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黨보다 더한 與黨
『작은 정부, 알뜰한 정부를 만들고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고 한 공약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재정에 여유가 있다면 국가 부채를 갚는 데 써야 한다』.
『「親박근혜」 인사들의 입당을 막아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 李漢久(이한구) 정책委 의장은 최근 李明博(이명박)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움직임을 저지했다. 기획재정부가 오는 6월 시작되는 18代 국회에서 추경예산을 편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내가 정책委 의장에서 빠지면 추경예산안이 한나라당에서 통과될 줄 아느냐』며 쐐기를 박았다.
지난 大選 때는 「747(매년 7% 성장, 4만 달러 소득 달성, 세계 7大 경제강국 진입) 공약」, 「대운하 건설 공약」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래서 그는 요즈음 한나라당의 「미스터 쓴소리」라는 소리를 듣는다. 李漢久 정책委 의장을 만나, 난조를 보이고 있는 李明博 정부 정책 이야기를 들었다. 재무부 이재과장,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李의장은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시끄럽습니다. 盧武鉉 정부에서는 2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만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살코기 속에서 뼈조각이 하나 발견됐다고 수입 물량 전부를 반송시켰습니다.
그런데 現 정부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살코기뿐 아니라 뼈와 내장까지 수입하도록 허용했습니다. 이게 국민 불신과 怪談(괴담)의 출발점 아닐까요.
『정권이 바뀌었어도 정책은 연속적으로 다뤄져야 합니다. 쇠고기 수입은 전문성이 강하기 때문에 연속성을 많이 유지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쇠고기 수입의 상당부분은 지난 정부가 지나쳤기 때문에 바로잡는 조치였습니다. 前 정부가 국제관례에 어긋나게 행동한 것을 고친 겁니다. 하지만 협상력을 발휘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죠』
―정책 노선에 큰 변화와 수정이 있으면 黨政(당정)이 협의하고 국민들에게 사전에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죠.
『거기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모든 문제는 국민들이 최종 결정하는 겁니다. 국민들이 안 받아들이면 정책은 아무리 좋아도 소용이 없는 거예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절차를 밟아야죠. 지난 정부 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무조건 막기만 했잖아요. 미국과 OIE(국제수역사무국)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축적했어야 합니다. 그걸 못한 건 지난 정부의 책임이죠』
李明博 대통령의 치명적인 약점
―역대 정권의 경우, 장관들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만 보기 때문에 당정협의에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추경예산 편성을 놓고 정부와 정면 충돌했는데, 당정협의가 잘 이뤄지려면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할까요.
『장관들이 한나라당의 정체성, 정책 이념을 충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정권은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국민과 직접 마주치는 것이 당입니다. 이런 인식이 부족해요.
大選과 총선 때 공약한 것은 철저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공약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사전에 협의하지 않으면 당이 수용할 수 없는 거죠. 정부의 정책수단도 국민에게 약속한 「시장경제 중심」이라는 틀을 벗어나면 안 됩니다』
―대중 정치인인 金泳三(김영삼)·金大中(김대중)씨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본능적으로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되짚었습니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李明博 대통령은 그런 점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兩金(양김)이 언제 정책 가지고 정치를 했습니까.(웃음) 어쨌든 그 부분은 李明博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죠. 시대가 변했습니다. 정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국민들이 많은 정보를 인터넷 등을 통해서 손쉽게 얻습니다.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고 설득하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가 훨씬 쉽습니다. 그런데 兩金씨 같은 「콘셉트」가 부족하니까 여론에 매맞고 질질 끌려가는 거죠』
―盧武鉉 前 대통령은 「黨靑(당청) 분리」를 얘기하면서 여당 정치인들을 내각에 많이 기용했습니다. 李明博 대통령은 「긴밀한 黨政협조」를 얘기하면서, 여당 정치인을 입각시키지는 않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입각시켜야 당정협조가 잘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당은 당대로 가고, 내각은 내각대로 가면서 협조체제를 유지하면 됩니다. 정부에는 최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기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 사람들은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가 부족하니까 그걸 여당이 채워 주는 거죠』
―그런데 장관들이 여당보다 대통령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말씀이죠.
