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선은 N분의 1 대접도 못 받아”
⊙ “‘당신도 재선되면 그런 소리 못할 걸’ 소리 많이 들어”
⊙ “장관에게 고함치는 건 공부할 시간이 없기 때문”
⊙ “몸싸움 전 회의(懷疑)하지만 사인 떨어지면 어쩔 수 없어”
⊙ “관행에 익숙해지라는데 그때까지 있고 싶지 않아”
⊙ “‘당신도 재선되면 그런 소리 못할 걸’ 소리 많이 들어”
⊙ “장관에게 고함치는 건 공부할 시간이 없기 때문”
⊙ “몸싸움 전 회의(懷疑)하지만 사인 떨어지면 어쩔 수 없어”
⊙ “관행에 익숙해지라는데 그때까지 있고 싶지 않아”
작년 12월 30일 초선인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평소와 달리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대신 목을 덮는 짙은 회색 티셔츠를 입었다. 노동관계법과 새해예산안 강행처리로 벌어질 야당과의 몸싸움, 멱살잡이를 염두에 둔 ‘전투복장’이었다.
고 의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원내사령탑에게 ‘오늘 밤은 밤샐 수 있는 복장을 하라’는 문자 메시지가 온 탓에 여당 의원 중에 넥타이를 맨 사람은 지시사항을 깜빡한 몇 사람에 불과했다. 고 의원은 “이 복장이 복장입니까. 완전 무슨 시장바닥에 나온 거죠”라고 했다.
고 의원의 아내는 이날 아침 남편 복장을 보고 “아니 벌써 1년이 됐어요”라며 물었단다.
대한민국 국회는 해마다 ‘최악’ 기록을 경신해 온 지 오래다. 의장석으로 돌격하는 야당 의원의 팔다리를 여당 의원들이 떼어내고, 끌어내고, 삿대질하고, 고함치는 장면은 2008년 사진이나 2009년 것이나 그게 그거다. 4년마다 등장하는 얼굴이 바뀔 뿐이다. 정권교체가 되면 의장석과 의석에 앉는 의원들의 소속 정당도 바뀐다.
현재의 여당인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인 2006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 동의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였다. 그로부터 2년 뒤 야당이 된 민주당은 2008년 12월 25일 밤 한미 FTA 비준동의안과 쟁점법안 처리를 막겠다며 국회 본회의장 문을 걸어 잠근 채 점거농성을 했다. 유권자들의 눈에 너무도 익숙한 장면이다.
그래서 선거 때만 되면 표심(票心)은 ‘사람을 바꾸면 나아지려나’ 하는 심정으로 새로운 후보로 옮아간다. 그런 투표 움직임이 가장 심했던 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렀던 17대 총선이었다. 188명이나 되는 새 당선자가 국회의사당 본청 정문을 걸어 들어갔다. 299명 정원 가운데 63%다. 셋 중 둘이 ‘국회의원 초보’였단 얘기다.
“바꿔 보니 별수 없더라”는 학습효과 때문이었을까. 4년 뒤엔 이 숫자가 133명(44.5%)으로 줄었다. 그래도 둘 중 하나꼴로 초선이란 것은 유권자들이 아직도 재선·3선보다는 ‘의정 무경험자’에게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18대 초선도 이제 넉 달만 있으면 임기의 절반을 채운다.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현장을 볼 만큼 봤고 배울 만큼 배웠을 터다. 그런 지금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회를 바꾸라’는 국민들의 지상명령을 잊지 않고 있을까, 아니면 금배지의 달콤함에 취해 개혁의 함성을 잠꼬대쯤으로 여기고 있을까. 18대 국회에서 그나마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의원 6명에게 물었다.
■ 고승덕 ■
“국회가 법대로 되는 일 없어”
고승덕(高承德) 의원은 잘나가는 변호사였으며, 수차례 텔레비전에 등장하기도 한 ‘스타’였다.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박사 학위를 가진 그는 외무·사법·행정고시 모두에 합격했다.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증권투자 자문회사를 설립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약자를 위해, 서민을 위해 금배지를 달았다고 하는데, 정작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그는 국회가 다수결(多數決)이 아닌 합의제로 운영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법대로 안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헌법과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민주주의는 토론을 제한 없이 하되 표결할 때는 다수결에 승복한다는 것이라고 봤는데요. 여당도 야당과의 단순한 대화나 협의 수준을 넘어서 거의 합의 수준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믿고 특히 야당 쪽에서는 그렇게 고집하고 있죠.”
“그래서 선배들한테 물어보니까 ‘한나라당이 지난 10년 야당일 때 그렇게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나름 효과를 본 것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도 전과(前科)가 있는 거죠. 나는 초선으로 부채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부채를 승계한 셈이 된 거죠.”
이 때문에 그는 “과거에 어떻게 했던지 상관없이 새롭게 출발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한나라당 중진의원 대부분 야당 의원일 때 지금의 민주당이 보여주는 방식과 유사한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민주당에 대해 이제부터 다시 하자, 이렇게 말하기 어렵고 그 점이 마음에 안 들고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은 점점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난 10년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는 민주당과 힘이 비슷한 상황이었고 의석수도 비슷했죠.
그런데 지금 상황은 국민이 한나라당한테 압도적인 힘을 줬습니다. 지난 10년간은 보수와 진보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있었던 거고,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고 한나라당이 18대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제는 보혁구도가 보수 쪽으로 완전히 힘이 기울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증권에서 나타나는 파동원리에 비교할 수 있죠. 주가가 박스권을 오랫동안 유지할수록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를 못 느끼고 갇혀 있는데 어느 날 박스권을 힘차게 돌파할 때는 새로운 트렌드가 열린다는 거죠. 박스권이 길수록 새로 형성되는 트렌드는 오래가는 거고요. 항상 박스권을 돌파할 때는 굉장히 힘차게 돌파하는 거죠. 다만 민주주의 원칙대로 충분한 토론과 협의의 시간은 보장이 돼야 합니다.”
‘국회 폭력 없애자’에 초선도 반대해 놀라
―적어도 국회가 폭력으로 얼룩지는 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없애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죠. 폭력을 아예 봉쇄하도록 선진국형의 강한 국회법을 만드는 것과 대화를 하면서 끝까지 질질 끌려가는 유화론이 그겁니다.
저는 국회에서 품위 없는 행동을 하게 되면 몇 달간 본회의 출석을 정지시키고 물리력을 동원하면 아예 퇴출하자는 강경론에 서 있는데요. 가령 폭력으로 벌금 얼마를 받게 되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정지된다거나 중상을 입힐 만큼 심한 경우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강한 법이 그거죠. 국회 폭력이 없어져야 한다고 다들 생각하고 초선들은 특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논의를 해 봤는데 의외로 반대가 더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법원에 의해 국회의원들 배지가 많이 떨어져 나가고 있잖아요. 법원에 의해 헌법기관의 자격이 박탈되는 데에 대한 의원들의 저항이 강합니다. 거의 10%의 의원들이 배지를 빼앗기는데요. ‘사법부의 재량적인 판단에 의해 국회의원 자격이 박탈된다고 하는 것이 과연 입법·사법 균형이 맞는 것인가. 국회의원의 목숨에 관한 것인데 이런 것을 일개 법관 몇 명의 재판부에 맡기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의문을 던지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당 의원조차도 ‘국회의원의 운명을 왜 자꾸 판사에게 맡기느냐’며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디어법 같은 법안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까. 서로 주고받고 조금씩만 양보하면 안되나요.
“이를테면 100가지 이슈가 있으면 97개 정도의 법안들은 여야가 절충하고 다 수정해서 원만하게 처리합니다. 그런데 여야는 항상 손가락 5개 안에 드는 그런 이슈를 끄집어냅니다. 그건 국민에게 영양가도 없습니다. 그러한 이슈는 여당과 야당 차원에서는 존재 이유라고 하는 명분 같은 거죠. 의원들끼리도 많이 얘기한 부분인데 ‘이걸 왜 정당 차원에서 이슈를 만들어서 계속 위에서 들이받느냐’고요.”
그는 폭력이 싫거나 당론을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는지를 묻자 “몸싸움 자체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슈가 적당하면 낼 수 있습니다. 가령 제가 처리한 법안 가운데 금산분리 관련 법안도 행정부에서 만든 것이 자기들 편의에 따라 만들었다고 생각해 목소리를 크게 냈죠. 그런데 미디어법 같은 것은 다릅니다. 시행해 보지도 않고 발목을 잡는 이 관행은 타파해야 하는 거죠. 몸싸움의 관행도 나쁘지만 더 나쁜 것은 국민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이슈임에도 그것을 이슈화시켜서 시행하기도 전에 안된다고 보고 발목을 붙잡는 것, 다수결 원칙이 무시당하는 것이 더 나쁩니다.” 고 의원은 자신이 만약 소수당 의원이 된다면 다수결을 인정할 것이며, 동시에 충분하게 말할 기회는 달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3과를 합격한 똑똑한 의원을 국회에 보냈는데도 개선이 안된다면 국민들도 실망하지 않을까요.
“밖에 있을 때는 한 사람으로 존재가 부각되는데 여기 들어오면 N분의 1이 되죠. 아니 초선은 N분의 1의 대접도 못 받아요. ‘너는 왜 관행에 안 맞는 행동을 하느냐’고 하면 많이 꺾입니다. 언론에 혼자 독한 목소리를 띄우지만 공감해서 목소리를 따라주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똑똑하다 해도 무기력해집니다.”
■ 홍정욱 ■
“개인의 전문성은 작은 날갯짓 불과”
18대 총선에서 진보 진영의 최고 스타 노회찬(魯會燦) 진보신당 대표를 누르고 서울 노원지역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한나라당 홍정욱(洪政旭) 의원. 홍 의원 역시 대중적 인기가 높다. 미국 하버드대를 나와 베스트셀러 책을 펴냈고 언론사 CEO를 지냈던 그는 “이런 식이면 어느 누가 국회의원을 하더라도 다 마찬가지”라며 “최선을 다해 보고 올해 내로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이 어떤 것인지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국회를 보며 이제 국민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스스로도 싫증이 났습니다. 폭력 국회라고 해도 미동도 없고 국회를 바꿔야겠다는 개혁적 선언을 해도 동조하는 사람도 없고 상투적으로 굳어져 버리는 단계까지 왔다고 봐요.
