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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心르포

새만금·가덕도·경북 군위·의성 공항 예정지를 가다!

“공항이, 저 하늘길이 지방의 미래를 열어줄까?”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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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공항서 1.3km 떨어진 갯벌에 들어설 새만금신공항. 2029년 개항 예정
⊙ 부산 가덕도신공항 들어서면 하늘·바다·땅을 잇는 ‘트라이포트’ 완성. 2035년 개항
⊙ 가덕도 주변 해역 먹이생물 풍부… 국수봉과 연대봉은 멸종위기 혹은 천연기념물 살아
⊙ 소멸위험 1위 지역인 경북 군위·의성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조성. 2028년 개항
4월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호남 지역 방문길에 새만금 일대를 상공에서 둘러보고 있다. 사진=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대한민국은 언제부턴가 공항의 나라가 됐다. 코로나19로 전국 공항이 수년간 수렁 속을 헤매었으나 여전히 건재하다. 국제공항 8곳(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무안·청주·양양), 국내공항 7곳(군산·광주·사천·여수·울산·원주·포항)이 있다.
 
  총선이나 대선을 거치며 공항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필수 SOC가 되어버렸다. 예타(예비비타당성 조사) 없이 공항부터 짓는 관행이 정착되었다. 군산 새만금이 그렇고, 부산 가덕도가 그렇다. 경북 군위와 의성에 들어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대구공항의 이전지다. 기본 및 실시설계가 곧 확정될 예정이다. 공항이 들어설 지역은 벌써 들썩이고 있다.
 
  기자는 현지를 찾아갔다. 공통점이 있었다. 공항 예정지 사람들 반응은 시큰둥, 뜨뜻미지근하다. 왜냐하면 삶의 터전을 잃으니까. 연배 많은 노인들뿐이다. 군산 갯벌에서 만난 한 노인은 말한다.
 
  “무슨 말이 필요하단가요. 거시기, 호미와 망태기만 있으면 갯벌에서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디.”
 
  ― 그래도 찬성하는 이가 더 많다던데요.
 
  “누가? 저 갯벌이 죽으면, 죽은 갯벌이 살아나나요?”
 
  경북 군위 소보면에서 고춧대를 심던 노인은 반문한다.
 
  “평생 땅 파먹던 할망구가 어덜 가서 살란 말인교?”
 
  ― 공항 들어서면 이사 가야지요.
 
  “어딜 가? 니나 가라. (웃음)”
 
 
  공공개발의 금 부스러기
 
2020년 11월 24일, 새만금 2호 방조제에서 드론을 띄워 내려다본 새만금 동서도로의 모습. 새만금 서쪽인 신항만(새만금 2호 방조제)과 동쪽인 새만금~전주고속도로를 잇는 왕복 4차선 ‘새만금 동서도로’(20.3㎞)가 착공 5년 만인 24일 개통식을 열었다. 사진=조선일보DB
  그러나 공항을 둘러싼 주변 지역은 반색이다. 공공개발의 금(金) 부스러기가 쏟아질지 모른다. 인구소멸지역에 물류공장 짓고 아파트 짓고 외지인이 몰려든다. 철도가 깔리고 도로가 들어선다. 별 볼 일 없던 경제가 꿈틀꿈틀 살아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꿈이다. 아직 요원한…. 과연 공항이, 저 하늘길이 지방의 미래를 열어줄까?
 
  새만금은 만경강, 동진강 유역의 만경평야와 김제평야에서 각각 머리글자를 딴 ‘만금(萬金)’에 ‘새롭다’는 뜻의 ‘새’를 붙여서 만든 이름이다. 예부터 곡창으로 유명한 만경평야, 김제평야와 같은 옥토를 일구겠다는 전북인의 꿈을 담았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4월 20일 군산공항에 내려가 공군기로 새만금 일대를 시찰한 뒤 이런 말을 했다.
 
  “새만금은 세계 어디보다 좋은 입지를 지니고 있어 새만금 개발과 함께 전라북도를 기업들이 ‘바글바글’거리는, 누구나 와서 마음껏 돈 벌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보자.”
 

  송하진 전북지사는 이날 새만금신공항 조기 착공과 대통령 직속 새만금위원회 설치를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기자는 군산공항 주변과 새만금방조제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안 한다는 말은 안 했다”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야당 대표(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새만금 지구의 국내외 대규모 기업 유치와 중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 확대를 위해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2015년 3월 4일 전주 전북도청에서 열린 첫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발언이었다.
 
 
  文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필수적”
  임기 중 착공 못 해

 
새만금신공항 조감도.
  “필수적”이라고 했는데 문재인 정권에서 첫 삽을 뜨지 못했다. 현재 빨라야 2024년 착공 예정이다. 위치와 규모는 정해졌다.
 
  군산공항에서 1.3km 떨어진 갯벌에 국제공항이 들어선다. 활주로 2500m, 계류장(4대), 여객터미널 등이 건설된다. 국비 7796억원을 들여 2029년 개항한다.
 
  혹자는 ‘동그라미 하나’가 빠진 것 아니냐고 눈을 비빌지 모른다. 가덕도신공항의 사업비가 13조7000억원, 대구경북신공항은 10조5000억원(軍공항 9조2700억원+민간공항 1조2300억원)이 든다.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새만금신공항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상 무안공항이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되어 있다. 공항 위계(位階)에서 무안공항에 밀려 새만금신공항의 규모는 그만큼 최소화(활주로 길이 등)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새만금신공항의 부지 면적은 무안공항의 86.5%로 조금 작다. 그러나 계류장은 무안공항이 48대, 새만금신공항은 4대밖에 안 된다.
 
  새만금신공항(군산공항)은 전북 김제시에서 지으려다가 중단된 김제공항(김제 공덕면 공덕리와 백산면 조종리 일대)과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35km 남짓이다. 김제공항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전체 사업비 47만5000평에 1474억원 중 부지매입비 396억원을 포함한 총 480억원이 투입되었다. 활주로(1800m×45m)와 계류장(3대), 여객터미널을 짓는 사업이었으나 경제성이 없어 2008년 7월 건설이 중단되고 말았다. 김제공항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그 충격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선심성 공약에 의한 보여주기 사업이 낳은 대참사였다.
 

