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경선 직후 李在五 의원에게 “2인자는 몸을 숨기고 말을 아껴야 한다” 충고
⊙ 청와대 수석이나 정부 장관직에 학자 기용은 대단히 위험
⊙ 李明博-朴槿惠 화해 없이는 入閣 안 한다
⊙ 李明博 대통령은 너무 실무적인 것이 문제
⊙ 朴槿惠는 예지력 결단력 갖춘 훌륭한 지도자. 정치적 유연성이 좀 떨어지는 것이 흠
⊙ 1988년 총선 때 盧武鉉에게 3억원 지원
⊙ 청와대 수석이나 정부 장관직에 학자 기용은 대단히 위험
⊙ 李明博-朴槿惠 화해 없이는 入閣 안 한다
⊙ 李明博 대통령은 너무 실무적인 것이 문제
⊙ 朴槿惠는 예지력 결단력 갖춘 훌륭한 지도자. 정치적 유연성이 좀 떨어지는 것이 흠
⊙ 1988년 총선 때 盧武鉉에게 3억원 지원
- 국회 본회의장에서 朴槿惠 前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金武星 의원.
한나라당 공천 후유증으로 탄생한 정당 ‘친박연대’는 한국 정당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영남과 호남을 割據(할거)했던 金泳三(김영삼), 金大中(김대중)씨가 지난 1987년 22년 역사의 전통 야당을 깨고,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을 차례로 창당했지만 정당에 자기 이름을 붙이지는 못했다.
친박연대는 한나라당에 몸을 담고 있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에 대한 충성이 당 정체성의 골간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이 당 소속 국회의원은 8명으로, 전부 비례대표 의원이다. 지역구에 ‘친박연대’가 공천하여 당선된 6명의 의원은 2008년 7월 한나라당으로 일괄 복당했다. 徐淸源(서청원) 공동대표는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친박연대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저희 친박연대는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의 피해자, 朴槿惠(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당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주창해온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며, 원리와 원칙이 지켜지는 신의와 믿음의 정치를 구현해 나가겠습니다.>
홈페이지의 ‘당헌 당규’ 란을 클릭하니, ‘준비 중입니다’라는 글이 떴다. 정강정책도 마련하지 못한 이 정당은 2008년 4월 총선이 끝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 대전시당 개편대회(12월 8일)를 포함, 8개 시도당 창당 개편대회를 마무리했다. 한나라당의 총선 공천 후유증은 사그라진 게 아니라 도지고 있다.
“기존 정당 지도자의 명성에 기대어 한 정당이 유지된다는 것은 정말 기이한 현상이다. 더구나 특정인의 이름을 정당 이름으로 내 건 일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정당의 역사가 긴 서구에서조차 찾기 어렵다. ‘친박연대’가 독자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기존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일체감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張勳 중앙대 정외과 교수)
金武星(김무성·57·부산 남구) 의원은 친박연대를 포함한 ‘친박세력의 座長(좌장)’이다. 언론이 그렇게 부른다. 그는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천막당사에서 박근혜 대표를 보좌했고,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경선대책본부의 조직총괄본부장으로 전투를 지휘했다. 한나라당이 김 의원을 18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자, 곧바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가 결성됐다.
‘친박세력 대반격’의 뇌관이었던 김 의원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내가 한마디하면 또 벌집 쑤셔놓은 모양이 될 텐데…”라며 극구 사양했다. 여러 경로와 인연을 통해, 상당한 압박을 가한 끝에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과 마주 앉을 수 있었다.
李在五 의원에게 “몸 낮춰라” 충고
4選(선)인 김 의원은 黨·政·靑(당·정·청)의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김영삼 정권에서 청와대 민정·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을 지냈다. 한나라당에서는 李會昌(이회창) 총재 비서실장, 사무총장을 했다. 김영삼 대통령 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행정실장으로 각료와 청와대 수석 인선의 실무 책임을 맡았다.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인사가 정권 출범 직후부터 비판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인재 풀이 좁다고 ‘고소영’, ‘강부자’ 소리를 들었고, 출범 6개월이 안 돼 청와대 수석들을 전면 물갈이했습니다. 김영삼 정부만 해도 출범과 동시에 ‘공직자 재산 공개’,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같은 정책을 하나씩 펴보였습니다. 김영삼 후보는 대선 선거운동을 하면서 직접 대선자금까지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상당히 쉬운 대선을 치렀는데, 인선이나 집권 후 구상이 왜 이렇게 미비했나”하는 지적들이 적지 않은데요.
“김영삼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을 하기 위한 준비를 오랫동안 해왔죠. 인생의 목표가 대통령이었고, 오랜 기간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얼 하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꽉 찬 분이었죠.”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인선과 ‘집권 후 프로그램’이 미비한 것과 관련해서 하나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李在五(이재오) 의원에게 해 준 충고를 털어놓았다.
“제가 이재오 의원에게 ‘이명박 후보와 당신이 권력의 속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이명박 후보고, 권력의 2인자는 당신이다’라고 했어요.”
―이재오 의원이 뭐라던가요.
“‘내가 무슨 권력의 2인자냐’고 해요. 그래서 ‘당신은 이제부터 여기서 나랑 밥을 먹든지, 집에 가서 잠을 자든지 살아 있는 권력의 2인자다’고 했어요. 그리고 ‘권력의 2인자는 몸을 숨기고 말을 아껴야 한다. 그런데 당신은 몸을 너무 드러내고 말을 함부로 한다. 그러면 당신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했어요.”
―권력의 2인자로서 어떻게 처신하라고 충고했습니까.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당선됐다면, 나는 ‘이제 박근혜 후보는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을 중용해서 써 주기 바란다’는 성명서 한 장 내고, 외국에 나가서 한 달 있다가 오려고 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집권 준비를 하려고 했다. 이명박 후보가 100% 당선되는 게 확실하니까 이제 당신은 집권 준비를 하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런데 이재오 의원이 자기 역할을 잘못 설정했어요. 그래서 얼마 안 가서 갔잖아요(총선에서 낙선했다는 뜻-편집자 주).”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인
―이명박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시는 분들이 “이 대통령이 생각을 많이 하지만 결단을 못 내린다. 인사 문제처럼 데드라인이 있는 사안은 막판에 허둥지둥 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청와대 수석을 전면 물갈이한 후 비서관들을 다 불러 모아놓고 “처음 수석을 인선할 때는 내가 일일이 신경을 못 썼다”고 얘기했다고 해요.
“청와대 수석이나 정부 장관직에 학자를 기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너무 과격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국가 고위직에 학자들을 절대 쓰면 안 됩니다. 장관의 필요조건은 전문성이 아닙니다. 전문성은 국장급에서 끝납니다. 국장들이 다 전문가입니다. 박사들보다 훨씬 실력이 있습니다. 장관은 머리 좋지만 닳고 닳은 공무원들을 끌고 가는 통솔력이 우선이죠.
둘째, 우리나라의 부처 이기주의가 극심합니다. 장관은 부처간 협조가 안될 때 거중조정할 능력, 즉 정치력이 있어야 합니다. 세번째는 언론을 다룰 줄 알아야 해요. 정치인들은 기자가 아무리 물어도 자기 필요한 말만 하잖아요. 학자들은 기자들이 한번 쿡 찌르면 열 개가 입에서 튀어나옵니다.”
―이명박 청와대의 첫 번째 수석들은 공교롭게도 전부 학자였죠.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있을 때 주위에 한 얘기가 있어요. ‘국회의원, 공무원 돈 갖다 주면 안 받는 놈 없더라’ 국회의원과 공무원을 불신하니까 절대 써서는 안될 학자들을 대거 기용한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하지 않겠다’ 했는데, 그 얘기 역시 정치에 대한 강한 부정을 드러낸 대목입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인입니다. ‘정치를 나이스하게 하겠다’고 해야지, 정치를 안 하겠다고 하면 곤란하죠. 그러니 정치가 풀리지 않는 겁니다. 제 경험에 비춰보면 대통령 비서실장은 더더욱 학자가 맡아서는 안 됩니다.”
―柳佑益(유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 鄭正佶(정정길) 현 비서실장 두 분 다 교수 출신이네요.
“예전에 정보기관장, 검찰총장이 정치에 관여할 때는 비서실장이 ‘빅 3’ ‘빅 5’의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자리입니다. 서재에 묻혀서 살아온 교수 출신이 이런 중책을 맡아서 끌고 갈 수 있겠습니까.”
정책은 있으되 국민신뢰 못 받아
김 의원은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비서들의 제일 중요한 임무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여는 일”이라고 했다.
“제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일할 때 함께 일한 서기관이 13명이었습니다. 어떤 현안이 생기면 金壽煥(김수환) 추기경부터 지게꾼, 포장마차 주인, 학생, 교사를 인터뷰해서 그걸 김영삼 대통령에게 올렸습니다”
―요즘도 민정수석 쪽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가감 없이 전하는 게 중요하죠. 우리는 상욕까지 담았습니다. 그때 사정당국의 사정활동이 강했습니다. 사회가 위축되고 장사가 안되니까, 시장의 좌판 아주머니가 ‘영샘이 돈 좀 받아 먹더라도, 경기 좀 살렸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 얘기를 그대로 써서 올렸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잘 봤다’고 전화를 했어요.”
―대통령도 사람인데 그런 소리는 듣기 싫겠죠.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많이 알고, 지나치게 실무적으로 지시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야단치고, 보고를 중간에 잘라버리면 땅바닥에 짝 엎드리는 게 공무원들의 생리입니다. 회의할 때 얘기를 다 듣고 나서 큰 방향을 잡아주는 게 대통령의 역할입니다. 시시콜콜 간섭하지 말아야 해요.”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뇌리에 남는 집권 후 프로그램을 내놓은 게 없습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탓을 하지만, 금융위기는 지난 9월 이후 본격화된 것 아닙니까.
“내놓은 ‘블루 프린트(청사진)’가 있기는 있죠. 내놓았는데 국민들이 믿지를 않는 거죠.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위기를 기정사실화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을 때 이명박 팀이 ‘747’ 공약을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7% 성장을 합니까. 그 공약을 만든 팀이 姜萬洙(강만수) 팀입니다. 외국 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달러를 빼가는 상황에서 ‘747’이라는 블루 프린트를 내놓으니 시장의 신뢰가 없죠. 朴炳元(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아직까지 4%를 얘기합니다. 경제위기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고통분담을 호소해야 할 시점에 엉뚱한 얘기를 했어요. 성장률 전망이 서야 세입 규모가 정해지고, 세입이 정해져야 세출이 정해집니다. 경제팀의 경제상황 인식이 제대로 정리가 안돼 있는 거죠.”
―이명박 대통령의 업무수행 지지율이 20% 중반에 고착되는 모습입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5~45%로 나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낮아서는 국정을 힘있게 끌고 가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중반까지 60~70%의 지지율을 유지했지 않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을 兩金(양김)과 직접 비교하는 건 가혹하죠. 양김은 국민들한테 오랫 동안 모든 사생활이 다 노출되고, 절대지지층이 있었습니다. 죽었다 깨나도 지지하는 사람들이 두텁고, 지역기반이 있었고.”
