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慶敏
⊙ 1954년 부산 출생.
⊙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북방학회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 저서: <일본이 일어선다>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 <어디까지 가나, 일본 자위대> 등.
⊙ 1954년 부산 출생.
⊙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미주리대 정치학 박사.
⊙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북방학회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 저서: <일본이 일어선다> <일본인도 모르는 일본> <어디까지 가나, 일본 자위대> 등.
- 2007년 12월 17일 하와이 인근 해상에서 미일 합동훈련에 참여한 일본 이지스함 콩고가 스탠더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2009년 4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일본은 일본 최초의 이지스함 ‘콩고’를 일본 열도 서북쪽 아키타縣(현) 앞바다에서 한반도에 가장 가까이 포진시켰다. 바로 뒤에는 또 다른 이지스함인 ‘지요카이’가 비상 대기 중이었다. ‘콩고’가 1번함이어서 고참 서열을 인정한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11시30분경 북한과 가까운 東海(동해)에서 콩고의 SPY1 레이더가 북한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탐지했고, 곧바로 함내의 전투지휘소는 도쿄 이치가야에 있는 방위성 중앙지휘소에 이 사실을 타전했다.
연이어 미군의 早期(조기) 경계위성이 탐지한 발사정보가 요코다에 있는 駐日(주일) 미군사령부를 경유하여 들어왔다. 레이더 탐지거리 1000㎞인 이지스함이 현장에 가까이 있다 보니 미국의 조기경계위성 정보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콜로라도의 北美(북미)우주방공사령부(NORAD) 駐日(주일) 미군사령부를 거쳐 들어오는 시간보다 이지스함의 정보수집 속도를 따라올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이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 이후 독자적인 미사일 정보수집체계를 갖추겠다고 선포한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1분 1초가 바쁜 데 아무리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지만 남의 나라가 주는 정보를 입만 벌린 채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다.
콩고에 이어 지요카이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했고, 3분 후 두 이지스함은 발사된 미사일의 飛上(비상) 방향과 각도를 분석하여 비행경로를 밝혀냈다. 비행경로를 즉각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미사일이 일본 영토와 영해 내에 낙하할 가능성이 있으면 즉각 요격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콩고는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할 것’이라고 판단, ‘현 시점에서 추정되는 비상체의 낙하지점은 일본 열도 동쪽 약 1270㎞’라고 타전했다. 그리고 ‘1단의 부스터(추진장치)는 일본 열도 서쪽 280㎞의 동해상에 낙하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중앙지휘소에 보고했다.
중앙지휘소는 미사일이 일본 영토에 낙하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요격중지’ 명령을 하달했다. 발사 후 7분이 경과하자 미사일은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상공 300~400㎞의 대기권 바깥을 통과하고 있었다.
방위성은 “射程(사정)거리가 6000 ~10000㎞라면 고도가 600㎞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고도가 낮은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北 미사일 발사·탐지·추적능력 ‘합격점’
북한 미사일의 계속된 추적은 일본 열도 동쪽 1000㎞의 태평양상에 배치되어 있는 이지스함 ‘기리시마’에 넘겨졌다. 북한 미사일이 3단식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에 기리시마는 2단 부분이 분리되는 순간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리되어야 할 북한 미사일이 분리되지 않은 채 기리시마의 머리 위를 날아갔다. 11시48분경 미사일은 기리시마의 레이더가 탐지할 수 있는 1000㎞의 한계를 넘어 수평선 멀리 사라졌다.
