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동대 백씨, 유서 통해 윤석열 총장에게 靑이 가족 볼모로 잡았단 신호 보낸 것”
⊙ 백원우 포함한 ‘백원우 별동대’, 서울경찰청 주변 오피스텔에 자주 출몰… 비밀 사무실 운영 의혹
⊙ 극단적 선택한 별동대원 백씨, 조직에 충성했는데 특별승진 탈락… 지인 앞에서 눈물
⊙ “프로 냄새 나는 ‘김기현 첩보 문건’ 만들 정도 실력 갖춘 사람은 백씨밖에 없다”(검찰 수사관 다수)
⊙ 靑이 ‘김기현 첩보 문건’ 작성자라고 밝힌 김경수 친구 문씨… 안하무인 행동으로 박근혜 靑에서 사실상 쫓겨나
⊙ “문씨, 마당발인 건 맞지만, 문건 작성 능력은 떨어져”(문씨 검증한 박근혜 靑 관계자)
⊙ 윤석열 총장, 편애한다는 말 들을 만큼 백씨 신임
⊙ 선거 개입 사실로 밝혀질 경우 文 대통령 탄핵 사유 될 수도 있어
⊙ 백원우 포함한 ‘백원우 별동대’, 서울경찰청 주변 오피스텔에 자주 출몰… 비밀 사무실 운영 의혹
⊙ 극단적 선택한 별동대원 백씨, 조직에 충성했는데 특별승진 탈락… 지인 앞에서 눈물
⊙ “프로 냄새 나는 ‘김기현 첩보 문건’ 만들 정도 실력 갖춘 사람은 백씨밖에 없다”(검찰 수사관 다수)
⊙ 靑이 ‘김기현 첩보 문건’ 작성자라고 밝힌 김경수 친구 문씨… 안하무인 행동으로 박근혜 靑에서 사실상 쫓겨나
⊙ “문씨, 마당발인 건 맞지만, 문건 작성 능력은 떨어져”(문씨 검증한 박근혜 靑 관계자)
⊙ 윤석열 총장, 편애한다는 말 들을 만큼 백씨 신임
⊙ 선거 개입 사실로 밝혀질 경우 文 대통령 탄핵 사유 될 수도 있어
박근혜 정부 때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씨는 역대 정권에서 가장 실패한 ‘민정수석’이란 평가를 받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조사 과정에서 우씨의 장모가 최순실(최서원)씨와 골프를 쳤다는 증언이 여러 차례 나왔다. 우씨의 청와대 입성이 최씨를 통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우씨는 시치미를 뗐고,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 사건 전까지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만 했다. 민정수석은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 등 모든 권력기관으로부터 정보를 받는다. 그런 사람이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은 누구든 납득할 수 없다. 큰 권한이 없던 당시 이석수 특별감찰관도 인지했던 사건을 우씨가 몰랐다면 무능하거나 거짓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전조는 2014년 말 발생한 ‘정윤회 리스트’ 사건이었다.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우씨가 이를 덮어버렸다. ‘최서원의 전남편 정윤회가 국정을 농단한다는 문건은 지라시이고, 그 문건을 청와대 밖으로 유출한 건 국기문란’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왜곡된 규정은 우병우의 아이디어였다는 게 정설이다. 이는 나중에 ‘박근혜 탄핵’이라는 참사로 돌아왔다. 우씨가 사법적으로 호위했어야 할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적 탄핵으로 청와대에서 쫓겨나 차가운 감옥에 있다.
“우병우 사례 거울삼는다더니…”
그 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적폐 사냥을 했다. 적폐보다 더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 “우린 박근혜, 우병우가 아니다”고 펄쩍 뛰었다. 특히 민정수석실과 관련한 사안이면 더욱 그랬다. 2018년 12월 16일 청와대는 여권(與圈) 인사의 비리를 보고해 징계를 당했다는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이같이 밝혔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례를 거울삼아 이번 정부에서는 모든 걸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
최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전 국민적 관찰 대상으로 떠올랐다. 민간인 사찰, 버닝썬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 등 문재인 정권을 밑기둥부터 흔들 수 있는 굵직한 4가지 의혹이 잇따라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정수석실에 비하면 우씨가 이끌던 박근혜 민정수석실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문재인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실과 역대 정부 민정수석실의 차이는 민정비서관의 권한이다. 민정수석과 비슷한 혹은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비서관은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한 백원우 전 비서관이었다. 재선 의원 출신인 그가 1급에 불과한 민정비서관을 맡았을 때 많은 이가 놀랐다. 파격적 하향(下向) 취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각 부처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대선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드루킹’이 소개한 변호사를 면담한 사람도 그였다.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결정하는 자리에도 그가 있었다. 알고 보니 자신의 소관도 아닌 일을 하고 있었고, 밑에 ‘별동대’까지 두고 있었다. ‘백원우가 진짜 민정수석’이란 소문은 소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민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법무비서관실 이렇게 4개의 조직이 속해 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는 반부패비서관실 대신 민정2비서관실이 있었다. 민정2비서관실이 지금의 반부패비서관실의 업무(정부 부처와 공사 직원들이 비위를 저지르지 않는지 감찰)를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민정비서관실 하나만 운영했다. 대신 민원비서관실을 뒀다.
공식적으로 민정비서관실에는 민심반·친인척반이 있고, 반부패비서관실에는 특별감찰반(특감반), 공직기강비서관실에는 내부감찰반·인사검증반이 있다.
‘백원우 별동대’
백 전 비서관은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정비서관실엔 민심반·친인척반만 있는데, 특수 업무를 하기 위한 조직을 따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소위 이 ‘별동대’에 소속됐던 인물과 이들이 한 일, 그리고 별동대 외 민정비서관실에서 일했던 이들의 면면을 상세하게 파악해야 복잡한 퍼즐을 풀 수 있다. 퍼즐이 완성되면 실체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민정비서관실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 담당이다. 그런데 백 전 비서관이 이끌던 소위 별동대는 공직 감찰·첩보 수집을 했다. 자기 소관도 아닌 야당 울산시장 수사 첩보를 내려보내고, 직접 수사 상황까지 챙긴 것이다. 대통령비서실 운영 규정은 민정비서관실의 업무를 대통령 주변 인사에 대한 관리, 국정 관련 여론 수렴과 민심 동향 파악 등 두 가지로 적시하고 있다. 이 외의 일을 할 경우 ‘직권남용’ 소지가 크다.
민정비서관실 인원은 총 6명이었다. 이 중 4명은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인물들 관리 업무를 맡았고, 2명(검찰 수사관 백모씨, 경찰 총경 정모씨)은 친·인척 관리팀과는 별도로 다양한 인사와 접촉하면서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2명이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원’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자유한국당 친문(親文) 게이트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곽상도 의원은 “백원우 별동팀이 사정기관뿐만 아니라 각 부처에서 정보를 수집했고, 이 내용을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백원우 별동대’ 창성동 외 경찰청 주변 오피스텔 비밀 사무실로 썼나?
