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대통령직인수委 운영과 協治의 방향

당선인, 미숙함·순진함·서두름·오만함 유의해야

  • 글 : 김형준 명지대 교수  
글자 크기 조정
  • 스크랩
  • 본문 음성 듣기
  • 글자 크기 조정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
⊙ 인위적 정계 개편 가능성 낮아… 거국내각이나 프랑스식 同居정부 형태의 協治 가능
⊙ 레이건, 선거운동팀과 정권인수팀에서 일한 사람들 기용에는 신중
⊙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선거 탄핵’
⊙ 인수委에 최초로 ‘인사검증팀’ 마련은 잘한 일… 美 인수委도 정권인수팀과 인사팀 구별해서 구성

金亨俊
1957년생.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대학 계량정치학 박사 / 前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한국선거학회장·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역임 / 現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 원장 / 저서 《젠더 폴리시스》
유례없는 코로나19 대확산 속에서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8.56%의 득표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7.83%)를 누르고 승리했다. 두 사람의 표차는 24만7000여 표, 득표율 차는 0.73%포인트에 불과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승리는 서울과 충청 지역에서 과반의 득표와 ‘보수의 텃밭’ 영남의 강고한 지지 기반에서 비롯됐다.
 
  서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531만 표 차이로 승리했던 2007년 대선을 제외하고 역대 대선에서 보수 진영 후보가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50.6%라는 과반의 득표(325만5747표)로 이 후보(45.7%)를 약 31만 표 차이로 앞서면서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 대선에선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서울 25개 자치구를 싹쓸이했지만 이번엔 윤 후보가 14개 구에서 승리했다.
 

  TK(대구·경북)에서 윤석열 당선인은 73.9% 득표율로 22.3%를 득표한 이재명 후보에게 50%포인트 이상 크게 앞섰고, PK 지역에서도 57.7%로 이 후보(38.2%)와 비교해 20%포인트 가까운 표를 더 얻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부산 13개 군·구와 울산 전역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번엔 부산 지역 16개 군·구 모두, 울산은 5개 군·구 중 4곳에서 윤 후보가 높은 표차로 이 후보를 이겼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면서 ‘민심의 바로미터’로 불려온 충청의 경우 윤석열 당선인이 17만 표 차이로 승리했다.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후보는 충청 30개 시·군·구 중 23곳에서 우위였다. 이번 대선에선 26곳에서 윤 당선인 지지가 높았다. 충청의 선택이 대선 결과를 좌우한다는 역대 선거 공식이 지켜졌다. 특히 충북에서 승리한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된다는 공식도 1987년 대선 이후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충북에서 50.7%의 득표로 이재명 후보(45.1%)를 크게 앞섰다.
 
  마(魔)의 15% 벽을 깨지는 못했지만 윤석열 당선자가 광주(12.7%), 전북(14.4%), 전남(11.4%) 등 호남 전 지역에서 두 자릿수 득표를 한 것도 큰 승리 요인이었다. 역대 대선에선 보수 후보로서 박근혜 후보가 10.3%를 얻은 것이 최대 득표였다.
 
  여하튼 2017년 19대와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비교한 결과, 전국 250개 시·군·구 중 3분의 1에 달하는 76 개 시·군·구에서 표심이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엄청난 민심의 지각변동이 5년 만에 정권 교체의 원동력이 되었다.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박빙
 

  본 투표일(3월 9일) 직전인 여론조사 블랙아웃 기간인 지난 7~8일 이틀간 실시된 대선 예측조사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이재명 후보를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령,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윤석열 46%, 이재명 40%로 격차는 6%포인트였다. 의견 유보층의 후보별 투표 확률을 추정해 배분하고, 투표 의향과 실현율을 반영한 성·연령대별 투표율로 가중 처리해 산출한 예상 득표율은 윤석열 52.0%, 이재명 44.4%로 양자 간 격차는 7.6%포인트로 예측됐다. 하지만 KBS·MBC·SBS 방송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에선 이재명 47.8%, 윤석열 48.4%로 양자 간 격차는 0.6%포인트 초접전으로 나타났다.
 