일본 자위대는 북한이 발사한 로켓이 인공위성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공위성이라면 초속 7.9㎞ 이상의 속도가 나와야 하는데 북한 로켓은 이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위대는 1998년 8월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은 일본 열도 동쪽 태평양상 1600㎞ 지점에 낙하했지만, 이번에 발사한 로켓은 3000㎞를 넘어갔기 때문에 군사요충지인 미국령 괌이 확실한 사정권 안에 들어가게 됐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는 사정거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자위대는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의 탐지와 추적능력에 대해 스스로 ‘합격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발사 지점이 이미 알려진 상태라 일본의 추적능력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했다든가 2006년처럼 미사일을 연쇄 발사할 경우에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면 실제로 미사일 요격은 어떤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는가?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는 미사일 발사 징후는 있지만 이것이 일본으로 날아올지는 확증적이지 않을 때다. 이런 경우 사태가 급박해 總理(총리)의 승인을 얻기 어려울 때를 상정하여 방위상이 총리의 승인 없이 자위대에 미사일 파괴조치 명령을 하달한다. 이 경우는 비공표로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두 번째는 미사일이 일본에 날아올 가능성이 있을 경우인데, 이때는 방위상이 총리의 승인을 얻어 자위대에 파괴조치 명령을 하달한다. 두 경우 모두 시간이 촉박하여 방위상의 허락을 얻지 못할 상황이면 자위대가 먼저 요격하고 총리는 즉각 국회에 보고하는 형태로 준비되어 있다.
대포동 발사로 PAC-3, SM-3 도입계획 1년 앞당겨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 이후 일본은 미국과 탄도미사일 방위시스템의 공동연구개발계획을 결정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개발 의혹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이 실용화를 노리고 있던 요격용 미사일 패트리어트 3(PAC-3)와 스탠더드 3(SM-3)의 도입도 결정했다.
2005년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자 일본은 PAC-3와 SM-3의 도입계획을 1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2006년 7월 북한이 복수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자, 일본의 요격용 미사일 도입계획은 더욱 빨라졌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PAC-3 도입은 일본 국방정책 순위 1번에 올랐다.
항공자위대는 PAC-3를 수도방위용으로 제1高射軍(고사군)에 속하는 뉴마(入間) 기지의 부대(제4고사대)부터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후 PAC-3는 도쿄 주변의 나라시노(習志野: 제1고사대), 요코스카(橫須賀)시 다케야마(武山: 제2고사대), 가스미가우라(霞ヶ浦: 제3고사대)에 배치됐다.
PAC-3의 유효 사거리는 약 30km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치됐기 때문에 적의 미사일이 일본 열도의 다른 지역으로 사전 경고 없이 날아올 경우 대처할 수가 없어 추가 배치가 논의될 예정이다.
일본은 PAC-3 도입과정에서 라이선스 생산을 고집하여 1발당 약 40억원이라는 高價(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는 은밀히 미사일 실력을 연마하는 일본의 전략이다. 21세기는 미사일의 시대이고, 미사일은 공격뿐만 아니라 방어적 측면에서도 정확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일본의 미사일 연구는 집요하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진 2007년부터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 미사일의 사정고도는 120㎞. 대기권 바깥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게 되어 있는 SM-3 미사일은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으로부터 발사된다. 즉 날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이쪽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여 격추시키는 것이다.
이지스 시스템은 미 해군의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27척)과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62척)에 탑재되어 있다. 미국 이외에서는 일본이 1993년에 완성한 ‘콩고’형 호위함(4척)과, 2007년부터 취역을 시작한 ‘아타고’형(콩고형의 확대설계형)에 탑재되어 있다. 그후 스페인, 노르웨이, 한국, 호주가 채용을 결정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십여 개 국가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SM-3 미사일로 요격
이지스함의 함대공 미사일에는 스탠더드 미사일이 사용되지만, 이 스탠더드도 SM-1, SM-2로 진화되어 왔다. ‘SM-2 블록 Ⅳ’라고 불리는 형은 中(중)·短(단) 거리 탄도미사일의 요격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개발과 배치에 따른 경비 문제로 실전배치는 보류됐고, 현재 SM-3형이 일본의 海上(해상)배치형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SM-3형은 SM-2의 로켓모터를 강화하여 보다 빠른 속도로 높은 고도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고속의 탄도미사일, 사정거리가 긴 탄도미사일로부터 방위가 가능하다.