“박근혜와 화해하면 지지율 크게 오를 것”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율을 최소한 한나라당 지지율까지 끌어올리는 게 시급한 숙제입니다.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국민 정서로 한번 풀어 보죠. 지난번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한나라당 당원들이나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가 어려우니 실물경제 경험이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하는 게 좋다. 이명박 시장이 먼저 하고 박근혜 대표는 깨끗하게 승복하고 경험을 쌓아서 다음에 하라’ 그렇게 생각했어요.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를 포용해서 두 사람이 아름답게 동행하는 걸 보고 싶었습니다. 박근혜 대표는 깨끗하게 승복했는데, 이긴 쪽에서 박근혜의 장수였던 나를 공천에서 죽임으로써 협량함을 보였어요. 국민들이 ‘저건 아니다’고 보는 거예요. 그래서 박근혜 대표를 지지하는 20% 안팎의 단단한 지지층이 지지를 철회하니까,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푹 빠진 겁니다.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와 화해하고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지율이 금방 오를 겁니다.”
―한나라당 大選(대선) 경선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 보면, 1992년에는 李鍾贊(이종찬)씨가 경선 결과에 불복해서 탈당했고, 민정계 세력들을 규합해서 국민당의 鄭周永(정주영) 후보와 손을 잡았습니다. 1997년에는 李仁濟(이인제)씨가 경선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국민신당을 창당해서 독자 출마했습니다. 2002년에는 ‘제왕적 총재’였던 李會昌(이회창)씨가 한나라당 당원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후보가 됐습니다. 하지만 2007년에는 孫鶴圭(손학규)씨가 탈당해 적진으로 투항했습니다. 이런 유구한 경선불복의 역사를 감안하면, 박근혜 대표가 경선 결과에 승복한 것은 후한 점수를 줄 만한 정치적 사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박근혜 대표가 지난 11월 21일 부경대학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을 때 축사를 했습니다. 그 축사에서 ‘10년 전 한 유력정치인이 룰을 지키지 않으면서 우리 정치의 품격이 떨어졌는데, 박 대표가 지난 경선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승복은 우리 정치의 품격과 國格(국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했습니다. 이긴 쪽에서 이런 수준의 화답이 있어야 했는데, ‘아름다운 승복’이 ‘아름다운 동행’으로 연결되지 못했어요.”
맹형규 정무수석과 密談
―2008년 12월 8일 孟亨奎(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공식으로 만난 걸로 압니다. 맹 수석과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 박근혜 대표에 대한 감정을 안 풀었다고 보고 있다. 빨리 풀어야 한다. 감정을 풀고 같이 가야 한다’고 했죠. 제가 그랬어요. BBK 김경준 문제는 우리가 소설을 쓴 게 아니다. 김경준이 그런 말을 하고 다녔고, 이명박 후보 자신이 광운대 강연에서 한 얘기다. 그런 얘기를 토대로 우리가 문제 제기를 했다. 거기에 대해 아직 대통령이 감정을 못 푼 것은 문제다.”
―최근 청와대 쪽에서 ‘2009년 초 개각 때 박근혜 전 대표가 각료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맹형규 수석이 김 의원에게 그런 뜻을 전했을 것 같은데.
“맹형규 수석에게 ‘우리 자리 가지고 얘기하지 말자. 언제 우리가 자리 달라고 했느냐’고 했어요. 경선 끝나고 선대위를 구성할 때,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 구성할 때, 취임 후 조각과 개각 때, 단 한번도 우리는 자리를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자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감정의 앙금을 풀고 마음을 열어 박근혜와 같이 가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가 잘되면 입각 등의 모습으로 표현이 되겠죠. 화해 없이 우리 쪽 의원을 개인적으로 접촉해서 한 두 명 입각시키는 것은 ‘꽃꽂이 내각’입니다. 그래서는 힘이 없죠.”
―김무성 의원의 입각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내각에 들어오라면 들어갈 겁니까.
“입각 안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화해가 먼저죠. 두 분이 화해하고 나서 저보고 입각하라면 하죠. 화해라는 게 뭐 대단한 일입니까.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박근혜 대표 불러서 상의하고,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 朴熺太(박희태) 대표와 洪準杓(홍준표) 원내대표가 저 좀 보자고 해서 ‘의견 있으면 얘기해라’고 하는 게 배려고 화해 아닙니까.”
―당내 비주류에 대해 그런 배려가 부족했다는 건가요.
“부족한 게 아니라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는 ‘친박세력이 협조를 안 한다’, ‘친박세력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공개적으로 反旗(반기)를 든다’고 불만을 표시합니다.
“우리가 뭘 협조를 안 했나 반문하고 싶어요. 한국 정당사에 우리 같은 비주류가 있었습니까. 전례 없이 조용하게 협조하고 있습니다. 의원총회에서 당론이 정해지면 당론투표하고, 국회 상임위에서는 간사가 시키는 대로 하고…. 그럼 숨도 쉬지 말고 있으라는 얘기입니까. 비주류에게 ‘공동묘지의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부산 MBC에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마이크를 갖다 대기에 저는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부산의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이 김무성이 다음 총선 때 뽑아주지 말자는 칼럼을 실었어요. 4대강 하천정비에 대해서도 저는 찬성했습니다. 더 이상 어떻게 협조를 해요.”
‘박근혜에게 총리 제안’의 진실
―‘이명박 대통령이 조각할 때 박근혜 전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의했었다’는 얘기가 있고, 그 후 끊임없이 ‘박근혜 총리 기용설’, ‘박근혜 활용설’이 나왔는데요.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도 ‘박근혜 총리설’이 세게 돌았죠. 박근혜 총리설이 진행되는 경과는 이렇습니다. 1단계는 시중 여론입니다. 2단계는 신문 기사고, 3단계는 신문의 사설과 칼럼입니다. 4단계는 주류의 핵심 중진이 기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5단계는 ‘킬’입니다. 지금 똑같이 가고 있어요. 이번에는 4단계까지 갔습니다. 또 ‘킬’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그러면 지금까지 시중에 떠돌던 ‘박근혜 총리 기용’은 실체가 없는 얘기입니까.
“첫 조각 때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에게 총리직을 권유했으나 거절했다’고 다들 막연하게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에게 총리를 제안했다고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청와대쪽 중요 인사들은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에게 총리를 제안했다’고 딱 부러지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유우익 비서실장이 제게 ‘왜 협조를 안 하느냐. 대통령이 총리직을 제안했는데 (박 대표가) 거절하느냐’고 해요. 제가 박 대표에게 확인해보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에게 ‘입각해서 같이 일할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그 말이 어떻게 ‘총리직 제안’입니까, 장관으로 일하라는 거지.
그 얘기를 전했더니 유우익 실장은 ‘아니, 대통령께서 박근혜 대표에게 입각을 얘기하면 총리직을 얘기하는 거지, 장관 하라는 얘기냐’고 해요.”
―저도 청와대에 있는 분에게서 똑같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을 못하는 분이다. 왜 그 뜻을 박 대표 쪽에서 ‘캐치’를 못하느냐”고 하더군요.
“만일 이명박 대통령이 첫 조각할 때 박 대표에게 ‘나라가 어려운데 손을 잡고 일합시다. 좌파정권 10년 적폐를 해소합시다. 총리를 맡으면 4월 총선에 못나가는데 괜찮겠느냐. 당신 주변에 유능한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라’ 이러면, 박근혜 대표가 그걸 왜 ‘노’ 하겠습니까.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를 보십시오.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하기 전에 시카고로 불러서 의견 조율을 했습니다. 박 대표에게 국무총리를 맡길 생각이라면 이 대통령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협의를 했어야죠.”
―말하는 ‘뉘앙스’의 차이가 아니라, 제안에 진정성이 없었다, 그렇게 보는 겁니까.
“물론이죠. 총리직 제안 자체를 놓고 ‘했다, 안 했다’로 두 사람이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총리직을 맡아서 대통령과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재오, 李方鎬, 鄭鍾福이 공천 학살 주도”
―지난번 한나라당 총선 공천 때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걸러내겠다는 사전계획이 있었다, 리스트를 갖고 움직였다, 그렇게 생각합니까.
“계획이 있었죠. 저쪽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보를 다 듣고 있었습니다. 정치는 협상과 타협입니다. 협상과 타협을 성공시키려면 양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공천 학살’의 主犯(주범)들은 ‘적은 죽여야 한다’는 철학이었어요. 이재오, 李方鎬(이방호), 鄭鍾福(정종복) 같은 강경파들은 ‘적을 다 죽여야 한다’고 했고, 李相得(이상득), 박희태, 崔時仲(최시중), 金德龍(김덕룡)은 ‘그러면 안 된다.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걸로 압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어요.”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까.
“잘된 선택이었다면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겠죠. 공천 학살을 주도한 사람들이 다 떨어졌잖아요. 지난번 한나라당의 공천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한 과오입니다. 패자가 깨끗이 승복했는데, 승복한 패자 측의 장수들 목을 치면 누가 승복을 하겠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정당 경선에서 승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지난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주도했던 서울 은평의 이재오, 경남 사천의 이방호, 경주의 정종복 의원이 모두 낙선했죠.
“제가 총선이 끝나고 ‘하느님이 있다는 걸 알겠다’고 했어요. 이재오, 이방호 의원은 공천을 주도했고 워낙 유명하니까 유권자들이 알아보고 죽였다고 해도, 숨어있는 공천 실세였던 정종복, 박형준까지 찾아내서 잘라냈잖아요. 또 한번 느낀 거지만 우리 국민들이 무서워요.”
―김 의원께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친박연대’가 아니라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徐淸源(서청원), 李揆澤(이규택), 洪思德(홍사덕) 이 세 분이 저한테 신당의 당수를 맡으라고 했어요. ‘친박연대’라는 당명이 정해지기 전의 일입니다. 고민 끝에 내가 갈 길이 아니라고 결론을 냈어요. ‘나는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보다 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 집에서 살다가 불한당에게 쫓겨났다. 반드시 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했어요. 딴 살림을 차리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하는 날 아침까지 ‘당수를 맡아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새로 당을 만들면 한나라당과는 멀어지게 돼요. 결과적으로 지금 그렇게 됐고.”
“친박연대 당명에서 ‘박근혜’ 빼는 게 예의”
―친박연대가 최근 조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정당이 한나라당 밖에 있다는 사실은 박근혜 의원에게 부담이 될 텐데,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정리할 방법이 없나요.