‘백원우 별동대’는 정부 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따로 운영됐다고 한다. 복수의 민정수석실 전직 직원들은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실 면담과 통화에서 “(정부 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는 (백 전 비서관이 지휘하는) 두 팀이 나와 있었는데, 하나가 대통령 친·인척 관리팀이고 다른 하나가 민정특감반이라고 하는 ‘별동대’였다”면서 “창성동 별관에서 민정비서관실 산하의 친·인척 관리팀은 5층, 백원우 별동대는 3층으로 아예 사무실 위치도 달랐다”고 했다.
이들은 “민정수석실에서 특별감찰반은 원래 (반부패비서관실 산하에) 하나였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두 개로 쪼개졌다”며 “(별동팀 업무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월간조선》 취재결과 ‘백원우 별동대’는 창성동 별관 외에 자기들만의 사무실을 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백 전 비서관과 별동대원 2명을 서울지방경찰청 부근의 오피스텔에서 자주 목격했다는 경찰 및 정보 당국 관계자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다. 한 관계자는 “백 전 비서관과 별동대원 2명이 경찰청 주변 오피스텔에 자주 나타났다”며 “‘아, 이 오피스텔을 비밀 사무실로 쓰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피스텔 주변 카페에서 사람을 자주 만나기에 근처에 (은신처) 있는가 보다 했다”고 말했다.
전직 청와대 민정 관계자는 “원래 외부로 흘러나가서는 안 되는 정보를 많이 다루는 부서는 알려진 사무실 외 비밀 사무실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백원우 별동대의 경우에도 창성동에서 활동하기에는 제약이 있었을 것이니 비밀 사무실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별동대원 2명의 실체
백원우 별동대원 2명이 어떤 인물이며, 어떤 일을 했는지 살펴보자. 경찰 총경 정모씨는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에 파견됐다. 그는 파견 5개월 만인 2017년 12월 총경으로 승진했다.
정 총경은 또 다른 별동대원인 검찰 수사관 백모씨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울산에 파견됐던 인물이다. 이들이 선거 전 울산에 내려갔던 것에 대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첩보 수집,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들이 울산에 간 것과 관련해,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 상황을 챙겨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경이 갈등을 빚은 ‘울산 고래 고기 사건’에 대한 의견 청취 차원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 총경의 내부 진술을 공개했다. 정 총경에 따르면 자신과 백씨는 2018년 1월 11일 KTX를 타고 울산에 가 울산해양경찰서를 방문해 고래 고기 사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정 총경은 “울산해경에서 나온 뒤 백씨는 울산지검으로 가서 의견을 듣고, 나는 울산경찰청에 있는 경찰대 동기 등을 만나 경찰 측 의견을 청취하고 따로 귀경했다”고 진술했다.
먼저 두 사람이 울산해양경찰서를 방문, 정보과장을 만난 것은 확인됐다. 하지만 정 총경이 경찰대 동기를 만났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울산경찰청에 있는 경찰대 동기 5명 중 3명은 만난 적이 없다고 했고, 나머지 1명은 만났지만 “고래 고기는 아는 바 없다”고 했다. 나머지 1명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백씨가 울산지검에 가서 의견을 들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울산지검 간부들은 부인했다. 다만 백씨가 울산지검 수사관을 만났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당시 울산지검 관계자는 “청와대에 사건을 보고하면서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은 수사관을 만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울산 고래 고기 사건’은 2016년 4월 울산 경찰이 ‘불법 포획의 증거’로 압수한 밍크고래 고기에 대해 울산지검이 “근거가 부족하다”며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주면서 검경 간 갈등으로 비화한 사건이다.
정 총경은 청와대 파견 기간을 최근 2개월 연장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정 총경 인사 기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9년 10월 31일이 만기인 정 총경의 파견 기간을 같은 해 12월 31일까지로 2개월 더 늘렸다. 주 의원은 “2년5개월간 장기 근무한 정 총경의 파견을 더 연장한 배경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 논란 확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내년 1월 총경급 정기 인사를 앞두고 파견을 연장한 것으로 이는 통상적 관례”라고 해명했다.
해양경찰청 간부, 정부 포상 후보서 제외하고 조사한 별동대
검찰 수사관 백씨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9급 공무원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정보 수집과 수사에 아주 뛰어난 솜씨를 보여 ‘에이스’로 통했다. 에이스였던 만큼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했고, 이번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청와대 민정실에 발탁됐다.
백씨의 업무 범위 외 활동이 처음 드러난 시기는 2019년 1월이다. 1월 7일 《조선일보》의 ‘[단독] 세월호 문제 삼아… 靑 민정실, 해경 포상 막고 간부들 휴대폰까지 조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해경은 2018년 8월 말 행정안전부의 훈장 추천 계획에 따라 공적심사위원회를 열고 ‘해경의 날 기념 정부 포상 대상자’에 A 간부를 선정했다. 해경은 A 간부가 해경 활동에 기여하고 정부포상위원회 선발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A 간부가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선박 관리에 대한 지휘 책임으로 구두 경고를 받은 전력을 문제 삼아 포상 대상자 지정에 반대했다. 해경 측에는 ‘A 간부에 대한 추천을 재검토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어 민정수석실은 “해경의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군기 잡기’식 감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가 이에 앞선 8월 초 ‘세월호 관련자는 포상 대상자에서 제외하라’고 해경에 구두 통보했는데 해경이 이를 어겼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민정수석실은 작년 10월 2일 민정비서관실 직원과 특별감찰반을 해경 본청에 내려보냈다. 이들은 해경 간부 3명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아 분석했다.〉
여기서 2018년 10월 2일 해경 본청으로 가 해경 간부 3명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아 분석한 민정비서관실 직원이 백씨다.
당시 백씨와 함께 해경으로 간 (반부패비서관실) 직원이 ‘조국 민정수석실이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들의 비트코인 보유 현황 파악, 전직 총리 아들의 개인 사업 현황, (민간)은행장 동향 등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다. 김 전 수사관은 “상훈과 관련한 일로 민정이 해경 직원까지 감찰하는 것은 직무 범위를 넘은 것”이라고 했다.
별동대 백씨의 특별승진 무산
백씨는 2018년 말 검찰로부터 특별승진 대상자로 추천됐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돌았다.
“백씨가 ‘백원우 라인’이라 특별승진 대상자가 됐다.”