  왜 출구조사와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달랐을까. 그 단서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찾을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 기관인 타파크로스가 작년 10월 초부터 올해 1월 초(2021년 10월 1일~2022년 1월 5일)까지 매스미디어,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커뮤니티에서 나타난 약 800만 건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온라인 관심도는 이재명 후보 69%, 윤석열 후보 31%로 이재명 후보가 2배 이상 높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빅데이터에서 큰 변화가 감지되었다. 〈아래 도표〉에서 보듯이 이재명 후보 언급량은 지속적으로 감소(69→59.4→50.2%)했고, 반대로 윤석열 후보는 꾸준히 상승(31→40.6→49.8%)하면서 D-7일 두 후보 간에 차이가 없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따라서 선거 막판 ‘샤이 이재명 대 히든 윤석열’ 간에 불꽃 튀는 경쟁을 펼쳤다고 볼 수 있다. 절박함이 훨씬 강했던 ‘샤이 이재명’은 총집결했고, 심상정 지지층 일부가 윤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이탈해서 이재명을 지지한 것 같다. 이는 심상정 후보가 예상보다 저조한 2.37%를 획득한 데서 잘 드러난다. 한편, 후보 단일화 이후 정권 교체를 열망하면서도 윤석열 지지를 주저했던 ‘히든 윤석열’도 선거 막판 윤 후보에게 결집하면서 초박빙의 선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론된다.
 
 
  선거 탄핵
 
  지난 2017년 대선은 국정농단 파문과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상상황 속에서 치러졌다. 제1야당이던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는 41.1%의 득표에도 불구하고 여당과 제3당 후보의 표(52.2%)가 분열되면서 15%포인트 이상 압도적 표차(559만 표)로 정권을 교체했다.
 
  그런데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가 5년 만에 교체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87 헌법 체제 이후 보수·진보 정권이 10년마다 교대되는 ‘10년 권력 교체 주기설’이 깨지면서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문재인 정부 집권 5년에 대한 ‘응징적 심판’이다. 윤석열 후보는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세력을 투표로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현 정부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 허황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자영업자 몰락과 청년 일자리 축소, 양극화(兩極化) 심화만 초래했다. 탈(脫)원전으로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확보한 에너지 산업을 붕괴시켰고, 이념과 진영의 논리에 따른 편 가르기 정치와 조국 사태 등 ‘위선과 내로남불’ 행태로 국론 분열을 부채질했다. 허황된 평화와 대화로 북핵(北核) 능력만 키워주면서 안보 불안이 심화되었다.
 
  결국 이번 대선은 국민에게 고통과 분노를 안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선거 탄핵’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권 교체 민심의 승리다. 한국갤럽 사후 조사(3월 10일) 결과, 윤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사람 중 가장 많은 39%가 ‘정권 교체’를 이유로 든 것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윤석열, ‘신뢰성’ 싸움에서 승리
 
윤석열 당선인은 가치 담론과 자질 싸움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승리했다. 사진=조선DB
  둘째, 가치 담론과 자질 싸움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승리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출마 이후 줄곧 ‘공정과 상식’을 핵심 가치로 들고나왔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위기에 강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능력을 내세웠지만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그 빛이 바랬다.
 
  여하튼 오늘날 시대정신이며 그동안 진보의 가치로 여겼던 공정을 윤 당선인이 선점(先占)했다는 것은 절묘한 신(神)의 한 수였다.
 
  더욱이 구태의연한 이념과 진영의 논리에 갇혀 극한 대립과 투쟁에 매몰된 한국 정치를 여의도 정치에 몸담은 적이 없는 윤석열 당선인을 통해 극복해보라는 국민의 열망이 크게 반영됐다. 후보자 자질은 크게 ‘능력(competence)’과 ‘진정성(integrity)’으로 구별된다. 우리 국민들은 ‘사익(私益) 추구형 능력’의 전형을 보여준 이재명 후보보다 ‘진정성이 묻어나는 공정’을 내세운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다.
 
