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미국 대통령선거가 흥미롭습니다. 1차 아이오와 코커스와 2차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끝난 2월 16일 현재, 그야말로 예측 불허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 있는 미국 일반 국민의 예상은 모조리 빗나갔습니다. 주류(主流)가 아닌 아웃사이더(Outsider)들의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죠.
민주당 선거전의 경우, 사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후보로 ‘추인(追認)’하는 요식(要式)행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미국 국내외, 일반인과 전문가를 막론하고 거의 같았습니다. 후보 결정을 위한 첫째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임박할수록 클린턴 대세론이 흔들리더니 실제 결과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초접전이었습니다. 0.25%포인트 차이였습니다. 사실상 동률입니다. 뉴햄프셔에서는 샌더스가 오히려 22%포인트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을 눌렀습니다. 승부를 함부로 예단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샌더스가 누굽니까. 미국 같은 나라에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고백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공약이란 것도 대형 금융기관 해체, 대학 등록금 폐지, 자유무역 반대 등입니다. 정말 생소합니다.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기세는 여전합니다.
공화당은 또 어떻습니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선두입니다.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의 막말을 들을 때마다 민망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우리와 상관없는데도 말입니다. 여성 비하는 보통이고,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의 머릿속이 궁금할 정도입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하지 않을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경선 완주(完走)가 가능할지 전망이 엇갈리는 정도라고 하니 더 이상 말을 보탤 여지조차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트럼프 현상’이 분명 2016년 현재 미국의 정치 현실이라는 점을 부인해선 안 되겠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제가 보기엔 이렇습니다. 절망적 행태를 보여 온 기성 정치권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 유권자가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유권자들의 심리 기저엔 “이단아가 나와서 세상을 그냥 확 뒤집어 버렸으면 좋겠어”라는 혁명적 기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정치에 없었던 진보와 보수의 연대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DJP 연합이었죠. 김대중(DJ) 김종필(JP)이란 두 정치지도자가 주인공입니다. 단독 집권이 불가능해 보이자 힘을 합친 것이죠. 1997년 대선 전(前)까지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DJ와, 보수정치의 원조 격인 JP가 연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짧지만 대한민국 현대정치사에서는 적어도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았단 얘기죠. 실제 JP 측의 핵심인사는 당시 정치부기자인 저에게 “DJ와 정말 손잡아야 하느냐”며 조언을 구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DJ를 만나면 만날수록 생각이 너무도 달라서 공동집권을 하더라도 제대로 유지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그의 발언 요지였습니다. DJP 연합에 대한 회의론(懷疑論)이었던 셈이지요. 이 밖에도 DJP 연합엔 정말 위험한 고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깨지기 쉬운’이란 표현이 적당할 듯합니다. 그럼에도 어찌 됐든 두 정치지도자는 불가능해 보였던 공동정권을 이뤄 냈습니다.
지금이야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 낯설지 않습니다. 19년 전으로 돌아가면 전혀 아니었습니다. 호남에선 “어떻게 DJ가 JP와 합칠 수 있어!”라고 하고, 충청도에선 반대로 “어떻게 JP가 DJ 손을 들어줄 수 있어?”라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저한테도 ‘도대체 이게 뭐냐’며 분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문만 봐선 모르겠다는 얘기지요. 요즘처럼 TV 종합편성채널에서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다각도의 분석을 해 줄 때도 아니니 유권자들이 오죽 답답해했겠습니까.
어찌 됐든 이 어색한 장면은 그후 현실이 됐습니다. 호남에선 압도적으로 DJ를 지지했고, 충청도에서도 충청도 출신을 자처하는 이회창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DJ에게 몰아줬습니다. 기본적으론 지역몰표 현상이었습니다. 저는 더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새로운 정치현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큰 몫입니다. 당시까지 보지 못했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생물형 정치’에 대한 관심이 DJP로 표를 끌어들인 것으로 봅니다.
‘노무현 현상’과 ‘트럼프 현상’의 공통점
2002년엔 처음 보는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바로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입니다. 그는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전부터 ‘주류(主流) 언론’과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 갔습니다. 대한민국 독자들의 절대다수를 확보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를 외면하고 한겨레 등 진보매체와 인터넷을 활용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반미(反美)면 어떠냐”는 등 궤도이탈 발언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 ‘해서는 안 될 말’이었습니다. 실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바닥을 모른 채 떨어졌고, 당내에서 후보 교체 움직임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지만 그는 ‘노무현이냐, 아니냐’의 구도를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런 위기를 그는 ‘재벌 2세’(정몽준)와의 후보 단일화라는 승부수로 돌파했습니다. ‘노동자와 서민의 친구’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갖고 있던 그가 재벌 출신 후보와 단일화한다는 것은 DJP연합보다도 더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선거라는 변수를 감안해도 말입니다.