하지만 SM-3의 요격고도는 120㎞ 정도로 요격 가능한 탄도미사일은 중·단거리형까지다. 다만 유효사정반경(수백㎞) 내에 탄도미사일의 발사기지가 있고, 발사된 미사일이 가속 상승단계(Boost phase)일 때 요격할 수 있다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은 長射程(장사정) 미사일에 대해서도 유효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 이지스함에서의 적 미사일 요격률은 2009년 현재 33%로, 3번 실험에서 한 번 성공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성공도 미리 세팅해 놓은 수순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 조금만 난이도를 높이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미사일 요격이라는 기술 분야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도 발전단계에 있는 상태라 시간이 지나면서 요격 성공률은 더욱 향상되리라고 본다.
美·日 공동으로 요격 미사일 개발
미국과 일본은 SM-3를 바탕으로 요격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SM-3가 美·日(미·일)의 공동연구개발의 대상이 된 이유는 1980년대의 미 전략방위구상(SDI) 공동연구계획 당시 섬나라인 일본이 탄도미사일의 공격을 받을 경우 제1 요격단계(광역방위시스템)로 해상 배치형 요격 시스템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일 공동연구에서 주로 이루어진 것은 SM-3 요격미사일의 제2단 로켓모터를 강화하고, 탄두의 목표 포착능력을 높이기 위해 신형 적외선 센서를 탑재하는 것이었다. 또 이 센서를 우주공간까지 보호하는 노즈 콘(Nose cone: 원추형 두부)도 신형화하고, 목표에 정확하게 명중하기 위한 궤도수정(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었다.
노즈 콘과 제2단 로켓모터 개발은 일본이 담당하며, 적외선 탐지 기능과 궤도 수정 능력을 높인 탄두부는 미·일 공동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이 연구를 통해 2005년에 미사일의 연구시험제작 단계를 마쳤고, 2006년부터 개발시험제작 단계로 들어갔다. 이 신형 요격미사일의 개발시험 제작은 2014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미국은 미·일 공동개발계획과는 별도로 KEI(Kinetic Energy Interceptor: 운동 에너지형 요격미사일)라고 하는 신형 요격미사일 개발도 진행 중이다. KEI는 부스트 단계, 중간비행 단계, 마지막 단계 어느 순간에라도 사용할 수 있으며, 육상 및 해상에도 배치될 수 있다.
만약 KEI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성능을 발휘하게 된다면 미래 미국 BMD(탄도미사일 방어)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평가해 보자.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대포동 2호 개량형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이를 아무리 인공위성 발사체라고 억지를 부려도 미사일과 작동 원리는 동일하다. 미사일이라면 대기권 바깥에서 대기권 내로 再(재)돌입해야 하기 때문에 섭씨 약 2000도의 열과 마하8의 속도를 견디는 탄두 제조기술이 요구된다.
로켓을 개발하여 언제든지 발사해도 성공이 보장되는 기술적 신뢰를 쌓으려면 적어도 10번의 실험에서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발사는 그들의 지속적인 과제일 것이다.
핵무기 개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의 무게를 정확하게 계산해 내기 어렵지만, 핵실험을 통해 기술이 진보된다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줄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협상카드도 달라질 것이고, 한국은 핵 위협에 놓이게 되어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도입한 스커드B형 미사일은 탄두 무게가 1000㎏, 사정거리가 300㎞였다. 북한은 사정거리를 늘리기 위해 탄두 무게를 500㎏으로 줄이고 사정거리는 500㎞로 늘렸다. 탄두 무게와 사정거리는 함수관계가 있어 탄두의 무게를 줄이면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핵무기의 무게를 대폭적으로 줄이지 못할 경우 미사일 능력을 배가시키면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는 이론이 성립하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능력 증강 노력을 우려하는 것이다.