그래서 서글프고 조직적인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개개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저도 이번 예산 국회를 겪으면서는 이건 아니지 않으냐고 생각했고요. 과연 국회의원이라는 직이 가치와 의미를 지닌 것인지 올해 내로 최선을 다해 보고 판단을 내리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홍 의원도 당론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국회 관행 때문에 의원들이 개별 능력을 펴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라는 것이 사실상 사회에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왔지만 여기서는 299의 1이 되고, 그러나 그 1로서 자신의 소신과 재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으면 그것도 한구석을 밝히는 의미가 있죠.
그런데 국회는 그렇지 못합니다. 거의 2대 1 혹은 3대 1의 구도입니다. 여야 간 당론이 맞대결하는 중대한 사안에 있어서 초선이든 재선이든 299대 1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게릴라, 홍위병이 되려고 국회의원이 된 게 아니잖아요. 세상에는 너무나 할 일이 많고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이와 같은 거수기가 되느니 거수기가 되지 않고 새롭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계속하지만, 그렇지 않고 이렇게 초선이기 때문에 무작정 따라야만 한다면 국회의원 생활이 의미가 없는 거죠.”
―해마다 최악 소리 듣는데 작년도 그랬나요.
“최악이죠. 객관적 데이터가 아니라 개인마다 느끼는 바가 있을 겁니다. 국회에 들어온 지 저야 2년밖에 안됐지만 그간 되풀이되는 모습의 문제점을 찾으라면 해마다 최악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개선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 생각합니다. 최악이라고 할 때는 지금 현상이 나쁘다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죠.
제도적 측면도 어느 정도 잘 갖춰져 있고, 의원 개개인 자질도 훌륭한데 국회가 이렇게 되는 것은 결국 행정부와의 관계, 야당의 결사반대, 한쪽에서는 전적 찬성, 다른 쪽에서는 결사반대, 이 두 축이 맞대결을 벌이는 구도 때문입니다. 그 구도 속에서 소신과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느냐 하면 쉽지 않죠.
그렇다고 젊은 사람으로서 이것이 5·10년 변화를 추구하며 여기(국회)에 기여할 가치가 과연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 시간에 다른 일, 학교를 세워서 학생을 길러내고 기업이라도 세워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하는 것이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인가. 저는 젊은 의원들은 그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해머국회 뒤 창피해 배지 떼고 다녀
“지금 국회는 299명이나 돼야 할 필요성을 전혀 못 느낍니다. 당론이 격돌하는 가운데 개인의 소신이나 전문성이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날갯짓에 불과해요.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지만 사실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나 공허한 퍼덕임 정도의 수준이라 생각해요. 전체적인 정치구도나 국회 정치문화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역할은 못 하죠.
그리고 당연히 의원들이 법안도 내고 예산에서 자기 안도 챙기고 합니다만 큰 줄기는 행정부가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에 때로는 비판과 견제 없이 수긍해 주는 겁니다.
그런데 그나마 국회에 주어진 쥐꼬리만 한 권한도 당론에 따라서 개인의 소신과 전문성이 희석되는 구도에서 과연 국회의 존재가치가 있느냐, 과연 299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한가, 누가 이 자리에 있건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 것 세게 하라고 뽑아 줬잖습니까.
“개개인의 역량이 밖에서는 다 출중하지만, 안에 들어오면 아주 약해지죠. 예를 들어 초선의원이 이야기하면 언론에서 써 주지 않고, 한 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찻잔 속의 폭풍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홍 의원은 2008년 12월 한나라당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의원들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위해 회의장을 점거하고 각종 집기류로 출입문을 봉쇄했을 때 현장에 있었다.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전에도 한미 FTA 비준은 굉장히 어렵다고 저는 언론을 통해서 많이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한미 FTA 자체에 대해서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미 FTA를 상정하는 것을 안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 자리에 참석했던 것이고, 초선의원으로서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폭력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거기 참여한 건 제 의지였기에 다른 사람 때문에 갔다고 변명할 수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자리에 나와서 부끄러운 거죠.
그런데 그 상황이 부끄러웠기 때문에 배지를 떼고 다녔습니다. 제가 국회의원직에 대해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을 때 다시 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젠 시무식이나 정기국회 개회, 외교사절 만날 때, 국감 때 빼고는 배지 안 답니다. 이 추세라면 배지 다시 달 일 없을 것 같고요.”
인사이더 아웃사이더
―밖에서 볼 때와 실제의 가장 큰 차이가 뭐던가요.
“국회에 오면 인사이더가 돼요. 그래서 당의 입장, 여당의 입장, 여야 간의 반감 이런 상황 속에서 변합니다.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논리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죠.
내부 논리란 왜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데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나, 여야 간에 대화 안 하고 밀어붙여야 하는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밖에서 볼 때는 이해가 안될 거예요. 그렇지만 내부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안되는구나, 밀어붙여야 하는구나, 몸을 던져야 하는구나 하는 논리에 빠져버리죠.
저는 정치인으로서의 힘든 장점이자 단점은 인사이더가 아닌 아웃사이더로서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 아웃사이더 의식을 극복하지 않으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충고도 언론인들로부터 들어요. 인사이더 시각을 갖는다는 건 다시 말하자면 익숙해진다는 것인데 익숙해질 때까지 여기 있고 싶지 않습니다.”
―가장 무력감을 느낄 때가 언제죠.
“제가 외통위원이니까 2년을 돌아보면 굵직굵직한 이슈가 많았죠.
한미 FTA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가 미국 쪽을 파악해 보니 한미 FTA가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더군요. 외통위가 이제는 안될 경우를 상정해서라도 출구전략도 모색하고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은 잊히죠. 그리고 심지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말 제발 하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죠. 한 사람의 정보와 분석과 이런 것이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원칙을 갖고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요. 그러나 그 같은 원칙을 이미 지키고 있으니까 전쟁 때에도 가동되는 대화채널은 가동해서 북한이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북한이 쭈뼛쭈뼛할 때 그 손을 낚아채야 한다는 대북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퍼 주기와는 다른 것이죠.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무력감을 많이 느끼죠.
특히 외통위가 정부를 비판, 견제하기보다는 덕담 수준으로 운영합니다. 그런 거에 아주 익숙해져 있는 외교부, 통일부가 국회에 대한 정보공개나 국회의원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는 것이 미진합니다. 자괴감도 느끼고 화도 나고 그렇죠.”
―해결책이 없을까요.
“여야는 미국의 건강보험 해결을 보면서 자기 나름 해석합니다. 여당은 ‘저거 봐라, 반대하지만 다 표결하지 않느냐’고 하고, 야당은 ‘저거 봐라, 반대하니까 다 수용해 주고 타협해서 누더기 법안이 되지 않느냐’ 이러고 있어요.
그러나 그 기본에는 국회를 자기 아래 있는 조직이 아니라 파트너로 여기는 대통령과 행정부가 있습니다. 반대표 설득을 위해 상원의원 개별 면담을 하고 의원 총회에 참석하고, 하루에 기자회견 5번을 한 오바마 대통령이 있어요. 절대다수 정당임에도 그 한두 표를 끌어오기 위해 그랬습니다. 엄청난 대통령의 노력이 있었고, 장관과 비서진을 총동원해서 전화 공세와 방문 공세를 펼쳤습니다. 건강보험은 예산안도 아니고 한 개의 법안입니다.
그래야 견제가 이뤄지는 것인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는 거죠. 지난해 말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여야 3자회동을 제안했을 때 (청와대가) 뭐라 했습니까. 예산은 여야가 해결할 문제니까 청와대는 해야 할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예산이 어떻게 여야 문제입니까. 정부 예산 아닙니까. G20 정상들을 설득하고 아랍에미리트 정상을 설득하는 노력의 반의 반의 반만 기울인다면 왜 우리 야당 대표들을 못 만나고 야당 의원들을 못 만나겠습니까. 대통령이 일개 야당 의원에게 전화해서 좀 도와달라고 하면 일국의 원수인데 누가 욕설하고 끊겠습니까.”
■ 전현희 ■
“여당이 청와대 입장만 관철하려 해”
민주당 전현희(全賢姬) 의원은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치과의사로 살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돈을 만졌을 수 있었다. 전 의원도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생각에 배지를 달게 됐다고 말했다.
“치과 메스를 잡아본 지 10년이 넘었죠. 다시 하면 아마 돌팔이로 시작할 거예요”라며 웃는 전 의원은 야당 의원답게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며 말문을 열었다.
“정부하고 여당이 수적 우위를 가지고 전혀 야당과 소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대하는 입장의 국민을 야당이 대변해 줘야 하는데, 한나라당의 논리대로 저항 없이 내버려 둔다면 그 경우에는 또 많은 국민에게 비난받고 무능력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표 대결을 하면 뻔하게 통과되리라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현장에 있으니 들더라고요.”
―똑똑하고 능력 출중한 의원들이 국회만 들어오면 맥을 못 추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분이 여기 와서 바보가 되느냐는 말이신데. 능력을 발휘해서 열심히 일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바보가 되는 듯한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국민, 특히 정치인들이 대화와 협상의 기술이 부족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최선만을 고집해요.
민주당도 문제가 많지만, 한나라당이 문제가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안건들이 대부분 정부나 한나라당에서 무조건 통과시키겠다고 절대 양보하지 않는 그런 법이죠. 미디어 법이 그랬고, 4대 강 예산이 그렇고, 앞으로 세종시 문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본인들 생각만을 완벽히 관철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다수결의 횡포입니다. 말씀드린 안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반반씩입니다. 특히 4대 강 예산의 경우 반대가 훨씬 많음에도 정권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밀어붙이니까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는 거죠. 어느 정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 목소리를 받아들이려고 양보하고 타협을 한다면 이런 극단적인 일은 안 생길 것 같거든요.”