 
  새만금신공항의 아픈 손가락:
  김제공항과 수라갯벌

 
  새만금신공항 지척에,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인 수라갯벌이 있다. 이 갯벌에는 현재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를 비롯해 멸종위기 2급인 흰발농게와 금개구리, 수달 등 40여 종이 넘는 멸종위기 종(種)이 서식하고 있다.
 
  기자가 새만금신공항 예정지에서 만난 갯벌 역시 말이 필요 없었다. 장엄했다. 갯벌을 내려다보는 하늘이 얼마나 거대하고 넓은지, 가을빛이 나는 누런색 억새·갈대가 약한 바람에도 화를 내듯 고개를 곧추세웠다. 어마어마한 잿빛 구름은 큰 불이 난 것처럼 빠르게 어딘가로 흘러갔다. 그냥 온 사방이 그림과 같은 풍경이었다.
 
  갯벌 바닥은 질척였고 보랏빛 염생(鹽生)식물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 속에선 연안 습지의 어린 생명체가 꿈틀대고 있었다. 이곳에서 한쪽 집게발이 다른 한쪽보다 유난히 크고 흰 ‘흰발농게’를 본 사람이면 갯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가 넘었던 새만금 갯벌에선 이제 수라갯벌만 남았다고 환경단체들은 설명한다. 이 수라갯벌마저 공항으로 사라질 수 있다.
 
  비극적인 얘기지만 수라갯벌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 모른다. 물막이 공사, 방조제 건설로 수라갯벌은 갯벌의 지위를 법적으로 상실했다. 왜냐하면 갯벌로 인정받으려면 밀물과 썰물이 있어야 하는데 바닷물을 막아버렸다. “수문으로 해수를 유통시킨다 해도 갯벌이 살아 있는 지역은 수문 부근에 불과할 것”이라고 어민들은 지적한다. 하구역 갯벌은 하루 두 번 바닷물에 몸을 푹 담가야 한다. 지금 새만금은 조수간만이 없는 갈대밭일 뿐이다. 이미 고인 해수의 바닥은 썩어 들고 있고 담수호 수질은 악화되고 있다. 생명체가 없는 죽은 갯벌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갯벌의 주인은 달이 아닐까
 
군산공항 앞쪽 갯벌 지역이다. 이곳에 새만금신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저 갯벌은 누구의 것일까. 국가의 소유일까. 이곳 주민들의 것일까.
 
  어쩌면 안목 있는 어느 소설가의 말대로 ‘조석(潮汐)’이 저 질퍽한 갯벌을 만들었으니 갯벌의 주인은 달[月]이 아닐까. 밤새 뒹굴며 놀던 저 달의 놀이터를, 저 수라갯벌을 어찌하면 좋을까.
 
  새만금신공항 사업은 지난해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한 뒤 환경부가 두 차례나 보완을 요구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첫 번째 보완 이유는 새만금신공항이 들어서면 항공기와 새떼의 충돌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흰발농게, 금개구리 등 멸종위기종이 인근 갯벌에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고심하던 환경부는 지난 2월 말 새만금신공항에 대한 ‘조건부 동의’ 의견을 국토부에 냈다. 신공항 건설을 계속 막을 수 없다는 정치적 판단이었다.
 
  기자는 발길을 돌려 새만금신공항 인근 군산공항을 찾았다. 공항 주차장이 벌써 만원이었다. 한쪽으로 택시가 길게 줄 지어 있었다. 손님을 기다리는 게 무료한지 택시기사들 몇이 승강장 바닥에 금을 그어놓고 동전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현재 군산공항은 하루 네 번씩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군산~제주 노선을 오간다. 이 두 항공사에 군산시는 손실보전금과 착륙료 명목으로 6억5919만원을 해마다 지원한다. 냉정하게 말해 주민혈세로 공항을 지탱하고 있다. 여기다 전북도가 같은 액수만큼 더 보탠다.
 
  한 해 13억1838만원을 전북도민과 군산시민이 비행기를 타든 안 타든 항공료를 지불하는 셈인데, 공항 활성화를 위해선 어느 단체장이든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작년 8억2000여만원에서 올해 13억여원으로 크게 올랐다.
 
 
  군산공항 이용객 급증… 주차장 만원
 
  다행히 지난해 군산공항 이용객 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증가 폭이 컸다.
 
  28만197명이 군산공항을 통해 제주를 다녀갔다. 여객 증가율이 155.2%로 원주공항 다음으로 증가 폭이 컸다. 운항편수 역시 2020년 1012편에서 작년 2404편으로 137.5% 늘었다.
 
  침체된 군산 경기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일까? 기자는 군산 지역 몇몇 인사를 소개받아 인터뷰했다.
 
  “외지인들이 오해하는데, 군산공항은 사실 미군 비행장입니다. 군(軍)공항이니 민간수요가 있어도 국제선을 못 굴리고 확장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 옆에 민간용으로 확장하려는데 이름을 새만금신공항이라고 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어요. 공항 규모도 아담한 사이즈입니다.”
 
  이 말을 한 군산 지역 언론사 간부는 이런 말도 보탰다.
 
  “지난 1992년 대선 때 고(故) 정주영(鄭周永) 회장이 그랬어요. 자기는 2년 안에 새만금을 완공시키겠노라고. 그렇게 호언했는데 지금 보세요. 아직도 새만금의 미래가 안 보입니다. 계류장 4대짜리 작은 공항이지만 첫 삽조차 안 떴습니다.”
 
  군산상공회의소 한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미 공군 방침에 따라 민항기 운항 횟수가 하루 20회로 제한되어 있어요. 군산공항 자체가 미군공항입니다. 공항 활주로를 확장해 민항기 운항을 늘리겠다는 게 새만금공항이지요.
 