이런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하나씩 쌓이다 보니 그는 어느덧 대통령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이유는 수백 가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현재 미국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중 수위(首位)를 달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이미 2002년 한국에서 있었던 데 저는 주목합니다.
2004년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노무현 탄핵정국의 구원투수로 등판합니다. 탄핵의 역풍이 몰아칠 때 만약 ‘그 나물에 그 밥’ 정도의 정치인이 한나라당 사령탑이 되었다면 돌파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여기서도 ‘새로운 장면’이 ‘익숙한 장면’을 눌렀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산업화 주역의 딸(여성)이 이끄는 선거, 이건 분명 매력적인 신상품(新商品)이었습니다.
‘안철수 현상’의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안철수
4년여 전인 2011년. 대한민국 정치사에 또 한번 변화의 바람이 몰아칩니다. 바로 ‘안철수 현상’입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의사의 정계 등장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입니다. 언제든 여(與)도 야(野)도 아닌 제3세력은 국민의 20% 정도 있습니다. 안철수 현상은 그러나 이 벽을 깼습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좌절한 청년세대가 동력이 됐습니다. 마침 그의 최대 업적은 청년세대들에게 익숙한 컴퓨터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제3지대 20%’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컴퓨터 백신 개발자 안철수의 정계 등장’은 새로운 장면이었습니다. ‘20%＋α’가 안철수 현상의 핵심 구성요소였던 것입니다.
‘정치인 안철수’는 정치권에 진입하자마자 곧바로 구(舊)정치인이 허우적거렸던 우물에 빠집니다. 안철수가 있었기에 안철수 현상이 있었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것이지요. ＋α 만큼의 몫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는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 운동권 중심 정당에 몸 담았다가 뒤늦게 홀로서기에 나섰습니다. 힘에 부쳐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α가 이제는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당을 만들면서 있지도 않은 새정치가 아니라, 새로움을 정치권에 도입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것이 본인의 재기 승부수였고, 그것이 또한 그의 정치사(史)적 역할이라고 보았거든요.
지금 안 의원은 과거와 비슷한 동기, 다름없는 행태, 똑같은 사람으로, 한국정치사의 ‘익숙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의 당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없습니다. 새것이 없으면 그냥 그런 정당이 될 것입니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은 확고한 지지기반과 세력이 있어 새로움을 접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쉽고, 또 그런 방향이 살길인데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총선이 끝나면 2017년 대선을 향한 레이스를 펼칠 텐데, 새로움이 승리의 키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민주당 선거전의 경우, 사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후보로 ‘추인(追認)’하는 요식(要式)행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미국 국내외, 일반인과 전문가를 막론하고 거의 같았습니다. 후보 결정을 위한 첫째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임박할수록 클린턴 대세론이 흔들리더니 실제 결과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초접전이었습니다. 0.25%포인트 차이였습니다. 사실상 동률입니다. 뉴햄프셔에서는 샌더스가 오히려 22%포인트 차이로 힐러리 클린턴을 눌렀습니다. 승부를 함부로 예단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샌더스가 누굽니까. 미국 같은 나라에서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고백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공약이란 것도 대형 금융기관 해체, 대학 등록금 폐지, 자유무역 반대 등입니다. 정말 생소합니다.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의 기세는 여전합니다.
공화당은 또 어떻습니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선두입니다.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의 막말을 들을 때마다 민망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우리와 상관없는데도 말입니다. 여성 비하는 보통이고,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의 머릿속이 궁금할 정도입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하지 않을 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경선 완주(完走)가 가능할지 전망이 엇갈리는 정도라고 하니 더 이상 말을 보탤 여지조차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트럼프 현상’이 분명 2016년 현재 미국의 정치 현실이라는 점을 부인해선 안 되겠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제가 보기엔 이렇습니다. 절망적 행태를 보여 온 기성 정치권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에 유권자가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런 유권자들의 심리 기저엔 “이단아가 나와서 세상을 그냥 확 뒤집어 버렸으면 좋겠어”라는 혁명적 기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정치에 없었던 진보와 보수의 연대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고 봅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DJP 연합이었죠. 김대중(DJ) 김종필(JP)이란 두 정치지도자가 주인공입니다. 단독 집권이 불가능해 보이자 힘을 합친 것이죠. 1997년 대선 전(前)까지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DJ와, 보수정치의 원조 격인 JP가 연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짧지만 대한민국 현대정치사에서는 적어도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았단 얘기죠. 실제 JP 측의 핵심인사는 당시 정치부기자인 저에게 “DJ와 정말 손잡아야 하느냐”며 조언을 구한 적도 여러 번입니다. “DJ를 만나면 만날수록 생각이 너무도 달라서 공동집권을 하더라도 제대로 유지될 것 같지 않다”는 것이 그의 발언 요지였습니다. DJP 연합에 대한 회의론(懷疑論)이었던 셈이지요. 이 밖에도 DJP 연합엔 정말 위험한 고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깨지기 쉬운’이란 표현이 적당할 듯합니다. 그럼에도 어찌 됐든 두 정치지도자는 불가능해 보였던 공동정권을 이뤄 냈습니다.