『그렇죠. 정책을 집행하다 보면 대통령 눈치만 봐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정책이 제대로 집행이 되지 않고, 여론이 나빠지면 대통령이 그 장관을 그대로 놔두겠습니까. 여당에서 시비붙는 정책은 힘을 받지 못합니다』
―姜萬洙(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자주 충돌하던데.
『姜장관과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개인적인 갈등으로 집중 조명하는 언론이 많더라고요.(웃음) 「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정부가 실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겁니다. 시장경제 원칙, 「작은 정부」 하겠다는 약속에 안 맞는 정책은 고쳐야죠. 姜장관뿐 아니라 다른 장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여러 장관들이 저한테 안 좋은 소리를 들었고, 조용하게 고쳤습니다』
―성장과 고용, 물가에 붉은 등이 켜졌습니다. 추경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정부 쪽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 않습니까.
『추경예산 편성은 국가재정법에 안 맞아서 불가능합니다. 「법이야 고치면 되지 않느냐」고 나올 수 있지만, 법개정은 우리 당의 정체성에 반합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그 부분에 대해 국민들에게 해 온 약속이 있습니다. 「큰 정부를 위해서 법을 고친다」,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인위적 경기부양 안 된다』
―정부 안팎에서 「선제적인 금리인하」,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셉니다. 「747 공약」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747은 大選 공약할 때 제가 수정했습니다. 747은 더 이상 공약이 아닙니다. 비전입니다. 7% 성장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바꾸겠다는 게 우리 약속입니다. 「7% 꼭 만들겠다, 뒤에 있는 47까지 반드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물론 747에 미련이 있는 사람이 있겠죠. 그러나 당의 입장에서는 「747」은 더 이상 공약이 아닙니다.
새 정부의 1차 당정회의 때 제가 「장관들이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지 말라.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그 자리에서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라」고 얘기했습니다』
―한국은행과 KDI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을 4%대 후반으로 낮춰잡았습니다. 올해 성장률을 어느 정도로 예상합니까.
『저도 성장률은 4%대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됐지, 인위적으로 올릴 이유가 없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물가가 오르고 성장은 정체)을 겪고 있는 것 아닙니까』
―李明博 정부는 「경제를 살려 달라」는 국민적 여망을 업고 출범했습니다. 경제적 성과라는 게 최소한 정책 집행 후 1~2년은 지나야 나오게 마련입니다. 국민의 기대와 경제 현실 사이의 간극이 지속되면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되지 않을까요.
『정부가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정돈해서 제시하면 국민들이 이해할 겁니다. 「지금 좋고, 나중에는 나빠도 좋다」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제일 우선 순위로 약속한 것이 일자리고, 그래서 성장을 공약한 겁니다. 좋은 일자리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중산층 복원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물가가 뛰면 중산층이 주저앉고, 내수시장을 약화시켜 성장 자체에 문제가 생깁니다. 물가 안정이 그만큼 중요하죠』
―대운하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정권 실세들 가운데 「대운하는 李明博 정권의 핵심 공약이다. 이걸 밀어붙이지 못하면 앞으로 다른 어떤 정책도 집행할 힘이 안 생긴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정반대입니다. 국민적인 동의를 못 받은 상황에서 대운하를 추진하면 다른 정책은 아무것도 추진하지 못합니다. 나중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고 싶으면 지난 10년간 左派(좌파) 정권이 허문 경제성장 기반을 빨리 강화해야 합니다.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조치, 규제 혁파부터 해야 합니다. 그 다음이 감세, 정부 부문의 비생산적인 요소 개혁입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아, 이제 나라가 변하는구나」하는 희망을 갖게 될 겁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제도와 관행이 바뀐다는 걸 실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프로젝트에 불과합니다. 되도 그만이고 안 되도 그만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니까요』
『좌파적 시각 가진 장차관들 있어』
―「747은 한나라당의 공약이 아니다」고 했는데, 한반도 대운하는 한나라당의 大選 공약입니까, 아닙니까?