  그래서 공항치고 예산이 적게 배정된 거고요. 주변에 군산 지방산단과 국가산단, 2국가산단이 있고요, 자유무역지역 등지에 700여 개의 공장, 정확히는 모르지만, 활력을 찾으려는 공장들이 있습니다. 군산을 대표하던 현대중공업, GM자동차 폐쇄로 찾아온 고용위기를 극복 중에 있어요.”
 
 
  “기업이 들어오고, 중국 투자가 들어와야 한다”
 
  ― 새만금신공항의 경제성을 어떻게 보나요.
 
  “도시가 활력을 찾으려면 공항이 있어야 해요. 당장은 어렵지만 새만금 간척지의 미래를 생각하면 공항이 반드시 필요해요. 정권이 바뀌면서 공간구상계획만 모두 여섯 차례나 변경되었어요. 큰 밑그림을 누구도 제대로 못 그렸죠. 그런데 군산공항 이용객 수가 적지 않아요. 민간이 운영해도 적자 날 정도로 수익성이 저조하지 않습니다.”
 
  또 “가덕신공항과 새만금신공항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문제는 기업유치와 투자”라고 했다.
 
  “기업이 들어오고, 중국 투자가 들어와야 합니다. 한중 관계가 풀리고 중국과의 교역이 활성화돼야 해요. 단기적으로 어렵지만 장기적인 비전으로 봐야 합니다.”
 
  군산 미 공군기지는 일제강점기 시절에도 일본의 군사기지로 사용되었다. 일제가 떠나자 일본군이 사용하던 비행학교에 미군이 다시 주둔하게 되었다. 6·25전쟁 후 미군 측이 비행장 인근 토지를 강제수용하며 계속 기지를 확장 중이다.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군산 미 공군기지의 군사적 역할과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군산공항 인근 군산 옥서면 하제포구는 과거에 많은 사람이 싱싱한 어패류를 구입하는 대표적인 자연 포구였다. 1980년대 9000여 명이 살았을 정도다. 지금은 미군의 탄약고 안전지역권 사업으로 644가구의 주민들이 고향을 떴다. 마을공동체가 거의 사라질 운명이다.
 
  현재 국방부와 군산시의회, 미 공군 측이 군산공항 주변 개발을 두고 상당히 날이 선 상태다. 공항 공사가 시작될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질지 모른다.
 
 
  새만금이 꾸는 不夜城의 미래는…
 
전북 ‘새만금방조제’를 신나게 달려 만나는 ‘고군산군도’의 일몰. 사진=조선일보DB
  기자는 새만금 산업단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빈 땅이 많았다. 반대로 잠재력이 커 보였다. 인근 비응항을 찾았다.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조금 썰렁했다. 주말엔 전국서 새만금을 보기 위해 얼마나 몰려들까.
 
  다시 새만금컨벤션센터, 군산호텔, 군산 포엑스무역관, 새만금개발청 주변을 둘러보았다. 기자가 찾은 그날 무역관에는 차가 한 대도 주차되어 있지 않았지만 새만금청에는 주차장이 만원이었다.
 
  33.9km라는 전북 부안〜김제〜군산을 잇는 새만금방조제를 달려보았다. 네덜란드 주다치방조제(32.5km)보다 긴 ‘세계 최장’이라는 레토릭에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지는 노을로 불타는 서해안이 눈에 들어왔다. 고군산도에 다리가 놓이면서 섬이 육지가 되어 있었다. 멀리 보이는 계화도는 이제 섬이 아니었다. 간척으로 육지가 되어버렸다. 어부들이 타던 45마력짜리 배는 어찌 됐을까?
 
  새만금홍보관과 새만금박물관을 지났다. 육안으로 끝이 안 보이는 저 간척지와 담수호에 비칠 불야성의 미래를 그려보았다. 이 넓은, 아직은 멈춰 선 이 땅에 사람들이 붐빌 날을 떠올려보았다.
 
  저 거대한 땅에서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상상에 젖다가도 저 갯벌, 죽어가는 저 갯벌의 아우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불안한 두 감정이 교차되었다.
 
 
  부산에서 가장 큰 섬, 가덕도
 
부산신항 모습. 가덕도를 가기 위해서는 부산신항을 거쳐야 한다. 그 위용에 압도되고 만다. 사진=부산신항 제공
  가덕도(21,073k㎡)는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박한 섬이었다. 부산신항이 문을 열면서,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가 놓이면서 가덕도는 부산의 상징이 되고 있다.
 
  가덕도를 가기 위해서는 부산신항을 거쳐야 한다. 그 위용에 압도되고 만다. 1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앞에서 배의 심장 소리를 한번 들어봐야 한다. 최대 50m까지 컨테이너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안벽 크레인(QC) 앞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6단 높이의 컨테이너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수출입 물량의 99.7%를 차지하는 해운산업의 전초기지에서 기자는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신문이나 잡지로 봤을 때의 감흥과 실물을 봤을 때의 감흥이 이런 차이구나, 하는 놀라움과 만나게 되었다.
 
  왜 가덕도신공항을 부산사람들이 갈망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늘·바다·땅을 잇는 트라이포트(Tri―Port, 공항·항만·철도가 모두 합쳐진 시스템)가 완성된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15일 부산을 찾았다. 부산에서만 ‘부산항 북항재개발 사업 조속 완성’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 예산 추계 5조9500억원 사업 등을 공약으로 쏟아냈다. 눈에 띄는 것은 ‘가덕도신공항 예타 면제’. 경제성의 유무를 시시콜콜 따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사실 가덕도는 오랫동안 5개 광역지자체(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정치적인 성향이 비슷할지 몰라도 각자의 이익 앞에선 어쩔 수 없이 첨예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6년 6월 국토교통부는 밀양·가덕도신공항 건설보다는 ‘김해공항 확장’이 최적이라는 세계적 공항 전문업체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평가 결과를 받아들였다. 당시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에서 가덕도는 3위로 사실상 꼴찌였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가덕도신공항을 재점화한 이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가덕도신공항 건설 재추진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 전 시장이 구속되면서 치러진 작년 4·7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역시 가덕도신공항 이슈에 편승할 수밖에 없었다. 여야 모두 가덕도를 찾아 “‘가덕가덕(가득가득)’ 힘을 몰아 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가덕신공항은 정치적 독점이 힘든 이슈가 되어버린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은 ‘노무현 가덕도국제공항(RMH INTERNATIONAL AIRPORT)’으로 공항명을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6일 국토교통부의 사전타당성조사에서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투입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를 나타내는 ‘비용 대비 편익(B/C)’이 0.51~0.58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흘 뒤 총 13조7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가덕신공항의 예타를 면제키로 결정했다.
 
