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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연어의 나라’ 노르웨이를 가다!

“항생제 사용 ‘제로’… DNA 육종 프로그램으로 우량 연어만 생산”

글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goms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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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연어양식 회사 ‘마린하베스트’ 최초 취재

⊙ 연간 250만 톤의 수산물 생산…鮮魚 상태로 전 세계 수출
⊙ 育種기술, 백신개발 기술도 세계 최고
⊙ 1997년 대구 양식 세계 최초 성공…올해 120만 마리 육성해 수출 계획
⊙ 쿼터제로 과잉생산 예방 등 철저한 생산관리
⊙ 치어백신 전문업체 지노마社, 우량종 교배 프로그램 개발
양식장 직원들이 사료를 주며 물고기들의 상태를 체크하는 모습.
  ‘연어의 나라’ 노르웨이의 선진 수산업 취재를 위해 8월 29일 KLM네덜란드항공 866편을 타고 오슬로로 날아갔다. 노르웨이(Norway)는 ‘북쪽으로 가는 길’을 뜻하는 노르웨이어(語) ‘노르게(Norge)’의 영어식 표현이다.
 
   수도(首都) 오슬로(Oslo)는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9800여km, 비행기를 갈아타는 시간까지 합하면 꼬박 15시간 거리다.
 
  오슬로는 섭씨 12도, 한국으로 치면 늦가을 날씨였다. 반팔 셔츠를 입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고, 시내 한복판엔 장신(長身), 장두(長頭), 금발(金髮)의 북게르만계 ‘팔등신’ 미녀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노르웨이 하면, 피오르(Fjord)의 장관(壯觀), 환상적인 북극의 오로라(極光), 노벨평화상의 나라, GDP 8만4000여 달러의 지상낙원, 바이킹(Viking)의 후예 등이 떠오른다. 게다가 노르웨이는 극작가 헨리크 입센(Henrik Ibsen)의 ‘인형의 집’, 화가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의 ‘절규’, 에드바르드 그리그(Edvard Hagerup Grieg)의 ‘솔베이지의 노래’ 같은 예술유산도 간직한 나라다.
 
 
  유럽 최고의 연어 수출국
 
대구가두리양식장. 노르웨이 양식업자들이 세계 최초로 양식에 성공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노르웨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산물 수출대국이다. 유럽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따라 삼면(三面)이 바다인 노르웨이는 수산업이 ‘오일’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간 250만 톤 이상의 연어·대구·청어·고등어·송어 등을 생산, 200만 톤 이상을 수출하는 유럽 최고의 수산물 생산국이자 연어수출국이다. 어선(漁船)도 1만2000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특히 ‘대서양 연어’의 경우, 세계 생산량의 53%, 즉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이 중 90%를 EU국과 일본을 비롯해 150여 개국으로 수출하고 있고, 한국도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르웨이가 가입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4개국과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2006년 발효된 후 관세가 내리면서 덩달아 가격도 내렸기 때문이다.
 
  1960년대 연어 양식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한 노르웨이는 양식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흔히 자연산 ‘태평양 연어’와 달리, ‘대서양 연어’라 불리면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에서는 ‘노르게(Norge)’란 브랜드로 호텔은 물론, 대형마트 등을 통해 안방식탁에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우리가 먹는 훈제연어나 연어초밥의 90% 이상이 노르웨이산이다. 칠레산 냉동연어도 일부 수입하지만, 크고 잘생긴 노르웨이산 연어를 더 고급으로 친다는 것이다.
 
가두리 케이지 내부에서 유영하는 대서양 대구들.
  오슬로 ‘톤오페라호텔’에서 커피를 마시고 기자가 유로화를 내밀었더니, 직원은 “노르웨이는 EU회원국이 아니라서 유로화를 쓰지 않는다”며 노르웨이 화폐인 크로네(NKR)나 신용카드를 요구했다. 그의 말대로 노르웨이는 EU의 27개 회원국 멤버가 아니다.
 
  노르웨이는 1972년 EC(EU의 전신), 1994년 EU 가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해 부결됐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농업, 목축업, 수산업 등 1차산업 비중이 큰 노르웨이가 EU에 가입하면 1차산업 개방이나 ‘어획쿼터제’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자국(自國)에 피해가 된다”면서 반대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EU 미가입은 정치적 이유도 있다고 한다. 1905년 스웨덴에서 독립한 노르웨이 국민들은 ‘주권’의 소중함을 알아 초(超)국가적 기구인 EU에 가입해 타국(他國)에 의해 주권이 제한받는 것을 꺼렸다는 것이다.
 
  비록 EU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노르웨이는 EEA(유럽경제지역) 협정을 맺어 EU회원국과 동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실리와 명분을 다 챙기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입헌군주제로 국왕 하랄 5세(King Harald V)를 대신해 호콘 왕세자(Crown Prince Haakon)가 국왕대행을 하고 있다.
 
 
  노벨평화상의 나라
 
비겔란 조각공원에 있는 세계적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이 제작한 ‘모놀리트’. 높이 17.3m의 화강암 기둥에 121명의 남녀노소가 새겨져 있다.