  한국갤럽의 사후 조사 결과, 윤석열 당선인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사람 중 ‘신뢰감’(15%)과 ‘공정·정의’(13%) 등 후보의 자질을 언급한 사람이 28% 정도로 높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는 그 이유로 ‘신뢰성 부족·거짓말’(19%), ‘도덕성 부족’(11%), ‘부정부패’(6%)를 꼽은 점이다.
 
  셋째, 민주당의 일방 독주에 대한 거부 심리다. 그동안 민주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등 전국 규모의 선거에서 4번 연속 승리했다. 특히 지난 총선에서 180석(60%)의 압도적인 다수(多數)로 승리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2018년 8월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민주정부 20년 집권 플랜 TF(태스크포스)’ 구성을 공언했다. 같은 해 9월 17일 창당 63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면서 사실상 ‘민주당 50년 집권론’을 제기했다. 이번 대선 표심에는 민주당이 20년 장기 집권을 구상하고 압도적 다수로 국회에서 폭주하는 데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된 것 같다.
 
  여하튼 대선 민심이 이렇게 쪼개진 것은 여야 양 진영이 ‘탈락하면 죽는다’는 ‘오징어 게임’ 식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委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는 다양한 과제들이 있다. 청와대의 효율적 운영, 새 행정부 조각(組閣),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제와 행정부의 정책 조응, 입법과 협력적인 대(對)의회 관계 등이다.
 
  이 밖에 성공적인 정권 인수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통령직의 원활한 인수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 효율성 및 안정성 확보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운영을 위한 준비 과정을 철저하고 치밀하게 수행해야 한다. 대통령직의 인수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취임 이후 상당 기간 국정운영의 혼선과 시행착오(試行錯誤)를 겪게 됨에 따라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2월 제정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 도모’가 인수위의 목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 현황 파악,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 준비,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을 처리한다.
 

  당선인이 선거 기간에 내세운 공약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 정부의 정책 가운데 유지할 내용과 수정·보완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게 인수위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3월 11일 새 정부 국정운영 밑그림을 짜게 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대해 설명했다. 잠정적으로 기획조정, 외교안보, 정무사법행정, 경제1(경제정책·거시경제·금융), 경제2(산업·일자리), 과학기술교육, 사회복지문화 등 7개 분과를 구성한다. 여기에 당선인 직속으로 국민통합특위가 설치되고, 코로나 비상대응 TF, 청와대 개혁 TF, 지역균형발전 TF가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인사검증팀
 
이명박 인수위원회는 ‘고소영’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진=조선DB
  윤석열 당선자는 인사 실패, 내부 갈등, 정책 혼선 등으로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는 빌미를 제공했던 역대 인수위가 겪은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노무현 인수위는 미확정 정책에 대한 정보가 언론 보도로 유출됨으로써 잡음이 발생했다. 이명박 인수위는 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중심 인수위 구성으로 ‘고소영’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인수위도 대변인직에 극우(極右) 편향 논란이 있는 인사를 임명하는 등 초기 인사 실패로 야당이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인수위 인사는 새 정부 5년 인사의 첫걸음이자 성공적 국정운영의 시작이다. 새 정부에서는 더는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보은(報恩) 인사라는 소리가 들려서는 안 된다.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실력 있는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잘 뽑아서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당선자가 역대 인수위가 겪은 인사 실패를 막기 위해 인수위 조직에 최초로 ‘인사검증팀’을 만들어 운영하려는 시도는 적절해 보인다. 이는 인사 추천과 관련 대통령 당선자의 최측근과 비공식 조직이 밀실에서 주도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인사 시스템을 제도화·투명화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다. 그렇게 되면 거야(巨野) 상대 인사 청문회에 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 대통령 인수위도 통상 정권인수팀과 인사팀을 구별해서 구성한다. 한편, 인사팀은 새 행정부 인사를 선발하는 데 있어 국정철학 및 정책 기조 공유, 전문성, 개혁성 등 명확한 인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의 독특한 역할
 
