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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영입이 총선 成敗를 좌우한다? 정치권 인재 영입의 역사

강력한 리더십이 영입의 동력… 19대 박근혜·20대 문재인, 과감한 영입으로 제1당 차지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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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대 총선 인재 영입, 청년 영입과 미투·공익제보자·워킹맘 등 ‘스토리(story) 영입’ 늘어
⊙ 민주당-한국당 모두 지금까지의 영입은 “괜찮은 편이지만 신선하지도 않다” 평가 나와
⊙ ‘역대 최고의 영입’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영입… 운동권까지 끌어들여
⊙ 홍준표·손학규·정동영·김문수·추미애·정세균… 15대 총선 당시 여야가 영입한 인물들
⊙ 영입은 거물급 또는 실세가 주도할 때 효과적… ‘박근혜키즈’와 ‘문재인키즈’
⊙ 2000년대 들어 여야 모두 소외계층, 기존 지지 세력의 반대 세력 등 다양한 분야 영입
⊙ 스토리 영입 인재의 본선 경쟁력은 의문… 여야 모두 영입 인재 배치 ‘골머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2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 인재 19, 20호 환영식을 마친 뒤 영입 인재 1호 최혜영 교수부터 20호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까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월 15일 치러질 21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여야 각 정당에서는 인재 영입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본격적인 공천에 앞서 정치 신인은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기존 현역 의원은 대거 ‘물갈이’ 또는 컷오프(cut off) 대상으로 분류했다. 적극적인 영입과 물갈이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심을 얻기 힘들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21대 총선을 앞둔 각 당의 영입 행태가 과거와 달라진 점은 ‘청년’과 ‘스토리’에 더 집중했다는 점이다. 과거 영입에 비해 청년층의 비중이 더 늘었고, 영입 인사의 평균 연령은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40대 초반이다. 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피해자와 공익제보자,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온 아이 엄마 등 스토리를 가진 인물이 많아졌다.
 
  영입이 좋은 반응만 얻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영입 2호인 20대 청년 원종건씨는 ‘눈먼 어머니를 모시는 효자 아들’로 시선을 끌었지만 과거 사생활에 발목이 잡혀 사퇴하는 등 검증 없는 섣부른 영입이 화를 불렀다. 한국당에서는 김병민, 전주혜 등 이미 당에서 활동한 인물들을 영입 인재라고 발표했다가 반발이 나오자 ‘인재 재발견’이라는 기묘한 이름을 붙여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앞서 ‘1호 영입 인재’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영입하려다 여론에 밀려 실패한 바 있다. 영입 대상의 면면 역시 탈북자, 워킹맘, 벤처사업가, 장애인 등으로, 과거 총선에서도 모두 영입됐던 분야인 만큼 새롭지 않다. 소방관과 극지탐험가, 이미지전략가 등이 그나마 새롭지만 이들이 정치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지만 신선하지도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이 영입에 온 힘을 쏟는 이유는 영입이 총선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돼왔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켜 승리한 정당은 대부분 영입에 성공했다. 과거 각 당의 영입 행태와 총선 결과를 보면 이번 총선의 성패도 예측할 수 있다.
 

 
  ‘역대급 영입’ 15대 총선 신한국당
 
  정치권에서 ‘역대 최고의 영입’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던 시점이 있다. 1996년 4월(15대)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신한국당의 영입이다.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을 만들어 대통령이 된 김영삼(YS) 대통령은 민자당이 15대 총선에서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대적인 쇄신에 나섰다. 당명을 신한국당으로 바꾸고 비정치권 인재를 영입했는데, 이때 영입된 인물들이 이후 정치권에서 족적을 남기게 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 등이 신한국당에 입당했다. 당시 영입이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여당이 민중당 출신 이재오, 김문수, 이우재를 영입했다는 점 때문이다. 기득권 정당으로 여겨졌던 신한국당이 운동권 출신인 이들을 영입하면서 신한국당에 대한 지지가 기존 지지층을 넘어 확산됐다. 화룡점정은 국민들에게 ‘깨끗한’ 이미지로 각인된 이회창 전 감사원장과 박찬종 전 의원을 끌어들여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세운 것이다. 기존의 민정계나 민주계 정치인들이 이끌었다면 불가능한 이미지 쇄신이었다. 신한국당은 139석으로 과반수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제2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79석을 얻은 데 비해 의석수에서 크게 앞섰다.
 