『大選 공약에는 들어가 있어요. 그러나 많은 공약 중 끝에 한두 줄 들어간 겁니다. 5년 임기 안에 하면 되는 겁니다. 어떤 이는 20조원이 들어간다고 해요. 우리 경제 규모에 그게 무슨 큰 사업입니까』
―그러니까 「대운하는 20조원짜리 토목사업」이라는 말입니까.
『그렇죠. 그런 정도죠. 그런 사업이 어디 한두 가지입니까.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 때 발표한 「건강 문화 클러스터 사업」이 있습니다. 하나 만드는 데 10조원이 투입됩니다. 우리가 매년 두 개씩 만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것만 해도 한 해 20조원입니다』
―건강 문화 클러스터는 어디에 만드는 겁니까.
『대도시 주변이죠. 친환경적인 체육공원·실버타운 등을 만드는 겁니다. 선진국 국민들처럼 건강생활하는 여건을 만드는 거죠』
―정부가 국민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언론입니다. 방송과 인터넷 언론이 정부에 너무 적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여당으로서는 상당히 불만족스럽죠. 방송과 공무원들이 左派 10년을 지나면서 그 사고방식에 푹 젖어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마구잡이로 떠들 수 있도록 방치한 책임은 우리 한나라당에도 있습니다』
―공무원들도 그렇습니까.
『장차관 중에서 左派 시절 생각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1980년대 유행한 그람시의 「진지전 이론」에 따르면, 지금 右派(우파)는 정치권력이라는 진지만 장악했지, 문화·사회 진지는 左派에게 그대로 내준 상황입니다.
『지금 국회 진지도 탈환 못했잖아요.(웃음) 야당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뒤로 넘어지니까 대책이 없잖아요. 우리 쪽에서 뭔가 어설프다는 인상을 주니까 더 극성을 떠는 거예요. 우리 쪽에서는 그걸 반성해야죠. 左派들이 다 죽은 줄 알았다가 요즈음 호재가 터져 나오니까 이념이라는 무기를 들고 다시 활개를 치는 겁니다. 방송과 일부 언론이 여기에 편승하고 있고요』
―방송과 左派들의 선전선동에 李明博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못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감성이 이성보다 세죠. 쉽게 가슴에 다가오니까요. 감성에는 과거의 기록이 축적돼 있습니다. 「너 과거에 이런 나쁜 짓 하지 않았느냐」는 감성적 공격에 섣불리 맞서기 어렵습니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설명이 작동을 안 합니다. 이성적인 설득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親朴인사 받아들여야』
―18代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석이 153석입니다. 「국회 진지」를 장악하는데 충분한 의석입니까.
『의석이야 많을수록 좋죠. 그런데 의석이 많아지면 당 내부가 갈라지더군요. 18代 국회에서 기대를 하는 점은 보수적인 야당이 많다는 점입니다. 보수정당들의 도움을 받으면 큰 어려움이 없을 걸로 생각합니다』
―168석이 되면 全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차지하게 되는 거죠.
『전부 장악한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소수 야당이 극한으로 가면 국회 운영이 더 어려울 수 있죠』
―李의장은 「親朴인사 복당」에 찬성해 왔죠.
『무소속으로 당선된 親朴인사들은 左派 정권에 맞서 함께 투쟁했던 사람들입니다. 당에서 공천 안 주고 쫓아낸 겁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받아 주는 게 맞죠.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니까. 親朴인사들을 받아들였을 때 그 사람과 경쟁했던 한나라당 후보, 그 사람들을 지원했던 당 조직의 문제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親朴인사들을 대거 받아들여 한나라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게 될 때, 야당이 「야당 말살」이라고 반발하면 18代 국회 원구성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 「대통령이 박근혜 배신했다」고 생각』
―朴槿惠(박근혜) 前 대표는 親朴인사 복당의 시한을 「5월 말」로 못박았습니다.