  보통 SOC 사업에서 비용편익분석(BC)이 1 이하로 나올 경우 사업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밀어붙이는 까닭은 정치적 의도 외에 달리 이유가 있을까?
 
 
  가덕신공항을 둘러싼 국토부 내부 이야기
 
가덕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 대항항의 평온한 모습이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놀라운 이야기를 공항 담당 공무원에게 들었다. 국토부 내부 정보였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실을 통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공무원과의 대화를 부득이 익명으로 옮긴다.
 
  “국토부 내부적으로도 과연 가덕신공항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며 설계하고 있다고 합니다. 담당자들조차 성공한다 확신을 못 한다는 것이죠. 지금은 중앙에서 내려온 지시를 따르지만 정치적으로 뭔가 터지면 중단될 것으로 여기는 내부 직원이 많다고 합니다.”
 
  ― 국토부조차 가덕신공항이 문제가 많다는 걸 인식한다는 얘기군요.
 
  “그렇죠. 설계자들이 보기에도 문제점이 많은데, 그냥 다 묵살되는 거예요. 부작용이나 미비점까지 고민해야 하는데 언론마저 지적을 안 합니다. 그 점이 우려스러워요. 국토부 공무원들조차 빨리 이 업무에서 손을 떼려고 해요. 자칫 발목이 붙잡혔다가는 문재인 정권 산업부의 원자력 (담당자) 꼴 난다고….”
 
  ― 사업비로 13조7000억원이 드는데 정말 더 안 든다고 보시나요.
 
  “당연히 더 들죠. 공항 하는 데만 13조원입니다. 광역철도 등 연계 교통망 건설비가 따로 붙어야 되죠. 해상공항이니까, 바다와 육지를 잇는 연결도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공사비가 어마어마합니다.
 
  심지어 가덕신공항은 물류공항을 한다는데 활주로에 인접한 화물터미널이 있어야 하거든요. 설계안을 보면 화물터미널 공간이 안 나와 있어요. 추후 매립을 더 해야 될 거예요. 지금 공항 건설비만으론 감당이 안 됩니다. 엄청난 후폭풍이 불 겁니다.”
 
  ― 후폭풍이라면….
 
  “해상공항은 보통 내해에 있지 외해에 있지 않거든요. 가덕도는 외해(外海)입니다. 태풍이 올라오는 길에 가덕도가 있어요. 비슷한 공항이 일본 혼슈 오사카만 해상에 있는 간사이국제공항인데 그래도 내해(內海)에 있거든요. 365일 파도 높이가 일정하지만 그래도 태풍이 오면 운항이 취소되는데, 외해인 가덕도는….”
 
가덕신공항의 조감도 모습이다. 일본 간사이공항처럼 해상공항이다.
  부산신항에서 가덕도로 다시 차를 몰았다. 가덕도는 1989년 경남 의창군에서 부산 강서구로 편입됐다. 과거엔 나룻배로만 왕래가 가능했지만 거가대교와 부산신항이 들어서면서 상전벽해가 되었다.
 
  최남단에 위치한 가덕도 등대는 또 어떤가. 1909년 대한제국 시절에 설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다. 대한해협을 호령하던 등대라고 말하면 과장일지 몰라도 가덕도 사람이면 고개를 끄덕인다.
 
  일제 시대 때는 일본군 포진지가 외양포에 있었다. 탄약고, 유탄포 포좌(砲座) 등의 시설물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침략에 대비하여 만들었다는 땅굴도 있다. 안내판을 보니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1945년 대한해협 상공에 미군기가 출몰하고 (…) 이즈음 미군이 일본 본토보다 한반도에 상륙하여 거꾸로 일본을 공격한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 이에 일본은 부산과 주변 해안에 미군 상륙 작전을 대비하기 위한 방어시설을 구축하였다.〉
 
  가덕도 대항동 앞 천성동 쪽 해안절벽에 10여 곳의 땅굴이 있었다. 새바지 마을 앞 3연동굴과 외양포 마을을 둘러싼 산 정상과 중턱에도 여러 개의 땅굴이 있었다.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저 땅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꾼들의 섬
 
가덕도 대항항에 세워진 ‘내 고향은 가덕도’ 노래비.
  대항항 전망대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선박이 부산신항을 향하고 있었다. 하늘도 푸른색, 바다도 푸른색, 섬들도 푸른색 물감을 덮어쓴 것 같았다. 온 천지가 바다였다.
 
  트로트 ‘내 고향은 가덕도’라는 노래비가 있기에 눈길이 갔다. 작사·작곡은 남기남. ‘1962년경 음악여행 중에 가덕도에 잠시 머물며 수많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노래비에 쓰여 있었다.
 