  노르웨이 취재는 노르웨이 정부 수산물 마케팅 기관인 노르웨이수산물수출위원회(NSEC)의 협조를 받았다. NSEC는 2000년부터 한국의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매장을 통해 연어 판촉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노베이션노르웨이’(한국의 코트라에 해당)의 산하 기관이다.
 
  식초에 절인 청어(herring)젓갈을 호밀빵에 얹어 먹는 것으로 아침을 때우고 오슬로 시내를 둘러봤다. 1048년 건설된 인구 48만명의 수도 오슬로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공원도시다. 국립극장, 오슬로 대학, 비겔란 조각공원 등이 녹지(綠地)와 조화를 이룬다.
 
  특히 비겔란 조각공원(Vigelandsparken) 중앙산책로를 따라가면, 노르웨이의 세계적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Gustav Vigeland, 1869~1943)의 혼(魂)이 담긴 세계 최대의 화강암 조각상 ‘모놀리트(Monolith)’를 만나게 된다. 높이 17.3m의 화강암 기둥에 121명의 인간 군상(群像)이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주체하지 못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1900년대 발굴된 바이킹 선박을 전시하고 있는 바이킹뮤지엄.
  노르웨이는 바이킹의 후예답게 세계 조선업계를 선도(先導)하는 나라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인 유조선, 크루즈선, 냉동선, 지리탐사선 등 특수선박과 선박기자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노르웨이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선박 기자재(機資材)의 60% 정도를 해외로 수출한다.
 
  노르웨이는 ‘노벨평화상’의 나라다. 오슬로 시청 옆의 ‘노벨평화센터(Nobel Peace Center)’는 알프레드 노벨(Alfred Nobel)의 책상과 그가 사용하던 전화기를 전시하고 있었다. 바닥에 전화선을 그려 노벨 전화기와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락연설 모니터를 연결해 놓고 있었다. ‘세계평화를 위한 노벨의 희망이 1901년 노벨평화상 제정 때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길 바란다는 의미’라고 했다.
 
  노벨평화센터 홍보담당 키르스티 스벤닝(Kirsti Svenning) 씨는 “지금껏 전 세계 500여 명의 인사들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면서 “케냐 출신의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Wangari Maathai·2004년 수상)처럼 무명(無名)의 수상자들은 가끔 노벨상기념관을 찾아 자신의 전시물들이 어떻게 전시돼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며 웃었다.
 
 
  세계 3위의 원유 수출국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왜 세계평화에 기여한 것 없이 노벨평화상을 받았는가”라는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군 철수와 핵무기 폐기선언을 했기 때문”이라며 “오바마 노벨상 관련 한국기사가 없으니, <조선일보>를 보내달라”고 했다.
 
  기자가 “한국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노르웨이 심사위원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논란이 한국에서 있었던 사실을 아는가”라고 묻자, 그는 “대통령의 힘을 빌려 어떤 형태의 로비를 했는지는 우리는 모르지만, 심사위원을 상대로 한 로비는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히틀러가 후보로 올랐다는 사실이 50년이 지나서야 밝혀진 것처럼, 올해 275명이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추천된 후보자의 ‘숫자’만 알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오슬로 시청 앞 광장 카페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붐볐다. 표정에 여유가 넘쳐흘렀다. 국영석유회사 스타트오일(Statoil) 주유소를 지나면서, 이노베이션노르웨이 이길원(李吉遠) 상무관은 “청정(淸淨) 피오르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시커먼 원유가 솟아난다면 믿겠느냐”고 했다. 노르웨이는 피오르와 양식(養殖)으로 부(富)를 축적했지만, 1975년 북해(北海) 에코피스크에서 발견한 유전은 노르웨이를 돈방석에 앉게 했다. 북해는 영국·덴마크·노르웨이·네덜란드·독일령(領)으로 돼 있는데, 석유는 주로 영국과 노르웨이령에서 나온다고 한다.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0%는 석유판매에서 나오고 있고, 이 돈은 북유럽식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이 되고 있다. 오늘날 노르웨이의 GDP(1인당국민소득)가 8만3922달러(2009년 기준)로 세계 2위인 것은, 북해 유전 덕분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재 노르웨이는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유수출국이자 서유럽 최대의 천연가스 수출국이라는 ‘횡재’를 바다에서 얻은 것이다.
 
  노르웨이 물가는 살인적이다. 오슬로는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지역으로 꼽힌다. 패스트푸드를 파는 키오스크(Kiosk)에 적힌 가격을 보니 생수 1병에 5000~6000원, 햄버거 세트가 1만9000~2만5000원이다. 노르웨이 주부들이 스웨덴 국경을 넘어 ‘원정쇼핑’을 간다는 소리도 들렸다.
 
 
 
세계 최대의 수산양식회사 마린하베스트

 
  9월 1일 베르겐에서 국내선 스칸디나비아항공편을 타고 1시간가량 비행해 북쪽 트론헤임(Trondheim)으로 갔다. 창가로 눈으로 뒤덮인 고산(高山)들이 나타났다. 세계 최대의 수산양식회사 마린하베스트(Marine Harvest)로 가는 길이다. 마린하베스트는 전 세계 18개국에 지사를 두고, 4800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사다. 노르웨이, 칠레, 스코틀랜드, 캐나다에도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노르웨이 내 양식회사로 ‘레로이’, ‘살마’등이 있지만, ‘마린하베스트’가 단연 넘버원이다.
 
