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안전부 민방위과는 총 11명, 예산 67억여 원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조직
⊙ 민방위 전문경력관도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74개 지방자치단체에 98명뿐
⊙ 훈련 참가자들, ‘매년 반복되는 형식적 훈련’이라는 부정적 인식 가져
⊙ 국가민방위 컨트롤타워 신설… 국가안보실 핵·WMD 비서관 신설 필요
⊙ 민방위 업무를 행정안전부에서 국방부로 이관… 가칭 ‘민방위사령부’ 창설도
鄭燦權
1959년생. 숭실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국가위기관리학회장, 대통령실 외교안보 자문단 위원 역임. 現 국가위기관리포럼 공동대표
⊙ 민방위 전문경력관도 243개 지방자치단체 중 74개 지방자치단체에 98명뿐
⊙ 훈련 참가자들, ‘매년 반복되는 형식적 훈련’이라는 부정적 인식 가져
⊙ 국가민방위 컨트롤타워 신설… 국가안보실 핵·WMD 비서관 신설 필요
⊙ 민방위 업무를 행정안전부에서 국방부로 이관… 가칭 ‘민방위사령부’ 창설도
鄭燦權
1959년생. 숭실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국가위기관리학회장, 대통령실 외교안보 자문단 위원 역임. 現 국가위기관리포럼 공동대표

- 2025년 8월 20일 오후 공습 상황에 대비한 대규모 민방위 대피 훈련이 실시된 가운데 부산시 부산진구 롯데마트 부산점에서 대피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조선DB
핵폭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누크맵(Nukemap)’은 위력이 20kt인 핵폭탄이 서울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높이 7.21km의 거대한 버섯구름이 치솟고, 시청을 중심으로 반경 100m, 깊이 30m의 분화구가 생기며 그 안의 모든 건물이 파괴되어 약 11만4600명의 사망자와 약 42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은 2017년 12월 하와이주에서 북한의 핵공격을 가상한 훈련을 실시하며 기민하게 대응한 반면, 한국은 여전히 핵 대응이 불가능한 민방위 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0년 전 매월 15일을 ‘민방위의 날’로 지정
민방위(civil defense)는 군사방위(military defense)와 구별되는 민간 차원의 국가 방위 활동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능력만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려울 때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동원하는 행정기관의 보조 수단으로 전락했고, 안보 위협과 시대 환경 변화에 부응한 임무 재설정, 조직 편성, 교육·훈련, 첨단 과학 기술 기반 장비·시설의 현대화 등마저 뒤처져 있어 제 역할을 하는 데 있어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나라 민방위 제도는 1951년 1월 계엄사령부에 민방위총본부를 설치해 민방공을 관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 1952년 7월 3일 민방공기구조직규정을 개정해 내무부 장관을 총사령관으로, 치안국장을 참모장으로 하는 민방공총사령부를 창설하였다. 이런 와중 국가총력전에 대응하려면 민방위 업무를 총괄·조정할 수 있는 정부 조직과 범국민적 주민 자율 조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1961년 9월 30일 국방부 산하에 비상사태대책위원회를 설치했고, 1963년 5월 30일에는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국에 민방위과를 편성해 군사방위의 보조 수단으로서 민방위 활동을 구상하였다. 이후 1971년 12월 ‘방공·소방의 날’ 규정을 제정하고, 이듬해 1월 제1차 민방공·소방의 날 훈련을 실시하였다.
이러다 1975년 4월 30일 월남(越南)이 패망하자 정부는 6월 27일 대통령령으로 매월 15일을 ‘민방위의 날’로 지정하였고, 그로부터 50년이 흘렀다. 이 기간 2004년 소방방재청이 개청되면서 행정자치부로부터 민방위 업무를 이관받아 수행하다가,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출범한 국민안전처 민방위과로, 다시 2017년 정부 조직 개편을 거쳐 현재의 행정안전부 비상대비정책국 민방위과로 기능이 이어지고 있다.