  연대봉 산허리에 실안개 휘감기며/ 등대불도 수줍어서 깜빡 깜빡 웃는데/ 굴 따는 아가씨의 노래소리 정다운/ 동백꽃 아름다운 내고향은 가덕도// 새바지 바람벽에 파도가 부딪히면/ 물결 위에 흩어지는 무지개도 예쁜데/ 사공의 흥타령에 갈매기도 춤을 추는/ 뱃길의 이정표다 내고향은 가덕도
  ―남기남의 ‘내 고향은 가덕도’ 전문

 
  이 노래를 가수 함중아가 불렀다. 유튜브에서 바로 노래를 들어보았다. ‘굴 따는 아가씨의 노래소리 정다운’ 가덕도는 지금도 주말이면 도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평일인 데도 낚시꾼들이 많았다. 주차장에는 ‘차박’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외양포도 마찬가지였다. 주차장이 만원이었다. 새바지 쪽을 가봐도 차들로 몸살이었다. 낚시 장비를 둘러멘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공항이 들어서도 은빛 숭어떼가 차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덕도 자연과 ‘생존권 사수’
 
가덕도 대항항 주민들은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가덕도에 오기 전에 읽었던 《한국수산과학회지》 저널(2013년 10월)이 떠올랐다. 경상대 해양생명과학과, 경상대 해양산업연구소, 부경대 해양학과 연구팀이 쓴 〈한국 남해 가덕도 주변 해역에 출현하는 어류의 종조성과 계절변동〉에 따르면 가장 개체수가 많은 어종은 주둥치고 청어, 청멸, 멸치, 실양태, 청보리멸, 전갱이, 보구치, 홍어 등으로 어족자원이 풍부하다.
 
  65종의 어류가 채집됐는데(2012년, 2000년 선행연구에서는 각각 92종, 110종 채집) 이는 충남 아산만 34종, 전남 영광 연안 46종, 거문도 주변 해역 40종, 울진 후포 연안 20종보다 많다. 이유는 ‘가덕도 주변 해역의 수심이 얕고 낙동강 하구와 인접해 풍부한 영양염의 유입으로 유기물 함량이 매우 높으며 먹이생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산시 의뢰로 2015~2016년 부산발전연구원이 수행한 〈제2차 자연환경조사 보고서〉를 보니, 가덕도신공항이 인접한 국수봉과 연대봉 자락의 성토봉과 대항, 새바지 동남사면이 멸종위기 혹은 천연기념물 조류가 밤을 새워 노래하는 곳이라 적혀 있다.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 ‘상괭이’를 비롯 수달의 천국이고 지리산 깊은 숲 지대에 가서나 만날 수 있는 나무도 있다.
 
  대항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해양생태계 파괴, 주민 생존권 파괴! 가덕도신공항 반대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항항 포구에 갔더니 컨테이너 박스에 ‘가덕대항 신공항 생존 대책위’라는 문패와 ‘우리는 가덕도신공항 반대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붉은 페인트로 적힌 ‘생존권 사수’라는 글씨도 보였다.
 
 
  “신공항, 최소 마을 사람이라도 이해시켜야”
 
  마을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결같이 “신공항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했다. 주민들은 평생 살던 저 푸른 바다를 버려야 한다. 살던 집을 떠나야 한다. 고령인 그들이 어디 가서 생업을 시작할 것인가?
 
  “웃긴데이. 여기 사는 사람은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데 저들끼리 와서 뭘 한다고 씨부리 쌌는지…. 주민들은 공항 들어오는 거 대부분 반대합니더. 고향이 없어지니까. 평생 배 타고 고기 잡아먹고 살아서 다른 기술이 있겠습니꺼.”
 
  공항이 들어선다는데 신축 건물이 많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외지인이 와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새바지 쪽에 가니 큰 건물이 두 동 있는데 한 곳은 완공, 다른 한 곳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신축 빌라들은 외지인들이 정부로부터 보상받으려고 지은 것”이라는 말들을 했다.
 

  마을의 한 노인은 눈을 부릅뜨고 이런 말을 했다.
 
  “끙깡끙깡(쿵쾅쿵쾅)하는 공사 소음도 그렇지만, 5년 전에 신공항 말이 돌았을 적부터 다 올라부렀어(올라버렸다).”
 
  ― 가덕도 자연환경은 공항과 어울리나요.
 
  “이 섬에 안 사는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공항을 짓느니 마니 합니더. 바람이 얼매나(얼마나) 많은지, 파도가 얼매나 심한지, 안개가 얼매나 짙은지 우리한테 물어본 적도 없어요.
 
  ‘닥치고 가덕도’ 맞아요, 맞고요. 보상, 보상 카는데 얼마나 보상해줄라꼬? 그렇게 졸속으로 하면 뒤탈이 안 나겠어요? 공항을 국민한테 납득시키기 전에, 최소한 마을 사람이라도 이해시켜야 하지 않습니꺼.”
 
 
  소멸위기에 빠진 군위·의성의 간절함
 
  경북 군위와 의성은, 전국 모든 시골이 다 그렇겠지만, 소멸위기에 빠져 있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등 굽은 적송처럼 남았다.
 
  군위 인구는 2011년 2만4699명에서 2022년 2만2942명(5월 기준)으로 감소세다. 의성 인구 역시 2011년 5만8749명에서 2022년 5만665명(5월 기준)으로 줄고 있다.
 
  의성과 군위는 서로 바싹 붙어서 경북 땅의 한가운데쯤 자리 잡은 유서 깊은 고장이다. 논밭에서 짓는 농사 말고도 누에치기를 하거나 사과, 약초, 양송이버섯 재배 등 업이 다양하다. 무엇보다 의성은 전국적으로 마늘로 유명한 고장이다. 군위는 대구·경북 지역 오이 생산량의 30%를 생산한다.
 
  참! 이곳을 떠올리면 개인적인 기억이 있다. 군위 부계면 대율동의 서쪽에 흐르는 개울을 따라 팔공산 기슭을 1km쯤 올라가면 20m쯤 치솟은 바위벽의 3분의 1 되는 높이에 둥그런 굴이 뚫려 있고 거기에 불상 셋이 있다. 삼존석굴(三尊石窟)이라는 이름도 불상 셋이 있는 석굴이라는 뜻에 지나지 않는다. 오랫동안 바깥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다가 지난 1960년대에 들어와서 비로소 학자들의 눈길이 닿았고, 1962년 국보 제109호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혹자는 제2의 석굴암으로 부른다.
 