사실 검찰 조직에서 6급에서 5급으로 특별승진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특별승진하는 자리가 나 봐야 최대 15개 정도다. 지방에 연차가 되는 베테랑 수사관 대부분은 이 자리를 노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백씨는 무난히 특별승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탈락했다. 탈락 후 백씨는 “최선을 다했는데, 억울하다. 함께 일한 경찰은 총경으로 승진했는데 나만 못 했다”며 측근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한 별동대원 백씨
백씨는 2019년 2월 서울서부지검으로 복귀 발령이 났다가 하반기(8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로 옮겼다. 그런데 2019년 말 ‘울산시장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공작 사건’이 터졌고, 백씨는 검찰 출두하기 3시간 전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백씨를 ‘김기현 첩보 문건’ 생성자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이 첩보 문건에 김기현 전 시장 가족과 주변에 대한 정보가 총망라돼 곧바로 경찰 수사로 이어질 만큼 정보 수집을 오래했던 ‘프로(전문가)’가 만들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청으로 내려보낸 ‘첩보 문건’으로 시작됐다. 이 첩보를 건넨 인물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으로 확인됐고, 별동대가 해당 첩보를 생산·가공한 문건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백씨가 문건 최초 생성자란 의심을 받은 것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의 이야기다.
“별동대원이었던 경찰 총경 정모씨는 이런 문건을 만들 실력이 안 된다. 청와대에 파견 가는 경찰은 대부분 정보과 아니면 경비부서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경찰의 특징은 정보 하는 사람은 정보만 하고, 경비하는 사람은 경비만 하기 때문에 수사는 잘 모른다. 경찰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사람은 청와대에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수사하는 곳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 검찰 수사관의 경우는 다르다. 검찰 수사관은 수사를 많이 해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만이 대검이나 중앙지검에 차출돼 범죄 정보를 담당할 수 있다. 여기서도 에이스들만 청와대에 간다. 소위 ‘김기현 첩보 문건’이 곧바로 경찰 수사로 이어질 만큼 잘 만들어진 것으로 봤을 때 검찰 입장에서는 백씨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검찰은 그에게 이런 내용을 물을 예정이었다.
▲지난 2017년 9~10월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넨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직접 만들었는가? ▲(울산 시장 비리에 관한) 해당 첩보를 어떻게 생성했는가? ▲울산에는 누구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고 갔는가?
靑이 밝힌 ‘김기현 첩보 문건’ 작성자의 실체
2019년 12월 4일 청와대는 ‘김기현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가 숨진 민정비서관실 별동대 백씨가 아니라 민정비서관실에 파견 나온 행정관이라고 밝혔다. 이 행정관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고교 동문인 문모씨(현 국무총리실 산하 민정 민원비서관실 5급 사무관)이다. 검찰 수사관이었던 문씨는 2000년대 후반 서울로 올라와 주로 대검찰청 범죄정보과 등에서 정보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다가 5급 사무관으로 급수를 높여 청와대로 적(籍)을 옮겼다.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이후 박근혜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문씨는 1년 만에 청와대를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면서 나왔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 핵심 관계자는 “문씨가 인사 및 이권에 개입한다는 등 소문이 좋지 않아 본대로 복귀시키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문씨가 이명박 정권 말부터 우리(박근혜 전 대통령 진영) 쪽에 선을 대려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줄을 잘 섰는지 민정수석실에 남아 있게 됐는데, 권력을 등에 업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 그게 문제가 됐다.”
― 어떻게 행동했다는 이야기인가.
“예를 들어 본인의 업무와 관련 없는 부처의 공무원을 불러서 호통을 쳤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다닌다는 보고도 올라왔다.”
― 문씨가 정보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정권과 무관하게 거듭해 기용됐다던데.
“문씨의 최대 장점은 마당발이란 점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과 친했다. 인간관계가 좋았다. 좀 나쁘게 이야기하면 실력보다는 ‘줄’을 잘 서서 기용됐다고 보는 게 맞다.”
― 청와대는 ‘김기현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가 숨진 백씨가 아닌 문씨라고 한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문씨를 검증한 바로는 마당발인 게 장점이지만 기획력이 있다거나 뛰어난 보고서를 쓰거나 하는 인물은 아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그런 평가를 받았다.”
문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청와대로 들어가 민정비서관실에 배치됐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 검찰 내부에선 문 행정관과 고교 동문 중 현 정권 실세가 있다는 말이 파다했다”며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하기 위해 청와대에 다시 들어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2018년 6월 ‘골프 접대’가 문제 돼 소속 기관으로 원대 복귀했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은 2018년 6월 말 국무총리실에서 민정비서관실로 파견된 문씨가 한 사업가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징계 없이 총리실로 원대 복귀시켰다 한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지사의 친구여서였을까. 문씨는 별도의 내부 감사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문 사무관에 대해 구체적인 비위 사실 확인이나 감찰 조사가 없었다. 잡음이 났으니 내보내는 수준에서 사태를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총리실은 “1년간의 파견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원대 복귀한 것”이라고 했다.
“차라리 유재수 수사 정보 알 수 없는 곳으로 인사 났으면…”
그렇다면 백씨는 본인이 실제 ‘김기현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일까.
가능성은 작다. 만약 백씨가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울산시장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공작 사건’에서 ‘몸통’이 아닌 ‘깃털’에 불과하다. 윗선의 지시를 단순히 이행했다고 밝혔더라면 직권남용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처벌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백씨는 1남 1녀를 두고 있다. 첫째 딸은 명문대에 다니고 있으며, 둘째 아들은 백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며칠 전 명문대 입학 면접을 치렀다. 자식들이 가장(家長)의 경제적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할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만큼 어마어마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게 없다면 상식적으로 그의 선택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기자는 백씨의 지인 또는 동료 다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백씨의 지인과 자유한국당 친문(親文) 게이트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백씨가 유재수 수사팀에 배치된 뒤 민정수석실 근무 시절 상관이었던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가 수시로 연락해 수사 진행 상황을 캐물었다고 한다.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백씨는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차라리 유재수 수사 정보를 알 수 없는 다른 곳으로 인사(人事)가 났으면 좋겠다”고 주변에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했듯 백씨는 2019년 8월에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로 배치됐는데 하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와 그에 대한 감찰을 청와대가 무마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부서였고,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점이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수사를 잘해서 형사 6부에 배치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백씨 주변인 사이에서는 “본인이 진실을 모두 밝혔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백씨가 공명심이 강하고 의리를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자신이 모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충격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한 지인의 이야기다.
“본인이 아는 사실을 다 이야기했을 때 ‘박근혜 사건’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을 걱정했던 것 같다. 이야기는 안 했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백씨가 주위 사람들에게 ‘백원우 팀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위험해 겁이 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위험한 보고서를 썼을 때 훗날 어떻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상한 일 하지 말고 그냥 (검찰로) 돌아가겠다고 하지. 왜 바보처럼 그렇게 혼자 가나. 가족은 어떻게 하라고….”