  트론헤임은 노르웨이 제3의 도시로 15만명 인구 가운데 3만5000명이 학생인 대학도시다. 트론헤임에는 노르웨이 4대 대학 중 하나인 노르웨이공과대학(NTNU)이 있다. 트론헤임 시내에서 만난 경북대 조선공학과 학생들은 “노르웨이공과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왔다”면서 “특수선박 건조를 위해 조선공학도들에게 노르웨이 유학은 필수”라고 했다.
 
  트론헤임은 바이킹 왕 올라브 트뤼그바손(Olav Tryggvason)이 건설한 도시다. 997년 세워진 높이 18m의 올라브 동상은 트론헤임의 랜드마크다. 트론헤임은 스키 마니아들에게 성지(聖地)나 다름없다. 트론헤임 인근 바스필렛산(vassfjellet)은 겨울철이면 산지도로에서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코스를 즐기는 사람으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고 한다.
 
 
  연어의 스트레스 관리
 
  트론헤임에서 여객선편으로 2시간 거리에 있는 히트라(Hitra)란 섬의 울반(Ulvan)으로 갔다. 마린하베스트 울반가공공장(Ulvan ST-400)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마린하베스트 양식연어의 25%를 생산한다고 한다. 공장장 크누트 우테임(Knut Utheim) 씨와 품질담당 매니저 아네테 함메르볼(Anette Hammervold) 씨가 반갑게 맞았다. 30분 정도 울반공장 설명을 마치자, 기자를 가공시설로 안내했다. 그는 “마린하베스트 노르웨이의 직원은 1091명, 작년 20만여 톤의 연어를 가공해 1조34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가공시설까지 들어가는 데 절차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우의(雨衣)를 걸치고, 부직포(不織布) 모자와 신발을 쓰고 또 신고, 손을 두 차례나 씻었다. 생산담당 이사 짐 레르비크(Jim Lervik) 씨가 “발을 소독통에 담그라”며 윙크를 했다. 생선 비린내가 물씬 풍겼다.
 
  1000여 평 규모의 가공공장에는 놀랍게도 직원이 20여 명뿐이었다. 양식장에서 20~200톤의 연어를 산 채로 옮길 수 있는 ‘웰보트(well-boat)’로 연어를 이송해 공장으로 가져오면, 웨이팅케이지(waiting cage)를 거쳐 가공순서로 들어간다. 연어를 얼음물로 ‘칠링(chilling)’하면, 연어는 잠시 기절해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작업장 내부로 들어온다. 그럼, 연어를 도살해 아가미 커트와 피를 빼내는 작업이 이뤄진다. 6개의 커팅머신이 내장을 제거하고, 사이즈를 선별해 3마리씩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과 함께 담는다. 웨이팅케이지에서 트럭까지 불과 3시간 만에 가공작업이 끝난다.
 
  가공공장을 둘러보면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건 ‘스트레스 관리’였다. 짐 레르비크 이사는 “종업원 스트레스가 아니라 연어의 스트레스 관리”라고 했다. 연어를 키우고 죽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살아 있는 연어를 운반하거나 도살(屠殺)할 때 부담을 주면 피가 한꺼번에 몸통으로 몰려 육질(肉質)이 퍽퍽해진다”고 했다.
 
  도살되기 전의 대기실 격인 ‘웨이팅 케이지’ 단계와 ‘도살 직전 단계’가 스트레스와 관련해 가장 결정적이다. 펄떡이는 5~6kg의 연어를 진공펌프로 빨아들여 가공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로 밀어 넣자마자 망치 같은 자동기기가 연어의 머리를 때려 혼절시킨 뒤, 곧바로 날카로운 침으로 아가미 부근의 급소를 찔러 단번에 숨을 끊는다. 울반공장은 275명의 직원이 하루 7만 마리의 연어를 처리하고, 연간 9만 톤을 소화해 낸다고 한다.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280만 마리 연어 양식

 
마린하베스트의 가공공장 내부. 직원들이 도살한 연어에서 내장과 아가미를 자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쾌속정을 타고 해변 공장에서 45분쯤 떨어진 피오르 청정지역에 있는 만브루홀만(Mannbruholman) 양식장으로 향했다. 280만 마리의 연어가 있는 곳이란다. 짐 레르비크 이사는 “연어 1마리(5kg)당 20명분의 식사를 할 수 있어, 5600만명의 저녁을 대접할 수 있는 셈”이라면서 “양식연어는 감염 우려 때문에 가공공장과 거리를 둔다”고 했다.
 
  울반 지역 인근의 민물에서 기른 60g 가량의 치어(稚魚)는 양식을 통해 어른이 될 때까지 서너 번 서식지를 옮긴다. 이때마다 가급적 그물 대신 진공펌프를 쓰는 데 이는 연어에게 겁을 덜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올해는 1500만 마리의 치어를 가두리에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짐 레르비크 이사는 “노르웨이산 연어는 빙하가 녹아 형성된 피오르 청정 해역의 수심 70~100m 지점에서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양식한다”면서 “연어는 담수(淡水)와 해수(海水)를 오가는 회귀성(回歸性) 어류이기 때문에 10월부터 1월 중순까지 담수에서 치어를 기른 다음, 해수로 옮겨와 성어(成魚)로 성장시킨다”고 했다.
 