  신한국당 영입에 다소 가려지긴 했지만, 이때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총재던 새정치국민회의도 영입에서 만만치 않은 성과를 거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천정배 의원,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때 김대중 당시 총재가 영입했다. 젊고 주목받는 법조인이던 추미애와 천정배, 인지도 높은 뉴스앵커던 정동영, 대기업 임원이던 정세균은 모두 당대표급 정치인이 됐다. 1996년 총선이 현 정치권 지도부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대중성을 고려한 영입도 이뤄졌다. 소설가 김한길, 김진명이 정치권으로 영입된 시점도 이때다.
 
  당시 YS와 DJ의 경쟁심이 정치권 인재 다변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신한국당 고위 당직자의 얘기다.
 
  “1992년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DJ가 15대 총선에서 복귀하면서 YS가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인재, 특히 운동권 출신들까지 끌어들여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아들 현철씨가 냈고, 현철씨는 실제로 영입에 실무 역할을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영입이라는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았어요. 법조인이나 기자 등 정치권 주변 인물들을 정치권으로 데려오는 정도였죠. 그런데 대통령 아들이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니 운동권 출신들도 뭔가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현철씨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15대 총선 인재 영입은 정치사에 큰 의미를 남겼다고 봅니다.”
 
 
  여야의 ‘크로스 영입’과 ‘스토리 영입’, 사회적 약자 영입
 
우상호(왼쪽), 이인영 등 운동권 86세대는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대거 정치권으로 영입했다.
  15대 당시 신한국당이 민중당 출신들을 영입하고 새정치국민회의가 TK(대구·경북) 출신의 판사 추미애를 영입해 시선을 끌면서 이후 총선에서 각 정당은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지지 세력을 보완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데 집중해왔다. 보수정당은 시민단체와 노동계 인사, 사회적 약자 등을 영입하고 진보정당은 기업인과 법조인 등을 영입하는 이른바 ‘크로스’ 영입이다. 이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여야가 세대교체에 집중했다. 현재 문재인 정권의 주축인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가 정치권에 본격 진입한 시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월 ‘개혁’을 키워드로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하면서 운동권 출신인 임종석, 우상호, 이인영, 오영식 등을 영입했다. 이들은 당시 30대로 ‘386’이라는 신어가 이때 널리 알려졌다. 한나라당도 당시 30대던 ‘학력고사 전국수석’ 원희룡 변호사, 방송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은 오세훈 변호사를 영입했다. 이들은 30대던 남경필 의원 등과 함께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를 출범시켜 소장파를 탄생시키고 한나라당의 쇄신을 강조했다. 당시 민심은 운동권보다는 소장파의 손을 들어줘 한나라당은 133석,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을 얻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영입이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장애인을 영입해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하는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당시 여당(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1번이 장애인인 장향숙 의원이었다. 이후 여야에서는 총선에서 장애인을 영입해 비례대표 후보에 배치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2008년 18대 총선은 5개월 전 치러진 대선의 여파로 각 당이 적극적인 영입에 나서지 못했다.
 
 
  ‘박근혜키즈’와 ‘문재인키즈’
 
  영입은 당의 실세가 직접 주도할 때 성공적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각각 자신이 유력 대권 후보였던 19대, 20대 총선에서 영입을 주도해 ‘박근혜키즈’와 ‘문재인키즈’를 탄생시켰고, 제1당이 되는 데 성공했다.
 
  19대 총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김종인·이상돈 등 학자와 탈북민 조명철, 하버드 대학 출신 이준석,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이자스민 등을 영입해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152석)을 차지, 승리했다. 이준석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총선에서 “문재인과 붙겠다”며 부산 사상에 나선 손수조 후보와 함께 ‘박근혜키즈’로 불렸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도 지난해 말 소개한 〈총선승리 정당에는 3대 원칙이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를 높이 평가했다. “새누리당이 2012년 김종인, 이준석, 손수조, 이자스민 등 과감한 인재 영입을 해 과반수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신한국당이 1996년 총선에서 혁신공천을 통해 중도층을 흡입했다”며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표던 문재인 대통령은 스토리에 집중한 영입에 나섰다. 당내 친노-비노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까지 출범해 당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새누리당에서 활동한 김종인을 과감하게 데려온 것이 효과적이었다. 민주당은 김종인의 주도하에 방송활동으로 인지도가 높은 표창원과 이철희, 게임업계 CEO 출신 김병관, 고졸 출신 여성으로 삼성전자 임원을 지낸 양향자,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조응천, 유명학원 원장인 박정 등을 영입해, 총선에서 123석을 얻어 제1당이 됐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영입 행보가 잠잠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대표던 김무성 의원은 청와대와 친박계가 주도하는 공천 정국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변호사 등 종편 패널 출신들이 영입 인재, 이른바 ‘김무성키즈’를 자처하며 입당했지만, 전희경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부경선 또는 본선(총선)에서 낙선했다. 새누리당은 당시 개헌 저지선인 180석을 언급할 정도로 지지율이 높았지만 총선 정국에서 공천 파동과 부진한 영입 등의 이유로 더불어민주당보다 적은 의석수(122석)를 기록했다.
 