  기자는 오죽했으면 팔공산 자락의 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이 공항을 끌어들일 생각을 했을까? 정말 오죽했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월 김영만 군위군수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공항이 오면 군인·군인가족 1만 명 이상이 우선 들어오고, 공항으로 인해 생기는 인력 2만~3만 명이 들어온다”며 “호텔이 들어서고 물류창고, 공장이 생기면 5년 안에 인구는 15만 명이 될 것”이라 장담했다. 과연 김 군수의 꿈이 이뤄질까?
 
  차를 몰아 군위군 북서부에 있는 소보면(召保面)에 도착했다. 구릉성 산지의 땅. 평야가 별로 없다. 동서로 곡정천이 흐르는데 건천이지만 장마가 온 다음에는 제법 물이 불어날 것 같았다. 왕복 1차선 도로, 큰 트럭들이 속도를 내며 달려왔다. 소보면 사무소 앞에 도착하니 ‘윤석열 당선인의 대구 편입 약속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군위군의 대구 편입은 2020년 7월 대구·경북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이다. 공항 유치의 대가였다.
 
  그러나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안동·예천) 등의 반대로 대구 편입이 지연되고 있다. 면사무소 인근 부동산 컨설팅 사무실을 찾았다. 컨설팅 회사 대표의 명함에 비행기가 그려져 있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하 통합신공항)은 (착공이) 좀 빠를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난 대선 때도 (윤 대통령을) 많이 좀 찍어줬고….
 
  공항이 오면 철도가 깔리기로 확정이 났죠. 이게 고속철인데요, (큰 지도를 손으로 짚으면서) 여기가 서대구 KTX역입니다. 여기서 와가지고 이쪽(군위)으로 해서, 이것도 ‘예타’를 해야 하는데 이것도 이번에 면제된다는 말이 있어예.”
 
  그러나 예타 면제가 결정되지 않았다.
 
  “통합신공항 공사비만 10조5000억원을 잡거든요. (별도로) 철도, 고속도로, 지방도로 같은 기반 시설만 10조~20조원이 듭니다.
 
  지금은 공항 착공이 2024년에서 28년도로 계획되어 있죠. 정부 의지가 있다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공사가 시작될지도 몰라요.”
 
  어디까지나 일사천리로 진행이 될 경우다.
 
동남권 신공항에서 가덕도신공항까지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을 처음 언급한 것은 1992년. 그해 부산시가 부산도시기본계획을 세우면서다. 이후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할 때마다 신공항을 넣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화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던졌다. 당선인 신분인 2003년 1월 “(신공항의) 적당한 위치를 찾겠다”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지역 상공인 간담회에서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건의에 대한 화답이었다.
 
  그러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건설교통부에 신공항 검토를 지시했다. 국토연구원은 2007년 11월, ‘김해공항 활주로가 2025년 포화 상태가 돼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08년 3월 국토연구원은 2차 용역(신공항 타당성·입지조사)에 착수했다.
 
  영남권 지자체로부터 추천받은 35개 후보지에 대한 검토를 벌여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으로 압축했으나 결론은 못 내렸다(2009년 12월).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이 밀양 0.73, 가덕도 0.7로 나와 두 곳 모두 1을 넘지 못한 것이다. 중도 실용주의를 표방한 MB는 2011년 4월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다시 신공항에 불을 지폈다.
 
  국토교통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2015년 6월 객관성 담보를 위해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연구 용역을 맡겼다. ADPi는 2016년 6월 가덕도나 밀양이 아닌 ‘김해신공항안(案)’을 확정했다. 국토부는 2021년 김해신공항을 착공하고, 2026년에 문을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동남권 신공항’은 다시 죽었다가 살아났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에 당선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천지개벽한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들어설 군위 소보면과 의성 비안면 일대의 한 마을이다. 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에 공항이 들어선다. 어떤 천지개벽이 일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대구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다가 2년 전 군위로 왔다는 그는 공항의 장밋빛 꿈에 부풀어 있었다.
 
  “토지 보상은 아직 안 나왔지만 LH에서 참여하게 됐잖아요. 민간 사업자는 사업이 불확실하면 잘 안 붙습니다. LH에서 한다는 말은 국비가 투입된다는 거죠.
 
  여기 보세요. 통합신공항 자리에 구미가 있어요. 산 넘어가면 구미 국가5단지입니다. 경북도에서 여기를 반도체 특구로 지정한다고 해요. 곧 ‘천지개벽한다’고 언론에서 나오고 있어요.”
 
  ― 공항 유치하는 주민들 반응은요?
 
  “설레는 분위기죠. 군위에 땅 있는 사람들 50~60% 이상이 외지에 가 있습니다. 부모한테 상속받고 증여받은 사람들이 이제 대구나 서울 같은 데에 살잖아요. 그런 분들에게서 물건이 나오죠. 여기서 농사짓는 사람들은 (땅 소유주의) 35%밖에 안 됩니다. 어디든 다 그렇습니다. 통합신공항 부지나 건설계획이 최종 확정되면, 이제 서울서 땅 좀 매입할 사람들이 안 오겠나, 그렇게 봅니다.”
 
  ― 그렇습니까?
 
  “서울 돈 없이, 지방 돈만 가지고 사업이 되겠습니까.”
 
  ― 환경단체들도 찾아오지 않겠어요?
 
  “당연히 온다고 봐야지요. 그렇다 해도 예타 면제가 되면 환경영향 평가한 건 다 삭제가 되어버리잖아요.”
 
 
  “전국에서 땅값 제일 많이 올라”
 
  ― 가격은 많이 올랐습니까.
 
  “전국에서 제일 많이 올랐어요. 비율로 봤을 때 한 60~70%? 아무래도 호재가 있는 곳이니 당연하죠. 쉽게 말하면 10만원 하는 땅이 6만원 정도 올랐다고 보면 돼요. 통합신공항 발표 전하고 후하고.”
 
  ― 토지 거래는 한 달에 한 몇 건 정도인가요.
 