  마린하베스트는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양식장 사업과 관련, 52개의 라이선스와 624㎦ 면적의 지역사용권을 허가받았다. 이 지역과 같은 양식장 부지를 8개나 소유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1975년 양식업 관련 규정을 만들어 현재 850개의 바다 가두리를 허가했고, 250개의 민물부화장과 ‘스몰트’(smolt·치어단계)를 허가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양식장 난립을 막기 위해 새로운 허가를 거의 발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짐 레르비크 이사는 “현재 가두리에 있는 2009년생 80g짜리 치어들은 현재 5kg짜리 성어로 성장했다”면서 “15~18개월이면 5.5kg까지 성장해 수확할 수 있는데, 대개 8월 한 달 동안 1kg이 자란다”고 했다. 연어는 알에서 대개 24~36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짐 레르비크 이사는 “도살할 때만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양식장 케이지에서도 철저하게 스트레스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양식장 안에서 기르지만 자연에서 자라는 것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사람의 발걸음과 손길은 최대한 자제합니다. 양식장 바닷속에는 해수의 방향과 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비디오 카메라와 컴퓨터 장비가 설치돼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바지선에서 수신된 데이터와 바닷속 영상을 모니터로 확인해 가며 연어의 생활환경을 보살핍니다. 연어를 수확할 때도 그물로 건지지 않고 진공펌프를 사용해요. 오히려 상처도 나지 않고 고기도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짐 레르비크 이사는 “14개의 둥근 철제 그물의 가두리 양식장에선 해류의 흐름과 바닷물의 산성 농도, 온도, 산소 함유량 등을 컴퓨터로 정밀하게 체크한다”고 말했다. 배가 고픈 것도, 너무 부른 것도 다 스트레스라 영양상태와 사료의 양을 면밀히 조절한다. 자연과 근접한 환경을 조성하려면 웬만한 경우 아니면 사람이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 좋다.
 
  “가두리의 연어들을 보고 싶다”고 하자, 그는 사료를 한 줌 움켜쥐더니 공중으로 던졌다. 연어들이 날쌔게 퍼덕거리며 거무스레한 몸통을 드러냈다. 가두리 사이즈는 둘레 150m로 균일하다. 그는 “이 가두리에 100만 마리의 연어가 있다”면서 “가두리당 전체 무게는 컴퓨터로 측정하고 있고, 현재 수온은 13도로 최적(最適)”이라고 했다. 가두리 하나당 97%의 물, 3%의 연어가 가장 안정적인 밀도라고 한다.
 
 
  “항생제 거의 사용 안 해”
 
도살되기 직전 ‘웨이팅 케이지’에서 가공을 기다리는 연어를 직원이 잡아 보이고 있다.
  그는 “가두리가 50m 깊이의 바다에 24m 정도의 위치에 떠 있다”면서 “보름에 한 번씩 가두리의 그물 청소작업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가두리는 수확이 끝나면, 전문적 용어로 ‘한 세대’가 끝나면, 2개월 동안 휴식해야 한다고 했다.
 
  “연어들의 건강상태를 어떻게 체크하느냐”고 묻자, 그는 “수의사들이 수시로 무작위로 연어 질병검사를 실시한다”면서 “그물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수온, 풍속, 사료상태 등을 체크하는데, 육안으로 튀어오르는 것만 봐도 무엇이 부족한지 안다”고 했다.
 
  짐 레르비크 이사는 “동물성 사료는 어분(魚粉) 가격이 올라가 회사경영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해양오염의 주범이라 앞으로 식물성 사료로 바꾸려고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1992년 백신을 개발할 때까지만 해도 노르웨이도 연간 50톤의 항생제를 사용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육종(育種) 기술의 발달로 질병에 걸리지 않는 치어들이 생산되는데다, 백신도 연어의 5대 질병을 모두 커버하고 있어 항생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연간 1톤 정도 사용)”고 했다. 백신은 바다로 나오기 전 민물에서 치어들에게 주사(注射)한다. 그는 “바이러스 질병 대신, 요즘 가장 골치를 썩이는 것은 ‘바다 이’(sea-lice)”라며 “5mm 크기의 ‘이’는 익혀먹으면 문제가 없지만 소비자들에게 시각적으로 혐오감을 준다”고 했다.
 
  울반지역의 섬들은 바다 밑 해저터널로 연결돼 있어 자동차로도 통행이 가능하다. 울반 가공공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장장 크누트 우테임이 대구포를 뜯어 “먹어보라”고 권했다. 돌덩어리처럼 딱딱한 대구포였지만,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났다. 강원도 덕장에서 말린 황태와 비슷했다.
 
 
  아시아인 붉은색 연어 選好
 
직원이 머리와 뼈를 제거한 필레(fillet) 형태로 가공된 연어를 포장하고 있다.
  크누트 공장장은 “한국으로 수출하는 연어는 냉장, 냉동 두 가지”라며 “한국은 냉동연어를 수입해 가공공장에서 훈제연어로 가공한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한국과 일본은 대부분 한 마리 그대로 수출합니다. 연어 머리구이를 즐기기 때문이죠. 유럽과 미국 등지로 나가는 연어는 대부분 머리와 뼈를 제거한 필레(fillet) 형태로 수출합니다. 연어의 살색도 사료로 조절해요. 보통 아시아는 붉은색 연어를 선호해 아시아로 수출하는 연어는 새우를 넣은 사료를 먹여 자연스레 붉은빛을 띠게 합니다.”
 