  윤석열 당선인은 “나는 정치권에 빚이 없다. 오로지 능력 우선으로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겠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내 인사의 기준은 실력”이라고 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다음 날부터 후보와도, 대통령과도 다른 매우 독특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정권 이양 과도기에 대통령 당선자가 내리는 결정이나 공개적 성명은 새 행정부의 진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선인의 효율적인 역할을 위해선 무엇보다 인수위 운영 과정에서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의 리더십 특성이나 당선인이 추구하는 국정철학은 인수위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인수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이 주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인수위가 운영되는 방식 또한 상당히 달라진다.
 
  윤석열-안철수 연대(連帶)를 기반으로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루었지만 안철수 국민의당과 공동인수위를 구성하고 극단적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 직면한 윤석열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의 인수위 역할 장점들을 혼합해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인수위 운영
 
김대중 대통령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인수위의 의사 결정을 주도했다. 사진=조선DB
  1997년 대선에서 DJP 연대로 수평적 정권 교체를 이룬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의 핵심적인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는 특징을 보였다. IMF 외환위기와 DJP 연합이라는 불안정한 국내외 정치·경제적 환경하에 당선인이 직접 주재하는 인수위 회의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로 주요 의사 결정을 적극적으로 주도하였다. 그 대신 인수위 운영 과정에서 수평적인 의견 개진이나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한 의사 결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토론을 통한 의사 결정을 촉진하는 토론 촉진자였다. 그러한 토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토론 참여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특징을 보였다. 모든 국정과제가 철저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 도출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인수위의 크고 작은 회의를 수차례 직접 주재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DJ처럼 인수위에서 핵심적인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처럼 토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핵심 국정과제가 철저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 도출된다면 최상이다.
 

 
  새 대통령이 직면하게 되는 위험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이 밖에 윤석열 당선인은 성공적인 정권 인수를 위해 올바른 품격을 유지하고, 실수를 피해야 한다. 올바른 품격을 유지하는 것은 부드러운 정권 이양과 새 행정부의 성공적인 출발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국민들에게 다른 대통령들과는 다르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대통령답다는 인상을 심어주어야 한다.
 
  또 대통령 당선자는 곧 퇴임할 현직 대통령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미국 대통령학 연구자인 정치학자 뉴스타트는 정권 이양기 새로운 대통령이 직면하게 되는 위험으로 미숙함(Newness), 순진함(Naivete), 서두름(Haste), 오만함(Hubris)을 지적했다.
 
  미숙함이란 대중에 다가서는 것이나 정치 과정에 대한 학습이 부족할 때 나타난다. 이런 미숙함이 종종 실수로 연결된다. 새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정책 문제에 대한 자신의 해결책이 가장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역대 정부에서 당선자의 실수는 “나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고, 어떤 위험도 감수할 능력이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미국 국민과 학계에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레이건 대통령은 장관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위임했지만 세 가지 과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챙겼다. 당시 ‘악(惡)의 축(軸)’이라 불렀던 소련을 군비경쟁을 통해 붕괴시키기 위한 ‘미사일 방어 체제(Missile Defense System)’ 구축,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감세(減稅) 정책(Tax-Cut)’,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의 노동자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의 유연성’이었다. 이것이 1990년대 클린턴 정부에서 경제회복의 밑거름이 되었다.
 
  윤석열 당선인도 레이건 대통령처럼 향후 자신이 주도할 ‘핵심 과제’들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가령, 부정부패 척결, 약자(弱者) 보호, 안보 강화, 노동의 유연성, 정치 개혁 등을 최고의 대통령 과제로 선정할 것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레이건 대통령은 선거운동팀과 정권인수팀에서 일한 사람들을 정부에 임명하는 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것은 선거와 통치는 다르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깊이 음미해볼 만한 사항이다.
 