“절벽과 같이 일 하는 느낌”
―여당이 전혀 양보를 안 하던가요.
“지도부 협상에 참여한 분들 말씀을 들어 보면 벽과 부딪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전혀 얘기도 안 하려고 하고 무조건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나와서 협상 자체가 안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는 저도 거대한 흐름에 빨려 들어가서 아무리 똑똑하다 한들, 당론이나 당이 부닥치는 데 하나라도 힘을 보태야 하니까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죠.”
―왜 한나라당이 ‘벽’ 같은 행동을 한다고 보십니까.
“대통령이 의회를 존중하지 않고 청와대 입장만 관철하려고 하고, 한나라당은 청와대 쪽 입장에 대해 아무 저항 없이 그대로 관철하려다 보니까 그런 거겠지요. 지난 참여정부 때는 아무리 청와대에서 입장을 가지더라도 열린우리당 자체에서 워낙 다양한 주장을 펴니까 그 때문에 혼란스러웠다고 그러더라고요.
한나라당은 그 반대로 너무 일사불란하게 당의 입장이 없고 청와대에서 주는 입장에 따라서 경직되니까, 민주당 입장에서는 항상 절벽과 같이 일을 하는 느낌이에요.
이에 당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저항하다 보면 국민의 언성은 민주당에만 오고 그러다 보니 여당 혼자서 다수결로 다 하라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오더라고요.”
국회 안으로 들어와서 본 느낀 점을 묻자 전 의원은 “밖에서 본 이미지가 만날 싸우고 놀고먹는, 어디 가서 고압적이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것이잖아요.
안에 들어와서 보니까 다들 전문가에 훌륭한 분들이고 그분들이 자신의 100%라고는 말씀 못 드리지만, 어떻게 국민을 위해 헌신할까를 고민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시더라고요. 이 정도 되니까 국회의원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도 공부도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국회의원이 되니 좋은 점은 뭔가요.
“국정감사나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공부하고 토론해서 이런 걸 좀 고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게 국회의원이 아닐 때는 생각에 머무는데, 국회의원이 되고 난 뒤에는 정책질의, 국정감사에서 감사한다든지, 지적·건의해서 바뀐다는 거죠.
신종플루 문제 때 단체 백신 접종을 학교에 의사 1명당 500명으로 정부가 정했어요. 의사와 변호사 경험으로 볼 때 그렇게 할 때는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도 충분히 해 주고, 의사 수를 늘려 1인당 접종하는 환자 수를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더니 정부가 실제로 의사 수도 늘렸고 접종 대상 수도 500명에서 350명으로 낮추더라고요. 구석구석 챙기면 국회의원이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야당의 문제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여당이 너무 강력해서 민주당이 어렵지만 그렇더라도 민주당이 좀 더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안정당, 정책정당을 분명히 지향해야 하고, 끊임없이 대안을 내놓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 당이 대안이 없는 게 아닌데 대안 없이 반대만 한다고 비치고 있거든요. 민주당도 타협의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우리도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이진삼 ■
“국회는 아직도 3김시대(三金時代)”
자유선진당 이진삼(李鎭三) 의원은 71세에 충남 부여에서 처음으로 당선됐다. 당연히 18대 국회 최고령 초선이다. 1990년대 초반 육군참모총장을 끝으로 전역해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내고 이후 미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했다. 18대 총선에서 당시 현역이던 한나라당 김학원 의원을 큰 표차로 따돌리고 국회에 입성했다. 이 의원은 “국회는 아직도 3김시대”라고 말했다.
―1993년 2월 장관으로 국회에 온 뒤 15년 만에 여의도에 오신 것 아닙니까.
“그렇네요. 어느덧 15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세월이 흘렀으니까 정치권도 시정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정이 안됐더라고요. 20년 전에는 국회 국방위원들이 당치도 않은 것을 질문했는데 지금도 그런 게 남아 있습니다.
또 3김시대의 지역구도, 그것도 아직 그대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소신 있는 의원이 없습니다. 특정인을 위해, 당을 위해 활동하는 게 그대롭니다. 이게 3김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죠.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각종 안건 등 여러 문건이 있잖아요. 저는 다 읽어 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의원은 안 봐요. 무조건 가서 당론 따라 투표합니다.”
―사실 선수(選數)와 상관없이 인생 선배잖습니까. 1년 반 동안 느낀 점은.
“막상 국회에 들어가 보니 제도적, 체계적인 운영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론끼리 충돌하면 국회가 마비되고, 회의 일정도 원칙만 세워 놓았지 제대로 진행되지 않죠.”
국회 파행 해결방안을 묻는 말에는 자신이 비교섭단체 출신인 점을 고려한 답을 내놓았다. “영호남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구조는 끊임없는 대립만 야기합니다. 조율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한 거죠. 자유선진당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도 때문에 그게 해결되고 있지 않아요. 자유선진당이 제3의 교섭단체가 돼야 합니다. 의원 총수의 5% 정도를 교섭단체 구성요건으로 해야 합니다.”
■ 김용태 ■
“촛불 때 쓴소리 했다가 완전히 찍혀”
김용태(金容兌) 의원은 1980년대 소선거구제 부활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텃밭인 서울 양천을에서 당선된 여당 의원이다.
그는 김영삼 정부 때 언론 분석을 맡았던 비선 조직 ‘광화문팀’의 막내로 정치판과 인연을 맺고 나서 여론·기획·전략 전문가로 일해 오다 지난 17대 대선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일한 덕분에 공천을 받았다.
김 의원은 “촛불 때는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가 지금은 완전히 찍힌 신세”라고 말했다. 김 의원 인터뷰를 위해 10분을 기다려야 했다. 지역구 민원을 위해 찾은 손님들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정치를 봐 왔고 관심을 뒀지만 저는 국회의원이 이렇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마어마한 힘이 드는 줄 몰랐습니다.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난해 12월에 국회가 일정도 엉망이고 가장 개판 쳤잖아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12월에 아주 행복했습니다. 왜냐하면 국회가 안 열리니까요. 저는 12월 내내 거의 하루에 10탕씩 송년회 다녔습니다. 한 번 가면 20~30분 앉아 있고, 술 한 잔 받아먹고 그걸 하루에 3~4탕, 많을 때 5~6탕씩 뛴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동네에서 온종일 민원에 시달리는 거죠. 계속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거예요.”
여야가 딱 맞붙으면 무력감
“대선에서 이기면 모든 걸 먹는 구조 속에서 개별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여야 지도부에서 의사결정하면 끝이죠. 전쟁이 난 판에 조직윤리, 생리상 개별적으로 딴소리해서도 안되는 거고, 정말 무기력증이죠. 여야 간에 딱 붙었을 때 개별 의원 한 사람으로서의 무력감 이런 게 너무 한심한 거죠.”
―초선의원끼리 모여 함께 소리를 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여러 가지 스터디 등을 할 수 있죠. 그런데 개별적으로 다들 너무 바쁜 거예요. 술 먹고 골프 치는 게 아니라, 동네 아니면 국회에 와서 앉아 있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그렇게 안돼요.”
김 의원은 대정부 질문 할 때 국무위원들이나 행정부처 간부들에게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이유도 국회의원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역부족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회 들어와서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한 달 내내 예산만 들여다보겠다 마음먹고 하면 얼추 하겠더라고요. 그런데 당의 큰 구도 속에 집합 걸려서 준비하고, 지역구 민원 들어오거나 사업 따낸다고 돌아다니고, 지역구 사업 한 건 따내려면 1년씩 걸리는 사업이 태반이에요. 필사적으로 영업 다녀야죠. 서울시장도 만나야 하고 밑에 있는 주사까지 만나서 설득해야 하고요.
이런 과정에 치이다 보면 정작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 예산심의, 법안심사, 법안 만들고 하는 이런 것들에 대한 집중력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그러면 이런 것을 보좌관들이 해낼 수 있느냐, 다 못합니다. 우리 보좌관의 병력 갖고는 정부를 상대로 예산심의, 국정조사를 한다는 건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 그냥 수박 겉핥기죠. 그러다 보니 장관 앞에서 소리 지르게 됩니다.
저도 그렇게 되는 게 가장 경멸스럽고 뭐 하는 짓인가 싶었는데요. 정부에 질문하기 전에 제가 자료조사하고 공부도 하고 별의별 시뮬레이션을 해서 몰아쳐야 할 텐데 그런 집중력이 안 생기고 그럴 시간이 안 나온다니까요. 그러니까 고함지를 수밖에 없죠.”
“어찌 됐건 조직의 일원”
―해마다 최악 국회라는데 직접 해 보시니 그런 생각이 드십니까.
“원죄가 있죠. 17대 국회 때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회 때문에 못해 먹겠다고 얼마나 했어요. 한나라당이 극렬하게 반대했으니까.
국회에서 이렇게 다 때려 부수고 쇠사슬로 걸고 하는 것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이회창(李會昌) 총재 때부터입니다. 한나라당이 그전까지는 이렇게 안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당시 선배들에게 물었더니 ‘그때 대한민국 좌파가 2004년도 탄핵사건 이후 대한민국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모든 게 넘어갔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보루가 국회의 121석 한나라당이었다. 대한민국 정통성이 완전히 분쇄되기 직전 마지막 보루로서 몸을 걸고 목숨 걸고 싸웠다’고 하더라고요.
국민의 선택에 의해서 한 정권이 빠지고 다른 정권이 들어와서 모든 책임을 진다는 이런 것을 우리가 아직 인정할 수 없는 구조에 있잖아요.