또 다른 지인은 “백씨 부부가 모두 호남 출신이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호남에서 만들어준 대통령 아니냐”면서 “밝히는 사실 여부에 따라 고향에서는 배신자 취급을 할 가능성도 컸을 것이다. 의리를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인데, 배신자로 몰릴 수 있다는 걸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헌법 제65조 1항
야당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는 담당도 아닌 민정비서관이 경찰에 지시했다. 민정비서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울산시장만이 아니라 울산 지역 야당 의원들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의혹은 모두 사실무근으로 결론 났다. ‘선거 공작’으로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과연 이런 정치 공작을 민정비서관 혼자서 할 수 있었을까. 선거 공작으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울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30년 이상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 문 대통령은 그의 당선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했다. 헌법 제65조 제1항에는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부정선거가 사실로 밝혀지고,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변호사인 정선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사무차장의 설명이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에 의하면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고, 동법 제255조 제5항에 의하면 ‘제85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수사결과 청와대의 선거 개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즉시 탄핵 소추 및 심판을 받아야만 합니다.”
백원우 전 비서관이 ‘김기현 첩보 문건’을 경찰 쪽에 건넸다는 2017년 9, 10월은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때다. 당시 MB를 겨눈 핵심 혐의는 2012년 대선 때 댓글 공작이었다. 전 정권의 국정원·군이 선거 등 관련 기사에 댓글 단 것을 3·15 부정선거라고 규탄했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친박 인사 당선을 위해 여론조사를 벌인 것과 관련해,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는 대통령의 명시적이고 묵시적인 승인이나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직접 간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명시적이고 묵시적인 승인이나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총장과 백씨의 관계
청와대와 여당은 백씨 죽음의 이유를 검찰의 강압수사로 몰아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검찰이 백씨를 상대로 강압수사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찰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했다. 경찰은 백씨가 검찰의 강압적인 수사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알아보고 있다.
이에 백씨의 주변인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9년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으로 재직할 당시 백씨가 그 팀에 있었다. 당시 윤 총장이 백씨를 엄청 아꼈다. 백씨가 일을 정말 잘했는데, 윤 총장은 사람 볼 때 ‘일’밖에 안 본다. 그래서 백씨를 정말 총애했다. ‘윤 총장이 백씨만 너무 편애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거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검찰이 백씨를 상대로 별건수사, 강압수사를 했다는 게 말이 되나. 별건수사는 할 시간도 없었고, 백씨는 털어도 먼지 안 날 만큼 청렴한 사람이었다. 백씨의 억울한 죽음을 검찰 책임으로 몰아가는 건 정말 너무한 것 같다. 백씨 죽음에 죄책감을 느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백씨, 윤 총장에게 시그널 보냈나?
윤 총장과 백씨 모두 잘 안다는 법조인은 “백씨의 유서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씨가 숨지기 전 남긴 어른 손바닥 크기 메모지 9장 분량의 유서에는 윤 총장에게 죄송함을 표시하면서 가족을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왜 하필 윤 총장에게 가족을 부탁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백씨가 윤 총장에게 보낸 시그널 같다. ‘가족을 볼모로 압박하는 세력이 있으니 혹시나 내가 잘못돼도 가족을 지켜달라’는 마음이 담긴 것 같다.”
백씨는 유서에 “윤석열 검찰총장님께.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없지만 저희 가족들 배려 부탁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라고 적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백씨는 한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을 내 잘못으로 몰아간다. 나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려는 것 같다.”
백씨가 진실을 말하면 난처해지는 쪽은 백씨의 잘못으로 몰아가면서, 당신이 안고 가지 않으면 가족에게 피해가 갈 수가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지인은 “박형철 대통령 반부패 비서관도 검찰 조사에 협조했다. 당신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진술하는 게 어떠냐”고 백씨에게 이야기했지만 그의 선택은 죽음이었다.
2019년 12월 2일 백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윤 총장은 “내가 아끼던 능력 있는 수사관이었다. 안타깝다”는 말을 몇 번씩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윤 총장이 찾았을 때 빈소에는 백씨의 부인과 두 자녀, 형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윤 총장은 유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을 건네며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되는 음모론
윤 총장과 백씨가 각별한 관계임이 밝혀졌음에도, 백씨의 죽음에 검찰이 한몫했다는 음모론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2019년 12월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씨의 가짜 유서가 올라왔다.
가짜 유서에는 “나, 서초동 윤석열 검찰청 있는 곳에 내 묘를 만든다” “죽어서도 네(윤석열)가 내 가족을 괴롭히는지 지켜볼 거다” “별건수사로 조국 장관 아들딸 죽이듯 죽이지 말아달라” “서초동 사무실에서 너를 지켜보겠다” “윤석열 네가 원하는 진술이 뭔지는 알겠는데 위증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휴대폰에는 검찰의 죄악이 다 들어 있다” “모든 걸 죽은 나에게 덮어씌우지 마라” 등의 글이 적혔다.
이 가짜 유서는 일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유포됐다. 이 글은 보배드림 유머 게시판에 가장 먼저 올라왔는데 하필 이 온라인 커뮤니티는 좌파 성향 이용자가 많다. 어설픈 ‘공작’의 냄새가 난다.
‘백원우 별동대’ 외에 민정비서관실 특감반 4명, 그러니까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인물 관리 업무를 맡았다는 이들 4명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4명 중 1명은 ‘경찰 실세’로 불리는 ‘버닝썬 경찰총장’ 윤규근 총경이다. 그는 ‘버닝썬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 정보를 가수 승리 측에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에 따르면 윤 총경도 ‘월권’ 행위를 한 흔적이 있다.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특감반 이인걸 특감반장을 압박해, 강제로 경찰에 첩보를 이첩시켰다. 백 전 비서관이 ‘경찰총장’ 윤규근 당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이첩 상황을 확인하는 등 ‘월권’ 행위를 했다.”
김 전 수사관은 “윤규근 국장(윤 총경)이 상당히 고압적이었다”며 “백원우는 이렇게 자기 심복인 윤 총경을 통해 자기가 특감반에 이첩시키라고 했던 사안의 진행상황까지 확인했다”고 했다. 백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윤 총경도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인물 관리 외의 업무를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의 이름은 ‘우리들병원 불법 대출 의혹’에도 나온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 총경에 대해 “백원우 전 비서관의 오른팔로 지칭된다”며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강원지방경찰청 과장으로 있다가 문재인 정부 때 백원우 민정비서관 아래 행정관으로 발탁됐다”고 말했다. 윤 총경은 청와대 입성 1년 만에 경찰청 인사담당관이라는 핵심 보직으로 영전했다.
이광철 비서관과 윤규근 총경
또 다른 1명은 선임행정관이었던 이광철 현 민정비서관이다. 이광철 비서관은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부임했고, 2019년 8월 백원우 전 비서관 후임자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됐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백원우 별동대’ 출신으로 검찰 출두 직전 극단적 선택을 한 백씨를 상대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수사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제보가 입수됐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백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에 자신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곽 의원에 대해 “고인의 부재(不在)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매우 저열한 행위”라고 했다.