 
  擧國내각 또는 同居정부
 
DJP 연합정부 당시 김종필 총리는 거대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반대로 정권 출범 6개월이 되어서야 국회 인준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진=조선DB
  정권은 교체했지만 성공하는 대통령의 길을 가야 할 윤석열 당선자에게는 녹록지 않은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 국회 의석이 민주당 172석, 여기에 친여(親與) 무소속, 정의당, 기본소득당·시대전환 등을 더하면 야당은 180석이 넘는다. 국민의힘은 110석에 불과하다.
 
  이런 극단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는 집권 초기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국정운영에 필요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이 묶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야말로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새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정치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국민통합형 거국(擧國)내각 구성이다. 야권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민주당 인사, 더 나아가 정의당 출신 인사들도 내각에 참여시켜 한국 정치에서 최초로 ‘진보-중도-보수’가 참여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면서 국민통합정부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특유의 통합과 협치(協治)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최초로 정권 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은 DJP 공동 정부를 출범시켰다. 당시 집권 여당이 된 새정치국민회의 국회 의석수는 79석에 불과했지만 IMF 외환(外換)위기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특유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여소야대를 극복했다.
 
  둘째, 프랑스식 동거(同居)정부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 핵심은 야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것이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인준(認准)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거대 야당의 동의(同意)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로 김종필 초대 총리가 반년 가까이 ‘총리서리(署理)’ 신분으로 국정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런 극단적 상황이 이번에도 재현될 수 있다. 다음 2024년 4월 총선까지는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거대 야당과 2년간 동거가 불가피할지 모른다.
 
 
  인위적 정계 개편 가능성 낮아져
 
  셋째, 정계 개편이다. 전제 조건은 민주당 내부에서 대선 패배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당내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대선 기간 주류로 입지를 넓힌 친(親)이재명 세력과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친문(親文) 세력 간에 충돌이 불가피하다. 당내 기반이 약한 아웃사이더 출신인 이재명 후보가 대선 패배 책임론의 집중포화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친문 세력은 임기 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이례적으로 40%대를 유지했음에도 패배한 것은 결국 이 후보의 역량 부족과 대장동 의혹으로 인한 도덕성 등 개인적 한계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치러질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하면 정계 개편 시나리오는 탄력을 받을지도 모른다. 거기에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대장동 특검’이 관철되어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확인될 경우, 민주당은 깊은 내홍(內訌)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싸고 새누리당이 친박(親朴) 대 비박(非朴)으로 양분(兩分)되어 분당(分黨) 사태를 맞이한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 간의 갈등이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탈당해서 국민의힘으로 가거나 무소속으로 갈 수도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유세 기간 중 “민주당의 양식 있고 훌륭한 정치인들과 합리적이고 멋진 협치를 통해 경제를 번영시키고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겠다”고 수차례 밝힌 점을 주목해야 한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50% 이상의 과반 득표를 하면서 압승하고, 이재명 후보가 40% 이하의 득표를 했다면 정계 개편은 탄력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초박빙의 차이로 패배했고, 윤 당선인 스스로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는 자연스러운 일이며, 여소야대 상황이 민주주의와 정치가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인위적인 정계 개편은 가능성이 낮아졌다. 결국 첫 번째 시나리오와 두 번째 시나리오를 통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다.
 
 
  야당과의 協治
 
  이를 위해서는 협치를 통해 반으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를 의식해 윤석열 당선인은 초반부터 국민통합의 메시지를 강하게 밝혔다. 그는 “국민들께서는 26년간 공정과 정의를 위해 어떠한 권력에도 굴하지 않았던 저의 소신에 희망을 걸고 저를 이 자리에 세우셨다”며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적 유불리가 아닌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야당과의 협치는 대통령의 의지(意志)만이 아니라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자제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야당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가능하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대거 영입하면 협치의 진정성을 갖게 된다. 대선 과정서 여야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정책들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윤석열 당선자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리셋(reset)’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사태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美中) 패권 전쟁까지 겹쳐 글로벌 경제·안보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이다. 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이념과 진영에 매몰된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 오직 국익과 국민을 바라보는 새 정치를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희망의 나라를 만들 수 있다.⊙
  • 스크랩
URL이 성공적으로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