  그는 “노르웨이 연어는 깊고 찬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에서 양식되는데다 생산에서 제품포장까지 정부 규제를 통해 완벽한 품질관리(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가 이뤄진다”면서 “수확 후 생산지에서 포장까지의 이동시간이 짧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어 ‘회(膾)’로도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냉장연어는 100% 노르웨이산”이라고 했다.
 
  실제 마린하베스트 양식장에서 잡은 연어는 트럭에 실려 공항에서 대한항공 전세기로 일주일에 세 차례 인천까지 도착하는 데 만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한 편(便)당 120톤의 연어를 수송한다. 그는 “노르웨이와 한국은 사람을 실어나르는 직항편은 없고, 연어만 실어나르는 비행기가 일주일에 세 차례 운행한다”면서 “노르웨이 연어가 (갈아타고 온) 당신보다 더 대우를 받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60만 톤의 연어를 생산해 베르겐항(港) 등을 통해 90% 이상을 해외에 수출했다. 단연 세계 최대 연어 수출국이다.
 
  연어는 각종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한 웰빙 식품으로 꼽힌다. 노르웨이산은 특히 노화방지에 도움이 되는 ‘오메가-3’ 성분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마린하베스트 품질관리 담당매니저 아네테 함메르볼 씨는 “연어는 영양이 풍부한 어류에 속한다”면서 “특히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한국사람들이 많이 찾는 오메가-3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생선”이라고 소개했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연어를 부쩍 많이 먹기 시작했다. 훈제나 구이·초밥·샐러드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근래에는 스테이크·말이·알밥이나 성탄절용 연어 파피요트(Salmon Papillote) 등 조리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대구 양식 성공
 
연어와 대구양식장을 운영하는 닐스윌릭슨사의 이바 윌릭센 회장.
  오슬로의 톤호텔오페라에서 닐스윌릭슨사 이바 윌릭센(Ivar Williksen) 회장을 만났다. 이바 윌릭센 회장은 “한국의 ‘윈윈수산’에 양식연어를 공급하고 있다”면서 “대구는 북해유전을 발견하기 전 노르웨이의 주된 수입원이자 식량이었다”고 했다.
 
  대구 양식은 1997년 노르웨이 ‘코드브리드(Codbreed)’사가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올해 120만 마리를 육성해 수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노르웨이에서 양식하는 100만 톤 가운데 연어와 송어가 연간 80만 톤이고, 대구는 2만~3만 톤 정도”라면서 “현재 자연산 대구를 순화(domestication)하는데다, 인건비와 사료까지 감안하면 대구 1kg당 생산원가는 자연산 대구보다 비싼 게 현실”이라고 했다.
 
  대구 양식 방법은 한국의 넙치 양식과 비슷하다. 부화단계에선 바닷물을 이용해 육상 수조(水槽)에서 키우고, 양식 단계에선 바다 가두리에 풀어놓는다.
 
  ―그럼에도 왜 노르웨이 정부는 대구 양식을 하려 하나.
 
  “일부 국가들은 대구가 바다에서 잡히질 않자 조업금지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사라질 줄 알았던 대구가 어획량 조절로 다시 잡히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것이죠. 지금은 주춤한 상황이지만, 양식을 하게 되면 사계절 안정적으로 대구를 공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구 양식을 먼저 성공시켜 놓으면 선점(先占) 효과가 있습니다. 게다가 양식대구는 이틀 만에 소비자들 식탁으로 가지만, 자연산은 일주일이나 걸립니다. 그게 경쟁력입니다.”
 
  ―대구는 한국과 일본 등 동양에서 ‘탕’ 요리를 해먹는 등 인기가 높습니다. 노르웨이나 유럽도 그런가요.
 
  “노르웨이 사람들은 말린 대구로 만든 크리스마스 대표음식 루테피스크(lutefisk)를 즐깁니다. 자연산 대구는 유럽에서 큰 인기입니다. 염장(鹽藏) 건조한 대구를 이용한 ‘바칼라오(bacalao)’는 세계적 식품 아닌가요?”
 
  이바 회장은 “닐스윌릭슨은 최초로 대구 양식에 성공한 ‘코드브리드(Codbreed)’사로부터 치어를 받고 있다”면서 “올해부터 한국 킨텍스에서 열리는 ‘씨푸드박람회’에 참석해 양식대구가 육질이 균일하고, 맛도 일정하다는 것을 알릴 것”이라고 했다.
 
  ―노르웨이가 최고의 수산물 수출국이 된 저력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자연환경이죠. 해안선이 길고, 수온이 2~14도로 일정하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생산업자들이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물이 놀랍도록 깨끗합니다. 해양오염으로 칠레의 연어 양식이 몰락한 것을 보십시오.”
 
 
  노르웨이산 고등어도 인기
 
  ―한국 양식업이 발전하기 위해 조언한다면.
 