“친박연대라는 당은 우리와 아픔을 같이했고, 한 뿌리였습니다. 그분들이 어려운 입장에 처해서 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해 제가 뭐라 할 수가 없습니다. 2008년 8월 ‘친박연대’ 지역구 의원과 ‘친박 무소속 연대’ 의원들이 입당할 때, ‘친박연대’ 쪽에서 ‘서청원·양정례·김노식 의원의 재판이 끝나면 한나라당에 모두 입당한다’고 했어요. ‘친박연대’가 그때 했던 말과 다른 길을 간다면, 당명은 바꿔야죠. 그게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 안에 있는데 박근혜 이름을 단 당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의원 8명이 한나라당에 합류하는 것은 무산됐다고 봐야 하나요.
“원래 시나리오는 ‘친박연대’가 비례대표 의원 8명을 출당시켜 한나라당에 보낸다는 거였습니다. 정당이 비례대표를 출당시키면 비례대표 의원직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런데 ‘친박연대’가 아직 선언은 안 했지만, 조직을 보강하고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례대표 의원 8명의 한나라당 합류 시나리오는 무산된 걸로 봐야죠.”
―이재오 의원이 최근 “미국체류 비자가 2009년 5월에 만기다. 그 전에 언제라도 한국에 들어가서 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재오 의원의 조기 귀국에 반대합니까.
“지금은 완전히 무장을 해제하고 있는데, 들어온다면 ‘또 전쟁이 시작되는구나’, 신발끈 동여매고 준비를 해야겠죠. 들어오면 이쪽을 또 치려고 할 테니까요. ‘2차 작업’(친박연대 죽이기라는 뜻-편집자 주)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말 ‘2차 작업’이 진행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 사람들은 ‘적을 안 죽이면 우리가 죽는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적은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비록 우리가 당했다고 하더라도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더 이상 안 당하겠다고 정신만 차리고 같이 가자는 생각입니다. 저쪽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해요. ‘친박이 언젠가 득세하면 우릴 죽일 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기들이 한 일이 있고, 정치철학이 원래 그러니까.”
“이재오 들어오면 ‘2차 작업’ 시작된다”
―2010년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앞으로 임박한 큰 선거가 없는데 양 진영이 정면 충돌할 일이 있을까요.
“이재오씨가 들어오면 가만 있겠습니까. 입각설도 있고, 국정원장설도 있고 뭔가 움직이겠죠. 제가 경선 때부터 저쪽 사람들에게 ‘우리 조직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몇 번 얘기를 했어요. ‘우리는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50%, 박근혜 20% 나올 때 박근혜 쪽에 섰다. 우리는 질 줄 알고 싸웠다. 우리가 확보한 당협위원장이 80명 저쪽은 160명이었는데 당내 득표에서 우리가 이겼다. 우리는 기적을 이뤄냈다. 이 조직은 두들긴다고 안 깨진다’고.”
―최근 들어 신문들이 ‘親李(친이)’ 의원 몇 명, ‘親朴(친박)’ 의원 몇 명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하고 있는데.
“지금 ‘친이’ ‘친박’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렇게 대결했다가 게임이 끝났잖아요. ‘친박근혜’ ‘친정몽준’ ‘친이재오’ ‘친김문수’, 이게 그나마 의미가 있을지 모르죠. 그것도 다음 대선후보 경선에 임박해서나 의미가 있을 겁니다. 지금은 정권 초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호루라기를 한번 불면 다 그리로 갑니다.”
―그래도 ‘친박’으로 분류할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이 몇 명쯤 됩니까.
“한 60명 되죠.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어요. 저처럼 ‘친박’으로 몰려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된 사람들 모임이 ‘여의 포럼’입니다. 이 사람들이 2주에 한번 모여서 공부하는 게 다예요. ‘공부모임에 넣어달라’는 의원 몇 명을 추가로 영입했는데, ‘세력 확장’ 얘기가 나와서 그것도 제가 끊었어요.”
―정당 내의 계보나 계파를 철저하게 배척해야 하는가에 대해 異論(이론)이 적지 않습니다. 정당이라는 것 자체가 당파 정파에서 시작된 것 아니겠습니까.
“박근혜 의원이 당 대표로 있을 때 ‘나는 계보정치 안 한다’고 한 것은 맞아요. 하지만 본선같이 엄청난 대선 경선을 치르고 난 상황에서 박 대표가 ‘계보정치를 안 한다’는 건 얘기가 안되죠. 계파나 계보를 통해 당내 세력들 간의 균형과 견제가 이뤄집니다. 순기능이 있어요. 저는 ‘계보정치’ 대신 무슨 좋은 표현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일면식 없는 김무성에 사무총장 제안
―천막당사 시절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박근혜 대표를 모셨는데 그 전에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습니까.
“전혀 없었어요. 제가 한양대 다니면서 反(반)유신 데모를 심하게 했고, 중동고 다닐 때는 서울지역 13개 고등학교 연합시위를 주도했습니다. 제가 이회창 총재 비서실장을 할 때 박근혜 대표가 탈당했습니다. 가까이할 일도, 서로 정감을 나눌 일도 없었어요. 10년 가까이 함께 국회의원을 하면서 단 한번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요.”
―박 대표가 왜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당 사무총장을 맡긴 건가요.
“그때 저는 국회 재경위원장을 맡아서 큰 보람을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 대표가 사무총장을 하라고 해서 도망을 다녔어요. 도망만 다닐 수가 없어서 박 대표를 만나 ‘사무총장은 정당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다. 대표에게는 당권의 핵심이고 비서실장이나 마찬가지다. 왜 그 중요한 자리를 잘 알지도 못하는 나한테 맡기려고 하느냐’고 했죠. 박 대표가 그래요. ‘김 의원을 오랫동안 관찰해서 잘 알고 있다’고.”
―그래서 흔쾌히 맡았습니까.
“계속 ‘안 한다’고 했죠. 나중에 박 대표가 ‘내가 이렇게 당을 어렵게 끌고 간다. 다들 당신이 당무를 맡을 적임자라고 한다. 안 도와줄 거냐’고 막 뭐라고 해요. 그래서 하겠다고 했죠. 조건을 하나 걸었습니다. ‘나는 사심 없이 일하는 사람이다. 소신껏 밀어붙이다 보면 모함하는 사람이 생긴다. 대표가 모함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면 내가 일한 보람이 없다’고 했죠. 그랬더니 박 대표가 ‘김 총장을 100% 신뢰하겠다’고 약속을 해요.”
―두 분 호흡이 잘 맞았습니까.
“박 대표가 약속한대로 100% 신뢰를 주었어요. 그때 한나라당 사무처가 엉망이었습니다. 제가 근무기강을 확 잡았습니다. 사무총장에게 한 달에 500만원씩 판공비 나오던 걸 안 받았습니다. 한 달에 2억4000만원 적자가 나던 한나라당 살림을 9개월 후 사무총장 직을 떠날 때 매월 7000만~8000만원 흑자로 전환시켰습니다.”
―가까이서 본 박근혜는 어떤 사람입니까.
“지도자는 애국심이 있어야 합니다. 나라를 위해 자기를 희생해야 해요. 박근혜 대표는 철두철미 애국으로 뭉쳐져 있습니다. 정치란 협상과 타협인데, 박 대표는 자기가 설정한 목표를 직선으로 추구합니다. 정치적 유연성이 좀 떨어지죠. 그건 보완해야죠. 예지력, 결단력이 있고, 다 갖췄죠. 아주 훌륭한 국가 지도자가 될 겁니다.”
국민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리더십
―박근혜 대표가 가장 어려웠던 시절의 한나라당을 이끌었죠.
“2004년 3월부터 2006년 7월까지 딱 2년3개월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침몰 위기에 처했던 한나라당을 구출했죠. 박근혜 의원이 대표를 하는 동안 열린우리당의 대표는 9명이 교체됐습니다.”
―‘帝皇的(제황적) 야당 총재’라고 불린 이회창 총재와 비교하면 박 대표의 리더십은 많이 부드러웠던 것 아닙니까.
“부드러운 정도가 아니죠.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표시절 한나라당 최고당직자 회의를 ‘봉숭아 학당’이라고 했겠습니까. 회의 주재자가 허튼소리하는 사람 제재하고 빨리빨리 끝내야 하는데, 박 대표는 모두에게 말할 시간을 줬어요. 그때 元喜龍(원희룡) 의원 같은 사람이 참 많이 튀었죠. 제가 ‘왜 제지를 안 하느냐’고 박 대표에게 여러 번 얘기를 했어요.”
―김 의원이 박근혜 대표보다 한 살이 많습니다. 동년배로서의 유대감이 있습니까.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년배 의식이 좀 있어요. 70학번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표가 인기가 좋아요. 내 친구들이 다 좋아하고.”
―‘박근혜 파워’의 원천은 뭘까요. 대통령의 딸, 영부인 역할,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이미지, 독자적인 정치인으로서의 파워. 어떤 게 더 큰 걸까요.
“타고났다고 봐요. 국민들의 관심, 매력,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킬 모든 걸 갖추고 있잖아요.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고요. 그런 백그라운드 못지않게 품위가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품위 있는 사람 보기 힘들잖아요. 특히 지난 10년 더 그랬고. 말을 아끼고, 행동이 조심스럽고.”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박근혜 의원이 나오면 전국 어디서나 인파가 몰려나온다. 그게 박근혜의 힘이다”라고 해요.
“내가 보기에 잘생긴 얼굴은 아닌데,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데요. 사실 여성으로서 예쁜 얼굴은 아니잖아요. 端雅(단아)하다, 그 표현이 딱 어울리네요.”
―박 대표가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머리를 좌석 뒤에 기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버스 여행, 기차 여행을 많이 했는데 조는 걸 딱 한번 봤어요. 잠깐 졸다가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해요. 국회의원으로서도 모범적이에요. 신문에 기획기사가 나오면 다 스크랩해서 줄을 쳐가면서 공부를 합니다. 머리가 좋고 학습효과가 빨라요. 외국어 실력이 대단해요.”
서민의 아픔을 알아주는 지도자
―프랑스 유학을 했으니까 프랑스어를 잘하실 거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독학으로 배운 중국어로 대화를 할 정도입니다.”
―박근혜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의문은 이런 겁니다. 대통령의 맏딸로 청와대에서 18년을 보냈고, 그 후 18년 사회생활 없이 칩거했다. 과연 서민의 아픔을 알겠느냐.
“서민들의 어려움을 잘 알아요. 관심이 있으면 알게 되죠. 이번에 보건복지위에 간 것도 그런 관심을 더 깊이 하려고 한 거죠. 박 대표가 현실정치에 몸을 던진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지역구 주민들과 살을 맞대며 살고 있는데 ‘서민의 아픔을 알겠느냐’는 물음은 이제 시효가 끝났습니다.
박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민생투어를 나가면 사소한 약속 하나도 꼼꼼하게 수첩에 적어오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챙겼습니다. 대형 재난사고가 나서 합동분향소가 차려졌을 때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는 유일한 정치인이 박 대표입니다. 다들 ‘이 사람은 내 아픔을 알아 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나 봐요.”