핵 민방위 현 실태 분석
2025년 8월 20일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민방위 관계자들이 보행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조선DB탈냉전은 민방위의 역할과 위상, 인프라를 크게 위축시켰고,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은 다시 민방위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법·제도 개선의 추동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2012년 정부는 민방위 개념을 ‘적의 침공’에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로 개정하였다. 그러나 개념을 넓혀놓고도 이에 맞는 민방위대 임무 재설계, 중장기 민방위 계획 수립, 교육·훈련 콘텐츠 개발, 경보 체계 보완, 대피 시설 현대화, 비축 물자·장비 기준 재정립 등 후속 조치는 부실해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현행 민방위 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방위가 ‘정부의 지도하에 국민이 수행하는 자위적 활동’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민방위대가 주인 없는 조직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민방위 조직과 대원을 관리하면서도 스스로를 민방위의 ‘주체’가 아니라 ‘보조자’로 두고 있어, 민방위 목표 달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민방위대장이 누구인지조차 명확히 답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둘째, 민방위 사태를 총괄하는 대응기구가 없고, 여러 협의·조정성 기구가 난립해 실제 대응 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민방위협의회는 충무3종 사태가 발령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 아래 민방위 운영에 대한 심의·조정과 지원을 담당하는 기구일 뿐 실제 현장을 지휘하는 기구가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평시 조직인 ‘중앙주민보호대책본부’와 전시 조직인 ‘민방위재난통제본부’(본부장: 행정안전부 장관) 간에도 연계성이 거의 없다. 더욱이 이들 전시·평시 민방위 대응기구가 민방위기본법이 아니라 대통령령·행정안전부 훈령 혹은 충무계획에 근거해 각각 운영되다 보니 비효율과 폐단이 적지 않다.
셋째, 현행 민방위기본계획이 중기 계획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5년 단위로 추진해야 할 민방위 물자·장비의 확보·비축, 노후 대피 시설 현대화, 첨단 ICT 훈련, 국제협력 등 예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고, 중장기 사업에 대한 확인·평가 체계가 부재해 민방위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변화된 안보 위협에 부응하는 법·제도 쇄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핵 민방위 위기관리 아직 요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민방위 사태 대응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는 현실에서 핵 민방위 위기관리는 사실상 요원하다. 통상 민방위 대응기구로 인식되는 민방위협의회는 민방위 계획, 기관 간 업무 조정, 수습·복구에 필요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 기구지, 현장에서 통합 지휘를 하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조직 규모와 운영 체계 측면에서 행정안전부 민방위과는 총 11명, 예산 67억4000만원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조직으로, 민방위를 총괄·조정하기는커녕 현행 업무만 수행하기에도 벅찬 처지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과(課) 조직에서 계(係)·담당으로 점차 축소되었고, 공무원들이 보직을 기피하거나 잦은 전보를 하는 탓에 업무 환경은 훨씬 열악한 실정이다.
장기근속이 가능한 민방위 전문경력관도 243개 지방자치단체(17개 시·도, 226개 시·군·구) 중 74개 지방자치단체에 98명뿐이다. 이처럼 열악한 조직과 인력으로는 기존 업무를 현상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고, 북한 핵 대응 계획 수립, 자원 관리, 교육·훈련, 대피 시설 및 장비·물자 관리 등을 제대로 수행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2022년 11월 울릉도 공습경보 발령 당시 공무원과 주민들이 우왕좌왕하다가 늦게 대피한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국가민방위 총괄·조정 기능을 과 단위 조직에 맡기는 현실은 대만 내무부, 스웨덴 민방위본부(장관급), 우크라이나 내무부 산하 국가위기서비스국, 이스라엘 민방위사령부 등과 뚜렷이 대비된다. 민방위 조직과 인력의 열악함을 외면한 채 상황 논리와 임기응변적 대응기구 운영으로는 위기 대응 효율성만 떨어뜨리게 된다. 민방위 사태 대응은 민간 부문과의 협력이 필수적임에도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 같은 민방위 NGO가 미흡하고, 이들과의 연계·협력도 미약한 실정이다.