우리도 보수 세력이 정권을 40년 동안 담당하다가 뺏기니까, 저는 그걸 단순한 금단현상이라 보지 않고, 삶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거였기 때문에 그래서 벌어졌던 거고. 저쪽도 10년 동안 정권을 잡다 뺏기니까 자기들 삶 자체가 무너지는 거니까 가치체계, 삶의 방식,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는 거죠.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거죠. 이 문제 속에서 점점 국회가 망가져 간 거죠.”
김 의원은 키 168cm의 자그마한 체구다. 몸싸움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싸움이 일어나는 현장에는 항상 김 의원이 있었다.
“몸싸움이 나쁜 건 당연히 알죠. 그런데 어찌 됐건 저는 조직의 일원이잖아요. 저는 전투가 벌어지기 전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우회할 다른 방법이 없을까 회의합니다. 그러나 OK 호각이 불리고 포격이 시작됐으면 당연히 나가야죠.
―하지 말자고 외칠 수는 없나요.
“전쟁이 시작되면 안되죠. 저도 열심히 했죠.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인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저는 비겁하다고 생각했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죠.
그런데 국민이 오열하고 애도하는 걸 봤을 때 저는 그것이 노 전 대통령 죽음 때문에 이렇게까지 사회가 들끓는다고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 밑바닥에 흐르고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너무 상황을 일방적으로 밀고 있다, 속도 조절을 해라,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서 부정하는 게 아니라 국정운영 기조, 방식 이런 건 재검토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때 정면으로 제가 깃발을 들었었죠. 7인 성명을 하고 그랬다가 저는 청와대에 완전히 찍혔죠.
“은행장도 금감원 과장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데 이놈의 직업은…”
그렇지만 6월에 있던 미디어 법 같은 경우 전쟁이 터졌는데 어떡해요. 보좌관들이 다쳐 들어오고 외부에서 괴한들이 쳐들어와서 국회를 때려 부수는데 어떻게 안 합니까.
저는 앞으로 전쟁 나도 계속합니다. 대신 전쟁 나기 전에는 끊임없이 회의하고 모색하고 방안을 찾겠지만, 한나라당이 없어지지 않는 한 어떻게 하겠어요.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평소에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하라고 말합니다. 안상수 대표, 이명박 대통령, 이상득 부의장에 대해서 얘기를 해라. 그런데 또 그런 사람들은 잘 안 하죠.”
김 의원에게 국회의원이 어느 정도 힘을 가졌는지 물었다.
“이 직업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면 금융감독원이라는 곳이 있지 않습니까. 제게는 이 사람들이 얼마나 힘이 센지 실감이 없어요. 그런데 금융감독원 과장 하나가 은행장들의 목줄을 쥐고 왔다 갔다 합니다. 진짜 어마어마한 파워예요.
우리가 밖에 있을 때는 은행장이라는 게 상상이 가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금융감독원의 과장한테도 사시나무 떨듯이 떤다고요. 그 사람들이 감독, 규정 하나, 지침 하나 때문에 그야말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죠.
그런데 우리는 과장은 쳐다도 안 보죠. 과장은 노상 와서 우리 상임위 할 때 들어오지도 못하고 밖에 서 있고, 우리는 국장하고 논의하죠. 우리가 방향을 하나 트는 것에 따라서 금융감독원의 방향도 바뀔 거 아니에요. 그 힘은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문제는 힘은 어마어마한데, 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렇게 얘기해도 금융감독원에서 안 하면 꽝이에요. 앞에서는 한다 한다 하죠. 그런데 이걸 집요하게 추진하려고 하면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잘 안되는 거죠.
그러니까 대부분 국회의원이 처음에 하다가 그냥 말죠. 국회의원이 끝장을 보는 일이 매우 적어요. 안되는 일도 없지만 되는 일도 없는 게 이놈의 직업이라는 거죠.
그래서 국회의원이 이런 걸 하려면 혼자 해서는 안되고 패거리를 짜야 합니다. 국회의원 선배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국회의원 세 명만 똑같은 소리를 내면 무서울 게 없다 이거거든요.”
그는 원내대표이던 홍준표 의원에게 물러나라고 했고, 대통령에게도 국민한테 무릎 꿇으라는 목소리를 냈었다. 완전히 찍혔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럴 용기는 어디서 나던가요.
“엄두 안 나죠. 우리 동네 사무실 밑에 신월동 못사는 동네, 충청도 사람이 하는 24시간 해장국집이 있는데요. 이 아주머니는 나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저도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어머니 불러요. 이 양반은 같은 고향 사람이 이렇게 어린 사람도 국회의원 할 수도 있고 어머니라 부르니까 얼마나 좋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팥으로 메주 쑨다고 해도 믿죠.
그런데 이 양반이 노무현 장례식 때 온종일 울고, 24시간 365일 하는 집인데 노무현 장례식날 문을 닫았어요. 왜 그러느냐 하니 자기는 노무현을 되게 미워했대요. 게다가 노상 싸움질만 하고 되게 싫었다는 거예요. 노무현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갑자기 ‘그래도 태생은 우리 태생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우리처럼 서민이고 가난하고 못사는 태생이죠.
그런데 ‘이명박은 아무튼 재벌 아니냐. 노무현은 실패했어도 노상 서민 위한다고 서울대 위한 놈들, 머리 좋은 놈들과 만날 싸우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명박은 뽑을 때 별별 소리 다 했어도 아무튼 먹고살게 해 주겠다 해서 뽑았는데 이게 어떻게 되는 거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럽더라는 거예요. 이건 대통령에게 누군가 얘기를 해야 한다, 큰일 났다 생각했죠.”
―후폭풍이 겁나지 않았습니까.
“겁이 나고 덜덜 떨리죠. 옆에서는 죽으려고 환장했느냐 그랬는데, 저는 그거 안 하고서는 우리가 살 수 있느냐. 이판사판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한 가지다 한 거죠. 후회 없어요. 지금에야 전 찬밥이죠.”
“지더라도 49%면 충분히 의미 있는 패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훈련이 안되어 있는 거죠. 4대 강도 그렇고, 미디어법도 그렇고, 세종시 문제도 그렇죠. 여기에 대한 룰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부터 우리 국회가 해야 합니다.”
■ 김희철 ■
“장관 부를 힘 있어도 예산권 하나 없어”
민주당 김희철(金熙喆) 의원은 웬만한 재선·3선보다 나이가 많다. 1947년생인 그는 민선 2·3기 관악구청장을 지냈다. 2006년 4기 지방선거에서 3선을 노렸지만 한나라당 후보에 패했다. 2년 뒤 벌어진 18대 총선에서 관악 지역에 출마해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18대 총선 당시 서울지역에서 당선된 유일한 민주당 출신 초선이다. 그도 당론이 모든 것을 옭아매는 정치 현실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폭력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까 너무 한나라당에 힘이 쏠려 있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안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래도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은 폭력이다. 그래서 폭력을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에 폭력 쓰지 말자고 주장하고 단상 점거하지 말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래도 지도부에서 받아주지 않죠. 당론이라고 하니까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소신과 다르더라도 당론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까.
“그렇죠. 그래서 의회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고, 의정활동에서 당론에 배치되는 행위를 했다고 해서 징계를 하고 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상당히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미애 의원 징계문제도 그렇습니다. 의원총회에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추미애 의원의 안은 기본노동권에 배치된다고 봅니다. 추 의원이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하기 때문에 나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독재정권 시대처럼 법안이 올라오는데,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안을 만들어야겠다고 해서 통과를 시켰다’고 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습니다. 그러니까 소신이 당론에 위배된다고 해서 그게 징계위까지 가야 합니까. 다른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다음번 공천을 어렵게 한다든가, 당내 선거에서 당론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할 수 없다든가. 이런 다른 방법을 연구해야죠.”
―지난 17대 국회는 여야 숫자가 거의 비슷했는데도 몸싸움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2007년 12월 이명박 후보 특검 때도 그랬는데요.
“그 문제는 쟁점이 되니까 그랬던 겁니다. 한쪽은 무리하게 통과를 시키려고 하고 또 다른 한쪽은 이것을 꼭 저지해야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랬죠. 그래도 지금같이 몸싸움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수결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법칙 아닌가요.
“국민이 만들어 준 다수결이 중요하죠. 그런데 국민들이 사람을 보고 투표해야 하는데 당을 보고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항상 한나라당이라는, 오랜 기간 집권하면서 힘을 가진 기득권 세력들이 그것이죠. 다수결은 인정하지만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한나라당이 소수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직권상정을 하는 것은 야당을 무시하는 소치에서 일어난 것 아닙니까?”
―민주당도 ‘온건파·협상파의 입지가 좁다’는 것처럼 비치고 있습니다.
“그것 역시 당론이라는 무기를 내걸어 국회의원들에게 줄 서기를 강요하기 때문 아닐까요. 헌법기관이 자기 소신을 얘기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을 볼 면목이 없죠. 지역 주민들에게는 ‘정직하게 일하겠다. 소신껏 발언하겠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당정치의 폐해인데요.“
김 의원은 구청장과 초선 국회의원 가운데 초선 국회의원이 더 바쁘지만 구청장의 권한이 더 많다고 했다.
“구청장은 휘하에 직원이 2000명 가까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할 일을 밑에 직원들이 만들어 줘요. 솔직히 말해서 정신적인 고통은 없죠. 여기 오면 보좌관 2명, 비서관 1명, 여비서 1명, 5명뿐입니다. 여기에 한계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내 머리를 짜내야 하고, 고뇌를 해야죠. 아까 말했듯이 행정은 관리만 잘하면 됩니다. 계획하고 검토하고 실천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느낀 바로는 국회의원은 힘이 별로 없더라고요. 국정감사 때는 장관도 부르고, 총리도 부르고 하기는 하지만, 구청장은 인허가권, 인사권, 예산권을 가지고 있죠.”
―국민에게 민주당이 ‘반대만 하는 야당’으로 비친 데 동의하십니까.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밖에 있었으면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안에 들어와 보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민주당 87명이 노력을 많이 합니다. 놀러 가거나 그런 사람 한 사람도 없어요. 소수의견이 반영 안될 때, 대화가 안되니까 몸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한나라당 힘이 너무 세다”
―18대 국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으라면요.