『대구·경북 지방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얼마 전에 내려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수준입니다. 李明博 대통령이 「박근혜 前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함께하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리고 배신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盧武鉉 정부가 균형발전의 상징처럼 추진해 온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는 어떻게 할 겁니까. 이미 토지수용비로 100조원 이상이 투입된 사업인데.
『盧武鉉 정권이 左派정권답지 않게 엉뚱하게 벌여 놓은 사업입니다. 대못을 박겠다고 혁신도시를 빨리 착공하는 도시에 수백억원씩 인센티브를 준 게 말이 됩니까. 그러나 상당 부분 진행이 됐기 때문에 원점으로 되돌리면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추진했던 취지에 맞게, 효과가 나오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효과가 나오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광역자치단체장들을 만나보면 『혁신도시 입지 선정이 됐지만, 정부가 투자하려는 자금을 우리에게 주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자치단체장들이 지방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새로운 계획을 내주면 좋죠. 그 자금 가지고 산업기반을 만드는 데 쓴다든지, 지자체 차원에서 판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게 지방 발전을 위해 나을 수 있죠』
―혁신도시 건설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군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만 가지고 지방발전을 일으키겠다는 건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그건 바보 짓입니다. 하루에 차 몇 대 안 다니는 도로를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건 죄지은 겁니다. 문닫은 지방 공항도 사실 바보짓한 겁니다. 공항건설 비용을 다른 데 투입했으면 그 지역이 확 달라졌을 겁니다. 사업 벌여 놓고 몇 십년 지나서 바보짓을 깨닫는 일을 우리가 반복하고 있습니다』●
『재정에 여유가 있다면 국가 부채를 갚는 데 써야 한다』.
『「親박근혜」 인사들의 입당을 막아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 李漢久(이한구) 정책委 의장은 최근 李明博(이명박)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움직임을 저지했다. 기획재정부가 오는 6월 시작되는 18代 국회에서 추경예산을 편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내가 정책委 의장에서 빠지면 추경예산안이 한나라당에서 통과될 줄 아느냐』며 쐐기를 박았다.
지난 大選 때는 「747(매년 7% 성장, 4만 달러 소득 달성, 세계 7大 경제강국 진입) 공약」, 「대운하 건설 공약」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래서 그는 요즈음 한나라당의 「미스터 쓴소리」라는 소리를 듣는다. 李漢久 정책委 의장을 만나, 난조를 보이고 있는 李明博 정부 정책 이야기를 들었다. 재무부 이재과장,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李의장은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시끄럽습니다. 盧武鉉 정부에서는 20개월 미만 소의 살코기만 수입을 허용했습니다. 살코기 속에서 뼈조각이 하나 발견됐다고 수입 물량 전부를 반송시켰습니다.
그런데 現 정부는 30개월 이상의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살코기뿐 아니라 뼈와 내장까지 수입하도록 허용했습니다. 이게 국민 불신과 怪談(괴담)의 출발점 아닐까요.
『정권이 바뀌었어도 정책은 연속적으로 다뤄져야 합니다. 쇠고기 수입은 전문성이 강하기 때문에 연속성을 많이 유지해야 할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쇠고기 수입의 상당부분은 지난 정부가 지나쳤기 때문에 바로잡는 조치였습니다. 前 정부가 국제관례에 어긋나게 행동한 것을 고친 겁니다. 하지만 협상력을 발휘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죠』
―정책 노선에 큰 변화와 수정이 있으면 黨政(당정)이 협의하고 국민들에게 사전에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죠.