김 의원을 만난 12월 10일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의 다음날(12월 11일) 경주行(행)이 화제였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선 경선 당시 안보특보를 지낸 정수성씨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지난 총선 때 李相得(이상득) 의원의 지원으로 경주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따낸 정종복씨는 ‘친박연대’ 김일윤 후보에게 패배했다.
김일윤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아 2009년 4월 재선거 가능성이 높다. ‘친이’로 분류되는 정종복씨가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라 박 전 대표의 경주 방문을 바라보는 ‘친이’ 진영의 시각이 곱지 않았다.
―내일 경주에는 안 가십니까.
“저는 안 갑니다. 박 대표가 고마움의 표시로 가는 자리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의원들은 못 가게 했어요.”
―‘戰端(전단)을 만들 일이 없다’는 거죠.
“그건 작은 전투잖아요. 거기에 장수가 나서면 안되죠.”
―이른바 ‘친이’ 진영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 박근혜 대표가 굳이 경주에 간 이유가 있습니까.
“그분은 ‘심플’하게 생각해요. 正道(정도)라고 생각하면 가는 거지,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경선 때 몇 안 되는 군인들이 나를 도와줬는데 출판기념회에 가는 건 인간적인 도리다, 그렇게 생각해요.”
10년 동안 직장생활 하다 정치 입문
―2009년 4월 10개 안팎의 선거구에서 재보궐 선거가 있습니다. 이재오 전 의원, 박희태 대표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재보궐 선거 공천이 또 한번 당내 힘겨루기의 장이 될 듯한데요.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아주 낮은 상황에서 재보궐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진짜 신중하게 해야죠. 지난번처럼 하지 말고. 공천심사위를 제대로 구성해야 합니다. 저는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공천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당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비겁한 선택입니다.”
―유권자들의 정치와 정당에 대한 신뢰가 너무 낮으니까, 여야 모두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명목으로 공천에 외부인사를 앞다투어 끌어들이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결정했나요. 지난번 공천을 보면 실제로는 자기들이 다 하면서, 대학교수와 법조인들 데려다 놓고 허수아비를 만들었잖아요.”
김 의원의 부친은 金龍周(김용주·1985년 작고) 전 전남방직 회장이다. 부산 제2공립상업고등학교를 나온 그의 부친은 정부수립 이후 해운공사 사장, 駐(주)일본 공사를 지낸 이후 전남방직 사장과 신한제분 회장으로 활동하며 방직협회장,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재계의 원로였다.
김 의원의 형 昌星(창성)씨는 현재 전방의 명예회장이고, 누이 文熙(문희)씨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어머니다. 김 의원은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특별위 부위원장으로 민주화 투쟁에 뛰어들었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동해제강 전무이사를 거쳐 삼동산업 대표이사로 일하던 무렵이었다.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민추협 활동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집안에서 말리지 않았습니까.
“아버님이 1985년 2월에 돌아가셨는데, 그 전에는 몰래 했죠. 부친께서 사업을 하다가 정치 외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4·19 직후 민주당이 상하 양원제를 채택했는데 아버님은 참의원으로 당선돼 민주당 참의원 원내총무를 하셨어요. 민주당의 참의원·민의원 합동의원총회가 열리면 주재를 하셨고요. 5·16으로 민주당 정권이 끝날 때까지 9개월 정치활동을 한 겁니다. 아버님이 정치를 접고 우리 형제를 앉혀 놓고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정치라는 게 우리 집안사람들의 성정과 맞지 않는다. 너희들은 정치하지 마라’. 형님은 아버지 말씀을 착실하게 들었고, 저는 아버지 말을 안 들은 셈이죠.”
민주당 당사 매입 秘話
―민추협 활동에 나선 계기가 있습니까.
“직장인으로서 광주학살을 봤습니다. 박정희 유신정권은 그나마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는데 전두환 정권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그런 義憤(의분)이 있었던 거죠.”
―김영삼씨의 상도동에는 언제 합류했습니까.
“1983년 김영삼씨를 찾아가서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고, 김덕룡 의원 등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중간에서 주선을 했나요.
“제 발로 찾아갔어요. 아버님이 민주당의 新派(신파)였으니까 집안 인연을 찾아가면 김대중씨를 찾아갔어야 했는데, 김대중씨는 여러 가지로 가슴에 와 닿지를 않더라고요.”
그는 월급도 없이 건달처럼 살아야 하는 생활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민주화라는 일념 하나로 김영삼씨와 함께 아스팔트 위를 누비고 다녔다. 1987년 통일민주당이 창당된 후 총무국장, 국회 행정실장을 맡았고, 그해 대선 때는 김영삼 선거대책본부의 재정국장으로 정치자금을 관리했다.
金基洙(김기수) 전 수행실장 같은 상도동 사람들은 김무성 의원이 1987년 총무국장으로 민주당 당사를 구입한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1987년 여름에 김영삼 총재가 ‘당사 건물을 하나 얻으라’해서 서울시내를 다 돌아다녔는데 어디서도 세를 안 줘요. 전두환 정권에서 ‘50평 이상 사무실 임대 거래는 다 보고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정보과 형사 하나가 제 뒤를 졸졸 따라 다녔어요. 4대문 안에 있는 종교단체 소유의 건물을 계약했는데, 야당이 들어온다고 계약을 파기해 버려요.
제가 김 총재께 ‘총재님, 건물을 하나 사시죠’라고 건의를 했어요. 김 총재가 ‘우리가 무슨 돈이 있어서 건물을 사느냐’고 깜짝 놀라요. 제가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조그만 건물을 하나 사면 돈이 많이 안 든다’고 하니까 ‘정말 그러냐’고 하세요.”
―김 의원이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군요.
“그럼요. 제가 우겨서 약현성당 근처의 중림동에 4층짜리 민주당 당사를 샀어요. 계약금을 주고 중도금을 줘야 하는데 ‘전두환 대통령의 직계인 金振永(김진영) 수방사령관이 친위쿠데타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요. 김영삼 총재께 계약한 당사를 어떻게 할까 여쭸어요. 쿠데타가 나서 다 잡혀가면, 당사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돈만 날리는 거지. 김 총재가 ‘우리가 언제 돈 가지고 정치했느냐’며 중도금을 주라고 해요.”
돈이 궁하지는 않았다
―그게 언제쯤 일입니까.
“’6·29 선언’ 나오기 직전의 일입니다. 그때 당사 구입은 둘째 일이고, 崔炯佑(최형우), 徐錫宰(서석재), 김덕룡 선배하고 ‘쿠데타가 나면 도망가느냐, 순순히 잡혀가느냐’로 논란을 벌였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났습니까.
“우리가 도망가면 주변에서 도와주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으니까 순순히 잡혀가자고 정리가 됐어요. 감옥살이를 여러 번 한 김덕룡 선배가 정보기관에 끌려가 구타당한 경험을 얘기하면서 ‘야수들과 함께 콜로세움에 던져졌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해요. 저는 제 명의로 야당 당사를 구입했으니까, ‘이러다 우리 집안 회사 다 망하는 거 아니냐’ 고민을 했죠. 그러던 차에 6·29가 난 겁니다.”
―김 의원이 민주당 당사를 自費(자비)로 구입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제 명의로 샀지만, 돈은 김영삼 총재가 주신 거예요. 1985년 민추협이 출범할 때 관철동 수협중앙회 옥탑방을 제가 朴鍾雄(박종웅) 명의로 구했습니다. 이건 처음 얘기하는 건데, 그때 들어간 전세 비용의 절반을 제가 댔습니다.”
―당시에도 돈이 궁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버님이 물려 주신 돈이 있고, 제가 모은 돈이 있었으니까요. 1985년에 상도동계 계파 사무실로 ‘민족문제연구소’를 출범시켰는데, 이사로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한 달에 5만원을 냈고, 저는 한 달에 100만원을 냈습니다.”
―통일민주당의 총무국장과 원내 행정실장을 지냈으니 盧武鉉(노무현) 전 대통령을 잘 알겠군요.
“영입에서부터 의원활동까지 가까이서 지켜봤죠. 김영삼 총재가 金光一(김광일)씨를 영입하려고 했는데 이 분이 같이 데리고 들어온 게 노무현씨입니다. 부산 동구는 정권실세인 許三守(허삼수)씨 지역이어서 상도동에서는 박종웅씨를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노무현씨가 그 자리를 차고 들어왔습니다. 박종웅씨가 한 달 동안 상도동에 안 나오고 반발을 했죠.”
1988년 노무현 의원에게 3억원 지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에피소드가 많겠습니다.
“다 지나간 일이니까 하나만 얘기할게요. 김영삼 총재가 전국구 의원 영입에서 들어온 돈을 전부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나눠줬어요. 김 총재가 돈 욕심이 전혀 없어요. 그런 점에서 참 대단해요. 많이 준 사람이 1억원이었고, 그 아래로 8000만원, 7000만원, 이런 식으로 등급을 나눠 지원을 했어요. 노무현씨는 3억원을 받았습니다. 1988년에 3억원이면 엄청난 돈이죠.”
―노무현씨가 5공 청문회로 스타가 됐죠. 전두환 대통령 국회 증언 때 명패를 던져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게 대통령으로 가는 발판이 됐죠.
“저도 거기에 일조를 했습니다. 5공 청문회에 나가는 우리 당 의원이 다 선정됐습니다. 당시 저는 원내 행정실장이었는데, 명단을 보니까 전부 민주화 투사들이에요. 제가 김영삼 총재에게 ‘총재님, 청문회는 질의 응답을 하면서 논쟁을 하는 겁니다. 律士(율사)들이 잘 어울립니다. 율사들로 교체해야 합니다’ 했더니, 김 총재가 ‘그러면 김 실장이 알아서 바꿔’라고 해요. 그래서 세 명을 교체했는데 새로 들어간 사람이 김광일·노무현·張石和(장석화) 의원이었습니다.”
―노무현 의원이 명패를 집어 던지는 걸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회증언이 파장이 났던 거죠.
“1989년 12월 31일 저녁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서면질의에 구두답변을 하고, 4당이 보충질의를 하기로 여야 합의가 됐죠. 백담사를 출발한 전두환씨가 국회로 거의 도착했는데 노무현 청문위원이 ‘통일민주당 대표 발언을 왜 김광일이 하느냐. 내가 하겠다’, ‘안 그러면 내게 의사진행 발언을 달라’고 해요. 의사진행 발언은 4당이 안 하기로 합의를 했어요. 겨우 노무현 청문위원을 달래서 전두환 전 대통령 청문회가 시작됐어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답변서를 읽어 내려가자 노무현 의원이 명패를 집어 던졌죠. 그때 ‘아, 저 사람은 민주주의 할 소양이 안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죠.”
―국회의원들을 지원하는 원내 행정실장이었으니까, 노무현 의원을 개인적으로 잘 알았겠습니다.
“장단점이 극명한 사람인데, 자기 주장을 하다가 관철이 안되면 판을 깨버려요. 국회의원 하면서 사표를 몇 번 냈어요. 사표 내고 사라져 최형우·이인제 의원이 찾으러 다니고…. 처음 사표를 냈을 때는 김 총재가 권양숙 여사를 불러서 혼을 내고 숨어 있는 걸 불러 왔죠.”