“숫자죠. 한나라당 힘이 너무 셉니다. 야당이 100명도 안되잖아요.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서 다수결원칙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수가 이렇게 적다 보니까 법안이나 예산 등이 그냥 아무렇게나 통과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어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이죠.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할 것 없이 균형이 맞게 보내 줘야 하고 특히 국회의원은 국민이 조정을 해 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이 안되죠. 독선과 오만이 나오기 때문에, 필경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데, 참담한 느낌이 듭니다.”
민주당이 반성해야 할 점을 묻자 김 의원은 “정책적으로 더 노력을 하고, 미래에 대해 대안을 만들고, 10~20년 뒤에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일본 민주당이 60년 만에 자민당을 이긴 것은 엄청난 노력의 대가입니다. 생활정치, 민주당이 그 길을 닦아야 합니다. 우리 민주당은 노력은 하는데, 야당이기 때문에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 의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원내사령탑에게 ‘오늘 밤은 밤샐 수 있는 복장을 하라’는 문자 메시지가 온 탓에 여당 의원 중에 넥타이를 맨 사람은 지시사항을 깜빡한 몇 사람에 불과했다. 고 의원은 “이 복장이 복장입니까. 완전 무슨 시장바닥에 나온 거죠”라고 했다.
고 의원의 아내는 이날 아침 남편 복장을 보고 “아니 벌써 1년이 됐어요”라며 물었단다.
대한민국 국회는 해마다 ‘최악’ 기록을 경신해 온 지 오래다. 의장석으로 돌격하는 야당 의원의 팔다리를 여당 의원들이 떼어내고, 끌어내고, 삿대질하고, 고함치는 장면은 2008년 사진이나 2009년 것이나 그게 그거다. 4년마다 등장하는 얼굴이 바뀔 뿐이다. 정권교체가 되면 의장석과 의석에 앉는 의원들의 소속 정당도 바뀐다.
현재의 여당인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인 2006년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 동의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였다. 그로부터 2년 뒤 야당이 된 민주당은 2008년 12월 25일 밤 한미 FTA 비준동의안과 쟁점법안 처리를 막겠다며 국회 본회의장 문을 걸어 잠근 채 점거농성을 했다. 유권자들의 눈에 너무도 익숙한 장면이다.
그래서 선거 때만 되면 표심(票心)은 ‘사람을 바꾸면 나아지려나’ 하는 심정으로 새로운 후보로 옮아간다. 그런 투표 움직임이 가장 심했던 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치렀던 17대 총선이었다. 188명이나 되는 새 당선자가 국회의사당 본청 정문을 걸어 들어갔다. 299명 정원 가운데 63%다. 셋 중 둘이 ‘국회의원 초보’였단 얘기다.
“바꿔 보니 별수 없더라”는 학습효과 때문이었을까. 4년 뒤엔 이 숫자가 133명(44.5%)으로 줄었다. 그래도 둘 중 하나꼴로 초선이란 것은 유권자들이 아직도 재선·3선보다는 ‘의정 무경험자’에게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18대 초선도 이제 넉 달만 있으면 임기의 절반을 채운다. 국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현장을 볼 만큼 봤고 배울 만큼 배웠을 터다. 그런 지금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회를 바꾸라’는 국민들의 지상명령을 잊지 않고 있을까, 아니면 금배지의 달콤함에 취해 개혁의 함성을 잠꼬대쯤으로 여기고 있을까. 18대 국회에서 그나마 자기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의원 6명에게 물었다.
■ 고승덕 ■
“국회가 법대로 되는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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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덕 의원. |
그에게 그 까닭을 물었다. 그는 국회가 다수결(多數決)이 아닌 합의제로 운영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국회에 들어오자마자 법대로 안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헌법과 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민주주의는 토론을 제한 없이 하되 표결할 때는 다수결에 승복한다는 것이라고 봤는데요. 여당도 야당과의 단순한 대화나 협의 수준을 넘어서 거의 합의 수준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믿고 특히 야당 쪽에서는 그렇게 고집하고 있죠.”
“그래서 선배들한테 물어보니까 ‘한나라당이 지난 10년 야당일 때 그렇게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나름 효과를 본 것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한나라당도 전과(前科)가 있는 거죠. 나는 초선으로 부채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부채를 승계한 셈이 된 거죠.”
이 때문에 그는 “과거에 어떻게 했던지 상관없이 새롭게 출발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한나라당 중진의원 대부분 야당 의원일 때 지금의 민주당이 보여주는 방식과 유사한 행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민주당에 대해 이제부터 다시 하자, 이렇게 말하기 어렵고 그 점이 마음에 안 들고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은 점점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난 10년 한나라당이 야당일 때는 민주당과 힘이 비슷한 상황이었고 의석수도 비슷했죠.
그런데 지금 상황은 국민이 한나라당한테 압도적인 힘을 줬습니다. 지난 10년간은 보수와 진보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있었던 거고, 이명박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고 한나라당이 18대 총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제는 보혁구도가 보수 쪽으로 완전히 힘이 기울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증권에서 나타나는 파동원리에 비교할 수 있죠. 주가가 박스권을 오랫동안 유지할수록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를 못 느끼고 갇혀 있는데 어느 날 박스권을 힘차게 돌파할 때는 새로운 트렌드가 열린다는 거죠. 박스권이 길수록 새로 형성되는 트렌드는 오래가는 거고요. 항상 박스권을 돌파할 때는 굉장히 힘차게 돌파하는 거죠. 다만 민주주의 원칙대로 충분한 토론과 협의의 시간은 보장이 돼야 합니다.”
‘국회 폭력 없애자’에 초선도 반대해 놀라
―적어도 국회가 폭력으로 얼룩지는 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없애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죠. 폭력을 아예 봉쇄하도록 선진국형의 강한 국회법을 만드는 것과 대화를 하면서 끝까지 질질 끌려가는 유화론이 그겁니다.
저는 국회에서 품위 없는 행동을 하게 되면 몇 달간 본회의 출석을 정지시키고 물리력을 동원하면 아예 퇴출하자는 강경론에 서 있는데요. 가령 폭력으로 벌금 얼마를 받게 되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이 정지된다거나 중상을 입힐 만큼 심한 경우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강한 법이 그거죠. 국회 폭력이 없어져야 한다고 다들 생각하고 초선들은 특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논의를 해 봤는데 의외로 반대가 더 많았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법원에 의해 국회의원들 배지가 많이 떨어져 나가고 있잖아요. 법원에 의해 헌법기관의 자격이 박탈되는 데에 대한 의원들의 저항이 강합니다. 거의 10%의 의원들이 배지를 빼앗기는데요. ‘사법부의 재량적인 판단에 의해 국회의원 자격이 박탈된다고 하는 것이 과연 입법·사법 균형이 맞는 것인가. 국회의원의 목숨에 관한 것인데 이런 것을 일개 법관 몇 명의 재판부에 맡기는 것이 옳은 것인가’ 의문을 던지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당 의원조차도 ‘국회의원의 운명을 왜 자꾸 판사에게 맡기느냐’며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디어법 같은 법안은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까. 서로 주고받고 조금씩만 양보하면 안되나요.
“이를테면 100가지 이슈가 있으면 97개 정도의 법안들은 여야가 절충하고 다 수정해서 원만하게 처리합니다. 그런데 여야는 항상 손가락 5개 안에 드는 그런 이슈를 끄집어냅니다. 그건 국민에게 영양가도 없습니다. 그러한 이슈는 여당과 야당 차원에서는 존재 이유라고 하는 명분 같은 거죠. 의원들끼리도 많이 얘기한 부분인데 ‘이걸 왜 정당 차원에서 이슈를 만들어서 계속 위에서 들이받느냐’고요.”
그는 폭력이 싫거나 당론을 도저히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는지를 묻자 “몸싸움 자체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슈가 적당하면 낼 수 있습니다. 가령 제가 처리한 법안 가운데 금산분리 관련 법안도 행정부에서 만든 것이 자기들 편의에 따라 만들었다고 생각해 목소리를 크게 냈죠. 그런데 미디어법 같은 것은 다릅니다. 시행해 보지도 않고 발목을 잡는 이 관행은 타파해야 하는 거죠. 몸싸움의 관행도 나쁘지만 더 나쁜 것은 국민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이슈임에도 그것을 이슈화시켜서 시행하기도 전에 안된다고 보고 발목을 붙잡는 것, 다수결 원칙이 무시당하는 것이 더 나쁩니다.” 고 의원은 자신이 만약 소수당 의원이 된다면 다수결을 인정할 것이며, 동시에 충분하게 말할 기회는 달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3과를 합격한 똑똑한 의원을 국회에 보냈는데도 개선이 안된다면 국민들도 실망하지 않을까요.
“밖에 있을 때는 한 사람으로 존재가 부각되는데 여기 들어오면 N분의 1이 되죠. 아니 초선은 N분의 1의 대접도 못 받아요. ‘너는 왜 관행에 안 맞는 행동을 하느냐’고 하면 많이 꺾입니다. 언론에 혼자 독한 목소리를 띄우지만 공감해서 목소리를 따라주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똑똑하다 해도 무기력해집니다.”
■ 홍정욱 ■
“개인의 전문성은 작은 날갯짓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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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욱 의원. |
“해마다 되풀이되는 국회를 보며 이제 국민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스스로도 싫증이 났습니다. 폭력 국회라고 해도 미동도 없고 국회를 바꿔야겠다는 개혁적 선언을 해도 동조하는 사람도 없고 상투적으로 굳어져 버리는 단계까지 왔다고 봐요.