그는 “곽 의원은 저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여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설혹 근거가 약하더라도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기에 그간 어떤 억측도 감내해왔으나 이번 사안은 고인의 부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매우 저열한 행위로서 최소한의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곽 의원의 주장을 포함해 향후 고인의 비극적 사태를 이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저와 연결시키려는 시도에 대하여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임을 단호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이 비서관은 서울 보성고와 한림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46회에 합격해 변호사 생활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처장을 지냈고,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당시 통진당 쪽을 대리했다. 2016년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머지 2명 중 1명은 김경수 지사의 친구인 문씨다. 정보 당국은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허수아비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완성된 퍼즐
종합해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역대 어느 민정수석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른바 ‘별동팀’을 운영했다. 원래 민정비서관실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 담당인데 ‘별동팀’은 공직 감찰·첩보 수집을 했다. 이 별동팀은 창성동 외 경찰청 주변 오피스텔을 비밀 아지트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별동팀 멤버였던 검찰 수사관 출신의 백씨는 검찰로부터 ‘김기현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라는 의심을 받았다. 검찰은 그를 불러 문건 작성 여부와 함께 해당 첩보를 어떻게 생성했는지, 울산에는 누구한테 어떤 지시를 받고 갔는지를 물어보려 했지만, 출두 3시간 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백씨는 청와대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으며, 윤 총장에게 가족을 부탁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청와대가 ‘김기현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는 백씨가 아니라면서 작성자라고 공개한 이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친구 문씨다. 그를 검증한 바 있는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씨는 ‘김기현 첩보 문건’처럼 경찰이 단번에 수사에 착수하게 할 만한 보고서를 작성할 만한 실력은 없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 총장과 백씨가 각별한 사이였음에도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강압수사로 백씨가 죽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공교롭게 좌파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씨가 윤 총장과 검찰을 비난하는 내용의 가짜 유서가 올라왔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요즘 폭발하는 사건들은 분명히 청와대가 지시·감찰한 사건이고, 그 성격이나 중대성에 비추어 대통령이 몰랐을 가능성이 작다. 부정선거에 대통령이 개입했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무언가를 막기 위해 누군가가 억지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 책임을 전혀 관련 없는 쪽으로 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완성된 퍼즐에서 ‘백원우 별동팀 사건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전조는 2014년 말 발생한 ‘정윤회 리스트’ 사건이었다.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우씨가 이를 덮어버렸다. ‘최서원의 전남편 정윤회가 국정을 농단한다는 문건은 지라시이고, 그 문건을 청와대 밖으로 유출한 건 국기문란’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왜곡된 규정은 우병우의 아이디어였다는 게 정설이다. 이는 나중에 ‘박근혜 탄핵’이라는 참사로 돌아왔다. 우씨가 사법적으로 호위했어야 할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적 탄핵으로 청와대에서 쫓겨나 차가운 감옥에 있다.
“우병우 사례 거울삼는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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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우 별동대’는 정부 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따로 운영됐다고 한다. 그런데 《월간조선》 취재결과 ‘백원우 별동대’는 서울경찰청 근처에 비밀 사무실을 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례를 거울삼아 이번 정부에서는 모든 걸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
최근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전 국민적 관찰 대상으로 떠올랐다. 민간인 사찰, 버닝썬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 등 문재인 정권을 밑기둥부터 흔들 수 있는 굵직한 4가지 의혹이 잇따라 등장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정수석실에 비하면 우씨가 이끌던 박근혜 민정수석실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문재인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실과 역대 정부 민정수석실의 차이는 민정비서관의 권한이다. 민정수석과 비슷한 혹은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비서관은 국회의원을 두 번이나 한 백원우 전 비서관이었다. 재선 의원 출신인 그가 1급에 불과한 민정비서관을 맡았을 때 많은 이가 놀랐다. 파격적 하향(下向) 취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각 부처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대선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드루킹’이 소개한 변호사를 면담한 사람도 그였다.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을 결정하는 자리에도 그가 있었다. 알고 보니 자신의 소관도 아닌 일을 하고 있었고, 밑에 ‘별동대’까지 두고 있었다. ‘백원우가 진짜 민정수석’이란 소문은 소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민정비서관실, 반부패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 법무비서관실 이렇게 4개의 조직이 속해 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는 반부패비서관실 대신 민정2비서관실이 있었다. 민정2비서관실이 지금의 반부패비서관실의 업무(정부 부처와 공사 직원들이 비위를 저지르지 않는지 감찰)를 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민정비서관실 하나만 운영했다. 대신 민원비서관실을 뒀다.
공식적으로 민정비서관실에는 민심반·친인척반이 있고, 반부패비서관실에는 특별감찰반(특감반), 공직기강비서관실에는 내부감찰반·인사검증반이 있다.
‘백원우 별동대’
백 전 비서관은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정비서관실엔 민심반·친인척반만 있는데, 특수 업무를 하기 위한 조직을 따로 구성했다는 것이다. 소위 이 ‘별동대’에 소속됐던 인물과 이들이 한 일, 그리고 별동대 외 민정비서관실에서 일했던 이들의 면면을 상세하게 파악해야 복잡한 퍼즐을 풀 수 있다. 퍼즐이 완성되면 실체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민정비서관실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 담당이다. 그런데 백 전 비서관이 이끌던 소위 별동대는 공직 감찰·첩보 수집을 했다. 자기 소관도 아닌 야당 울산시장 수사 첩보를 내려보내고, 직접 수사 상황까지 챙긴 것이다. 대통령비서실 운영 규정은 민정비서관실의 업무를 대통령 주변 인사에 대한 관리, 국정 관련 여론 수렴과 민심 동향 파악 등 두 가지로 적시하고 있다. 이 외의 일을 할 경우 ‘직권남용’ 소지가 크다.
민정비서관실 인원은 총 6명이었다. 이 중 4명은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인물들 관리 업무를 맡았고, 2명(검찰 수사관 백모씨, 경찰 총경 정모씨)은 친·인척 관리팀과는 별도로 다양한 인사와 접촉하면서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2명이 이른바 ‘백원우 별동대원’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자유한국당 친문(親文) 게이트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곽상도 의원은 “백원우 별동팀이 사정기관뿐만 아니라 각 부처에서 정보를 수집했고, 이 내용을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백원우 별동대’ 창성동 외 경찰청 주변 오피스텔 비밀 사무실로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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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검찰 수사관 백씨가 2019년 12월 1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서초구 한 사무실. |
이들은 “민정수석실에서 특별감찰반은 원래 (반부패비서관실 산하에) 하나였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두 개로 쪼개졌다”며 “(별동팀 업무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월간조선》 취재결과 ‘백원우 별동대’는 창성동 별관 외에 자기들만의 사무실을 뒀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백 전 비서관과 별동대원 2명을 서울지방경찰청 부근의 오피스텔에서 자주 목격했다는 경찰 및 정보 당국 관계자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다. 한 관계자는 “백 전 비서관과 별동대원 2명이 경찰청 주변 오피스텔에 자주 나타났다”며 “‘아, 이 오피스텔을 비밀 사무실로 쓰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피스텔 주변 카페에서 사람을 자주 만나기에 근처에 (은신처) 있는가 보다 했다”고 말했다.