  “핵심은 ‘클린워터’입니다. 한국에서 양식이 가능한 지역은 울산지역 인근입니다. 동해는 바닷물이 차고, 서해는 물이 흐려 적당하지 않습니다. 제주도는 양식하기 좋은 입지입니다. 물론 태풍에 견디기 위해 양식 기구들이 강해야 하고, 어분으로 만드는 사료를 주지 말아야 합니다. 게다가 바다에서 양식하려면 바다에 일정시간 사료가 떠 있을 수 있도록 건식배합사료(Dry Fish Meal)를 사용해야 하죠.”
 
  이바 윌릭센 회장은 노르웨이 연어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의 회문화에 노르웨이 연어가 잘 맞아요. 게다가 한·노르웨이 간 자유무역협정으로 가격이 인하되자 다른 생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 같습니다. 특히 횟감으로 연어가 인기를 끄는 것은 노르웨이 양식장 수확부터 한국의 소비자 식탁까지 3~4일밖에 걸리지 않아 선도(鮮度)를 충분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도 한국에서 인기라고 한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작년 총 8300톤(2000만 달러)이 수입돼, 한국 고등어 수입의 30% 가량을 차지했다. 그는 “한국 연근해의 고등어 수확이 줄어들면서 2000년부터 수입이 시작됐고, 2001년에는 1만 톤에 육박했다”면서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지방이 풍부한데다 에이코사펜타엔산(EPA)과 도코사헥사엔산(DHA)을 다량 함유하고 있고, 특히 냉동 고등어는 한국인들이 자반고등어(간고등어)를 좋아해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양식산업은 물고기의 근친 교배가 문제
 
육종 전문회사 ‘지노마’의 이우재 박사.
  오슬로에 본사를 둔 ‘지노마(GenoMar)’는 육종프로그램 개발에 세계적인 회사다. 육종은 생물이 가진 유전적 성질을 이용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 품종을 개량하는 것이다. ‘지노마’는 유전적 특성을 이용한 교배법, 질병검사, 그리고 DNA 백신 등의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우재(李禹宰·48) 박사는 “지노마는 연어·송어·대구 등 대표적 육종어종들의 DNA를 분석해 근친(近親)을 걸러내 우량형질의 물고기를 생산하는 일을 맡고 있다”면서 “지노마는 세계 최고의 양식회사 ‘마린하베스트’의 육종프로그램을 전담하고 있고, 노르웨이가 양식선진국이 된 것은 육종 덕분”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뉴욕대에서 생물학 석사, 뉴햄프셔대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8년부터 ‘지노마’에서 연구개발담당 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노르웨이 정부는 양식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종류의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양식장 규모에 따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시스템에 의해 양식장소의 선택, 양식장의 설계와 시공, 육종을 통한 친어(親魚·어버이 물고기) 관리와 종묘 생산, 어병(魚病) 관리 그리고 마케팅 등 양식의 전 과정을 ‘가치사슬(value chain)’에 따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이우재 박사는 “물고기 양식의 성패는 육종, 백신개발, 사료 등 3가지가 좌우한다”면서 “1970년대 후반 노르웨이는 육종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유전적으로 저항력 있는 유전자를 골라내 교배를 통해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도 무병(無病)한 물고기를 키워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런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한국 농수산식품부 요청으로 2002년 전국을 일주하며 조사를 한 적도 있었다”면서 “그때 우리 수산업의 문제점을 절절하게 느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한국은 1인당 생선 소비량이 연간 60kg으로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일본은 80kg, 유럽 20kg, 노르웨이 40kg입니다. 식탁에서 생선이 떨어지면 안 되는 한국에서 물고기 파동이 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접근해 양식장의 오염을 막으면서 단위생산량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어민들이 힘들다고 아우성쳐서 양식장 허가를 남발한 결과가 오늘날 어떻습니까. 통영의 가두리 양식장처럼 바다는 죽어갔습니다. 날 생선과 동물성 사료를 주다가 고기들이 병들면, 어민들의 악다구니에 정부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양식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이우재 박사는 “물고기는 사람처럼 바이러스성 질병(감기)이 들면 사실상 약(藥)이 없고, 세균성 질병(상처)밖에 치료할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식업자들은 항생제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했다”고 했다. 그는 “내병성(耐病性) 있는 물고기를 기르기 위해 육종을 통해 바이러스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물고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우재 박사는 “육종의 효과와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노르웨이가 세계의 다른 나라보다 수산선진국으로서 자부심을 갖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수놈과 암놈을 가둬놓고 마구 교배시켜 근친으로 인한 퇴화(退化)와 기형(畸形)이 발생한 한국과는 대조된다”고 했다.
 