세 시간을 넘긴 긴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김 의원은 “지나간 얘기를 너무 많이 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과한 표현이 있으면 다듬어 달라”는 그에게 “정치란 원래 시끄러운 것 아닙니까”라고 대답했다.
김 의원은 “기사를 쓰는 건 어차피 기자 몫이니까…”라며, 쏘아 버린 화살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렸다. 그가 내민 손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친박연대는 한나라당에 몸을 담고 있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에 대한 충성이 당 정체성의 골간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이 당 소속 국회의원은 8명으로, 전부 비례대표 의원이다. 지역구에 ‘친박연대’가 공천하여 당선된 6명의 의원은 2008년 7월 한나라당으로 일괄 복당했다. 徐淸源(서청원) 공동대표는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친박연대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저희 친박연대는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의 피해자, 朴槿惠(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당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주창해온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계승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며, 원리와 원칙이 지켜지는 신의와 믿음의 정치를 구현해 나가겠습니다.>
홈페이지의 ‘당헌 당규’ 란을 클릭하니, ‘준비 중입니다’라는 글이 떴다. 정강정책도 마련하지 못한 이 정당은 2008년 4월 총선이 끝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 대전시당 개편대회(12월 8일)를 포함, 8개 시도당 창당 개편대회를 마무리했다. 한나라당의 총선 공천 후유증은 사그라진 게 아니라 도지고 있다.
“기존 정당 지도자의 명성에 기대어 한 정당이 유지된다는 것은 정말 기이한 현상이다. 더구나 특정인의 이름을 정당 이름으로 내 건 일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정당의 역사가 긴 서구에서조차 찾기 어렵다. ‘친박연대’가 독자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기존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일체감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張勳 중앙대 정외과 교수)
金武星(김무성·57·부산 남구) 의원은 친박연대를 포함한 ‘친박세력의 座長(좌장)’이다. 언론이 그렇게 부른다. 그는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천막당사에서 박근혜 대표를 보좌했고,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경선대책본부의 조직총괄본부장으로 전투를 지휘했다. 한나라당이 김 의원을 18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하자, 곧바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가 결성됐다.
‘친박세력 대반격’의 뇌관이었던 김 의원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내가 한마디하면 또 벌집 쑤셔놓은 모양이 될 텐데…”라며 극구 사양했다. 여러 경로와 인연을 통해, 상당한 압박을 가한 끝에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과 마주 앉을 수 있었다.
李在五 의원에게 “몸 낮춰라” 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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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8월 16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 |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인사가 정권 출범 직후부터 비판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인재 풀이 좁다고 ‘고소영’, ‘강부자’ 소리를 들었고, 출범 6개월이 안 돼 청와대 수석들을 전면 물갈이했습니다. 김영삼 정부만 해도 출범과 동시에 ‘공직자 재산 공개’,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같은 정책을 하나씩 펴보였습니다. 김영삼 후보는 대선 선거운동을 하면서 직접 대선자금까지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상당히 쉬운 대선을 치렀는데, 인선이나 집권 후 구상이 왜 이렇게 미비했나”하는 지적들이 적지 않은데요.
“김영삼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을 하기 위한 준비를 오랫동안 해왔죠. 인생의 목표가 대통령이었고, 오랜 기간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무얼 하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꽉 찬 분이었죠.”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인선과 ‘집권 후 프로그램’이 미비한 것과 관련해서 하나 들려줄 이야기가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李在五(이재오) 의원에게 해 준 충고를 털어놓았다.
“제가 이재오 의원에게 ‘이명박 후보와 당신이 권력의 속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의 최고권력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이명박 후보고, 권력의 2인자는 당신이다’라고 했어요.”
―이재오 의원이 뭐라던가요.
“‘내가 무슨 권력의 2인자냐’고 해요. 그래서 ‘당신은 이제부터 여기서 나랑 밥을 먹든지, 집에 가서 잠을 자든지 살아 있는 권력의 2인자다’고 했어요. 그리고 ‘권력의 2인자는 몸을 숨기고 말을 아껴야 한다. 그런데 당신은 몸을 너무 드러내고 말을 함부로 한다. 그러면 당신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했어요.”
―권력의 2인자로서 어떻게 처신하라고 충고했습니까.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당선됐다면, 나는 ‘이제 박근혜 후보는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을 중용해서 써 주기 바란다’는 성명서 한 장 내고, 외국에 나가서 한 달 있다가 오려고 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집권 준비를 하려고 했다. 이명박 후보가 100% 당선되는 게 확실하니까 이제 당신은 집권 준비를 하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런데 이재오 의원이 자기 역할을 잘못 설정했어요. 그래서 얼마 안 가서 갔잖아요(총선에서 낙선했다는 뜻-편집자 주).”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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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2월 13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을 돌아보는 朴槿惠 前 대표를 수행하는 金武星 의원. |
“청와대 수석이나 정부 장관직에 학자를 기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너무 과격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국가 고위직에 학자들을 절대 쓰면 안 됩니다. 장관의 필요조건은 전문성이 아닙니다. 전문성은 국장급에서 끝납니다. 국장들이 다 전문가입니다. 박사들보다 훨씬 실력이 있습니다. 장관은 머리 좋지만 닳고 닳은 공무원들을 끌고 가는 통솔력이 우선이죠.
둘째, 우리나라의 부처 이기주의가 극심합니다. 장관은 부처간 협조가 안될 때 거중조정할 능력, 즉 정치력이 있어야 합니다. 세번째는 언론을 다룰 줄 알아야 해요. 정치인들은 기자가 아무리 물어도 자기 필요한 말만 하잖아요. 학자들은 기자들이 한번 쿡 찌르면 열 개가 입에서 튀어나옵니다.”
―이명박 청와대의 첫 번째 수석들은 공교롭게도 전부 학자였죠.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있을 때 주위에 한 얘기가 있어요. ‘국회의원, 공무원 돈 갖다 주면 안 받는 놈 없더라’ 국회의원과 공무원을 불신하니까 절대 써서는 안될 학자들을 대거 기용한 거예요. 이명박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하지 않겠다’ 했는데, 그 얘기 역시 정치에 대한 강한 부정을 드러낸 대목입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인입니다. ‘정치를 나이스하게 하겠다’고 해야지, 정치를 안 하겠다고 하면 곤란하죠. 그러니 정치가 풀리지 않는 겁니다. 제 경험에 비춰보면 대통령 비서실장은 더더욱 학자가 맡아서는 안 됩니다.”
―柳佑益(유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 鄭正佶(정정길) 현 비서실장 두 분 다 교수 출신이네요.
“예전에 정보기관장, 검찰총장이 정치에 관여할 때는 비서실장이 ‘빅 3’ ‘빅 5’의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자리입니다. 서재에 묻혀서 살아온 교수 출신이 이런 중책을 맡아서 끌고 갈 수 있겠습니까.”
정책은 있으되 국민신뢰 못 받아
김 의원은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비서들의 제일 중요한 임무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여는 일”이라고 했다.“제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일할 때 함께 일한 서기관이 13명이었습니다. 어떤 현안이 생기면 金壽煥(김수환) 추기경부터 지게꾼, 포장마차 주인, 학생, 교사를 인터뷰해서 그걸 김영삼 대통령에게 올렸습니다”
―요즘도 민정수석 쪽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가감 없이 전하는 게 중요하죠. 우리는 상욕까지 담았습니다. 그때 사정당국의 사정활동이 강했습니다. 사회가 위축되고 장사가 안되니까, 시장의 좌판 아주머니가 ‘영샘이 돈 좀 받아 먹더라도, 경기 좀 살렸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 얘기를 그대로 써서 올렸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잘 봤다’고 전화를 했어요.”
―대통령도 사람인데 그런 소리는 듣기 싫겠죠.
“이명박 대통령이 너무 많이 알고, 지나치게 실무적으로 지시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대통령이 야단치고, 보고를 중간에 잘라버리면 땅바닥에 짝 엎드리는 게 공무원들의 생리입니다. 회의할 때 얘기를 다 듣고 나서 큰 방향을 잡아주는 게 대통령의 역할입니다. 시시콜콜 간섭하지 말아야 해요.”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뇌리에 남는 집권 후 프로그램을 내놓은 게 없습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탓을 하지만, 금융위기는 지난 9월 이후 본격화된 것 아닙니까.
“내놓은 ‘블루 프린트(청사진)’가 있기는 있죠. 내놓았는데 국민들이 믿지를 않는 거죠. 월스트리트에서 금융위기를 기정사실화하고 바짝 긴장하고 있을 때 이명박 팀이 ‘747’ 공약을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7% 성장을 합니까. 그 공약을 만든 팀이 姜萬洙(강만수) 팀입니다. 외국 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달러를 빼가는 상황에서 ‘747’이라는 블루 프린트를 내놓으니 시장의 신뢰가 없죠. 朴炳元(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아직까지 4%를 얘기합니다. 경제위기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고통분담을 호소해야 할 시점에 엉뚱한 얘기를 했어요. 성장률 전망이 서야 세입 규모가 정해지고, 세입이 정해져야 세출이 정해집니다. 경제팀의 경제상황 인식이 제대로 정리가 안돼 있는 거죠.”
―이명박 대통령의 업무수행 지지율이 20% 중반에 고착되는 모습입니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5~45%로 나옵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낮아서는 국정을 힘있게 끌고 가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중반까지 60~70%의 지지율을 유지했지 않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을 兩金(양김)과 직접 비교하는 건 가혹하죠. 양김은 국민들한테 오랫 동안 모든 사생활이 다 노출되고, 절대지지층이 있었습니다. 죽었다 깨나도 지지하는 사람들이 두텁고, 지역기반이 있었고.”
“박근혜와 화해하면 지지율 크게 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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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무부 차관이던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사고 현장을 방문한 金武星 의원. |
“국민 정서로 한번 풀어 보죠. 지난번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한나라당 당원들이나 대다수 국민들은 ‘경제가 어려우니 실물경제 경험이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하는 게 좋다. 이명박 시장이 먼저 하고 박근혜 대표는 깨끗하게 승복하고 경험을 쌓아서 다음에 하라’ 그렇게 생각했어요.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를 포용해서 두 사람이 아름답게 동행하는 걸 보고 싶었습니다. 박근혜 대표는 깨끗하게 승복했는데, 이긴 쪽에서 박근혜의 장수였던 나를 공천에서 죽임으로써 협량함을 보였어요. 국민들이 ‘저건 아니다’고 보는 거예요. 그래서 박근혜 대표를 지지하는 20% 안팎의 단단한 지지층이 지지를 철회하니까,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푹 빠진 겁니다.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와 화해하고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면 지지율이 금방 오를 겁니다.”