그래서 서글프고 조직적인 변화를 추구하기보다 개개인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저도 이번 예산 국회를 겪으면서는 이건 아니지 않으냐고 생각했고요. 과연 국회의원이라는 직이 가치와 의미를 지닌 것인지 올해 내로 최선을 다해 보고 판단을 내리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홍 의원도 당론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국회 관행 때문에 의원들이 개별 능력을 펴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라는 것이 사실상 사회에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왔지만 여기서는 299의 1이 되고, 그러나 그 1로서 자신의 소신과 재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으면 그것도 한구석을 밝히는 의미가 있죠.
그런데 국회는 그렇지 못합니다. 거의 2대 1 혹은 3대 1의 구도입니다. 여야 간 당론이 맞대결하는 중대한 사안에 있어서 초선이든 재선이든 299대 1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게릴라, 홍위병이 되려고 국회의원이 된 게 아니잖아요. 세상에는 너무나 할 일이 많고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이와 같은 거수기가 되느니 거수기가 되지 않고 새롭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면 계속하지만, 그렇지 않고 이렇게 초선이기 때문에 무작정 따라야만 한다면 국회의원 생활이 의미가 없는 거죠.”
―해마다 최악 소리 듣는데 작년도 그랬나요.
“최악이죠. 객관적 데이터가 아니라 개인마다 느끼는 바가 있을 겁니다. 국회에 들어온 지 저야 2년밖에 안됐지만 그간 되풀이되는 모습의 문제점을 찾으라면 해마다 최악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개선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 생각합니다. 최악이라고 할 때는 지금 현상이 나쁘다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큰 문제죠.
제도적 측면도 어느 정도 잘 갖춰져 있고, 의원 개개인 자질도 훌륭한데 국회가 이렇게 되는 것은 결국 행정부와의 관계, 야당의 결사반대, 한쪽에서는 전적 찬성, 다른 쪽에서는 결사반대, 이 두 축이 맞대결을 벌이는 구도 때문입니다. 그 구도 속에서 소신과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느냐 하면 쉽지 않죠.
그렇다고 젊은 사람으로서 이것이 5·10년 변화를 추구하며 여기(국회)에 기여할 가치가 과연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 시간에 다른 일, 학교를 세워서 학생을 길러내고 기업이라도 세워서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하는 것이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인가. 저는 젊은 의원들은 그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해머국회 뒤 창피해 배지 떼고 다녀
“지금 국회는 299명이나 돼야 할 필요성을 전혀 못 느낍니다. 당론이 격돌하는 가운데 개인의 소신이나 전문성이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날갯짓에 불과해요. 그런 사람들이 없는 게 아니지만 사실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나 공허한 퍼덕임 정도의 수준이라 생각해요. 전체적인 정치구도나 국회 정치문화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 역할은 못 하죠.
그리고 당연히 의원들이 법안도 내고 예산에서 자기 안도 챙기고 합니다만 큰 줄기는 행정부가 기획하고 집행하는 것에 때로는 비판과 견제 없이 수긍해 주는 겁니다.
그런데 그나마 국회에 주어진 쥐꼬리만 한 권한도 당론에 따라서 개인의 소신과 전문성이 희석되는 구도에서 과연 국회의 존재가치가 있느냐, 과연 299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한가, 누가 이 자리에 있건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 것 세게 하라고 뽑아 줬잖습니까.
“개개인의 역량이 밖에서는 다 출중하지만, 안에 들어오면 아주 약해지죠. 예를 들어 초선의원이 이야기하면 언론에서 써 주지 않고, 한 개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찻잔 속의 폭풍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홍 의원은 2008년 12월 한나라당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소속 의원들이 한미 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위해 회의장을 점거하고 각종 집기류로 출입문을 봉쇄했을 때 현장에 있었다.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전에도 한미 FTA 비준은 굉장히 어렵다고 저는 언론을 통해서 많이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한미 FTA 자체에 대해서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미 FTA를 상정하는 것을 안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 자리에 참석했던 것이고, 초선의원으로서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폭력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거기 참여한 건 제 의지였기에 다른 사람 때문에 갔다고 변명할 수도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자리에 나와서 부끄러운 거죠.
그런데 그 상황이 부끄러웠기 때문에 배지를 떼고 다녔습니다. 제가 국회의원직에 대해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을 때 다시 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젠 시무식이나 정기국회 개회, 외교사절 만날 때, 국감 때 빼고는 배지 안 답니다. 이 추세라면 배지 다시 달 일 없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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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2월 18일 한나라당이 한미FTA 비준동의안 국회 외통위 상정을 시도하자 민주당 및 민주노동당 의원과 보좌진이 경위들이 안에서 막고 있는 외통위 회의실 문 안의 바리케이트를 부수고 들어가려 하고 있다. |
인사이더 아웃사이더
―밖에서 볼 때와 실제의 가장 큰 차이가 뭐던가요.
“국회에 오면 인사이더가 돼요. 그래서 당의 입장, 여당의 입장, 여야 간의 반감 이런 상황 속에서 변합니다.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논리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죠.
내부 논리란 왜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데 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나, 여야 간에 대화 안 하고 밀어붙여야 하는 것인가, 이 모든 것이 밖에서 볼 때는 이해가 안될 거예요. 그렇지만 내부에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안되는구나, 밀어붙여야 하는구나, 몸을 던져야 하는구나 하는 논리에 빠져버리죠.
저는 정치인으로서의 힘든 장점이자 단점은 인사이더가 아닌 아웃사이더로서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 아웃사이더 의식을 극복하지 않으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충고도 언론인들로부터 들어요. 인사이더 시각을 갖는다는 건 다시 말하자면 익숙해진다는 것인데 익숙해질 때까지 여기 있고 싶지 않습니다.”
―가장 무력감을 느낄 때가 언제죠.
“제가 외통위원이니까 2년을 돌아보면 굵직굵직한 이슈가 많았죠.
한미 FTA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제가 미국 쪽을 파악해 보니 한미 FTA가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더군요. 외통위가 이제는 안될 경우를 상정해서라도 출구전략도 모색하고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은 잊히죠. 그리고 심지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그런 말 제발 하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도 많이 듣죠. 한 사람의 정보와 분석과 이런 것이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원칙을 갖고 북한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요. 그러나 그 같은 원칙을 이미 지키고 있으니까 전쟁 때에도 가동되는 대화채널은 가동해서 북한이 손을 내밀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북한이 쭈뼛쭈뼛할 때 그 손을 낚아채야 한다는 대북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퍼 주기와는 다른 것이죠.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무력감을 많이 느끼죠.
특히 외통위가 정부를 비판, 견제하기보다는 덕담 수준으로 운영합니다. 그런 거에 아주 익숙해져 있는 외교부, 통일부가 국회에 대한 정보공개나 국회의원의 요청에 대한 응답이라는 것이 미진합니다. 자괴감도 느끼고 화도 나고 그렇죠.”
―해결책이 없을까요.
“여야는 미국의 건강보험 해결을 보면서 자기 나름 해석합니다. 여당은 ‘저거 봐라, 반대하지만 다 표결하지 않느냐’고 하고, 야당은 ‘저거 봐라, 반대하니까 다 수용해 주고 타협해서 누더기 법안이 되지 않느냐’ 이러고 있어요.
그러나 그 기본에는 국회를 자기 아래 있는 조직이 아니라 파트너로 여기는 대통령과 행정부가 있습니다. 반대표 설득을 위해 상원의원 개별 면담을 하고 의원 총회에 참석하고, 하루에 기자회견 5번을 한 오바마 대통령이 있어요. 절대다수 정당임에도 그 한두 표를 끌어오기 위해 그랬습니다. 엄청난 대통령의 노력이 있었고, 장관과 비서진을 총동원해서 전화 공세와 방문 공세를 펼쳤습니다. 건강보험은 예산안도 아니고 한 개의 법안입니다.
그래야 견제가 이뤄지는 것인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는 거죠. 지난해 말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여야 3자회동을 제안했을 때 (청와대가) 뭐라 했습니까. 예산은 여야가 해결할 문제니까 청와대는 해야 할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예산이 어떻게 여야 문제입니까. 정부 예산 아닙니까. G20 정상들을 설득하고 아랍에미리트 정상을 설득하는 노력의 반의 반의 반만 기울인다면 왜 우리 야당 대표들을 못 만나고 야당 의원들을 못 만나겠습니까. 대통령이 일개 야당 의원에게 전화해서 좀 도와달라고 하면 일국의 원수인데 누가 욕설하고 끊겠습니까.”
■ 전현희 ■
“여당이 청와대 입장만 관철하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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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희 의원. |
“치과 메스를 잡아본 지 10년이 넘었죠. 다시 하면 아마 돌팔이로 시작할 거예요”라며 웃는 전 의원은 야당 의원답게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며 말문을 열었다.
“정부하고 여당이 수적 우위를 가지고 전혀 야당과 소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대하는 입장의 국민을 야당이 대변해 줘야 하는데, 한나라당의 논리대로 저항 없이 내버려 둔다면 그 경우에는 또 많은 국민에게 비난받고 무능력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됩니다. 표 대결을 하면 뻔하게 통과되리라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현장에 있으니 들더라고요.”
―똑똑하고 능력 출중한 의원들이 국회만 들어오면 맥을 못 추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분이 여기 와서 바보가 되느냐는 말이신데. 능력을 발휘해서 열심히 일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바보가 되는 듯한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국민, 특히 정치인들이 대화와 협상의 기술이 부족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최선만을 고집해요.
민주당도 문제가 많지만, 한나라당이 문제가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안건들이 대부분 정부나 한나라당에서 무조건 통과시키겠다고 절대 양보하지 않는 그런 법이죠. 미디어 법이 그랬고, 4대 강 예산이 그렇고, 앞으로 세종시 문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본인들 생각만을 완벽히 관철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말 다수결의 횡포입니다. 말씀드린 안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반반씩입니다. 특히 4대 강 예산의 경우 반대가 훨씬 많음에도 정권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밀어붙이니까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는 거죠. 어느 정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 목소리를 받아들이려고 양보하고 타협을 한다면 이런 극단적인 일은 안 생길 것 같거든요.”