전직 청와대 민정 관계자는 “원래 외부로 흘러나가서는 안 되는 정보를 많이 다루는 부서는 알려진 사무실 외 비밀 사무실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백원우 별동대의 경우에도 창성동에서 활동하기에는 제약이 있었을 것이니 비밀 사무실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백원우 별동대원 2명이 어떤 인물이며, 어떤 일을 했는지 살펴보자. 경찰 총경 정모씨는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에 파견됐다. 그는 파견 5개월 만인 2017년 12월 총경으로 승진했다.
정 총경은 또 다른 별동대원인 검찰 수사관 백모씨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울산에 파견됐던 인물이다. 이들이 선거 전 울산에 내려갔던 것에 대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첩보 수집,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들이 울산에 간 것과 관련해,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 상황을 챙겨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경이 갈등을 빚은 ‘울산 고래 고기 사건’에 대한 의견 청취 차원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정 총경의 내부 진술을 공개했다. 정 총경에 따르면 자신과 백씨는 2018년 1월 11일 KTX를 타고 울산에 가 울산해양경찰서를 방문해 고래 고기 사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정 총경은 “울산해경에서 나온 뒤 백씨는 울산지검으로 가서 의견을 듣고, 나는 울산경찰청에 있는 경찰대 동기 등을 만나 경찰 측 의견을 청취하고 따로 귀경했다”고 진술했다.
먼저 두 사람이 울산해양경찰서를 방문, 정보과장을 만난 것은 확인됐다. 하지만 정 총경이 경찰대 동기를 만났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울산경찰청에 있는 경찰대 동기 5명 중 3명은 만난 적이 없다고 했고, 나머지 1명은 만났지만 “고래 고기는 아는 바 없다”고 했다. 나머지 1명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백씨가 울산지검에 가서 의견을 들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울산지검 간부들은 부인했다. 다만 백씨가 울산지검 수사관을 만났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당시 울산지검 관계자는 “청와대에 사건을 보고하면서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은 수사관을 만난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울산 고래 고기 사건’은 2016년 4월 울산 경찰이 ‘불법 포획의 증거’로 압수한 밍크고래 고기에 대해 울산지검이 “근거가 부족하다”며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주면서 검경 간 갈등으로 비화한 사건이다.
정 총경은 청와대 파견 기간을 최근 2개월 연장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정 총경 인사 기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9년 10월 31일이 만기인 정 총경의 파견 기간을 같은 해 12월 31일까지로 2개월 더 늘렸다. 주 의원은 “2년5개월간 장기 근무한 정 총경의 파견을 더 연장한 배경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 논란 확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내년 1월 총경급 정기 인사를 앞두고 파견을 연장한 것으로 이는 통상적 관례”라고 해명했다.
해양경찰청 간부, 정부 포상 후보서 제외하고 조사한 별동대
검찰 수사관 백씨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9급 공무원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그는 정보 수집과 수사에 아주 뛰어난 솜씨를 보여 ‘에이스’로 통했다. 에이스였던 만큼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했고, 이번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청와대 민정실에 발탁됐다.
백씨의 업무 범위 외 활동이 처음 드러난 시기는 2019년 1월이다. 1월 7일 《조선일보》의 ‘[단독] 세월호 문제 삼아… 靑 민정실, 해경 포상 막고 간부들 휴대폰까지 조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이런 대목이 있다.
〈해경은 2018년 8월 말 행정안전부의 훈장 추천 계획에 따라 공적심사위원회를 열고 ‘해경의 날 기념 정부 포상 대상자’에 A 간부를 선정했다. 해경은 A 간부가 해경 활동에 기여하고 정부포상위원회 선발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A 간부가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 선박 관리에 대한 지휘 책임으로 구두 경고를 받은 전력을 문제 삼아 포상 대상자 지정에 반대했다. 해경 측에는 ‘A 간부에 대한 추천을 재검토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어 민정수석실은 “해경의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군기 잡기’식 감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가 이에 앞선 8월 초 ‘세월호 관련자는 포상 대상자에서 제외하라’고 해경에 구두 통보했는데 해경이 이를 어겼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민정수석실은 작년 10월 2일 민정비서관실 직원과 특별감찰반을 해경 본청에 내려보냈다. 이들은 해경 간부 3명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아 분석했다.〉
여기서 2018년 10월 2일 해경 본청으로 가 해경 간부 3명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아 분석한 민정비서관실 직원이 백씨다.
당시 백씨와 함께 해경으로 간 (반부패비서관실) 직원이 ‘조국 민정수석실이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들의 비트코인 보유 현황 파악, 전직 총리 아들의 개인 사업 현황, (민간)은행장 동향 등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고 폭로한 김태우 전 수사관이다. 김 전 수사관은 “상훈과 관련한 일로 민정이 해경 직원까지 감찰하는 것은 직무 범위를 넘은 것”이라고 했다.
백씨는 2018년 말 검찰로부터 특별승진 대상자로 추천됐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돌았다.
“백씨가 ‘백원우 라인’이라 특별승진 대상자가 됐다.”
사실 검찰 조직에서 6급에서 5급으로 특별승진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특별승진하는 자리가 나 봐야 최대 15개 정도다. 지방에 연차가 되는 베테랑 수사관 대부분은 이 자리를 노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백씨는 무난히 특별승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탈락했다. 탈락 후 백씨는 “최선을 다했는데, 억울하다. 함께 일한 경찰은 총경으로 승진했는데 나만 못 했다”며 측근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극단적 선택한 별동대원 백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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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019년 12월 4일 공개한 2018년 1월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문건으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 제목으로 검ㆍ경 간 고래 고기 환부 갈등 등의 내용이 써 있다. 그런데 청와대가 공개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보다 새로운 의문을 낳는 대목이 적잖다. |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을 통해 경찰청으로 내려보낸 ‘첩보 문건’으로 시작됐다. 이 첩보를 건넨 인물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으로 확인됐고, 별동대가 해당 첩보를 생산·가공한 문건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백씨가 문건 최초 생성자란 의심을 받은 것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의 이야기다.
“별동대원이었던 경찰 총경 정모씨는 이런 문건을 만들 실력이 안 된다. 청와대에 파견 가는 경찰은 대부분 정보과 아니면 경비부서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경찰의 특징은 정보 하는 사람은 정보만 하고, 경비하는 사람은 경비만 하기 때문에 수사는 잘 모른다. 경찰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사람은 청와대에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수사하는 곳이 아니지 않나.
그런데 검찰 수사관의 경우는 다르다. 검찰 수사관은 수사를 많이 해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만이 대검이나 중앙지검에 차출돼 범죄 정보를 담당할 수 있다. 여기서도 에이스들만 청와대에 간다. 소위 ‘김기현 첩보 문건’이 곧바로 경찰 수사로 이어질 만큼 잘 만들어진 것으로 봤을 때 검찰 입장에서는 백씨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검찰은 그에게 이런 내용을 물을 예정이었다.