누구나 아는 민방위 훈련의 문제점
민방위 훈련이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배경에는 훈련의 ‘계획-준비-실시·통제-평가·사후처리-환류(feedback)’로 이어지는 체계적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 있다. 훈련 관리는 훈련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기제지만, 많은 행정·공공기관이 훈련 계획·준비·실시는 열심히 하는 반면 훈련 강평과 사후검토는 소홀히 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훈련 참가자들에게 ‘매년 반복되는 형식적 훈련’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부작용이 있다.
둘째, 민방위 훈련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가 저조하다. 민방공 훈련 참여를 독려하는 공무원에게 항의하며 가던 길을 재촉해도 이를 제지할 만한 실효성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대만의 경우 대피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최대 63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셋째, 핵 민방위 사태 대응에 대한 훈련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민방위 훈련은 적 공습 대비 2회, 재난 대비 2회로 총 4회 실시되었는데, 북한의 핵공격을 상정한 대응 훈련은 아예 계획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넷째, 민방위대 교육 시간과 방법,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교육 시간이 짧은 것도 문제지만, 과목(안보 소양, 심폐소생술, 소화기 사용, 방독면 착용 요령 등) 또한 현장 실습보다 사이버 교육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끝으로 공공용 지정 대피소 건물주들이 실제 훈련 참여를 꺼린다는 점이다. 훈련 시 다수 인원이 동시에 집결해 건물이나 기물이 파손되거나 쓰레기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건물 출입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현장 대피 취약 계층인 장애인, 노약자, 외국인 등의 신속한 대피를 돕기 위한 이동로 선정, 대피소 안내 표지판의 외국어 표기 미흡 등도 시급히 해소해야 할 과제다.
2년 전 핵 경보 발령·전달 추가되었으나…
핵 방호의 성패는 적의 핵공격 징후를 얼마나 조기에 탐지하고, 얼마나 신속하게 경보를 전파해 주민 대피를 유도하느냐에 달려 있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 특성상 북한의 핵 탑재 미사일은 발사 후 5분 이내에 낙하할 수 있다. 신속한 경보 발령은 곧 피해 최소화와 직결된다. 음성 통보, 휴대전화, 사이렌 등을 통한 신속한 전파는 주민들을 피폭 현장에서 즉각 이탈하게 해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
현 경보 전파 체계는 공군작전사령부가 적 핵공격 징후를 탐지해 중앙민방위경보센터에 경보 발령을 요청하면, 제1·2 경보통제소에서 17개 시·도 경보통제소로 전달해 전국에 전파하는 구조다. 2023년 핵 경보와 신호 방법이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에 추가되었으나, 주민들이 경보의 종류, 경보 전달 수단, TV 자막 방송 송출 기준 등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사시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경보 사각·소외 지역의 증가도 문제다. 고층화·대형화·지하화된 건축물은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방음 시설을 설계·시공하는 경우가 많아 경보음 전달과 청취에 심각한 장애가 된다. 현 경보 사이렌으로는 경보 유형별 대피소 위치, 대피 요령 등 구체적인 행동 요령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차원의 단일 경보 시스템은 없고, 주정부나 카운티의 통제하에 공습경보는 3~5분 단음으로 반복 취명하고 기상 라디오, 전화 등 다른 경보 수단과 통합해 발령한다. 이스라엘의 공습경보는 고저음을 지속적으로 취명하고, 경보 해제는 단일한 음으로 취명한다. 일본은 2007년 구축한 전자 사이렌 시스템(J-alert)을 활용해 재해, 탄도미사일 등 무력 공격 사태에 대한 경보를 하고 있다.