『거기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모든 문제는 국민들이 최종 결정하는 겁니다. 국민들이 안 받아들이면 정책은 아무리 좋아도 소용이 없는 거예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절차를 밟아야죠. 지난 정부 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무조건 막기만 했잖아요. 미국과 OIE(국제수역사무국)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축적했어야 합니다. 그걸 못한 건 지난 정부의 책임이죠』
李明博 대통령의 치명적인 약점
―역대 정권의 경우, 장관들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만 보기 때문에 당정협의에 한계가 뚜렷했습니다. 추경예산 편성을 놓고 정부와 정면 충돌했는데, 당정협의가 잘 이뤄지려면 어떤 점이 보완돼야 할까요.
『장관들이 한나라당의 정체성, 정책 이념을 충실히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정권은 국민에게서 나옵니다. 국민과 직접 마주치는 것이 당입니다. 이런 인식이 부족해요.
大選과 총선 때 공약한 것은 철저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공약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사전에 협의하지 않으면 당이 수용할 수 없는 거죠. 정부의 정책수단도 국민에게 약속한 「시장경제 중심」이라는 틀을 벗어나면 안 됩니다』
―대중 정치인인 金泳三(김영삼)·金大中(김대중)씨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본능적으로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되짚었습니다. 전문경영인 출신인 李明博 대통령은 그런 점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兩金(양김)이 언제 정책 가지고 정치를 했습니까.(웃음) 어쨌든 그 부분은 李明博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죠. 시대가 변했습니다. 정책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국민들이 많은 정보를 인터넷 등을 통해서 손쉽게 얻습니다.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고 설득하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가 훨씬 쉽습니다. 그런데 兩金씨 같은 「콘셉트」가 부족하니까 여론에 매맞고 질질 끌려가는 거죠』
―盧武鉉 前 대통령은 「黨靑(당청) 분리」를 얘기하면서 여당 정치인들을 내각에 많이 기용했습니다. 李明博 대통령은 「긴밀한 黨政협조」를 얘기하면서, 여당 정치인을 입각시키지는 않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입각시켜야 당정협조가 잘된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당은 당대로 가고, 내각은 내각대로 가면서 협조체제를 유지하면 됩니다. 정부에는 최대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기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 사람들은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가 부족하니까 그걸 여당이 채워 주는 거죠』
―그런데 장관들이 여당보다 대통령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말씀이죠.
『그렇죠. 정책을 집행하다 보면 대통령 눈치만 봐서는 안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정책이 제대로 집행이 되지 않고, 여론이 나빠지면 대통령이 그 장관을 그대로 놔두겠습니까. 여당에서 시비붙는 정책은 힘을 받지 못합니다』
―姜萬洙(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자주 충돌하던데.
『姜장관과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개인적인 갈등으로 집중 조명하는 언론이 많더라고요.(웃음) 「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정부가 실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겁니다. 시장경제 원칙, 「작은 정부」 하겠다는 약속에 안 맞는 정책은 고쳐야죠. 姜장관뿐 아니라 다른 장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그렇지 여러 장관들이 저한테 안 좋은 소리를 들었고, 조용하게 고쳤습니다』
―성장과 고용, 물가에 붉은 등이 켜졌습니다. 추경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정부 쪽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 않습니까.
『추경예산 편성은 국가재정법에 안 맞아서 불가능합니다. 「법이야 고치면 되지 않느냐」고 나올 수 있지만, 법개정은 우리 당의 정체성에 반합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그 부분에 대해 국민들에게 해 온 약속이 있습니다. 「큰 정부를 위해서 법을 고친다」,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인위적 경기부양 안 된다』
―정부 안팎에서 「선제적인 금리인하」, 「재정 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셉니다. 「747 공약」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747은 大選 공약할 때 제가 수정했습니다. 747은 더 이상 공약이 아닙니다. 비전입니다. 7% 성장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바꾸겠다는 게 우리 약속입니다. 「7% 꼭 만들겠다, 뒤에 있는 47까지 반드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물론 747에 미련이 있는 사람이 있겠죠. 그러나 당의 입장에서는 「747」은 더 이상 공약이 아닙니다.