한국은 너무 둔감, 일본은 너무 민감
이번 북한 로켓 발사에서 세계는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너무 둔감하고, 일본은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등 극명하게 대비되는 현실을 주목했다. 두 나라 모두 ‘지나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안보 민감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서 기인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게 패하기 전까지 일본은 외부의 침략을 받아본 적이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 외부의 무력 위협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일본인은 완벽에 가까우리만큼 작은 위험과 실수에도 철두철미하게 대비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북한이 1998년 8월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자 일본은 첩보위성 4기와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을 선언하고 나섰다.
2009년 현재 이 두 가지 목표는 충족됐다. 지상의 가로 세로 1m급 이상의 물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광학위성 2기와 레이더 위성 2기를 포함하여 첩보위성 4기가 가동 중이지만 일본은 머지않아 30㎝급의 지상물체를 파악하기 위한 개량형 첩보위성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첩보위성 체제 구축은 북한이 일본을 군사적으로 자극하면 일본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방증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왜냐하면 일본은 우주를 평화적으로만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실상 군사적인 이용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8년 우주기본법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우주를 군사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국가목표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일본의 핵무장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非核(비핵) 3원칙’을 선포하며 핵무기 도입과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나라다. 그 덕분에 사토 에이사쿠(左藤榮作) 전 총리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언제든 핵무장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안보상황이 변하면 우주개발처럼 핵 활동도 군사적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북한’이라는 역사책을 읽게 될 것이다.
비참한 현실
한국은 미국과의 미사일 협정에 따라 사정거리 300㎞ 이상의 미사일은 개발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탄을 개발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현실은 비감할 지경이다.
우리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은 고체연료 로켓으로 1.5t의 인공위성을 300㎞의 궤도에 올릴 수 있다. 이런 위성 발사능력을 미사일로 환산하면 일본은 지구 어느 곳으로든 미사일을 날려 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규제에 의해 평화적 목적의 고체연료 개발도 제한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사일 개발이 목표가 아니라,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하여 우주를 평화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미국과 외교적 협상을 해야 한다.
미사일이나 로켓이나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굳이 우리 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해야 한다는 ‘자극적인’ 말을 꺼낼 필요는 없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우리가 배운 것은 우주를 자원탐사나 인공위성 발사 등 평화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면 안보상으로 중요한 미사일 실력도 저절로 겸비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국가안보를 위해 우주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11시30분경 북한과 가까운 東海(동해)에서 콩고의 SPY1 레이더가 북한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탐지했고, 곧바로 함내의 전투지휘소는 도쿄 이치가야에 있는 방위성 중앙지휘소에 이 사실을 타전했다.
연이어 미군의 早期(조기) 경계위성이 탐지한 발사정보가 요코다에 있는 駐日(주일) 미군사령부를 경유하여 들어왔다. 레이더 탐지거리 1000㎞인 이지스함이 현장에 가까이 있다 보니 미국의 조기경계위성 정보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콜로라도의 北美(북미)우주방공사령부(NORAD) 駐日(주일) 미군사령부를 거쳐 들어오는 시간보다 이지스함의 정보수집 속도를 따라올 수 없었던 것이다.
일본이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 이후 독자적인 미사일 정보수집체계를 갖추겠다고 선포한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1분 1초가 바쁜 데 아무리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지만 남의 나라가 주는 정보를 입만 벌린 채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다.
콩고에 이어 지요카이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했고, 3분 후 두 이지스함은 발사된 미사일의 飛上(비상) 방향과 각도를 분석하여 비행경로를 밝혀냈다. 비행경로를 즉각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미사일이 일본 영토와 영해 내에 낙하할 가능성이 있으면 즉각 요격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콩고는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할 것’이라고 판단, ‘현 시점에서 추정되는 비상체의 낙하지점은 일본 열도 동쪽 약 1270㎞’라고 타전했다. 그리고 ‘1단의 부스터(추진장치)는 일본 열도 서쪽 280㎞의 동해상에 낙하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중앙지휘소에 보고했다.