스위스·핀란드 대피 시설과 한국의 경우

현재 주민 대피 시설은 정부 지원 시설, 공공용 지정 시설, 지방자치단체 자체 시설로 구분된다. 정부 지원 대피 시설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태와 2015년 8월 연천 포격 도발을 계기로 238개소가 확충되었다. 면적 1.43㎡당 1명 기준으로 방폭문, 발전기, 화장실, 방송 청취 시설, 급수 시설, 배수 시설, 주방, 샤워 시설 등 필수 시설을 설치하였다. 주출입구 전방에는 두께 50cm 이상의 방호벽, 벽체 두께는 철근콘크리트 50cm로 구축하였으며, 조명 및 대피 물자로 손전등, 라디오, 양초와 함께 곡괭이, 삽, 전동드릴 등 응급 복구 물자·장비, 주민 대피용 방독면, 응급처치 의약품 등을 비치해 핵 방호와 자체 생존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공공용 대피 시설은 〈표 1〉과 같이 전국 1만7000여 곳으로 1인당 0.825㎡ 기준으로 대피 소요 대비 300% 이상 수용이 가능하나, 비상 대피 시설 설치 기준과 규격, 소방·방공 장비 비치, 체류 기간과 연동한 비축 물자 확보 기준 등이 없어 한계가 있다. 특히 노후 대피 시설이 많고 가정용 대피호가 거의 없는 현실은 방호 대책 강구가 법적 강제가 아닌 권고에 그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스위스는 공공 시설에 방공호 30만 개와 8200개 대피소를 구축해 2만 명이 2주간 외부 지원 없이 생존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신축 건물과 인구 1000명 이상 거주 지역은 대피소 구축을 의무화하고 소요 예산의 30%를 지원한다. 핀란드 또한 핵공격에 대비한 지하 방공호만 5만500개가 있으며 전체 인구 550만여 명 중 87%인 480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대피 시설의 양적 증가는 있었으나 노후·중첩 시설이 많아 핵 방호에 취약하고, 신규 대피호 지정과 해제 기준이 불분명해 부실 관리에 대한 책임 규명, 확인·평가도 유명무실하다. 현재 화생방 방호가 가능한 대피소는 서울시청 등 광역단체 7개소와 부산 강서구청 등 기초단체 7개소에 그친다. 이들 충무 시설은 서해 5도 대피소처럼 주민 대피와 자체 생존용 비상 물자·장비를 갖추고 있다.
핵 민방위 위기관리 체계 구축 방향
핵과 재래전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한 민방위 체계를 구축하려면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민방위기본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라는 개념에 맞게 민방위 임무를 현실화해, 신규 임무 개발, 조직 확대·개편, 민방위 계획을 발전시켜 교육·훈련 재설계, 경보 수단 다양화, 비축 물자·장비 품목을 재선정하는 등 총체적인 재정비가 시급하다.
둘째, 민방위 상황에 ‘핵 방호’를 명시적으로 추가하고, 용어 정의에 ‘평시 치안·질서 유지를 해치는 집단 군중의 폭동 행위, 사회 교란 행위 등의 확산 방지 지원’을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국가민방위 컨트롤타워를 신설해야 한다. 국가민방위를 총괄해 대응하기 위해 가칭 ‘중앙민방위대책본부’(본부장: 국무총리, 부본부장: 행정안전부 장관)와 ‘지역민방위대책본부’(본부장: 지방자치단체장, 부본부장: 부기관장)를 두고, 국가안보실에 핵·WMD 비서관을 신설해 위기 대응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넷째, 현행 민방위협의회 규정을 대폭 개정해 총괄 대응기구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전시에 민방위협의회를 통합방위협의회로 통합·운영하도록 규정한 국가전쟁지도지침, 행정안전부 훈령으로 운영되는 중앙 및 지역 주민보호대책본부, 충무계획상 ‘전시 민방위재난통제본부’ 등으로 분산·단절된 대응기구 운영 근거 법령 체계를 전시·평시 역할과 기능, 상호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재정립해야 실효성이 높아진다.