  “(매물을) 손에 쥐고 있는 거예요. 두 달에 한 건 정도? 거래가 거의 없어요.”
 
  기자는 아직 최종 확정은 안 됐지만 통합신공항이 들어설 곳으로 예상되는 마을을 찾아갔다. 큰 못이 있었는데 강태공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평일인데 세월을 낚으러 온 것이었다. 좀 부러웠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이런 곳에 공항이 들어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탁 트인 평야는 보이지 않고 밭고랑마다 농부의 정성스런 손길이 닿아 있었다. 한 노인에게 말을 걸었다.
 
  “공항이 들어서면 우리는 어디든 가야 할 텐데…. 모르지 뭐. 난 공항 들어오는 것 반대한다고 투표했는데 더러는 좋아하는 분도 있었을 끼고(것이고). 돈(이전 보상금)도 적당히 받아야 하는데 못 받으면 타지에 나가 어찌 살꼬. (웃음)”
 
  ― 여기가 고향이십니까.
 
  “1962년 스무 살에 시집와서 나이가 82세인데 3남 3녀 자식들 다 도시로 나가서 살아요. 구미에, 마산에, 대구에도 나가 살고….”
 
  ― 자제분들도 걱정을 하시겠네요.
 
  “되는 대로 살아야지요.”
 
  마을 이장을 만나러 갔는데 군청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장 아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 주민 50명 남짓이 사는 작은 마을인데 갑자기 150명이 넘게 되었단다. 보통 이사를 오면 이장에게 고지를 하는데 아무 말이 없더란다. 찾아가 보니 주소만 옮겨놓고 정작 살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훗날 토지보상을 바라는 입장에서 주소지만 옮겼을 것으로 추정한다.
 
  기자는 의성군청으로 향했다. 경북도에서 파견된 통합신공항추진단 박찬우 단장을 만나기로 했다. 박 단장은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에서 영사로 재직했다. 영사 시절, 승객이나 화물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을 거의 매일 찾았을 정도로 공항의 살길을 고민했다.
 
  뜻밖에도 박 단장 외에 권경수 의성 부군수, 김태원 도시환경국장, 오정재 공항과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에게 통합신공항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박 단장의 말이다.
 
  “5월 중순이 지나면 통합신공항 계획이 최종 발표됩니다. 군공항이고, 공항부지가 군사기밀이니 정확하게 특정해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통합신공항 내 민간공항(이하 민항)은 현재 국토부에서 ‘사타’(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민항은) 군공항의 활주로를 같이 이용하되 그 옆에다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만 따로 건설하는 거거든요.
 
  군공항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국비 지원 없이 진행되고, 다만 민항은 ‘예타’를 통과해야 합니다. 민항은 군 활주로를 쓰니까 (따로 건설비가 추가 안 돼) 충분히 BC가 1을 넘을 것으로 봅니다.”
 
  ‘기부 대 양여’ 방식은 대구시가 새로운 군공항을 지어 군에 기부하고, 군은 기존 공항부지 등 시설물을 대구시에 양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별도의 국가예산 없이 종전 대구시가 양여받은 토지로 소요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민항 건설비 1조2300억(추정)은 대구시가 국비 지원을 받아 조달해야 한다. 박 단장은 “대구시가 종전 대구공항 민항 부지를 팔아 한 4000억원 정도를 마련하고 나머지 일부를 국비로 건설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가덕신공항과 우리는 달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조감도. 26만t 규모의 화물터미널과 3200m 이상의 활주로를 완비할 예정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장래 항공 수요가 1000만 명 이상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통합신공항은 가덕도, 새만금과 건설 방식이 완전히 다르네요.
 
  박 단장은 답답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다 같은 공항이라 생각하지만 우리는 대구공항을 이전하는 겁니다. 가덕도신공항은 생짜로 국비 13조원을 들여 바다를 메워 짓는 공항이고요.”
 
  곁에 있던 김태원 도시환경국장이 거들었다.
 
  “(통합신공항은) 산 팔부능선에 활주로를 만든다고 보면 되고요. 높은 곳은 산을 깎고, 낮은 곳은 밑을 다져 넣는 방식입니다. 공항 위치가 경북에서도 가운데입니다. TK 공항 역할뿐 아니라 충청과 강원 일부까지 아우르는 중부공항의 관문 역할을 하리라 봅니다. 가덕신공항은 남부공항 역할을 하고요. 물류와 여객을 같이 하되 물류 파이를 많이 키워야 됩니다.”
 
  박 단장은 통합신공항의 화물터미널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여객도 중요하지만 항공화물이 중요하잖아요. 26만t 규모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건의해놓았고, 국토부도 충분히 반영해줄 것 같아요. 가덕신공항보다 우리가 먼저 개항하면 물류도 선점하지 않겠어요?”
 
  현재 통합신공항은 2028년 개항, 가덕신공항은 2035년 개항이다. 김 국장이 조심스레 말했다.
 
  “우리 공항은 BC가 충분히 1이 넘는 걸로 예상이 되지만 가덕신공항은 0.51입니다. 게다가 정치적 탄생물이에요. 급조한 거지요. 건설비용도 13조원보다 더 들지 싶은데….”
 
  박 단장이 기술적인 분석을 보탰다.
 
  “원래 가덕신공항 활주로를 육지와 바다에 반반씩 걸치기로 했는데 나중 해상공항으로 바꿨거든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바다와 육지의 침하 정도가 다르거든요. 그래서 완전히 매립해 활주로를 놓기로 했는데 국비가 두 배로 더 드는 거지요.”
 
 
  “서로 경쟁하다 정치적 대결에서 밀린다면”
 
  ― 군위나 의성군민들 반응은 좀 어떤가요.
 
  권경수 부군수는 “오죽하면 공항을 끌어들였겠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공항 유치와 관련한 찬성 투표율이 90%가 넘었거든요. 그 속에 답이 포함돼 있지요. 보세요. 부정적인 지표가 다 1위 아닙니까? 고령화율 1위, 소멸지수 1위…. 이런 절박함 속에서 공항을 유치해 다시 도약하려는 몸부림이지요.”
 