중앙지휘소는 미사일이 일본 영토에 낙하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요격중지’ 명령을 하달했다. 발사 후 7분이 경과하자 미사일은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상공 300~400㎞의 대기권 바깥을 통과하고 있었다.
방위성은 “射程(사정)거리가 6000 ~10000㎞라면 고도가 600㎞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고도가 낮은 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北 미사일 발사·탐지·추적능력 ‘합격점’
북한 미사일의 계속된 추적은 일본 열도 동쪽 1000㎞의 태평양상에 배치되어 있는 이지스함 ‘기리시마’에 넘겨졌다. 북한 미사일이 3단식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에 기리시마는 2단 부분이 분리되는 순간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리되어야 할 북한 미사일이 분리되지 않은 채 기리시마의 머리 위를 날아갔다. 11시48분경 미사일은 기리시마의 레이더가 탐지할 수 있는 1000㎞의 한계를 넘어 수평선 멀리 사라졌다.
일본 자위대는 북한이 발사한 로켓이 인공위성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공위성이라면 초속 7.9㎞ 이상의 속도가 나와야 하는데 북한 로켓은 이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위대는 1998년 8월 발사한 대포동 미사일은 일본 열도 동쪽 태평양상 1600㎞ 지점에 낙하했지만, 이번에 발사한 로켓은 3000㎞를 넘어갔기 때문에 군사요충지인 미국령 괌이 확실한 사정권 안에 들어가게 됐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는 사정거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자위대는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의 탐지와 추적능력에 대해 스스로 ‘합격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발사 지점이 이미 알려진 상태라 일본의 추적능력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이동식 발사대를 사용했다든가 2006년처럼 미사일을 연쇄 발사할 경우에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면 실제로 미사일 요격은 어떤 절차를 거쳐 이루어지는가?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는 미사일 발사 징후는 있지만 이것이 일본으로 날아올지는 확증적이지 않을 때다. 이런 경우 사태가 급박해 總理(총리)의 승인을 얻기 어려울 때를 상정하여 방위상이 총리의 승인 없이 자위대에 미사일 파괴조치 명령을 하달한다. 이 경우는 비공표로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두 번째는 미사일이 일본에 날아올 가능성이 있을 경우인데, 이때는 방위상이 총리의 승인을 얻어 자위대에 파괴조치 명령을 하달한다. 두 경우 모두 시간이 촉박하여 방위상의 허락을 얻지 못할 상황이면 자위대가 먼저 요격하고 총리는 즉각 국회에 보고하는 형태로 준비되어 있다.
대포동 발사로 PAC-3, SM-3 도입계획 1년 앞당겨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 이후 일본은 미국과 탄도미사일 방위시스템의 공동연구개발계획을 결정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개발 의혹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이 실용화를 노리고 있던 요격용 미사일 패트리어트 3(PAC-3)와 스탠더드 3(SM-3)의 도입도 결정했다.
2005년 북한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자 일본은 PAC-3와 SM-3의 도입계획을 1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 2006년 7월 북한이 복수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자, 일본의 요격용 미사일 도입계획은 더욱 빨라졌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PAC-3 도입은 일본 국방정책 순위 1번에 올랐다.
항공자위대는 PAC-3를 수도방위용으로 제1高射軍(고사군)에 속하는 뉴마(入間) 기지의 부대(제4고사대)부터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후 PAC-3는 도쿄 주변의 나라시노(習志野: 제1고사대), 요코스카(橫須賀)시 다케야마(武山: 제2고사대), 가스미가우라(霞ヶ浦: 제3고사대)에 배치됐다.
PAC-3의 유효 사거리는 약 30km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치됐기 때문에 적의 미사일이 일본 열도의 다른 지역으로 사전 경고 없이 날아올 경우 대처할 수가 없어 추가 배치가 논의될 예정이다.