끝으로, 재난 분야를 삭제해야 한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 자연재해가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재난 발생 시 행정기관의 지원 요청에 응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중복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민방위 지원 시민단체(NGO) 결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핵 민방위 체제 구축의 출발점은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며, ‘정부 지도하에 이루어지는 자위적 활동’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정예화도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최상위 국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에 핵·WMD 조정관급 보직을 신설해야 한다. 또한 가칭 ‘핵 민방위 업무 추진 체계’를 정립하고, 유관 부처와 협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국가·지방자치단체 민방위 조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국(局) 단위, 광역시·도는 과 단위, 시·군·구는 계 단위로 조직 체계와 모델을 통일하고, 수직·수평적 업무 개선을 해야 한다. 또한 각급 지방자치단체 민방위 담당자를 국가직으로 배치·운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셋째, 민방위 업무를 행정안전부에서 국방부로 이관해 가칭 ‘민방위사령부’를 창설·운영하는 방안이다. 대만·스웨덴·이스라엘 등의 사례를 참고하면 우리 실정에 맞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넷째, 민방위대를 인구 감소와 행정 체계 변화에 맞게 개편해야 한다. 유명무실해진 직장민방위대를 해체해 지역대로 편입시키고, 지역대는 현행 통·리 단위에서 읍·면·동 단위로 편성해 민방위대를 최적화함으로써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끝으로, 민방위 담당자의 전문성 배양을 제도화해야 한다. 일반직 공무원의 전문관 직위 확대와 전보 기간 최소 5년 지정, 차후 전보 우선권과 승진 평가 가점 부여 등을 위해 공무원 인사규정을 보완·개정해야 한다.
지역 민방위훈련센터를 핵폭발 대비 훈련장으로
2017년 8월 23일 오후 부산 금정구 장전초등학교에서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을지훈련 연계 민방위 대피훈련에 참가한 학생들이 운동장에 설치된 대피소로 피신해 있다. 사진=조선DB북한의 핵·WMD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훈련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첫째, 이론이나 사이버 교육보다 실제 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핵 경보 발령과 소산·대피, 대량 전·사상자 처리, 인명구조 및 구호 등 대응 절차를 체득하게 해 유사시 조건반사적으로 대응 행동이 나오도록 연 1회 이상 반드시 훈련해야 한다. 또한 지역 단위 민방위훈련센터를 핵폭발 시 엄폐, 방사능 낙진 시 방독면과 보호의 착용 등 자기 보호 훈련장으로 활용하고, 참여 주민에게 소정의 인센티브를 부여해 참여 동기를 높여야 한다. 이때 장애인·노약자·외국인 등 안전 취약 계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훈련 계획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둘째, 민방위 사태별 맞춤형 훈련과 전문 평가단 운용이 필요하다. 각 사태별 훈련 모델을 개발하고 훈련 주기와 방법을 재설계하며, 전문 평가단이 엄정하게 평가하고 분석한 결과를 차기 훈련에 반영하도록 제도화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훈련을 전국 단위와 광역시·도 단위로 구분해 실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북한의 핵공격을 받을 경우 도시 지역과 농어촌 지역은 대피 시설과 자체 생존 대책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전국 단위 훈련은 을지연습 때 연 1회 실시하고, 나머지는 광역시·도 단위 또는 2~3개 광역시·도를 묶어 실시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훈련 부담을 줄이고 주민 참여를 활성화해 훈련 성과를 높일 수 있다.
끝으로, 민방위대원 교육 시간과 과목을 확충하고 실습 위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교육 커리큘럼으로는 핵 대응 능력을 충분히 배양하기 어렵기 때문에 핵 대응 관련 과목을 선정해 강도 높게 숙지·숙달시키고, 이러한 정부 시책을 거부하거나 저항하는 개인·단체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수반되어야 한다.
