넷 언론 <참세상>이 나눔환경 노동자의 월급명세서를 공개하며 “나눔환경은 사회적 기업을 가장한 중간착취 업체”라고 고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참세상>은 2011년 5월분 나눔환경미화원 월급명세서를 근거로 “세금과 노동조합비 2만원을 제외한 실수령액이 186만원(급여계 203만원) 정도이다. 반면 비슷한 대행료를 받고 생활쓰레기 수거업무를 하는 성남시 청소용역업체 ○○기업은 실수령액이 280여 만원(급여계 300만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참세상>은 2011년 5월분 실수령액을 근거로 보도했다. 지난 2011년 3월부터 12월까지 지급한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월평균 270만원을 지급했는데 5월 한달 월급명세서를 가지고 임금착취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기자는 사실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나눔환경 근로자들의 2011년부터 2012년 3월까지의 임금지급액을 모두 기록한 자료를 입수했다. 나눔환경뿐 아니라 성남시 청소용역업체 전부의 임금지급 현황까지 입수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해당 문건을 노동계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다른 업체에 비해 월 30만원 정도 적게 받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는 나눔환경 근로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이 내역서에 기재된 액수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남시와 경기동부의 유착
취재 과정에서 만난 성남시 취재 기자와 시의원들은 “이재명 시장 이후 친(親)경기동부 언론과 성남시의 권언유착(權言癒着)이 노골화됐다”고 말한다. 2011년 6월 1일 성남시 정자동 킨스타워 7층에서 《성남피플》이라는 지역 신문이 창간됐다. 창간식에는 이재명 시장이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다. 《성남피플》의 발행인은 김영욱씨였다. 현재 이석기 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나눔환경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이 시장 당선 이후 성남시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창간 행사는 윤원석 <민중의소리> 대표의 연대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윤 대표는 이 시장의 인수위 대변인이었다. 《성남피플》이 <민중의소리> 자회사라는 의혹은 그 후 계속됐다. 또 성남시가 《성남피플》에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역사회의 문제제기도 있어 왔다.
불과 창간 4개월 후에 《성남피플》은 사회동향연구소와 공동으로 2011년 10월 5일 성남시청 광장에서 ‘성남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책 및 정책 등에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한다’는 명목으로 ‘성남시민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사회동향연구소는 이석기 의원이 대표로 있는 회사였다.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해당 행사에 2900만원의 비용이 사용됐습니다. 시청 앞에 음향시설만 설치하고 진행된 행사에 2900만원이 들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행사비는 하나로마트(농협성남농산물종합유통센터)가 냈다고 합니다. 시를 거치지 않고 주최측(성남피플, 사회동향연구소)에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익자금을 썼다는 것인데, 시의회에서 구체적인 경비사용 내역, 주관사 선정과정 등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성남시는 자료제공을 거부했습니다. 시가 직접 주관할 수도 있는 일을 굳이 업체를 선정해 예산을 지원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수사기관에서 해당 사안을 인지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탁회의 특혜 논란에 대한 성남시는 “두 개의 역량 있는 업체가 주관이 되어서 추진된 행사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원탁회의 특혜 의혹은 성남시의회에서도 집중 제기됐다. 2011년 12월 1일 행정기획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덕수 의원의 질의에 오창선 자치행정과장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원탁회의는 시 주관 행사입니까.
“언론기관에서 성남시에 제안해서 이뤄졌습니다.”
―재원은 얼마입니까.
“2997만5000원으로 농산물종합유통센터 공익자금으로 지원했습니다.”
―공익자금은 성남시 예산에 있는 건가요.
“유통센터 공익자금이란 유통센터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30%를 성남시민을 위해 사용하도록 저희(성남시)와 계약이 된 것입니다.”
―공익자금은 성남시민 전체를 위해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시민 전체를 위해 쓰일 수 있으면 굉장히 좋지요.”
창간 4개월 신문사에 농협 등이 거액 협찬
―원탁회의를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각계각층이 편중되지 않게 와서 이것을 했다면(좋았을 것 같습니다). (중략) 제가 보기에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관에서 동원된 사람도 있어 보입니다.
“공무원들도 참석했습니다.”
―그러니까 동원된 것이죠.
“일부 파트별로 공무원이 필요하다는 주최측의 요청이 있어서 저희가 추천했습니다.”
―일개 신문, 창간된 지 불과 몇 개월 안되고 공익성도 아직 검증 안되고 (중략) 신문 발행부수가 아마 극히 미약한데. 그리고 단언하지만 편협(偏狹)합니다. 무상으로 갖다 주는 거예요. 저에게 보라고 그래도 안 본다고 했더니 이제는 안 주더라고요. 검증이 되지 않은 신문사에서 주최한 행사에, 그것도 무슨 정책을 논하는 행사. 이것은 시에서 잘랐어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공무원들 참석 안 했어야 합니다. 공적자금 투여 안 했어야 합니다. 모든 편의 제공해 주고, 시장도 참석하고 많은 공무원들이 참석해서 거기에서 몇몇 편협한 사람, 의견이 우리 전체 성남시민의 바람인 양 10대 과제를 선정하고 그걸 어마어마하게 선전하고 공무원들조차도 이것을 무슨 반영이나 되는 듯한(것으로 여기는). 한 70여 명이 모여서 얘기한 것이 성남시 정책에 반영될 것인 양하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공적자금 3000여만원이 투입됐다고 하는데 식사도 했나요.