  그러나 권 부군수는 걱정도 드러냈다.
 
  “저는 걱정이에요. 가덕도는 예타도 면제하고 국비로 다 짓는데 상대적으로 우리는….”
 
  박 단장도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국토부의 한정적인 SOC 예산을 TK와 PK에 골고루 나눠주겠냐는 것이다. 서로 경쟁하다 보면 양쪽이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정치적인 대결에서 통합신공항이 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국장 역시 그 점을 걱정하며 말했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때문에 아마 가덕신공항 공기가 굉장히 단축될 가능성이 있고 정치권이 계속 밀어붙이고 있거든요. 우리는 그게 우려스러운 것이지요. 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을 내릴까 봐.”
 
  오정재 공항과장은 “통합신공항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다녔다”면서도 “국내 항공물류 전문가가 없더라”는 말을 했다.
 
  “상업적 기능을 갖춘 공항을 인천국제공항 외 다른 지방공항은 해본 적이 없어요. 지방공항 어디도 성공 경험이 없어요. 고견을 듣기 위해 공항 전문가를 수소문해도 어떤 개발 콘셉트로 준비하면 된다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분이 없어요.
 
  무엇보다 한국에 공항 전문가가 없어요. 해상물류, 육상물류 이것만 하지 항공물류를 전공하는 사람 자체가 없는 거예요. 항공대도 그렇고 국내 교수님들도 이런 항공용역을 해본 경험이 없는 거예요.”
 
 
  민항 물류전문가 없어
 
  오 과장은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놨다.
 
  “게다가 통합신공항은 군공항과 함께 이용한다는 점에서 군의 입김이 드셀 수 있어요. 이전하는 대구 K2 공군기지는 대한민국 공군의 상징 같은 존재입니다. 그냥 공군부대하고 달라요. 해군으로 얘기하면 제7기동전단과 같은 성격이죠. 그러니까 공항 내 군 시설이 너무 빡빡해요. 상대적으로 민항 규모나 시설에 대한 한계가 있더라고요. 이런 현실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인수위나 국토부도 너무 일정이 촉박하니까….”
 
  긴 시간 동안 공항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서려는데 김 국장이 “이 이야기를 꼭 써달라”고 당부했다.
 
  “공항만 덜렁 짓는 게 아니고 착공하면서 연계 교통망까지 동시에 건설해야 합니다. 광역철도나 도로 확장하는 것, 예컨대 경북도청에서 의성까지, 또 의성IC에서 공항까지 연결 도로가 있어야 합니다. 공항과 연계 교통망이 동시에 마련돼야 공항 이용객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어요.”
 
  앞으로 10년 안에 새만금, 가덕도, 군위·의성의 하늘길이 어떻게 마련될까? 그들의 예상대로 공항이 순조롭게 지어질까? 어떤 외압이나 정치적 편향 없이 하늘길을 제대로 닦을 수 있을까? 이 3곳이 동북아 항공물류의 허브로 한반도 도약의 미래를 완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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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안    (2022-05-31) 찬성 : 0   반대 : 2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이미 다 끝난 얘기인데 조선 일보는 왜 자꾸 지저분하게 태클 거는가 모르겠네. 100조원 들여서 인천 앞바다 매립해서 인천 공항 짓는건 괜찮고, 수도권 이외 지역에는 절대로 뭔가 투자를 하면 안되는가 보네. 가덕도 신공항 13조원으로 안되면 23조원 들여서 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 김해 사람들은 사람도 아니냐? 김해공항 인근 부동산 소유주들은 뭔 죄를 지었길래 기존 공항 더 확장해서 앞으로도 영원히 재산권을 침해받아야 하는건데?
  ㅉㅉㅉ    (2022-05-26) 찬성 : 6   반대 : 12
그렇게 가덕신공항 성공이 배아프면 가덕신공항 오지말고 그 잘난 4면이 산으로 둘러쌓인 대구신공항에서 산에 쳐박히는 스릴 즐기면서 이용하시라. 아무리 고향사랑이라고 하지만 뭔 되도안한 헛소리를 기사로 써갈기는 판이니. 실적 수요 죄다 적자투성이인 동네가 신공항 지으면 100% 성공하고, 이미 KAC산하 최대 흑자로 연 1000억원이상 돈 꼬박꼬박 갖다주는 부산은 신공항 지으면 쫄딱 망한다는 그 신박하고 해괴한 사고방식에 찬사를 보냅니다.
  ㅉㅉㅉ    (2022-05-26) 찬성 : 3   반대 : 5
화물터미널? 737도 겨우 이륙하는 4면이 산악으로 둘러쌓인 의성 산을 깎아서, 저 형편없는 혈세 밀대기 아니면 아예 유지조차 못하는 대구따위가 퍽이나 화물기 1기라도 유치하겠습니까? 최대,허용 이륙중량이란 개념은 알고 기대라는걸 하는 건가요? 단적으로 월간조선은 지금까지 저 합의깨고불법으로 밀어붙이는 대구신공항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한적이 없었죠?
  ㅉㅉㅉ    (2022-05-26) 찬성 : 2   반대 : 7
마치 공정한척 써갈겼지만 결국 똥대구징 편 드는 형편없는, 가덕신공항만 죽어라 발악하며 반대하는 월간조선 다운 기사입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웃기게도 대구따위가 항공/공항에서 부산과 경쟁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정말 경이로운 수준인데, 대구교통부라 불리는 부처 내 똥대구징들이 요즘 떠놓고 비는 기도문을 그대로 기사에 옮겨 적으셨더만요. 성공요? 혈세 퍼부어 슬롯면제, 항공권보조금으로 200만명 국제선, 그거도 일본 중국 LCC 똥값항공권 뿌려서 만든 실적과 어딜 감히 제값에 가깝게 복수노선으로 부산에 비비려고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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