“절벽과 같이 일 하는 느낌”
―여당이 전혀 양보를 안 하던가요.
“지도부 협상에 참여한 분들 말씀을 들어 보면 벽과 부딪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전혀 얘기도 안 하려고 하고 무조건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나와서 협상 자체가 안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는 저도 거대한 흐름에 빨려 들어가서 아무리 똑똑하다 한들, 당론이나 당이 부닥치는 데 하나라도 힘을 보태야 하니까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죠.”
―왜 한나라당이 ‘벽’ 같은 행동을 한다고 보십니까.
“대통령이 의회를 존중하지 않고 청와대 입장만 관철하려고 하고, 한나라당은 청와대 쪽 입장에 대해 아무 저항 없이 그대로 관철하려다 보니까 그런 거겠지요. 지난 참여정부 때는 아무리 청와대에서 입장을 가지더라도 열린우리당 자체에서 워낙 다양한 주장을 펴니까 그 때문에 혼란스러웠다고 그러더라고요.
한나라당은 그 반대로 너무 일사불란하게 당의 입장이 없고 청와대에서 주는 입장에 따라서 경직되니까, 민주당 입장에서는 항상 절벽과 같이 일을 하는 느낌이에요.
이에 당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저항하다 보면 국민의 언성은 민주당에만 오고 그러다 보니 여당 혼자서 다수결로 다 하라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오더라고요.”
국회 안으로 들어와서 본 느낀 점을 묻자 전 의원은 “밖에서 본 이미지가 만날 싸우고 놀고먹는, 어디 가서 고압적이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것이잖아요.
안에 들어와서 보니까 다들 전문가에 훌륭한 분들이고 그분들이 자신의 100%라고는 말씀 못 드리지만, 어떻게 국민을 위해 헌신할까를 고민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시더라고요. 이 정도 되니까 국회의원 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도 공부도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국회의원이 되니 좋은 점은 뭔가요.
“국정감사나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공부하고 토론해서 이런 걸 좀 고쳐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게 국회의원이 아닐 때는 생각에 머무는데, 국회의원이 되고 난 뒤에는 정책질의, 국정감사에서 감사한다든지, 지적·건의해서 바뀐다는 거죠.
신종플루 문제 때 단체 백신 접종을 학교에 의사 1명당 500명으로 정부가 정했어요. 의사와 변호사 경험으로 볼 때 그렇게 할 때는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도 충분히 해 주고, 의사 수를 늘려 1인당 접종하는 환자 수를 낮춰야 한다고 요구했더니 정부가 실제로 의사 수도 늘렸고 접종 대상 수도 500명에서 350명으로 낮추더라고요. 구석구석 챙기면 국회의원이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야당의 문제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여당이 너무 강력해서 민주당이 어렵지만 그렇더라도 민주당이 좀 더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안정당, 정책정당을 분명히 지향해야 하고, 끊임없이 대안을 내놓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 당이 대안이 없는 게 아닌데 대안 없이 반대만 한다고 비치고 있거든요. 민주당도 타협의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우리도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이진삼 ■
“국회는 아직도 3김시대(三金時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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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삼 의원. |
―1993년 2월 장관으로 국회에 온 뒤 15년 만에 여의도에 오신 것 아닙니까.
“그렇네요. 어느덧 15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세월이 흘렀으니까 정치권도 시정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정이 안됐더라고요. 20년 전에는 국회 국방위원들이 당치도 않은 것을 질문했는데 지금도 그런 게 남아 있습니다.
또 3김시대의 지역구도, 그것도 아직 그대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소신 있는 의원이 없습니다. 특정인을 위해, 당을 위해 활동하는 게 그대롭니다. 이게 3김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죠.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각종 안건 등 여러 문건이 있잖아요. 저는 다 읽어 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의원은 안 봐요. 무조건 가서 당론 따라 투표합니다.”
―사실 선수(選數)와 상관없이 인생 선배잖습니까. 1년 반 동안 느낀 점은.
“막상 국회에 들어가 보니 제도적, 체계적인 운영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론끼리 충돌하면 국회가 마비되고, 회의 일정도 원칙만 세워 놓았지 제대로 진행되지 않죠.”
국회 파행 해결방안을 묻는 말에는 자신이 비교섭단체 출신인 점을 고려한 답을 내놓았다. “영호남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구조는 끊임없는 대립만 야기합니다. 조율을 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한 거죠. 자유선진당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도 때문에 그게 해결되고 있지 않아요. 자유선진당이 제3의 교섭단체가 돼야 합니다. 의원 총수의 5% 정도를 교섭단체 구성요건으로 해야 합니다.”
■ 김용태 ■
“촛불 때 쓴소리 했다가 완전히 찍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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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태 의원. |
그는 김영삼 정부 때 언론 분석을 맡았던 비선 조직 ‘광화문팀’의 막내로 정치판과 인연을 맺고 나서 여론·기획·전략 전문가로 일해 오다 지난 17대 대선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일한 덕분에 공천을 받았다.
김 의원은 “촛불 때는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가 지금은 완전히 찍힌 신세”라고 말했다. 김 의원 인터뷰를 위해 10분을 기다려야 했다. 지역구 민원을 위해 찾은 손님들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정치를 봐 왔고 관심을 뒀지만 저는 국회의원이 이렇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마어마한 힘이 드는 줄 몰랐습니다.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더라고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난해 12월에 국회가 일정도 엉망이고 가장 개판 쳤잖아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는 12월에 아주 행복했습니다. 왜냐하면 국회가 안 열리니까요. 저는 12월 내내 거의 하루에 10탕씩 송년회 다녔습니다. 한 번 가면 20~30분 앉아 있고, 술 한 잔 받아먹고 그걸 하루에 3~4탕, 많을 때 5~6탕씩 뛴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동네에서 온종일 민원에 시달리는 거죠. 계속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거예요.”
여야가 딱 맞붙으면 무력감
“대선에서 이기면 모든 걸 먹는 구조 속에서 개별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여야 지도부에서 의사결정하면 끝이죠. 전쟁이 난 판에 조직윤리, 생리상 개별적으로 딴소리해서도 안되는 거고, 정말 무기력증이죠. 여야 간에 딱 붙었을 때 개별 의원 한 사람으로서의 무력감 이런 게 너무 한심한 거죠.”
―초선의원끼리 모여 함께 소리를 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여러 가지 스터디 등을 할 수 있죠. 그런데 개별적으로 다들 너무 바쁜 거예요. 술 먹고 골프 치는 게 아니라, 동네 아니면 국회에 와서 앉아 있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그렇게 안돼요.”
김 의원은 대정부 질문 할 때 국무위원들이나 행정부처 간부들에게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이유도 국회의원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역부족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국회 들어와서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한 달 내내 예산만 들여다보겠다 마음먹고 하면 얼추 하겠더라고요. 그런데 당의 큰 구도 속에 집합 걸려서 준비하고, 지역구 민원 들어오거나 사업 따낸다고 돌아다니고, 지역구 사업 한 건 따내려면 1년씩 걸리는 사업이 태반이에요. 필사적으로 영업 다녀야죠. 서울시장도 만나야 하고 밑에 있는 주사까지 만나서 설득해야 하고요.
이런 과정에 치이다 보면 정작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 예산심의, 법안심사, 법안 만들고 하는 이런 것들에 대한 집중력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그러면 이런 것을 보좌관들이 해낼 수 있느냐, 다 못합니다. 우리 보좌관의 병력 갖고는 정부를 상대로 예산심의, 국정조사를 한다는 건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 그냥 수박 겉핥기죠. 그러다 보니 장관 앞에서 소리 지르게 됩니다.
저도 그렇게 되는 게 가장 경멸스럽고 뭐 하는 짓인가 싶었는데요. 정부에 질문하기 전에 제가 자료조사하고 공부도 하고 별의별 시뮬레이션을 해서 몰아쳐야 할 텐데 그런 집중력이 안 생기고 그럴 시간이 안 나온다니까요. 그러니까 고함지를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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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15일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지명철회와 전 후보자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어찌 됐건 조직의 일원”
―해마다 최악 국회라는데 직접 해 보시니 그런 생각이 드십니까.
“원죄가 있죠. 17대 국회 때 노무현 전 대통령도 국회 때문에 못해 먹겠다고 얼마나 했어요. 한나라당이 극렬하게 반대했으니까.
국회에서 이렇게 다 때려 부수고 쇠사슬로 걸고 하는 것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이회창(李會昌) 총재 때부터입니다. 한나라당이 그전까지는 이렇게 안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당시 선배들에게 물었더니 ‘그때 대한민국 좌파가 2004년도 탄핵사건 이후 대한민국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모든 게 넘어갔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보루가 국회의 121석 한나라당이었다. 대한민국 정통성이 완전히 분쇄되기 직전 마지막 보루로서 몸을 걸고 목숨 걸고 싸웠다’고 하더라고요.
국민의 선택에 의해서 한 정권이 빠지고 다른 정권이 들어와서 모든 책임을 진다는 이런 것을 우리가 아직 인정할 수 없는 구조에 있잖아요.
우리도 보수 세력이 정권을 40년 동안 담당하다가 뺏기니까, 저는 그걸 단순한 금단현상이라 보지 않고, 삶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하는 거였기 때문에 그래서 벌어졌던 거고. 저쪽도 10년 동안 정권을 잡다 뺏기니까 자기들 삶 자체가 무너지는 거니까 가치체계, 삶의 방식,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는 거죠.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거죠. 이 문제 속에서 점점 국회가 망가져 간 거죠.”
김 의원은 키 168cm의 자그마한 체구다. 몸싸움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싸움이 일어나는 현장에는 항상 김 의원이 있었다.
“몸싸움이 나쁜 건 당연히 알죠. 그런데 어찌 됐건 저는 조직의 일원이잖아요. 저는 전투가 벌어지기 전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우회할 다른 방법이 없을까 회의합니다. 그러나 OK 호각이 불리고 포격이 시작됐으면 당연히 나가야죠.