새 정부의 1차 당정회의 때 제가 「장관들이 빨리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지 말라.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그 자리에서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라」고 얘기했습니다』
―한국은행과 KDI는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을 4%대 후반으로 낮춰잡았습니다. 올해 성장률을 어느 정도로 예상합니까.
『저도 성장률은 4%대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됐지, 인위적으로 올릴 이유가 없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물가가 오르고 성장은 정체)을 겪고 있는 것 아닙니까』
―李明博 정부는 「경제를 살려 달라」는 국민적 여망을 업고 출범했습니다. 경제적 성과라는 게 최소한 정책 집행 후 1~2년은 지나야 나오게 마련입니다. 국민의 기대와 경제 현실 사이의 간극이 지속되면 국민들의 불만이 증폭되지 않을까요.
『정부가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정돈해서 제시하면 국민들이 이해할 겁니다. 「지금 좋고, 나중에는 나빠도 좋다」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제일 우선 순위로 약속한 것이 일자리고, 그래서 성장을 공약한 겁니다. 좋은 일자리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중산층 복원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물가가 뛰면 중산층이 주저앉고, 내수시장을 약화시켜 성장 자체에 문제가 생깁니다. 물가 안정이 그만큼 중요하죠』
―대운하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정권 실세들 가운데 「대운하는 李明博 정권의 핵심 공약이다. 이걸 밀어붙이지 못하면 앞으로 다른 어떤 정책도 집행할 힘이 안 생긴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정반대입니다. 국민적인 동의를 못 받은 상황에서 대운하를 추진하면 다른 정책은 아무것도 추진하지 못합니다. 나중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고 싶으면 지난 10년간 左派(좌파) 정권이 허문 경제성장 기반을 빨리 강화해야 합니다.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조치, 규제 혁파부터 해야 합니다. 그 다음이 감세, 정부 부문의 비생산적인 요소 개혁입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아, 이제 나라가 변하는구나」하는 희망을 갖게 될 겁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제도와 관행이 바뀐다는 걸 실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프로젝트에 불과합니다. 되도 그만이고 안 되도 그만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니까요』
『좌파적 시각 가진 장차관들 있어』
―「747은 한나라당의 공약이 아니다」고 했는데, 한반도 대운하는 한나라당의 大選 공약입니까, 아닙니까?
『大選 공약에는 들어가 있어요. 그러나 많은 공약 중 끝에 한두 줄 들어간 겁니다. 5년 임기 안에 하면 되는 겁니다. 어떤 이는 20조원이 들어간다고 해요. 우리 경제 규모에 그게 무슨 큰 사업입니까』
―그러니까 「대운하는 20조원짜리 토목사업」이라는 말입니까.
『그렇죠. 그런 정도죠. 그런 사업이 어디 한두 가지입니까.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 때 발표한 「건강 문화 클러스터 사업」이 있습니다. 하나 만드는 데 10조원이 투입됩니다. 우리가 매년 두 개씩 만들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것만 해도 한 해 20조원입니다』
―건강 문화 클러스터는 어디에 만드는 겁니까.
『대도시 주변이죠. 친환경적인 체육공원·실버타운 등을 만드는 겁니다. 선진국 국민들처럼 건강생활하는 여건을 만드는 거죠』
―정부가 국민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가 언론입니다. 방송과 인터넷 언론이 정부에 너무 적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여당으로서는 상당히 불만족스럽죠. 방송과 공무원들이 左派 10년을 지나면서 그 사고방식에 푹 젖어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마구잡이로 떠들 수 있도록 방치한 책임은 우리 한나라당에도 있습니다』
―공무원들도 그렇습니까.
『장차관 중에서 左派 시절 생각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종종 보입니다』
―1980년대 유행한 그람시의 「진지전 이론」에 따르면, 지금 右派(우파)는 정치권력이라는 진지만 장악했지, 문화·사회 진지는 左派에게 그대로 내준 상황입니다.