지금이야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 낯설지 않습니다. 19년 전으로 돌아가면 전혀 아니었습니다. 호남에선 “어떻게 DJ가 JP와 합칠 수 있어!”라고 하고, 충청도에선 반대로 “어떻게 JP가 DJ 손을 들어줄 수 있어?”라고 의아해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저한테도 ‘도대체 이게 뭐냐’며 분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신문만 봐선 모르겠다는 얘기지요. 요즘처럼 TV 종합편성채널에서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다각도의 분석을 해 줄 때도 아니니 유권자들이 오죽 답답해했겠습니까.
어찌 됐든 이 어색한 장면은 그후 현실이 됐습니다. 호남에선 압도적으로 DJ를 지지했고, 충청도에서도 충청도 출신을 자처하는 이회창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DJ에게 몰아줬습니다. 기본적으론 지역몰표 현상이었습니다. 저는 더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새로운 정치현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큰 몫입니다. 당시까지 보지 못했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생물형 정치’에 대한 관심이 DJP로 표를 끌어들인 것으로 봅니다.
‘노무현 현상’과 ‘트럼프 현상’의 공통점
2002년엔 처음 보는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바로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입니다. 그는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전부터 ‘주류(主流) 언론’과 적대적 관계를 만들어 갔습니다. 대한민국 독자들의 절대다수를 확보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를 외면하고 한겨레 등 진보매체와 인터넷을 활용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반미(反美)면 어떠냐”는 등 궤도이탈 발언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상식적으로 ‘해서는 안 될 행동’, ‘해서는 안 될 말’이었습니다. 실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바닥을 모른 채 떨어졌고, 당내에서 후보 교체 움직임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지만 그는 ‘노무현이냐, 아니냐’의 구도를 만들어 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이런 위기를 그는 ‘재벌 2세’(정몽준)와의 후보 단일화라는 승부수로 돌파했습니다. ‘노동자와 서민의 친구’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갖고 있던 그가 재벌 출신 후보와 단일화한다는 것은 DJP연합보다도 더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선거라는 변수를 감안해도 말입니다.
이런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하나씩 쌓이다 보니 그는 어느덧 대통령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 이유는 수백 가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현재 미국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중 수위(首位)를 달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이미 2002년 한국에서 있었던 데 저는 주목합니다.
2004년엔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노무현 탄핵정국의 구원투수로 등판합니다. 탄핵의 역풍이 몰아칠 때 만약 ‘그 나물에 그 밥’ 정도의 정치인이 한나라당 사령탑이 되었다면 돌파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여기서도 ‘새로운 장면’이 ‘익숙한 장면’을 눌렀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산업화 주역의 딸(여성)이 이끄는 선거, 이건 분명 매력적인 신상품(新商品)이었습니다.
‘안철수 현상’의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안철수
4년여 전인 2011년. 대한민국 정치사에 또 한번 변화의 바람이 몰아칩니다. 바로 ‘안철수 현상’입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한 의사의 정계 등장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입니다. 언제든 여(與)도 야(野)도 아닌 제3세력은 국민의 20% 정도 있습니다. 안철수 현상은 그러나 이 벽을 깼습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좌절한 청년세대가 동력이 됐습니다. 마침 그의 최대 업적은 청년세대들에게 익숙한 컴퓨터를 이용한 것이었습니다. ‘제3지대 20%’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컴퓨터 백신 개발자 안철수의 정계 등장’은 새로운 장면이었습니다. ‘20%＋α’가 안철수 현상의 핵심 구성요소였던 것입니다.
‘정치인 안철수’는 정치권에 진입하자마자 곧바로 구(舊)정치인이 허우적거렸던 우물에 빠집니다. 안철수가 있었기에 안철수 현상이 있었다는 착각에 사로잡힌 것이지요. ＋α 만큼의 몫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는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 운동권 중심 정당에 몸 담았다가 뒤늦게 홀로서기에 나섰습니다. 힘에 부쳐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α가 이제는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당을 만들면서 있지도 않은 새정치가 아니라, 새로움을 정치권에 도입해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것이 본인의 재기 승부수였고, 그것이 또한 그의 정치사(史)적 역할이라고 보았거든요.
지금 안 의원은 과거와 비슷한 동기, 다름없는 행태, 똑같은 사람으로, 한국정치사의 ‘익숙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의 당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없습니다. 새것이 없으면 그냥 그런 정당이 될 것입니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은 확고한 지지기반과 세력이 있어 새로움을 접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반면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쉽고, 또 그런 방향이 살길인데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총선이 끝나면 2017년 대선을 향한 레이스를 펼칠 텐데, 새로움이 승리의 키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