 
  노르웨이의 육종기술
 
  이 박사는 “양식의 첫 단계인 친어관리를 육종개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양질의 수정란 생산을 통해 양식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육종의 핵심은 친어들의 과학적인 수집과 체계적인 관리”라며 “육종기술도 이젠 유전정보(DNA)를 이용한 육종프로그램에 의해 관리하며, 대서양 연어의 경우 초기 육종단계에서 친어들을 노르웨이 강이나 호수에서 포획한 자연산 연어로부터 시작해 현재 약 10세대까지 선발 육종하고 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2배 이상의 성장률과 내병성, 그리고 각종 유전적 형질(形質)들을 선발하는 육종기술은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노르웨이가 다른 나라를 앞설 수 있었던 핵심적인 ‘팩트’입니다. 예컨대 1kg 무게의 연어에 5mm의 일련번호를 가진 DNA칩(chip)을 아가미 뒷부분에 주사합니다. 일종의 전기적 흐름과 다양한 유전정보가 담긴 ID카드죠. 유전자변형(GMO)을 한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그런 다음 그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를 잘라 유전자 검사를 합니다. 그럼, 물고기의 혈통, 물고기의 유전적 특성, 병에 대한 저항력 등을 빠른 시간 내에 분석할 수 있습니다. 고기들을 ‘호적관리’를 통해 교배시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연어를 8세대까지 관리합니다. 근친이 생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5000마리의 DNA를 분석해 교배프로그램을 만들어 양식회사(마린하베스트)에 제공하죠. 특히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보완하는 데 쓰는 추적시스템(양어장에서 식탁까지)에 결정적으로 이용될 겁니다.”
 
 
  백신기술 개발이 선진 수산국의 지름길
 
  이우재 박사는 “유엔은 해양오염을 막기 위해 값싼 물고기를 재료로 쓰는 동물성 사료 사용을 줄이고, 콩 등으로 만든 식물성 사료를 쓰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동물성 사료 사용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현재 2kg의 잡어(雜魚)를 먹여 1kg짜리 물고기를 만드는 양식업에 대해 회의가 일고 있습니다. 어분 가격이 2배 이상 인상됐고, 그에 따라 사료비용이 생산가의 60%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최근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식물성 사료를 먹여 해양오염을 막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우재 박사는 “노르웨이는 현재 항생제 사용량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면서 “대신 육종을 통한 내병성 물고기를 만들고, 백신을 사용해 병원균이 물고기에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개발됐다”고 했다.
 
  현재 백신업체는 팜아크(노르웨이), 인터벳(네덜란드), 노바티스애니멀헬스(스위스), 쉐링플로애니멀헬스(미국), 바이엘애니멀헬스(독일), 마이크로텍(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5~6개 메이저업체들이 존재한다. 그는 “대부분 백신은 최근까지 연어와 바다송어에만 사용한다”면서 “백신 가격이 비싸 단가가 낮은 물고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연어 생산량이 많은 노르웨이·스코틀랜드·칠레 등이 가장 큰 백신 시장이다”면서 “현재 거의 모든 양식어종을 위한 백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물고기 가격이 비싸진 이유도 있고 대규모 생산이 시작되면서 백신 공급 가격이 싸진 것도 한 원인이죠. 팜아크는 노르웨이 백신시장의 80%를 점하고 있어요. 연어 백신시장의 가장 큰 메이저 업체랍니다.”
 
  그는 “한국도 노르웨이의 팜아크와 협력해 백신 개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대규모 생산은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백신 가격이 비싼데다 시장이 작아, 백신회사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백신기술은 수산선진국들이 이전(移轉)을 극도로 꺼리는 ‘첨단기술’이라, 자칫 기술을 얻어보려고 기술협력을 했다가는 ‘돈 주고 백신만 사는 꼴’이 되기 십상”이라면서 “한국의 녹십자와 같은 대기업들도 수익성이 없어 투자를 주저한 것처럼, 노르웨이도 처음에는 정부차원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개발에 착수했다”고 했다.
 
  이우재 박사는 “한국이 노르웨이의 선진수산 기술 가운데 가장 벤치마킹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하자, “노르웨이가 수산업 대국이 된 계기는 사람을 키운 결과”라며 “시장성이 없더라도 정부가 나서 대학과 백신기업이 산학(産學)협력을 통해 기술개발을 하도록 밀어줘야 한다”고 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매년 수산생산품의 총 수출금액에서 0.3%를 적립해 연간 1000만 달러 정도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양식업자들의 축제, ‘아쿠아노르’ ‘노르피싱’ 격년제로 열려
 
아네 노르웨이 해양수산부 고문.
  노르웨이에선 양식업자들의 박람회인 ‘아쿠아노르’가 격년제로 열리고, 어선 장구(裝具)를 전시하는 ‘노르피싱’도 열린다.
 
  아네 스토르베스트레 비요쿰(Ane Storvestre Bjorkum) 노르웨이 해양수산부 고문은 “세계 양식업과 수산업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인 노르웨이가 주최함으로써 행사의 규모와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면서 “행사 기간 동안 전 세계 양식업자들과 수산국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토의하는 세미나를 열어 이슈들을 토의하고 해결점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노르웨이로부터 작년 1만5552톤(6800만 달러)의 수산물을 수입했고, 이는 2008년에 비해 50% 증가한 것”이라며 “노르웨이는 한국에 수산물을 공급하는 일곱 번째 수출국”이라고 했다. 그는 “연어, 고등어를 주로 수입하고 있고, 최근에는 러시아 킹크랩의 수입금지로 노르웨이의 킹크랩도 들어간다”면서 “정제어유(fish oil)도 수입돼 오메가-3의 원료로 사용된다”고 했다.
 