 
  영입의 절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영입 인사 8호 이종성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1월 3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영입 인사 환영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거대 정당의 영입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입이 곧 공천과 당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의로 정치권에 들어오는 사람에 비해 언론 노출 기회와 영입 과정에서 약속된 공천 배려 등 훨씬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입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질까. 각 당은 선거 전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한다. 정당 인재영입위원회 실무자로 일했던 A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 인재영입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국민이 원하는 참신한 인물을 영입한다. 총선에 도움이 될 만한 인재를 찾는 것인데, 과거엔 유명 인사나 인기인을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스토리가 있는 사람, 소외계층, 4차산업 전문가 등을 많이 찾는다.”
 
  ― 그 인물들의 후보 리스트는 어떻게 만드나.
 
  “여러 분야, 여러 인물에게서 받는다. 리스트를 종합해 인재영입위원회가 이력서를 검토한 후 후보자를 추려 주변 평판을 조회하고 최종리스트를 만든다. 대기업이 입사지원서를 받아 뽑는 과정과 유사하다. 그 후 당 지도부 등의 검토를 거쳐 연락을 하게 된다.”
 
  ― 연락해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리스트 만드는 건 쉽고 설득하는 일이 훨씬 큰일이다. 영입 인재라고 해서 당에서 줄 수 있는 혜택도 별로 없어 더 힘들다. 거절하는 사연은 진짜로 정치에 뜻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생활 노출에 대한 우려와 가족의 반대가 가장 많다. 정치를 하면 배우자가 이혼하겠다고 해 포기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종편에서 본 한 여변호사가 똑똑하고 괜찮아 보여 인재영입위원에게 추천을 했는데 거절당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당 영입 인재가 돼 있더라. 같은 인물을 놓고 누가 추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전 정권 청와대에서 총선 당시 영입 인재 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던 한 전직 행정관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직종별로 적당한 나이와 스펙을 보유한 인물을 뽑아 리스트로 만듭니다. 솔직히 호감형 외모도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평판 조회를 해보면 나이와 직업, 외모가 괜찮은 인물들은 90% 이상이 이혼을 했거나 좋지 않은 소문이 있었어요. 이혼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선거판에서는 위험성이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인재를 찾는 데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기 때문에 총선 1~2년 전부터 꾸준히 작업을 해야 됩니다.”
 
  이슈가 될 만한 인물은 여야 양쪽의 구애 대상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원종건씨는 과거 인터넷커뮤니티 글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쪽에서 제안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서울시청 핸드볼팀 감독 임오경씨도 양쪽 모두의 제안을 받았고, 김웅 전 검사는 자유한국당이 꾸준히 영입을 시도했지만 새로운보수당으로 향했다.
 
 
  영입에 대한 불신도
 
  정당이 인재를 영입한다는 것은 정치권에 입문시키겠다는 의미다. 주로 비례대표 우선순위에 배치하거나 지역구에 공천하겠다는 뜻을 보이며 영입에 나선다. 따라서 당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 등 불만이 생길 수 있다.
 
  21대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B씨의 얘기다.
 
  “영입 인재들과 예비후보들 사이에 스펙이나 스토리에 큰 차이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스토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영입 인재는 언론에 계속 노출되는 것은 물론 비례나 지역구 공천에서 우선권을 보장받고, 스스로 당에 헌신하겠다고 들어온 사람은 밀리게 되는 현실이 억울하기도 합니다. 정말 국민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삼고초려해 모시는 거라면 이해하겠지만 지금 영입은 그게 아니고 경쟁적인 ‘보여주기’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는 “총선 때면 당 지도부가 영입에만 목숨을 거니 당을 지켜온 사람들이 홀대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똑같은 조건의 영입 인재가 더 우대받는 게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영입 대상도 사실 별것 없다”는 주장도 있다. 8년 전 야당 영입 인재였던 현역 재선 의원의 얘기다.
 