―한나라당 大選(대선) 경선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 보면, 1992년에는 李鍾贊(이종찬)씨가 경선 결과에 불복해서 탈당했고, 민정계 세력들을 규합해서 국민당의 鄭周永(정주영) 후보와 손을 잡았습니다. 1997년에는 李仁濟(이인제)씨가 경선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국민신당을 창당해서 독자 출마했습니다. 2002년에는 ‘제왕적 총재’였던 李會昌(이회창)씨가 한나라당 당원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후보가 됐습니다. 하지만 2007년에는 孫鶴圭(손학규)씨가 탈당해 적진으로 투항했습니다. 이런 유구한 경선불복의 역사를 감안하면, 박근혜 대표가 경선 결과에 승복한 것은 후한 점수를 줄 만한 정치적 사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박근혜 대표가 지난 11월 21일 부경대학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을 때 축사를 했습니다. 그 축사에서 ‘10년 전 한 유력정치인이 룰을 지키지 않으면서 우리 정치의 품격이 떨어졌는데, 박 대표가 지난 경선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승복은 우리 정치의 품격과 國格(국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했습니다. 이긴 쪽에서 이런 수준의 화답이 있어야 했는데, ‘아름다운 승복’이 ‘아름다운 동행’으로 연결되지 못했어요.”
맹형규 정무수석과 密談
―2008년 12월 8일 孟亨奎(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공식으로 만난 걸로 압니다. 맹 수석과 무슨 얘기를 했습니까.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 박근혜 대표에 대한 감정을 안 풀었다고 보고 있다. 빨리 풀어야 한다. 감정을 풀고 같이 가야 한다’고 했죠. 제가 그랬어요. BBK 김경준 문제는 우리가 소설을 쓴 게 아니다. 김경준이 그런 말을 하고 다녔고, 이명박 후보 자신이 광운대 강연에서 한 얘기다. 그런 얘기를 토대로 우리가 문제 제기를 했다. 거기에 대해 아직 대통령이 감정을 못 푼 것은 문제다.”
―최근 청와대 쪽에서 ‘2009년 초 개각 때 박근혜 전 대표가 각료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맹형규 수석이 김 의원에게 그런 뜻을 전했을 것 같은데.
“맹형규 수석에게 ‘우리 자리 가지고 얘기하지 말자. 언제 우리가 자리 달라고 했느냐’고 했어요. 경선 끝나고 선대위를 구성할 때,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 구성할 때, 취임 후 조각과 개각 때, 단 한번도 우리는 자리를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자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감정의 앙금을 풀고 마음을 열어 박근혜와 같이 가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가 잘되면 입각 등의 모습으로 표현이 되겠죠. 화해 없이 우리 쪽 의원을 개인적으로 접촉해서 한 두 명 입각시키는 것은 ‘꽃꽂이 내각’입니다. 그래서는 힘이 없죠.”
―김무성 의원의 입각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내각에 들어오라면 들어갈 겁니까.
“입각 안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화해가 먼저죠. 두 분이 화해하고 나서 저보고 입각하라면 하죠. 화해라는 게 뭐 대단한 일입니까.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박근혜 대표 불러서 상의하고,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 朴熺太(박희태) 대표와 洪準杓(홍준표) 원내대표가 저 좀 보자고 해서 ‘의견 있으면 얘기해라’고 하는 게 배려고 화해 아닙니까.”
―당내 비주류에 대해 그런 배려가 부족했다는 건가요.
“부족한 게 아니라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는 ‘친박세력이 협조를 안 한다’, ‘친박세력이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에 공개적으로 反旗(반기)를 든다’고 불만을 표시합니다.
“우리가 뭘 협조를 안 했나 반문하고 싶어요. 한국 정당사에 우리 같은 비주류가 있었습니까. 전례 없이 조용하게 협조하고 있습니다. 의원총회에서 당론이 정해지면 당론투표하고, 국회 상임위에서는 간사가 시키는 대로 하고…. 그럼 숨도 쉬지 말고 있으라는 얘기입니까. 비주류에게 ‘공동묘지의 침묵’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부산 MBC에서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마이크를 갖다 대기에 저는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부산의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이 김무성이 다음 총선 때 뽑아주지 말자는 칼럼을 실었어요. 4대강 하천정비에 대해서도 저는 찬성했습니다. 더 이상 어떻게 협조를 해요.”
‘박근혜에게 총리 제안’의 진실
―‘이명박 대통령이 조각할 때 박근혜 전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의했었다’는 얘기가 있고, 그 후 끊임없이 ‘박근혜 총리 기용설’, ‘박근혜 활용설’이 나왔는데요.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도 ‘박근혜 총리설’이 세게 돌았죠. 박근혜 총리설이 진행되는 경과는 이렇습니다. 1단계는 시중 여론입니다. 2단계는 신문 기사고, 3단계는 신문의 사설과 칼럼입니다. 4단계는 주류의 핵심 중진이 기용 가능성을 언급하고, 5단계는 ‘킬’입니다. 지금 똑같이 가고 있어요. 이번에는 4단계까지 갔습니다. 또 ‘킬’될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
―그러면 지금까지 시중에 떠돌던 ‘박근혜 총리 기용’은 실체가 없는 얘기입니까.
“첫 조각 때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에게 총리직을 권유했으나 거절했다’고 다들 막연하게 알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에게 총리를 제안했다고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청와대쪽 중요 인사들은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에게 총리를 제안했다’고 딱 부러지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유우익 비서실장이 제게 ‘왜 협조를 안 하느냐. 대통령이 총리직을 제안했는데 (박 대표가) 거절하느냐’고 해요. 제가 박 대표에게 확인해보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에게 ‘입각해서 같이 일할 생각이 있습니까’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그 말이 어떻게 ‘총리직 제안’입니까, 장관으로 일하라는 거지.
그 얘기를 전했더니 유우익 실장은 ‘아니, 대통령께서 박근혜 대표에게 입각을 얘기하면 총리직을 얘기하는 거지, 장관 하라는 얘기냐’고 해요.”
―저도 청와대에 있는 분에게서 똑같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을 못하는 분이다. 왜 그 뜻을 박 대표 쪽에서 ‘캐치’를 못하느냐”고 하더군요.
“만일 이명박 대통령이 첫 조각할 때 박 대표에게 ‘나라가 어려운데 손을 잡고 일합시다. 좌파정권 10년 적폐를 해소합시다. 총리를 맡으면 4월 총선에 못나가는데 괜찮겠느냐. 당신 주변에 유능한 사람이 있으면 추천해라’ 이러면, 박근혜 대표가 그걸 왜 ‘노’ 하겠습니까.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를 보십시오.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하기 전에 시카고로 불러서 의견 조율을 했습니다. 박 대표에게 국무총리를 맡길 생각이라면 이 대통령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협의를 했어야죠.”
―말하는 ‘뉘앙스’의 차이가 아니라, 제안에 진정성이 없었다, 그렇게 보는 겁니까.
“물론이죠. 총리직 제안 자체를 놓고 ‘했다, 안 했다’로 두 사람이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총리직을 맡아서 대통령과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재오, 李方鎬, 鄭鍾福이 공천 학살 주도”
―지난번 한나라당 총선 공천 때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걸러내겠다는 사전계획이 있었다, 리스트를 갖고 움직였다, 그렇게 생각합니까.
“계획이 있었죠. 저쪽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보를 다 듣고 있었습니다. 정치는 협상과 타협입니다. 협상과 타협을 성공시키려면 양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공천 학살’의 主犯(주범)들은 ‘적은 죽여야 한다’는 철학이었어요. 이재오, 李方鎬(이방호), 鄭鍾福(정종복) 같은 강경파들은 ‘적을 다 죽여야 한다’고 했고, 李相得(이상득), 박희태, 崔時仲(최시중), 金德龍(김덕룡)은 ‘그러면 안 된다.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걸로 압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강경파의 손을 들어줬어요.”
―이명박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까.
“잘된 선택이었다면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겠죠. 공천 학살을 주도한 사람들이 다 떨어졌잖아요. 지난번 한나라당의 공천은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한 과오입니다. 패자가 깨끗이 승복했는데, 승복한 패자 측의 장수들 목을 치면 누가 승복을 하겠습니다. 이제 대한민국 정당 경선에서 승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지난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주도했던 서울 은평의 이재오, 경남 사천의 이방호, 경주의 정종복 의원이 모두 낙선했죠.
“제가 총선이 끝나고 ‘하느님이 있다는 걸 알겠다’고 했어요. 이재오, 이방호 의원은 공천을 주도했고 워낙 유명하니까 유권자들이 알아보고 죽였다고 해도, 숨어있는 공천 실세였던 정종복, 박형준까지 찾아내서 잘라냈잖아요. 또 한번 느낀 거지만 우리 국민들이 무서워요.”
―김 의원께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친박연대’가 아니라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徐淸源(서청원), 李揆澤(이규택), 洪思德(홍사덕) 이 세 분이 저한테 신당의 당수를 맡으라고 했어요. ‘친박연대’라는 당명이 정해지기 전의 일입니다. 고민 끝에 내가 갈 길이 아니라고 결론을 냈어요. ‘나는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보다 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 집에서 살다가 불한당에게 쫓겨났다. 반드시 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했어요. 딴 살림을 차리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하는 날 아침까지 ‘당수를 맡아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새로 당을 만들면 한나라당과는 멀어지게 돼요. 결과적으로 지금 그렇게 됐고.”
“친박연대 당명에서 ‘박근혜’ 빼는 게 예의”
―친박연대가 최근 조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정당이 한나라당 밖에 있다는 사실은 박근혜 의원에게 부담이 될 텐데, ‘친박연대’라는 정당을 정리할 방법이 없나요.
“친박연대라는 당은 우리와 아픔을 같이했고, 한 뿌리였습니다. 그분들이 어려운 입장에 처해서 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해 제가 뭐라 할 수가 없습니다. 2008년 8월 ‘친박연대’ 지역구 의원과 ‘친박 무소속 연대’ 의원들이 입당할 때, ‘친박연대’ 쪽에서 ‘서청원·양정례·김노식 의원의 재판이 끝나면 한나라당에 모두 입당한다’고 했어요. ‘친박연대’가 그때 했던 말과 다른 길을 간다면, 당명은 바꿔야죠. 그게 기본적인 예의입니다.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 안에 있는데 박근혜 이름을 단 당이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의원 8명이 한나라당에 합류하는 것은 무산됐다고 봐야 하나요.
“원래 시나리오는 ‘친박연대’가 비례대표 의원 8명을 출당시켜 한나라당에 보낸다는 거였습니다. 정당이 비례대표를 출당시키면 비례대표 의원직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런데 ‘친박연대’가 아직 선언은 안 했지만, 조직을 보강하고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례대표 의원 8명의 한나라당 합류 시나리오는 무산된 걸로 봐야죠.”
―이재오 의원이 최근 “미국체류 비자가 2009년 5월에 만기다. 그 전에 언제라도 한국에 들어가서 내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재오 의원의 조기 귀국에 반대합니까.