―하지 말자고 외칠 수는 없나요.
“전쟁이 시작되면 안되죠. 저도 열심히 했죠.
예를 들어 가장 대표적인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저는 비겁하다고 생각했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죠.
그런데 국민이 오열하고 애도하는 걸 봤을 때 저는 그것이 노 전 대통령 죽음 때문에 이렇게까지 사회가 들끓는다고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 밑바닥에 흐르고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너무 상황을 일방적으로 밀고 있다, 속도 조절을 해라,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서 부정하는 게 아니라 국정운영 기조, 방식 이런 건 재검토를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때 정면으로 제가 깃발을 들었었죠. 7인 성명을 하고 그랬다가 저는 청와대에 완전히 찍혔죠.
“은행장도 금감원 과장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데 이놈의 직업은…”
그렇지만 6월에 있던 미디어 법 같은 경우 전쟁이 터졌는데 어떡해요. 보좌관들이 다쳐 들어오고 외부에서 괴한들이 쳐들어와서 국회를 때려 부수는데 어떻게 안 합니까.
저는 앞으로 전쟁 나도 계속합니다. 대신 전쟁 나기 전에는 끊임없이 회의하고 모색하고 방안을 찾겠지만, 한나라당이 없어지지 않는 한 어떻게 하겠어요.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평소에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하라고 말합니다. 안상수 대표, 이명박 대통령, 이상득 부의장에 대해서 얘기를 해라. 그런데 또 그런 사람들은 잘 안 하죠.”
김 의원에게 국회의원이 어느 정도 힘을 가졌는지 물었다.
“이 직업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면 금융감독원이라는 곳이 있지 않습니까. 제게는 이 사람들이 얼마나 힘이 센지 실감이 없어요. 그런데 금융감독원 과장 하나가 은행장들의 목줄을 쥐고 왔다 갔다 합니다. 진짜 어마어마한 파워예요.
우리가 밖에 있을 때는 은행장이라는 게 상상이 가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금융감독원의 과장한테도 사시나무 떨듯이 떤다고요. 그 사람들이 감독, 규정 하나, 지침 하나 때문에 그야말로 목숨이 왔다 갔다 하죠.
그런데 우리는 과장은 쳐다도 안 보죠. 과장은 노상 와서 우리 상임위 할 때 들어오지도 못하고 밖에 서 있고, 우리는 국장하고 논의하죠. 우리가 방향을 하나 트는 것에 따라서 금융감독원의 방향도 바뀔 거 아니에요. 그 힘은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문제는 힘은 어마어마한데, 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이렇게 얘기해도 금융감독원에서 안 하면 꽝이에요. 앞에서는 한다 한다 하죠. 그런데 이걸 집요하게 추진하려고 하면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잘 안되는 거죠.
그러니까 대부분 국회의원이 처음에 하다가 그냥 말죠. 국회의원이 끝장을 보는 일이 매우 적어요. 안되는 일도 없지만 되는 일도 없는 게 이놈의 직업이라는 거죠.
그래서 국회의원이 이런 걸 하려면 혼자 해서는 안되고 패거리를 짜야 합니다. 국회의원 선배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국회의원 세 명만 똑같은 소리를 내면 무서울 게 없다 이거거든요.”
그는 원내대표이던 홍준표 의원에게 물러나라고 했고, 대통령에게도 국민한테 무릎 꿇으라는 목소리를 냈었다. 완전히 찍혔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럴 용기는 어디서 나던가요.
“엄두 안 나죠. 우리 동네 사무실 밑에 신월동 못사는 동네, 충청도 사람이 하는 24시간 해장국집이 있는데요. 이 아주머니는 나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저도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니, 어머니 불러요. 이 양반은 같은 고향 사람이 이렇게 어린 사람도 국회의원 할 수도 있고 어머니라 부르니까 얼마나 좋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팥으로 메주 쑨다고 해도 믿죠.
그런데 이 양반이 노무현 장례식 때 온종일 울고, 24시간 365일 하는 집인데 노무현 장례식날 문을 닫았어요. 왜 그러느냐 하니 자기는 노무현을 되게 미워했대요. 게다가 노상 싸움질만 하고 되게 싫었다는 거예요. 노무현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갑자기 ‘그래도 태생은 우리 태생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우리처럼 서민이고 가난하고 못사는 태생이죠.
그런데 ‘이명박은 아무튼 재벌 아니냐. 노무현은 실패했어도 노상 서민 위한다고 서울대 위한 놈들, 머리 좋은 놈들과 만날 싸우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명박은 뽑을 때 별별 소리 다 했어도 아무튼 먹고살게 해 주겠다 해서 뽑았는데 이게 어떻게 되는 거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럽더라는 거예요. 이건 대통령에게 누군가 얘기를 해야 한다, 큰일 났다 생각했죠.”
―후폭풍이 겁나지 않았습니까.
“겁이 나고 덜덜 떨리죠. 옆에서는 죽으려고 환장했느냐 그랬는데, 저는 그거 안 하고서는 우리가 살 수 있느냐. 이판사판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한 가지다 한 거죠. 후회 없어요. 지금에야 전 찬밥이죠.”
“지더라도 49%면 충분히 의미 있는 패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훈련이 안되어 있는 거죠. 4대 강도 그렇고, 미디어법도 그렇고, 세종시 문제도 그렇죠. 여기에 대한 룰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부터 우리 국회가 해야 합니다.”
■ 김희철 ■
“장관 부를 힘 있어도 예산권 하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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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의원. |
“국회 폭력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까 너무 한나라당에 힘이 쏠려 있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안 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래도 ‘민주주의의 최대의 적은 폭력이다. 그래서 폭력을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에 폭력 쓰지 말자고 주장하고 단상 점거하지 말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래도 지도부에서 받아주지 않죠. 당론이라고 하니까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소신과 다르더라도 당론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까.
“그렇죠. 그래서 의회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고, 의정활동에서 당론에 배치되는 행위를 했다고 해서 징계를 하고 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 상당히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미애 의원 징계문제도 그렇습니다. 의원총회에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추미애 의원의 안은 기본노동권에 배치된다고 봅니다. 추 의원이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하기 때문에 나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독재정권 시대처럼 법안이 올라오는데,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대안을 만들어야겠다고 해서 통과를 시켰다’고 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습니다. 그러니까 소신이 당론에 위배된다고 해서 그게 징계위까지 가야 합니까. 다른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다음번 공천을 어렵게 한다든가, 당내 선거에서 당론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지지할 수 없다든가. 이런 다른 방법을 연구해야죠.”
―지난 17대 국회는 여야 숫자가 거의 비슷했는데도 몸싸움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2007년 12월 이명박 후보 특검 때도 그랬는데요.
“그 문제는 쟁점이 되니까 그랬던 겁니다. 한쪽은 무리하게 통과를 시키려고 하고 또 다른 한쪽은 이것을 꼭 저지해야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랬죠. 그래도 지금같이 몸싸움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수결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 법칙 아닌가요.
“국민이 만들어 준 다수결이 중요하죠. 그런데 국민들이 사람을 보고 투표해야 하는데 당을 보고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항상 한나라당이라는, 오랜 기간 집권하면서 힘을 가진 기득권 세력들이 그것이죠. 다수결은 인정하지만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한나라당이 소수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직권상정을 하는 것은 야당을 무시하는 소치에서 일어난 것 아닙니까?”
―민주당도 ‘온건파·협상파의 입지가 좁다’는 것처럼 비치고 있습니다.
“그것 역시 당론이라는 무기를 내걸어 국회의원들에게 줄 서기를 강요하기 때문 아닐까요. 헌법기관이 자기 소신을 얘기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을 볼 면목이 없죠. 지역 주민들에게는 ‘정직하게 일하겠다. 소신껏 발언하겠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당정치의 폐해인데요.“
김 의원은 구청장과 초선 국회의원 가운데 초선 국회의원이 더 바쁘지만 구청장의 권한이 더 많다고 했다.
“구청장은 휘하에 직원이 2000명 가까이 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할 일을 밑에 직원들이 만들어 줘요. 솔직히 말해서 정신적인 고통은 없죠. 여기 오면 보좌관 2명, 비서관 1명, 여비서 1명, 5명뿐입니다. 여기에 한계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내 머리를 짜내야 하고, 고뇌를 해야죠. 아까 말했듯이 행정은 관리만 잘하면 됩니다. 계획하고 검토하고 실천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느낀 바로는 국회의원은 힘이 별로 없더라고요. 국정감사 때는 장관도 부르고, 총리도 부르고 하기는 하지만, 구청장은 인허가권, 인사권, 예산권을 가지고 있죠.”
―국민에게 민주당이 ‘반대만 하는 야당’으로 비친 데 동의하십니까.
“동의할 수 없습니다. 밖에 있었으면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안에 들어와 보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민주당 87명이 노력을 많이 합니다. 놀러 가거나 그런 사람 한 사람도 없어요. 소수의견이 반영 안될 때, 대화가 안되니까 몸싸움을 하는 것입니다. 정말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한나라당 힘이 너무 세다”
―18대 국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으라면요.
“숫자죠. 한나라당 힘이 너무 셉니다. 야당이 100명도 안되잖아요.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서 다수결원칙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수가 이렇게 적다 보니까 법안이나 예산 등이 그냥 아무렇게나 통과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어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이죠.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할 것 없이 균형이 맞게 보내 줘야 하고 특히 국회의원은 국민이 조정을 해 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이 안되죠. 독선과 오만이 나오기 때문에, 필경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는데, 참담한 느낌이 듭니다.”
민주당이 반성해야 할 점을 묻자 김 의원은 “정책적으로 더 노력을 하고, 미래에 대해 대안을 만들고, 10~20년 뒤에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일본 민주당이 60년 만에 자민당을 이긴 것은 엄청난 노력의 대가입니다. 생활정치, 민주당이 그 길을 닦아야 합니다. 우리 민주당은 노력은 하는데, 야당이기 때문에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