  “영입할 때는 비례든 지역구든 원하는 대로 다 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입당하고 나니까 그때부터 얘기가 달라지더라고요. 비례는 생각도 못 하는 분위기였죠. 일단 당내 입김 센 인사들이 있는 지역구는 안 되고, 당에 유리한 지역구를 이야기하면 주제넘다는 시선을 받았습니다. 어차피 수도권에서 골라야 하는데 갈 데가 없는 겁니다. 후보 등록이 얼마 안 남은 상태에서 정말 불리한 지역 두어 개 남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럴 거면 왜 그리 사정해가면서 영입했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저는 지금도 형편은 비슷할 겁니다. 이젠 굳이 영입이라는 제도가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정치권이 정치와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을 영입해 ‘반짝 효과’만 누리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영입 인사들이 잇따라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현재의 상황이 인재 영입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는 “향후 인재 영입은 감성에 호소하는 것보다 우리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부터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영입 인사의 본선 경쟁력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모두 지난 2월 11일을 기해 총선용 영입을 일단락했지만 이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인물의 경쟁력보다는 스토리와 보여주기에 집중하다 보니 지역구에 출마할 경쟁력과 의지가 강한 사람은 많지 않다. 영입 인재 중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한 인물은 이수진·이재영(민주당), 김병민·신범철(한국당) 정도다.
 
  선거법 개정과 비례전용정당 출범 등으로 거대 양당이 얻을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는 예전에 비해 줄었다. 이미 선관위는 “비례대표는 전략공천 불가”라는 방침을 내놓은 만큼 각 당이 영입 인사를 임의로 비례대표에 배치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비례대표 안정권은 5번 이내라는 얘기가 나온다. 영입 인사 중 비례대표가 확실한 자리는 2~3석에 불과한 것이다. 1호 영입 인사인 최혜영 교수가 비례대표 1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영입 인사들은 비례대표를 기대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자유한국당 역시 비례대표를 내지 않기로 한데다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공천에는 공식적으로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개입할 수 없다. 한국당 공관위가 미래한국당 공천에 개입하는 정황이 알려지면 여권의 공격은 물론 선관위의 제지가 시작될 수도 있다. 영입 인사 중 비례대표를 원하는 사람은 미래한국당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
 
  여야의 몇몇 영입 인사는 “유리한 지역구를 주겠다”는 당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자신없다”며 비례대표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토리 영입’의 한계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당 한 다선 의원의 얘기다.
 
  “청년이니 전문가니 영입한다고 했는데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물어보면 다들 ‘당의 뜻대로 하겠다’는데, 내심 비례대표를 바라고 있는 거죠. 강남 지역구 주겠다는데 비례대표 하고 싶다고 한 인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문재인 독재 때문에 못살겠다며 정치 한번 해보겠다는 젊은 인재들도 많은데, 솔직히 야당 입장에서는 전투력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게 낫지 스토리 영입이 당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다양한 인재가 정치권에 유입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본선 경쟁력과 의지가 있는 인재를 데려와야 할 텐데 지금의 영입은 여야 모두 분야별로 퍼즐을 맞춰 ‘우리 당에 이런 사람들도 있다’고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영입성적 평가는 아직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영입’을 하겠다고 했지만 각 당의 영입 성적표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 외연으로는 민주당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인재를 데려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해찬 대표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주도한 ‘밀실 영입’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런 소수 위주의 전략적인 영입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한국당은 야당이며 비례대표를 내지 않는 등 영입에 불리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선전했다.
 
  그러나 잡음도 있었다. 민주당은 원종건씨 사생활 문제와 오영환씨의 조국 사태 관련 발언(“모든 학부모가 관행적으로 해온 행위”)이 이슈가 되면서 검증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고, 영입 인사 중 법조인이 30%에 달해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박찬주 1호 영입계획’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데 이어 영입 과정에서 여러 명에게 거절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체면이 깎였다.
 
  19대, 20대 총선에서는 영입과 공천을 잘한 당이 승리했다. 21대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입 정국에서 크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양당이 영입 인재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배치해 총선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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