“지금은 완전히 무장을 해제하고 있는데, 들어온다면 ‘또 전쟁이 시작되는구나’, 신발끈 동여매고 준비를 해야겠죠. 들어오면 이쪽을 또 치려고 할 테니까요. ‘2차 작업’(친박연대 죽이기라는 뜻-편집자 주)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말 ‘2차 작업’이 진행될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 사람들은 ‘적을 안 죽이면 우리가 죽는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적은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비록 우리가 당했다고 하더라도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더 이상 안 당하겠다고 정신만 차리고 같이 가자는 생각입니다. 저쪽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해요. ‘친박이 언젠가 득세하면 우릴 죽일 거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기들이 한 일이 있고, 정치철학이 원래 그러니까.”
“이재오 들어오면 ‘2차 작업’ 시작된다”
―2010년에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앞으로 임박한 큰 선거가 없는데 양 진영이 정면 충돌할 일이 있을까요.“이재오씨가 들어오면 가만 있겠습니까. 입각설도 있고, 국정원장설도 있고 뭔가 움직이겠죠. 제가 경선 때부터 저쪽 사람들에게 ‘우리 조직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몇 번 얘기를 했어요. ‘우리는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50%, 박근혜 20% 나올 때 박근혜 쪽에 섰다. 우리는 질 줄 알고 싸웠다. 우리가 확보한 당협위원장이 80명 저쪽은 160명이었는데 당내 득표에서 우리가 이겼다. 우리는 기적을 이뤄냈다. 이 조직은 두들긴다고 안 깨진다’고.”
―최근 들어 신문들이 ‘親李(친이)’ 의원 몇 명, ‘親朴(친박)’ 의원 몇 명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하고 있는데.
“지금 ‘친이’ ‘친박’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렇게 대결했다가 게임이 끝났잖아요. ‘친박근혜’ ‘친정몽준’ ‘친이재오’ ‘친김문수’, 이게 그나마 의미가 있을지 모르죠. 그것도 다음 대선후보 경선에 임박해서나 의미가 있을 겁니다. 지금은 정권 초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호루라기를 한번 불면 다 그리로 갑니다.”
―그래도 ‘친박’으로 분류할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이 몇 명쯤 됩니까.
“한 60명 되죠. 그런데 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어요. 저처럼 ‘친박’으로 몰려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된 사람들 모임이 ‘여의 포럼’입니다. 이 사람들이 2주에 한번 모여서 공부하는 게 다예요. ‘공부모임에 넣어달라’는 의원 몇 명을 추가로 영입했는데, ‘세력 확장’ 얘기가 나와서 그것도 제가 끊었어요.”
―정당 내의 계보나 계파를 철저하게 배척해야 하는가에 대해 異論(이론)이 적지 않습니다. 정당이라는 것 자체가 당파 정파에서 시작된 것 아니겠습니까.
“박근혜 의원이 당 대표로 있을 때 ‘나는 계보정치 안 한다’고 한 것은 맞아요. 하지만 본선같이 엄청난 대선 경선을 치르고 난 상황에서 박 대표가 ‘계보정치를 안 한다’는 건 얘기가 안되죠. 계파나 계보를 통해 당내 세력들 간의 균형과 견제가 이뤄집니다. 순기능이 있어요. 저는 ‘계보정치’ 대신 무슨 좋은 표현 없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일면식 없는 김무성에 사무총장 제안
―천막당사 시절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박근혜 대표를 모셨는데 그 전에 개인적인 인연이 있었습니까.
“전혀 없었어요. 제가 한양대 다니면서 反(반)유신 데모를 심하게 했고, 중동고 다닐 때는 서울지역 13개 고등학교 연합시위를 주도했습니다. 제가 이회창 총재 비서실장을 할 때 박근혜 대표가 탈당했습니다. 가까이할 일도, 서로 정감을 나눌 일도 없었어요. 10년 가까이 함께 국회의원을 하면서 단 한번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어요.”
―박 대표가 왜 일면식이 없는 사람에게 당 사무총장을 맡긴 건가요.
“그때 저는 국회 재경위원장을 맡아서 큰 보람을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박 대표가 사무총장을 하라고 해서 도망을 다녔어요. 도망만 다닐 수가 없어서 박 대표를 만나 ‘사무총장은 정당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다. 대표에게는 당권의 핵심이고 비서실장이나 마찬가지다. 왜 그 중요한 자리를 잘 알지도 못하는 나한테 맡기려고 하느냐’고 했죠. 박 대표가 그래요. ‘김 의원을 오랫동안 관찰해서 잘 알고 있다’고.”
―그래서 흔쾌히 맡았습니까.
“계속 ‘안 한다’고 했죠. 나중에 박 대표가 ‘내가 이렇게 당을 어렵게 끌고 간다. 다들 당신이 당무를 맡을 적임자라고 한다. 안 도와줄 거냐’고 막 뭐라고 해요. 그래서 하겠다고 했죠. 조건을 하나 걸었습니다. ‘나는 사심 없이 일하는 사람이다. 소신껏 밀어붙이다 보면 모함하는 사람이 생긴다. 대표가 모함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면 내가 일한 보람이 없다’고 했죠. 그랬더니 박 대표가 ‘김 총장을 100% 신뢰하겠다’고 약속을 해요.”
―두 분 호흡이 잘 맞았습니까.
“박 대표가 약속한대로 100% 신뢰를 주었어요. 그때 한나라당 사무처가 엉망이었습니다. 제가 근무기강을 확 잡았습니다. 사무총장에게 한 달에 500만원씩 판공비 나오던 걸 안 받았습니다. 한 달에 2억4000만원 적자가 나던 한나라당 살림을 9개월 후 사무총장 직을 떠날 때 매월 7000만~8000만원 흑자로 전환시켰습니다.”
―가까이서 본 박근혜는 어떤 사람입니까.
“지도자는 애국심이 있어야 합니다. 나라를 위해 자기를 희생해야 해요. 박근혜 대표는 철두철미 애국으로 뭉쳐져 있습니다. 정치란 협상과 타협인데, 박 대표는 자기가 설정한 목표를 직선으로 추구합니다. 정치적 유연성이 좀 떨어지죠. 그건 보완해야죠. 예지력, 결단력이 있고, 다 갖췄죠. 아주 훌륭한 국가 지도자가 될 겁니다.”
국민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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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9월 26일 국방부 합동화력운용시범장에서 李明博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누는 金武星 의원(오른쪽). |
“2004년 3월부터 2006년 7월까지 딱 2년3개월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침몰 위기에 처했던 한나라당을 구출했죠. 박근혜 의원이 대표를 하는 동안 열린우리당의 대표는 9명이 교체됐습니다.”
―‘帝皇的(제황적) 야당 총재’라고 불린 이회창 총재와 비교하면 박 대표의 리더십은 많이 부드러웠던 것 아닙니까.
“부드러운 정도가 아니죠. 오죽했으면 박근혜 대표시절 한나라당 최고당직자 회의를 ‘봉숭아 학당’이라고 했겠습니까. 회의 주재자가 허튼소리하는 사람 제재하고 빨리빨리 끝내야 하는데, 박 대표는 모두에게 말할 시간을 줬어요. 그때 元喜龍(원희룡) 의원 같은 사람이 참 많이 튀었죠. 제가 ‘왜 제지를 안 하느냐’고 박 대표에게 여러 번 얘기를 했어요.”
―김 의원이 박근혜 대표보다 한 살이 많습니다. 동년배로서의 유대감이 있습니까.
“같은 시대를 살아온 동년배 의식이 좀 있어요. 70학번들 사이에서 박근혜 대표가 인기가 좋아요. 내 친구들이 다 좋아하고.”
―‘박근혜 파워’의 원천은 뭘까요. 대통령의 딸, 영부인 역할,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이미지, 독자적인 정치인으로서의 파워. 어떤 게 더 큰 걸까요.
“타고났다고 봐요. 국민들의 관심, 매력,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킬 모든 걸 갖추고 있잖아요. 박정희 대통령이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고요. 그런 백그라운드 못지않게 품위가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품위 있는 사람 보기 힘들잖아요. 특히 지난 10년 더 그랬고. 말을 아끼고, 행동이 조심스럽고.”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박근혜 의원이 나오면 전국 어디서나 인파가 몰려나온다. 그게 박근혜의 힘이다”라고 해요.
“내가 보기에 잘생긴 얼굴은 아닌데,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데요. 사실 여성으로서 예쁜 얼굴은 아니잖아요. 端雅(단아)하다, 그 표현이 딱 어울리네요.”
―박 대표가 승용차를 타고 다니면서 머리를 좌석 뒤에 기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버스 여행, 기차 여행을 많이 했는데 조는 걸 딱 한번 봤어요. 잠깐 졸다가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해요. 국회의원으로서도 모범적이에요. 신문에 기획기사가 나오면 다 스크랩해서 줄을 쳐가면서 공부를 합니다. 머리가 좋고 학습효과가 빨라요. 외국어 실력이 대단해요.”
서민의 아픔을 알아주는 지도자
―프랑스 유학을 했으니까 프랑스어를 잘하실 거고.“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독학으로 배운 중국어로 대화를 할 정도입니다.”
―박근혜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의문은 이런 겁니다. 대통령의 맏딸로 청와대에서 18년을 보냈고, 그 후 18년 사회생활 없이 칩거했다. 과연 서민의 아픔을 알겠느냐.
“서민들의 어려움을 잘 알아요. 관심이 있으면 알게 되죠. 이번에 보건복지위에 간 것도 그런 관심을 더 깊이 하려고 한 거죠. 박 대표가 현실정치에 몸을 던진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지역구 주민들과 살을 맞대며 살고 있는데 ‘서민의 아픔을 알겠느냐’는 물음은 이제 시효가 끝났습니다.
박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민생투어를 나가면 사소한 약속 하나도 꼼꼼하게 수첩에 적어오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챙겼습니다. 대형 재난사고가 나서 합동분향소가 차려졌을 때 문전박대를 당하지 않는 유일한 정치인이 박 대표입니다. 다들 ‘이 사람은 내 아픔을 알아 줄 거다’ 그런 생각을 하나 봐요.”
김 의원을 만난 12월 10일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의 다음날(12월 11일) 경주行(행)이 화제였다. 박근혜 전 대표는 대선 경선 당시 안보특보를 지낸 정수성씨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지난 총선 때 李相得(이상득) 의원의 지원으로 경주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따낸 정종복씨는 ‘친박연대’ 김일윤 후보에게 패배했다.
김일윤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아 2009년 4월 재선거 가능성이 높다. ‘친이’로 분류되는 정종복씨가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라 박 전 대표의 경주 방문을 바라보는 ‘친이’ 진영의 시각이 곱지 않았다.
―내일 경주에는 안 가십니까.
“저는 안 갑니다. 박 대표가 고마움의 표시로 가는 자리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위해 다른 의원들은 못 가게 했어요.”
―‘戰端(전단)을 만들 일이 없다’는 거죠.