일본은 PAC-3 도입과정에서 라이선스 생산을 고집하여 1발당 약 40억원이라는 高價(고가)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는 은밀히 미사일 실력을 연마하는 일본의 전략이다. 21세기는 미사일의 시대이고, 미사일은 공격뿐만 아니라 방어적 측면에서도 정확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일본의 미사일 연구는 집요하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는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진 2007년부터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 미사일의 사정고도는 120㎞. 대기권 바깥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게 되어 있는 SM-3 미사일은 이지스 시스템 탑재함으로부터 발사된다. 즉 날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이쪽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여 격추시키는 것이다.
이지스 시스템은 미 해군의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27척)과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62척)에 탑재되어 있다. 미국 이외에서는 일본이 1993년에 완성한 ‘콩고’형 호위함(4척)과, 2007년부터 취역을 시작한 ‘아타고’형(콩고형의 확대설계형)에 탑재되어 있다. 그후 스페인, 노르웨이, 한국, 호주가 채용을 결정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십여 개 국가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SM-3 미사일로 요격
이지스함의 함대공 미사일에는 스탠더드 미사일이 사용되지만, 이 스탠더드도 SM-1, SM-2로 진화되어 왔다. ‘SM-2 블록 Ⅳ’라고 불리는 형은 中(중)·短(단) 거리 탄도미사일의 요격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개발과 배치에 따른 경비 문제로 실전배치는 보류됐고, 현재 SM-3형이 일본의 海上(해상)배치형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SM-3형은 SM-2의 로켓모터를 강화하여 보다 빠른 속도로 높은 고도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고속의 탄도미사일, 사정거리가 긴 탄도미사일로부터 방위가 가능하다.
하지만 SM-3의 요격고도는 120㎞ 정도로 요격 가능한 탄도미사일은 중·단거리형까지다. 다만 유효사정반경(수백㎞) 내에 탄도미사일의 발사기지가 있고, 발사된 미사일이 가속 상승단계(Boost phase)일 때 요격할 수 있다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같은 長射程(장사정) 미사일에 대해서도 유효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 이지스함에서의 적 미사일 요격률은 2009년 현재 33%로, 3번 실험에서 한 번 성공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성공도 미리 세팅해 놓은 수순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 조금만 난이도를 높이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미사일 요격이라는 기술 분야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도 발전단계에 있는 상태라 시간이 지나면서 요격 성공률은 더욱 향상되리라고 본다.
美·日 공동으로 요격 미사일 개발
미국과 일본은 SM-3를 바탕으로 요격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SM-3가 美·日(미·일)의 공동연구개발의 대상이 된 이유는 1980년대의 미 전략방위구상(SDI) 공동연구계획 당시 섬나라인 일본이 탄도미사일의 공격을 받을 경우 제1 요격단계(광역방위시스템)로 해상 배치형 요격 시스템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일 공동연구에서 주로 이루어진 것은 SM-3 요격미사일의 제2단 로켓모터를 강화하고, 탄두의 목표 포착능력을 높이기 위해 신형 적외선 센서를 탑재하는 것이었다. 또 이 센서를 우주공간까지 보호하는 노즈 콘(Nose cone: 원추형 두부)도 신형화하고, 목표에 정확하게 명중하기 위한 궤도수정(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었다.
노즈 콘과 제2단 로켓모터 개발은 일본이 담당하며, 적외선 탐지 기능과 궤도 수정 능력을 높인 탄두부는 미·일 공동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이 연구를 통해 2005년에 미사일의 연구시험제작 단계를 마쳤고, 2006년부터 개발시험제작 단계로 들어갔다. 이 신형 요격미사일의 개발시험 제작은 2014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미국은 미·일 공동개발계획과는 별도로 KEI(Kinetic Energy Interceptor: 운동 에너지형 요격미사일)라고 하는 신형 요격미사일 개발도 진행 중이다. KEI는 부스트 단계, 중간비행 단계, 마지막 단계 어느 순간에라도 사용할 수 있으며, 육상 및 해상에도 배치될 수 있다.