▲지난 2017년 9~10월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넨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직접 만들었는가? ▲(울산 시장 비리에 관한) 해당 첩보를 어떻게 생성했는가? ▲울산에는 누구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고 갔는가?
靑이 밝힌 ‘김기현 첩보 문건’ 작성자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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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김기현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라고 밝힌 이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고교 동문인 문모씨(현 국무총리실 산하 민정 민원비서관실 5급 사무관)이다. 사진은 김경수 경남지사. |
문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파견됐다가 5급 사무관으로 급수를 높여 청와대로 적(籍)을 옮겼다. 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이후 박근혜 정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문씨는 1년 만에 청와대를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면서 나왔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그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 때문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 핵심 관계자는 “문씨가 인사 및 이권에 개입한다는 등 소문이 좋지 않아 본대로 복귀시키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문씨가 이명박 정권 말부터 우리(박근혜 전 대통령 진영) 쪽에 선을 대려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줄을 잘 섰는지 민정수석실에 남아 있게 됐는데, 권력을 등에 업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했다. 그게 문제가 됐다.”
― 어떻게 행동했다는 이야기인가.
“예를 들어 본인의 업무와 관련 없는 부처의 공무원을 불러서 호통을 쳤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다닌다는 보고도 올라왔다.”
― 문씨가 정보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 정권과 무관하게 거듭해 기용됐다던데.
“문씨의 최대 장점은 마당발이란 점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과 친했다. 인간관계가 좋았다. 좀 나쁘게 이야기하면 실력보다는 ‘줄’을 잘 서서 기용됐다고 보는 게 맞다.”
― 청와대는 ‘김기현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가 숨진 백씨가 아닌 문씨라고 한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문씨를 검증한 바로는 마당발인 게 장점이지만 기획력이 있다거나 뛰어난 보고서를 쓰거나 하는 인물은 아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그런 평가를 받았다.”
문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다시 청와대로 들어가 민정비서관실에 배치됐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 검찰 내부에선 문 행정관과 고교 동문 중 현 정권 실세가 있다는 말이 파다했다”며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하기 위해 청와대에 다시 들어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2018년 6월 ‘골프 접대’가 문제 돼 소속 기관으로 원대 복귀했다. 사정 당국에 따르면 민정수석실은 2018년 6월 말 국무총리실에서 민정비서관실로 파견된 문씨가 한 사업가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징계 없이 총리실로 원대 복귀시켰다 한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지사의 친구여서였을까. 문씨는 별도의 내부 감사는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문 사무관에 대해 구체적인 비위 사실 확인이나 감찰 조사가 없었다. 잡음이 났으니 내보내는 수준에서 사태를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총리실은 “1년간의 파견 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원대 복귀한 것”이라고 했다.
“차라리 유재수 수사 정보 알 수 없는 곳으로 인사 났으면…”
그렇다면 백씨는 본인이 실제 ‘김기현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라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일까.
가능성은 작다. 만약 백씨가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그는 ‘울산시장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공작 사건’에서 ‘몸통’이 아닌 ‘깃털’에 불과하다. 윗선의 지시를 단순히 이행했다고 밝혔더라면 직권남용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처벌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백씨는 1남 1녀를 두고 있다. 첫째 딸은 명문대에 다니고 있으며, 둘째 아들은 백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며칠 전 명문대 입학 면접을 치렀다. 자식들이 가장(家長)의 경제적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할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한 만큼 어마어마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게 없다면 상식적으로 그의 선택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기자는 백씨의 지인 또는 동료 다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백씨의 지인과 자유한국당 친문(親文) 게이트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백씨가 유재수 수사팀에 배치된 뒤 민정수석실 근무 시절 상관이었던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가 수시로 연락해 수사 진행 상황을 캐물었다고 한다.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백씨는 압박감을 견디다 못해 “차라리 유재수 수사 정보를 알 수 없는 다른 곳으로 인사(人事)가 났으면 좋겠다”고 주변에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했듯 백씨는 2019년 8월에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로 배치됐는데 하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와 그에 대한 감찰을 청와대가 무마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부서였고,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점이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수사를 잘해서 형사 6부에 배치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백씨 주변인 사이에서는 “본인이 진실을 모두 밝혔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당할 만한 위기를 맞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백씨가 공명심이 강하고 의리를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인데, 자신이 모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충격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한 지인의 이야기다.
“본인이 아는 사실을 다 이야기했을 때 ‘박근혜 사건’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을 걱정했던 것 같다. 이야기는 안 했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백씨가 주위 사람들에게 ‘백원우 팀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위험해 겁이 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위험한 보고서를 썼을 때 훗날 어떻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상한 일 하지 말고 그냥 (검찰로) 돌아가겠다고 하지. 왜 바보처럼 그렇게 혼자 가나. 가족은 어떻게 하라고….”
또 다른 지인은 “백씨 부부가 모두 호남 출신이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호남에서 만들어준 대통령 아니냐”면서 “밝히는 사실 여부에 따라 고향에서는 배신자 취급을 할 가능성도 컸을 것이다. 의리를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인데, 배신자로 몰릴 수 있다는 걸 참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헌법 제65조 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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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6년 4월 7일 경기도 시흥 삼미시장 입구에서 이 지역(시흥갑)에 출마한 백원우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과연 민정비서관 혼자 선거 공작을 할 수 있을까. 선거 공작으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울산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30년 이상 친분이 있는 사람이다. 문 대통령은 그의 당선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했다. |
변호사인 정선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사무차장의 설명이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1항에 의하면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고, 동법 제255조 제5항에 의하면 ‘제85조 제1항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수사결과 청와대의 선거 개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는 만큼 즉시 탄핵 소추 및 심판을 받아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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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65조 제1항에 의하면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등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 |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친박 인사 당선을 위해 여론조사를 벌인 것과 관련해, 실행에 가담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는 대통령의 명시적이고 묵시적인 승인이나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직접 간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명시적이고 묵시적인 승인이나 지시로 이뤄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 총장과 백씨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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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일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원우 별동대원 백씨의 빈소를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빈소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윤 총장은 편애한다는 말을 들을 만큼 별동대원 백씨를 신임했다고 한다. |
이에 백씨의 주변인들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9년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으로 재직할 당시 백씨가 그 팀에 있었다. 당시 윤 총장이 백씨를 엄청 아꼈다. 백씨가 일을 정말 잘했는데, 윤 총장은 사람 볼 때 ‘일’밖에 안 본다. 그래서 백씨를 정말 총애했다. ‘윤 총장이 백씨만 너무 편애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거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검찰이 백씨를 상대로 별건수사, 강압수사를 했다는 게 말이 되나. 별건수사는 할 시간도 없었고, 백씨는 털어도 먼지 안 날 만큼 청렴한 사람이었다. 백씨의 억울한 죽음을 검찰 책임으로 몰아가는 건 정말 너무한 것 같다. 백씨 죽음에 죄책감을 느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백씨, 윤 총장에게 시그널 보냈나?