『지금 국회 진지도 탈환 못했잖아요.(웃음) 야당이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뒤로 넘어지니까 대책이 없잖아요. 우리 쪽에서 뭔가 어설프다는 인상을 주니까 더 극성을 떠는 거예요. 우리 쪽에서는 그걸 반성해야죠. 左派들이 다 죽은 줄 알았다가 요즈음 호재가 터져 나오니까 이념이라는 무기를 들고 다시 활개를 치는 겁니다. 방송과 일부 언론이 여기에 편승하고 있고요』
―방송과 左派들의 선전선동에 李明博 정부가 제대로 대응을 못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감성이 이성보다 세죠. 쉽게 가슴에 다가오니까요. 감성에는 과거의 기록이 축적돼 있습니다. 「너 과거에 이런 나쁜 짓 하지 않았느냐」는 감성적 공격에 섣불리 맞서기 어렵습니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설명이 작동을 안 합니다. 이성적인 설득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親朴인사 받아들여야』
―18代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석이 153석입니다. 「국회 진지」를 장악하는데 충분한 의석입니까.
『의석이야 많을수록 좋죠. 그런데 의석이 많아지면 당 내부가 갈라지더군요. 18代 국회에서 기대를 하는 점은 보수적인 야당이 많다는 점입니다. 보수정당들의 도움을 받으면 큰 어려움이 없을 걸로 생각합니다』
―168석이 되면 全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차지하게 되는 거죠.
『전부 장악한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소수 야당이 극한으로 가면 국회 운영이 더 어려울 수 있죠』
―李의장은 「親朴인사 복당」에 찬성해 왔죠.
『무소속으로 당선된 親朴인사들은 左派 정권에 맞서 함께 투쟁했던 사람들입니다. 당에서 공천 안 주고 쫓아낸 겁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받아 주는 게 맞죠.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니까. 親朴인사들을 받아들였을 때 그 사람과 경쟁했던 한나라당 후보, 그 사람들을 지원했던 당 조직의 문제도 어려운 부분입니다. 親朴인사들을 대거 받아들여 한나라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게 될 때, 야당이 「야당 말살」이라고 반발하면 18代 국회 원구성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 「대통령이 박근혜 배신했다」고 생각』
―朴槿惠(박근혜) 前 대표는 親朴인사 복당의 시한을 「5월 말」로 못박았습니다.
『대구·경북 지방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얼마 전에 내려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수준입니다. 李明博 대통령이 「박근혜 前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함께하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리고 배신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盧武鉉 정부가 균형발전의 상징처럼 추진해 온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와 혁신도시는 어떻게 할 겁니까. 이미 토지수용비로 100조원 이상이 투입된 사업인데.
『盧武鉉 정권이 左派정권답지 않게 엉뚱하게 벌여 놓은 사업입니다. 대못을 박겠다고 혁신도시를 빨리 착공하는 도시에 수백억원씩 인센티브를 준 게 말이 됩니까. 그러나 상당 부분 진행이 됐기 때문에 원점으로 되돌리면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추진했던 취지에 맞게, 효과가 나오도록 만들 생각입니다. 효과가 나오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광역자치단체장들을 만나보면 『혁신도시 입지 선정이 됐지만, 정부가 투자하려는 자금을 우리에게 주면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자치단체장들이 지방민들의 동의를 얻어서 새로운 계획을 내주면 좋죠. 그 자금 가지고 산업기반을 만드는 데 쓴다든지, 지자체 차원에서 판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게 지방 발전을 위해 나을 수 있죠』
―혁신도시 건설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군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만 가지고 지방발전을 일으키겠다는 건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그건 바보 짓입니다. 하루에 차 몇 대 안 다니는 도로를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건 죄지은 겁니다. 문닫은 지방 공항도 사실 바보짓한 겁니다. 공항건설 비용을 다른 데 투입했으면 그 지역이 확 달라졌을 겁니다. 사업 벌여 놓고 몇 십년 지나서 바보짓을 깨닫는 일을 우리가 반복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