“식사는 없었습니다. 사전에 주민의 여론조사하는 비용. 일부 준비하는 사람들의 비용 이런 것이었지 이분들한테 수당을 준다든지, 공무원한테 수당을 준다든지 이런 사항은 없었습니다.”
해당 행사에 돈을 지급한 곳은 농협성남유통센터뿐이 아니었다. 확인결과 지역 A대학이 300만원(세금 포함 330만원)을 홍보책자, 광고비 명목으로 지원했고, B업체가 4kg 햅쌀 172포대를 후원했다. 뿐만 아니라 C의료재단, 농수산판매·단체급식업을 하는 D사 역시 행사를 후원했다. 당시 후원을 결정했던 모 홍보팀장은 “시청광장에서 열리는 행사였고, 성남시장까지 참석하는 공익행사여서 후원을 결정했다”며 “최근 보도를 통해 해당 업체가 경기동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성남시는 <민중의소리>에 2011년 행정광고비 2600만원을 집행했다. 상반기 150만원, 하반기 2450만원이었다.
<민중의소리>는 가십(gossip)성 연예(演藝)기사를 무분별하게 온라인에 전송해 클릭수를 늘렸다는 이유로 2011년 6월 포털사이트 네이버로부터 퇴출(退出)당했다. <민중의소리>는 법원에 퇴출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그해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포털 인기검색어와 관련된 연예뉴스 기사를 중복 전송했고, 이를 중단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이를 계속한 사실이 확인돼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며 <민중의소리>가 네이버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棄却)했다.
네이버로부터 퇴출된 이후 <민중의소리>의 월평균 방문자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성남시는 바로 이즈음에 <민중의소리>에 대한 광고비를 대폭 늘렸다. 기자가 입수한 ‘민중의소리 행정광고 집행내역’ 자료에 따르면 성남시는 2009, 2010년에는 <민중의소리>에 광고비를 집행하지 않았다. 이런 배경에서 광고비 지출은 네이버 퇴출로 경영난에 처한 <민중의소리>를 구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 성남시 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성남시 예산지원 업체 공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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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입수한 나눔환경 임금명세서. 2012년 1~3월(1/4분기)의 임금지급액이 나타나 있다. |
예산절약을 위해 운동부까지 없앤 성남시는 예산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는 시의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시(市)로부터 소송을 당할까봐 두렵다”며 실명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모(某) 시의원은 “이재명 시장 취임 이후 실체를 알 수 없는 행사와 사업에 끊임없이 예산을 지원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경기동부로 흘러간 것으로 의심된다”며 “사업자 선정 절차와 액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지만 시는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시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는 여러 시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절차에 따라 자료를 요청하면 관련 자료를 모두 제공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의원들의 주장은 다르다. 다음은 최근 의원들이 시(市)를 상대로 성토(聲討)한 발언들이다.
“본 의원이 요청한 ‘시장비서실 계약직(마급) 직원 신○○ 등 3인의 이력서 및 직원채용 계약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 비공개 대상이라고 합니다. 정보공개법은 ‘국민’의 공개청구 및 이에 대응하는 공공기관의 의무에 관한 사항을 정한 법입니다. 법제처 법령해석단도 ‘지방의회는 정보공개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집행부는 더 이상 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방해 말고 자료를 제출할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또 본 의원은 2011회계연도 세입·세출 결산검사위원으로 선임된 바 있습니다. 검사위원의 자료요구가 법적으로 보장된 권한임이 명확한데 집행부는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박완정 의원 임시회 자유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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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입수한 <민중의소리> 행정광고 집행내역. 성남시는 2011년 <민중의소리>에 광고비로 2600만원(상반기 150만원, 하반기2450만원)을 집행했다. |
성남시에서 정확히 경기동부 출신이 어디에 얼마나 근무하고 있고, 성남시 예산이 얼마나 경기동부로 흘러갔는지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향후 액수가 밝혀지면 그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검증해야 할 것이다. 보통의 경우 예산을 지원하면 구체적인 사용 항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재명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비서실은 시장의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 시장이 해외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기자는 비서실장에게 기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출국 전에 전화로 이 시장에게 취재 내용을 설명하고 싶다고 부탁했으나 비서실은 연결을 해 주지 않았다.
성남시와 경기동부가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은 지역 언론, 시의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미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됐다는 정황(情況) 역시 나타나고 있다.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을 막고, 수사결과 발표가 대선(大選)과 연계돼 정치적 오해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하루빨리 의혹이 해소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