윤 총장과 백씨 모두 잘 안다는 법조인은 “백씨의 유서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백씨가 숨지기 전 남긴 어른 손바닥 크기 메모지 9장 분량의 유서에는 윤 총장에게 죄송함을 표시하면서 가족을 부탁하는 내용이 담겼다. 왜 하필 윤 총장에게 가족을 부탁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백씨가 윤 총장에게 보낸 시그널 같다. ‘가족을 볼모로 압박하는 세력이 있으니 혹시나 내가 잘못돼도 가족을 지켜달라’는 마음이 담긴 것 같다.”
백씨는 유서에 “윤석열 검찰총장님께.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없지만 저희 가족들 배려 부탁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라고 적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백씨는 한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을 내 잘못으로 몰아간다. 나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씌우려는 것 같다.”
백씨가 진실을 말하면 난처해지는 쪽은 백씨의 잘못으로 몰아가면서, 당신이 안고 가지 않으면 가족에게 피해가 갈 수가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지인은 “박형철 대통령 반부패 비서관도 검찰 조사에 협조했다. 당신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진술하는 게 어떠냐”고 백씨에게 이야기했지만 그의 선택은 죽음이었다.
2019년 12월 2일 백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윤 총장은 “내가 아끼던 능력 있는 수사관이었다. 안타깝다”는 말을 몇 번씩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윤 총장이 찾았을 때 빈소에는 백씨의 부인과 두 자녀, 형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윤 총장은 유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을 건네며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되는 음모론
윤 총장과 백씨가 각별한 관계임이 밝혀졌음에도, 백씨의 죽음에 검찰이 한몫했다는 음모론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공교롭게도 2019년 12월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씨의 가짜 유서가 올라왔다.
가짜 유서에는 “나, 서초동 윤석열 검찰청 있는 곳에 내 묘를 만든다” “죽어서도 네(윤석열)가 내 가족을 괴롭히는지 지켜볼 거다” “별건수사로 조국 장관 아들딸 죽이듯 죽이지 말아달라” “서초동 사무실에서 너를 지켜보겠다” “윤석열 네가 원하는 진술이 뭔지는 알겠는데 위증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휴대폰에는 검찰의 죄악이 다 들어 있다” “모든 걸 죽은 나에게 덮어씌우지 마라” 등의 글이 적혔다.
이 가짜 유서는 일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유포됐다. 이 글은 보배드림 유머 게시판에 가장 먼저 올라왔는데 하필 이 온라인 커뮤니티는 좌파 성향 이용자가 많다. 어설픈 ‘공작’의 냄새가 난다.
‘백원우 별동대’ 외에 민정비서관실 특감반 4명, 그러니까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인물 관리 업무를 맡았다는 이들 4명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4명 중 1명은 ‘경찰 실세’로 불리는 ‘버닝썬 경찰총장’ 윤규근 총경이다. 그는 ‘버닝썬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 정보를 가수 승리 측에 전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을 폭로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에 따르면 윤 총경도 ‘월권’ 행위를 한 흔적이 있다.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특감반 이인걸 특감반장을 압박해, 강제로 경찰에 첩보를 이첩시켰다. 백 전 비서관이 ‘경찰총장’ 윤규근 당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이첩 상황을 확인하는 등 ‘월권’ 행위를 했다.”
김 전 수사관은 “윤규근 국장(윤 총경)이 상당히 고압적이었다”며 “백원우는 이렇게 자기 심복인 윤 총경을 통해 자기가 특감반에 이첩시키라고 했던 사안의 진행상황까지 확인했다”고 했다. 백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윤 총경도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인물 관리 외의 업무를 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의 이름은 ‘우리들병원 불법 대출 의혹’에도 나온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 총경에 대해 “백원우 전 비서관의 오른팔로 지칭된다”며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강원지방경찰청 과장으로 있다가 문재인 정부 때 백원우 민정비서관 아래 행정관으로 발탁됐다”고 말했다. 윤 총경은 청와대 입성 1년 만에 경찰청 인사담당관이라는 핵심 보직으로 영전했다.
이광철 비서관과 윤규근 총경
또 다른 1명은 선임행정관이었던 이광철 현 민정비서관이다. 이광철 비서관은 2017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부임했고, 2019년 8월 백원우 전 비서관 후임자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됐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백원우 별동대’ 출신으로 검찰 출두 직전 극단적 선택을 한 백씨를 상대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수사 정보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제보가 입수됐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백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경에 자신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곽 의원에 대해 “고인의 부재(不在)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매우 저열한 행위”라고 했다.
그는 “곽 의원은 저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여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설혹 근거가 약하더라도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기에 그간 어떤 억측도 감내해왔으나 이번 사안은 고인의 부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매우 저열한 행위로서 최소한의 금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곽 의원의 주장을 포함해 향후 고인의 비극적 사태를 이용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이를 저와 연결시키려는 시도에 대하여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임을 단호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이 비서관은 서울 보성고와 한림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 46회에 합격해 변호사 생활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처장을 지냈고,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당시 통진당 쪽을 대리했다. 2016년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나머지 2명 중 1명은 김경수 지사의 친구인 문씨다. 정보 당국은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허수아비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완성된 퍼즐
종합해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역대 어느 민정수석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른바 ‘별동팀’을 운영했다. 원래 민정비서관실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 담당인데 ‘별동팀’은 공직 감찰·첩보 수집을 했다. 이 별동팀은 창성동 외 경찰청 주변 오피스텔을 비밀 아지트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별동팀 멤버였던 검찰 수사관 출신의 백씨는 검찰로부터 ‘김기현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라는 의심을 받았다. 검찰은 그를 불러 문건 작성 여부와 함께 해당 첩보를 어떻게 생성했는지, 울산에는 누구한테 어떤 지시를 받고 갔는지를 물어보려 했지만, 출두 3시간 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백씨는 청와대로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으며, 윤 총장에게 가족을 부탁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청와대가 ‘김기현 첩보 문건’의 최초 작성자는 백씨가 아니라면서 작성자라고 공개한 이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친구 문씨다. 그를 검증한 바 있는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씨는 ‘김기현 첩보 문건’처럼 경찰이 단번에 수사에 착수하게 할 만한 보고서를 작성할 만한 실력은 없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 총장과 백씨가 각별한 사이였음에도 여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강압수사로 백씨가 죽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공교롭게 좌파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씨가 윤 총장과 검찰을 비난하는 내용의 가짜 유서가 올라왔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요즘 폭발하는 사건들은 분명히 청와대가 지시·감찰한 사건이고, 그 성격이나 중대성에 비추어 대통령이 몰랐을 가능성이 작다. 부정선거에 대통령이 개입했다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 무언가를 막기 위해 누군가가 억지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그 책임을 전혀 관련 없는 쪽으로 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완성된 퍼즐에서 ‘백원우 별동팀 사건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