핵 민방위 경보와 전달 수단 강화해야
핵공격이 임박했거나 공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신속한 상황 전파와 정확한 상황 인식이 소산·대피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2023년에 신규로 추가된 핵 경보와 신호 방법을 주민들이 타 경보 및 전달 신호와 구분하기 쉽지 않아 피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첫째, 새로 신설된 핵 민방위 경보와 전달 수단의 특성을 주민들이 숙지·숙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을지연습 시 북한의 핵공격을 상정한 민방위 훈련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으로, 추후 필수 과제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는 핵 경보가 발령되면 주민이 위기 상황을 즉시 인식해 피폭 현장에서 곧바로 이탈하고 대피해야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민방위 경보 조직을 군·정부 혼성으로 편성·운영해야 한다. 민방위 정보를 탐지·식별하는 군과 전국에 경보를 전파하는 공무원이 같은 장소에서 경보 상황을 관리함으로써 경보 발령 과정에서 지체 시간을 줄이고 전파 지연을 방지할 수 있다. 이스라엘 민방위사령부는 군과 공무원이 한데 근무하면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한다.
셋째, 첨단 ICT 기반 경보 전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경보 사이렌은 긴급 상황을 알리는 단순 신호 수단에 그쳐 대피소 위치나 대피 요령 등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듣는’ 경보를 ‘듣고, 보고, 느끼는’ 입체적 경보 체계로 전환하고, 인터넷, 휴대전화 앱, 옥외 전광판, 대중교통 정보 전달 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끝으로, 민방위 경보 사각·소외지대 해소 노력이 필요하다. 63빌딩, 코엑스, 롯데타워 등 초고층 건물이나 지하철과 연계된 복합 건축물은 민방위 경보를 구내방송으로 전달하도록 표준화된 옥내 경보방송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말이나 휴일에 아파트 관리 직원이 없을 경우에도 민방위 경보가 입주민에게 자동으로 전파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핵 대피 시설, 물자·장비 확충해야
북한의 핵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 차원의 대피호 구축 기준과 규격을 표준화하고 노후 대피소를 신속히 현대화해야 한다. 대피소 확보 기준도 현행 3.3㎡당 4인에서 2인 정도로 넓히고 신축 공공 시설이나 고층 복합 건축물은 1등급 대피 시설 설치를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또한 대피 시설 출입문과 문틀에는 방폭 기능을 강화하고, 건축법 등을 개정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청사 같은 공공 시설과 대형 건물 지하 3층 이하에 대피소 설치를 의무화하고, 공공용 대피 시설 지정 제도의 폐지 검토가 필요하다.
지하 대피소에 비상 물자·장비 비축해야
둘째, 도시 지하철역의 핵 방호 대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하철역과 지하 2층 이하 대피 시설에는 승강장 밀폐문을 설치하고, 대형 건물의 지하주차장에는 차량·인원 출입 통로에 밀폐 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방사선 차단을 위해 콘크리트 30cm, 벽돌 40cm, 흙 90cm 정도의 벽·지붕을 설치하고, 대피소에서 2주 정도 생존 가능한 비상 물자·장비를 비축해 야 한다. 개보수 및 신축 대피소는 평상시 주민들이 주차장, 체육관 등으로 활용하다 유사시 대피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이중 목적 용도로 설계·구축하도록 의무화도 필수적이다.
셋째, 가정용 방공호 설치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주택과 아파트의 주거용 방을 개조한 개별 방공호 설치를 의무화, 1991년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모든 가구에 방 1개를 가정용 방공호(MAMAD)로 할당했다. 우크라이나 또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조건을 대폭 완화한 이후 냉전기에 구축한 핵 대피소의 현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 역시 1950년대부터 소련의 핵전쟁에 대비한 ‘핵 민방위 계획’을 수립하고 대피 훈련을 실시한 결과, 대도시에 핵 방호 시설과 대피 안내 표시가 마련되어 있고, 개인 핵 방호 시설을 갖춘 국민 또한 1.4%에 달한다.
넷째, 노후하거나 품절된 민방위 비상 물자·장비의 교체와 대체 품목 지정이 시급하다. 민방위대 장비·물자·시설 등의 적시 동원과 투사(projection) 여부는 대응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보유 중인 노후 장비·물자의 폐기 또는 교체를 위한 주기적 확인·평가 제도화가 절실하다.
끝으로, AI 기반 민방위 장비·물자 통합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실시간 자원 관리와 유사시 맞춤형 자원 동원 및 적시 지원이 가능해지고,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