  노르웨이가 국가차원의 투자를 통해 수산물 수출대국으로 자리를 굳혔다. 노르웨이는 현재 수익성이 그다지 없는 대구 양식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가 대구 양식을 ‘미래의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노르웨이는 대구 양식이 결국 미래에는 연어처럼 대단한 부(富)를 가져다줄 산업이라고 믿습니다.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대구 치어를 집중적으로 생산해 가면 대구 양식은 시간이 갈수록 공급이 안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9년 노르웨이는 2만 톤 가까운 양식대구를 생산했습니다. 현재 정부는 금융지원 등 특별한 지원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양식업계가 다른 양식어종을 찾는 연구개발을 하는 곳은 적극적으로 밀어줄 것입니다.”
 
 
  “자연이 허락한 범위에서만 양식”
 
노르웨이패스트푸드점에서 팔리는 새우샌드위치. 신선한 새우라 맛은 있지만, 가격은 64크로네(1만2800원)로 좀 비싸다.
  그는 한·노르웨이 수산양식업 교류 전망에 대해 “양국 모두 도움이 되는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분야”라고 말했다.
 
  국토의 절반이 북극권에 있지만, 노르웨이의 바다는 얼지 않는다. 노르웨이는 따뜻한 멕시코만류의 영향으로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천혜의 수산국이다. 노르웨이인들은 그런 환경을 십분 활용했다. 1960년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연어 양식 기술을 도입했고, 그 기술을 전 세계에 전파했다. 탁월한 육종기술 성공 등 기술개발로 노르웨이의 선진 수산대국의 위상은 탄탄대로일 것 같다.
 
  이에 반해 칠레는 2007년 ‘감염성연어빈혈(ISA)’이 발생해 푸에르토 차카부코(Puerto Chacabuco) 지역의 한 공장에서는 6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환경단체들은 칠레의 비위생적인 연어 양식 환경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물속 연어사육조에는 너무 많은 수의 연어가 한꺼번에 사육되고 있고, 화학물질과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연어 생산대국 칠레의 ‘신화’가 무너진 것이다.
 
  트론헤임 공항에서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 ‘노르웨이가 최고의 수산물 수출국이 된 저력은 무엇일까’라고 되새겨 보았다. 그때 문득 “노르웨이는 자연이 허락한 범위에서만 양식했다”는 닐스윌릭슨사 이바 윌릭센 회장의 말이 귀에 쟁쟁하게 울렸다.⊙
 
[인터뷰] 한스 페터 내스 노르웨이 수산물수출위원회 한국 담당
 
  “차고 깨끗한 물,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경쟁력 비결”
 
한스 노르웨이 수산물수출위 한국담당.
  노르웨이 수산물수출위원회(NSEC) 한스 페터 내스 한국담당은 “노르웨이산 연어 ‘노르게(Norge)’가 한국인의 안방식탁에까지 깊숙이 파고든 경쟁력을 무엇이라고 보나”라고 묻자 “노르웨이가 깨끗하고 차가운 물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자연적인 강점”이라면서 “강력한 정부 차원의 통제를 통해 안전한 완전식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정부는 사료량을 조절하고 ‘쿼터제’를 도입해 과잉생산을 예방하는 등 철저한 생산관리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양식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필요한 정책은 무엇입니까.
 
  “양식산업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통제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특히 엄격한 통제가 중요하죠. 노르웨이는 ‘수산양식법’ ‘식품안전법’ ‘환경오염방지법’을 만들어 허가에서부터 실질적인 감독과 규제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수온(水溫)이 높아 연어 양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연어 양식과 가공산업은 미미한 수준이고, 한국 내에서 소비되는 연간 9000여 톤도 전량 수입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연어 양식을 성공시킬 수 있는 묘책은 없습니까.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제한적일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볼 때 육상에 양식장을 만들 수는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 것이고, 육상 양식은 가두리에 비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연어 양식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노르웨이 양식업은 긴밀한 산학(産學) 협력체제를 유지해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하고 있습니까.
 
  “물고기 양식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성장잠재력이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많은 연구자금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한국 어업은 ‘생계유지형’ 어업에 머물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등 선진 수산국처럼 경제성 있는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잡는 어업 중심의 ‘원양어업’을 해외 양식업, 수산관련 산업 등 다양한 형태의 해외어업으로 방향 선회를 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데요.
 
  “양식업으로 전환하려면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쉽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특히 정치적인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노르웨이의 경우 각각의 어선에까지 할당량을 정해 놓고 있을 정도로 규제를 엄격하게 하고 있습니다. 배의 규모와 숫자를 조정하고, 어획량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재정적으로 탄탄하게 수산업계를 만들어 주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노르웨이 해양경찰은 엄격한 단속과 통제를 하고 있고, 규정을 어겼을 때 강력하게 처벌합니다.”
 
  ―노르웨이 수산 양식업의 성공요인 가운데 하나가 물류시스템이라고 하던데요.
 
  “네. 아주 효율적인 물류와 수송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보완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지만, 해당 국가의 물류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컨대 인천공항에 도착한 노르웨이 연어가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때까지 물류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노르웨이는 조선업(造船業) 선진국이기도 합니다. 특히 특수선박과 선박 장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조선업이 주력해야 할 곳은 어느 분야라고 봅니까.
 
  “한국 조선업은 이미 기술적으로 세계 정상급입니다. 조선업은 아직도 한국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선박 종류의 문제인데,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가 나오는 선박건조에 집중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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