만약 KEI의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성능을 발휘하게 된다면 미래 미국 BMD(탄도미사일 방어)의 주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점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평가해 보자.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대포동 2호 개량형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이를 아무리 인공위성 발사체라고 억지를 부려도 미사일과 작동 원리는 동일하다. 미사일이라면 대기권 바깥에서 대기권 내로 再(재)돌입해야 하기 때문에 섭씨 약 2000도의 열과 마하8의 속도를 견디는 탄두 제조기술이 요구된다.
로켓을 개발하여 언제든지 발사해도 성공이 보장되는 기술적 신뢰를 쌓으려면 적어도 10번의 실험에서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발사는 그들의 지속적인 과제일 것이다.
핵무기 개발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의 무게를 정확하게 계산해 내기 어렵지만, 핵실험을 통해 기술이 진보된다면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줄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협상카드도 달라질 것이고, 한국은 핵 위협에 놓이게 되어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도입한 스커드B형 미사일은 탄두 무게가 1000㎏, 사정거리가 300㎞였다. 북한은 사정거리를 늘리기 위해 탄두 무게를 500㎏으로 줄이고 사정거리는 500㎞로 늘렸다. 탄두 무게와 사정거리는 함수관계가 있어 탄두의 무게를 줄이면 더 멀리 보낼 수 있다. 핵무기의 무게를 대폭적으로 줄이지 못할 경우 미사일 능력을 배가시키면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는 이론이 성립하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능력 증강 노력을 우려하는 것이다.
한국은 너무 둔감, 일본은 너무 민감
이번 북한 로켓 발사에서 세계는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너무 둔감하고, 일본은 너무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등 극명하게 대비되는 현실을 주목했다. 두 나라 모두 ‘지나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안보 민감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서 기인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게 패하기 전까지 일본은 외부의 침략을 받아본 적이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 외부의 무력 위협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일본인은 완벽에 가까우리만큼 작은 위험과 실수에도 철두철미하게 대비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북한이 1998년 8월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자 일본은 첩보위성 4기와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을 선언하고 나섰다.
2009년 현재 이 두 가지 목표는 충족됐다. 지상의 가로 세로 1m급 이상의 물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광학위성 2기와 레이더 위성 2기를 포함하여 첩보위성 4기가 가동 중이지만 일본은 머지않아 30㎝급의 지상물체를 파악하기 위한 개량형 첩보위성을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첩보위성 체제 구축은 북한이 일본을 군사적으로 자극하면 일본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방증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왜냐하면 일본은 우주를 평화적으로만 개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사실상 군사적인 이용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8년 우주기본법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우주를 군사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국가목표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일본의 핵무장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非核(비핵) 3원칙’을 선포하며 핵무기 도입과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나라다. 그 덕분에 사토 에이사쿠(左藤榮作) 전 총리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언제든 핵무장 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안보상황이 변하면 우주개발처럼 핵 활동도 군사적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북한’이라는 역사책을 읽게 될 것이다.
비참한 현실
한국은 미국과의 미사일 협정에 따라 사정거리 300㎞ 이상의 미사일은 개발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탄을 개발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현실은 비감할 지경이다.
우리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본은 고체연료 로켓으로 1.5t의 인공위성을 300㎞의 궤도에 올릴 수 있다. 이런 위성 발사능력을 미사일로 환산하면 일본은 지구 어느 곳으로든 미사일을 날려 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규제에 의해 평화적 목적의 고체연료 개발도 제한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사일 개발이 목표가 아니라,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하여 우주를 평화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미국과 외교적 협상을 해야 한다.
미사일이나 로켓이나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굳이 우리 미사일의 사거리를 연장해야 한다는 ‘자극적인’ 말을 꺼낼 필요는 없다.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우리가 배운 것은 우주를 자원탐사나 인공위성 발사 등 평화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면 안보상으로 중요한 미사일 실력도 저절로 겸비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국가안보를 위해 우주개발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