“그건 작은 전투잖아요. 거기에 장수가 나서면 안되죠.”
―이른바 ‘친이’ 진영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 박근혜 대표가 굳이 경주에 간 이유가 있습니까.
“그분은 ‘심플’하게 생각해요. 正道(정도)라고 생각하면 가는 거지,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경선 때 몇 안 되는 군인들이 나를 도와줬는데 출판기념회에 가는 건 인간적인 도리다, 그렇게 생각해요.”
10년 동안 직장생활 하다 정치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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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초반 민주산악회 山行. 가운데가 金泳三 前 대통령, 오른쪽이 金武星 의원. |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아주 낮은 상황에서 재보궐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진짜 신중하게 해야죠. 지난번처럼 하지 말고. 공천심사위를 제대로 구성해야 합니다. 저는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공천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정당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비겁한 선택입니다.”
―유권자들의 정치와 정당에 대한 신뢰가 너무 낮으니까, 여야 모두 ‘공정성을 담보한다’는 명목으로 공천에 외부인사를 앞다투어 끌어들이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결정했나요. 지난번 공천을 보면 실제로는 자기들이 다 하면서, 대학교수와 법조인들 데려다 놓고 허수아비를 만들었잖아요.”
김 의원의 부친은 金龍周(김용주·1985년 작고) 전 전남방직 회장이다. 부산 제2공립상업고등학교를 나온 그의 부친은 정부수립 이후 해운공사 사장, 駐(주)일본 공사를 지낸 이후 전남방직 사장과 신한제분 회장으로 활동하며 방직협회장,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재계의 원로였다.
김 의원의 형 昌星(창성)씨는 현재 전방의 명예회장이고, 누이 文熙(문희)씨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어머니다. 김 의원은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특별위 부위원장으로 민주화 투쟁에 뛰어들었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동해제강 전무이사를 거쳐 삼동산업 대표이사로 일하던 무렵이었다.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민추협 활동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집안에서 말리지 않았습니까.
“아버님이 1985년 2월에 돌아가셨는데, 그 전에는 몰래 했죠. 부친께서 사업을 하다가 정치 외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4·19 직후 민주당이 상하 양원제를 채택했는데 아버님은 참의원으로 당선돼 민주당 참의원 원내총무를 하셨어요. 민주당의 참의원·민의원 합동의원총회가 열리면 주재를 하셨고요. 5·16으로 민주당 정권이 끝날 때까지 9개월 정치활동을 한 겁니다. 아버님이 정치를 접고 우리 형제를 앉혀 놓고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정치라는 게 우리 집안사람들의 성정과 맞지 않는다. 너희들은 정치하지 마라’. 형님은 아버지 말씀을 착실하게 들었고, 저는 아버지 말을 안 들은 셈이죠.”
민주당 당사 매입 秘話
―민추협 활동에 나선 계기가 있습니까.
“직장인으로서 광주학살을 봤습니다. 박정희 유신정권은 그나마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는데 전두환 정권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그런 義憤(의분)이 있었던 거죠.”
―김영삼씨의 상도동에는 언제 합류했습니까.
“1983년 김영삼씨를 찾아가서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고, 김덕룡 의원 등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중간에서 주선을 했나요.
“제 발로 찾아갔어요. 아버님이 민주당의 新派(신파)였으니까 집안 인연을 찾아가면 김대중씨를 찾아갔어야 했는데, 김대중씨는 여러 가지로 가슴에 와 닿지를 않더라고요.”
그는 월급도 없이 건달처럼 살아야 하는 생활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민주화라는 일념 하나로 김영삼씨와 함께 아스팔트 위를 누비고 다녔다. 1987년 통일민주당이 창당된 후 총무국장, 국회 행정실장을 맡았고, 그해 대선 때는 김영삼 선거대책본부의 재정국장으로 정치자금을 관리했다.
金基洙(김기수) 전 수행실장 같은 상도동 사람들은 김무성 의원이 1987년 총무국장으로 민주당 당사를 구입한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1987년 여름에 김영삼 총재가 ‘당사 건물을 하나 얻으라’해서 서울시내를 다 돌아다녔는데 어디서도 세를 안 줘요. 전두환 정권에서 ‘50평 이상 사무실 임대 거래는 다 보고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정보과 형사 하나가 제 뒤를 졸졸 따라 다녔어요. 4대문 안에 있는 종교단체 소유의 건물을 계약했는데, 야당이 들어온다고 계약을 파기해 버려요.
제가 김 총재께 ‘총재님, 건물을 하나 사시죠’라고 건의를 했어요. 김 총재가 ‘우리가 무슨 돈이 있어서 건물을 사느냐’고 깜짝 놀라요. 제가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는 조그만 건물을 하나 사면 돈이 많이 안 든다’고 하니까 ‘정말 그러냐’고 하세요.”
―김 의원이 기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군요.
“그럼요. 제가 우겨서 약현성당 근처의 중림동에 4층짜리 민주당 당사를 샀어요. 계약금을 주고 중도금을 줘야 하는데 ‘전두환 대통령의 직계인 金振永(김진영) 수방사령관이 친위쿠데타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요. 김영삼 총재께 계약한 당사를 어떻게 할까 여쭸어요. 쿠데타가 나서 다 잡혀가면, 당사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돈만 날리는 거지. 김 총재가 ‘우리가 언제 돈 가지고 정치했느냐’며 중도금을 주라고 해요.”
돈이 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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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6년 민주화 투쟁 때 기독교방송 앞에서. 金泳三 前 대통령의 오른쪽이 金武星 의원. |
“’6·29 선언’ 나오기 직전의 일입니다. 그때 당사 구입은 둘째 일이고, 崔炯佑(최형우), 徐錫宰(서석재), 김덕룡 선배하고 ‘쿠데타가 나면 도망가느냐, 순순히 잡혀가느냐’로 논란을 벌였습니다.”
―결론이 어떻게 났습니까.
“우리가 도망가면 주변에서 도와주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으니까 순순히 잡혀가자고 정리가 됐어요. 감옥살이를 여러 번 한 김덕룡 선배가 정보기관에 끌려가 구타당한 경험을 얘기하면서 ‘야수들과 함께 콜로세움에 던져졌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해요. 저는 제 명의로 야당 당사를 구입했으니까, ‘이러다 우리 집안 회사 다 망하는 거 아니냐’ 고민을 했죠. 그러던 차에 6·29가 난 겁니다.”
―김 의원이 민주당 당사를 自費(자비)로 구입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제 명의로 샀지만, 돈은 김영삼 총재가 주신 거예요. 1985년 민추협이 출범할 때 관철동 수협중앙회 옥탑방을 제가 朴鍾雄(박종웅) 명의로 구했습니다. 이건 처음 얘기하는 건데, 그때 들어간 전세 비용의 절반을 제가 댔습니다.”
―당시에도 돈이 궁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버님이 물려 주신 돈이 있고, 제가 모은 돈이 있었으니까요. 1985년에 상도동계 계파 사무실로 ‘민족문제연구소’를 출범시켰는데, 이사로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한 달에 5만원을 냈고, 저는 한 달에 100만원을 냈습니다.”
―통일민주당의 총무국장과 원내 행정실장을 지냈으니 盧武鉉(노무현) 전 대통령을 잘 알겠군요.
“영입에서부터 의원활동까지 가까이서 지켜봤죠. 김영삼 총재가 金光一(김광일)씨를 영입하려고 했는데 이 분이 같이 데리고 들어온 게 노무현씨입니다. 부산 동구는 정권실세인 許三守(허삼수)씨 지역이어서 상도동에서는 박종웅씨를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노무현씨가 그 자리를 차고 들어왔습니다. 박종웅씨가 한 달 동안 상도동에 안 나오고 반발을 했죠.”
1988년 노무현 의원에게 3억원 지원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에피소드가 많겠습니다.
“다 지나간 일이니까 하나만 얘기할게요. 김영삼 총재가 전국구 의원 영입에서 들어온 돈을 전부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들에게 나눠줬어요. 김 총재가 돈 욕심이 전혀 없어요. 그런 점에서 참 대단해요. 많이 준 사람이 1억원이었고, 그 아래로 8000만원, 7000만원, 이런 식으로 등급을 나눠 지원을 했어요. 노무현씨는 3억원을 받았습니다. 1988년에 3억원이면 엄청난 돈이죠.”
―노무현씨가 5공 청문회로 스타가 됐죠. 전두환 대통령 국회 증언 때 명패를 던져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게 대통령으로 가는 발판이 됐죠.
“저도 거기에 일조를 했습니다. 5공 청문회에 나가는 우리 당 의원이 다 선정됐습니다. 당시 저는 원내 행정실장이었는데, 명단을 보니까 전부 민주화 투사들이에요. 제가 김영삼 총재에게 ‘총재님, 청문회는 질의 응답을 하면서 논쟁을 하는 겁니다. 律士(율사)들이 잘 어울립니다. 율사들로 교체해야 합니다’ 했더니, 김 총재가 ‘그러면 김 실장이 알아서 바꿔’라고 해요. 그래서 세 명을 교체했는데 새로 들어간 사람이 김광일·노무현·張石和(장석화) 의원이었습니다.”
―노무현 의원이 명패를 집어 던지는 걸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회증언이 파장이 났던 거죠.
“1989년 12월 31일 저녁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서면질의에 구두답변을 하고, 4당이 보충질의를 하기로 여야 합의가 됐죠. 백담사를 출발한 전두환씨가 국회로 거의 도착했는데 노무현 청문위원이 ‘통일민주당 대표 발언을 왜 김광일이 하느냐. 내가 하겠다’, ‘안 그러면 내게 의사진행 발언을 달라’고 해요. 의사진행 발언은 4당이 안 하기로 합의를 했어요. 겨우 노무현 청문위원을 달래서 전두환 전 대통령 청문회가 시작됐어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답변서를 읽어 내려가자 노무현 의원이 명패를 집어 던졌죠. 그때 ‘아, 저 사람은 민주주의 할 소양이 안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죠.”
―국회의원들을 지원하는 원내 행정실장이었으니까, 노무현 의원을 개인적으로 잘 알았겠습니다.
“장단점이 극명한 사람인데, 자기 주장을 하다가 관철이 안되면 판을 깨버려요. 국회의원 하면서 사표를 몇 번 냈어요. 사표 내고 사라져 최형우·이인제 의원이 찾으러 다니고…. 처음 사표를 냈을 때는 김 총재가 권양숙 여사를 불러서 혼을 내고 숨어 있는 걸 불러 왔죠.”
세 시간을 넘긴 긴 인터뷰가 마무리되자 김 의원은 “지나간 얘기를 너무 많이 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과한 표현이 있으면 다듬어 달라”는 그에게 “정치란 원래 시끄러운 것 아닙니까”라고 대답했다.
김 의원은 “기사를 쓰는 건 어차피 기자 몫이니까…”라며, 쏘아 버린 화살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렸다. 그가 내민 손에서 강한 힘이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