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李明博(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던 지난 2월25일 아침 서울 덕수궁 앞 풍경입니다. 경찰관들이 거의 1m 간격으로 촘촘히 서 있습니다. 경찰관들이 몸으로 친 방어선은 청와대 입구에서 출발해 광화문을 지나 취임식장인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이어졌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효율적인 대통령 취임식 행사 경비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경찰관들을 길가에 줄 세워 놓으면 민생치안에 공백이 생기는 건 아닐까요? 우리처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은 나라에서 그렇게 치안유지 인력을 물 쓰듯 하는 걸 보셨습니까?
저는 2004년 1월 이스라엘과 요르단, 이집트 3국을 여행했습니다. 이스라엘 외무부 초청으로 이스라엘 방문을 끝내고 며칠 짬을 내서 요르단과 이집트를 돌아봤습니다.
그 무렵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살폭탄테러가 연일 터졌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살폭탄테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요르단 강 서안지역을 삥 둘러서 수백 km의 콘크리트 장벽을 한창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높이 7~8m의 콘크리트 장벽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분리 장벽」이라는 국제여론이 고조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세계의 주요 언론들을 불러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실판 샬롬」 외무장관을 인터뷰하기 위해 외무부 청사에 들어가는데, 사복 경찰 두 명이 면회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폭탄테러를 막기 위해 정문에 장갑차 한두 대 세워 놓고, 철제 바리케이드를 쳐놓았으리라는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두 경찰관은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차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城(성)과 주변을 다니면서 경찰버스가 세워져 있거나, 경찰관들이 무리를 지어 경비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기마경찰과 경찰 순찰차가 가끔씩 지나다녔습니다. 이스라엘 경찰관들은 권총을 차고 있었고, M16을 함께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자살테러범이 폭탄을 몸에 감고 달려들거나, 다른 방법으로 위해를 가하려고 할 때 그 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길거리를 걸어가다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당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체 없이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 줬습니다.
요르단의 경찰관들은 권총이나 소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 경찰이 보여 주는 위엄이 없었습니다. 택시운전사들이 불법 운행을 단속하는 경찰관과 삿대질을 하면서 싸웠습니다. 그들의 총은 실탄이 장전되지 않은 빈 총이었습니다.
카이로의 무바라크 대통령宮 앞을 지나는데 긴 고무방망이를 찬 경찰관들이 1m 간격으로 빽빽이 서 있었습니다. 이집트 경찰은 총도 없고, 위엄도 없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宮 앞은 李明博 대통령 취임식 날 덕수궁 앞에서 한국 경찰이 연출한 풍경과 흡사했습니다. 그나마 한국 경찰들은 고무방망이조차 하나씩 차고 있지 않았습니다.
미국 스탠포드大에서 연수를 하고 있던 2000년 여름. 조선일보 사회부에서 『미국 경찰은 시위를 어떻게 진압하는지 취재를 좀 해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팔로 알토」市 경찰서를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입구에서 한 신사가 『무얼 도와줄까』 하며 다가섰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거라면 내가 얘기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더니, 허리에 찬 권총을 「탁탁」 치면서 『형사과에 있는 형사니까 믿어도 좋다』고 농담을 했습니다.
―시위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경찰 순찰차 한두 대가 나가서 폴리스라인을 지키는지, 신고한 대로 집회와 시위를 진행하는지 지켜본다』
―폴리스라인을 넘거나,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현장에서 수갑을 채워서 경찰서에 끌고 온다. 그런 경우가 좀체로 없다』
―수백, 수천 명의 군중이 돌변해서 불법시위를 벌이면 어떻게 하나.
『록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흥분한 젊은이들이 주변 상가의 유리창을 깨거나 돌을 던지면서 시위를 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그럴 때는 관내 경찰들이 시위진압 장구를 착용하고 현장으로 가서 시위진압을 한다』
―관내 경찰력으로 시위진압이 안 되면 어떡하나.
『인근 市에 있는 경찰에 지원을 요청한다』
―그래도 진압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그건 폭동상황이다. 그때는 州방위군이 출동한다. LA폭동 때 경찰 시위진압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 州방위군이 동원됐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시위진압팀을 운영하는 건 생각하지 않나.
『그 비용을 누가 대나? 세금 내는 시민들이 시위를 전문으로 진압하는 경찰병력을 따로 두는 걸 허용하겠나?』
2만 달러 소득 국가의 대한민국이 제3세계의 대표적인 빈국 이집트처럼 경찰병력을 물 쓰듯이 운용합니다. 이건 「공짜 치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찰은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할 청년 4만5000명을 「치안 보조인력」으로 당겨쓰고 있습니다. 바로 전투경찰, 의무경찰입니다. 이런 경우는 전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습니다.
공짜는 어디에서나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킵니다.
경찰대학을 졸업한 제 친구는 서울시내 경찰서장을 지냈습니다. 그 친구는 『아들 또래의 전경들이 시위대의 각목과 쇠파이프에 맞는 걸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합니다. 『멀쩡한 어른들이 쇠파이프로 병역의무를 수행중인 청년들을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전쟁터가 매일처럼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다』는 게 제 친구의 한탄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金大中·盧武鉉 정권 아래서 재야단체, 시민단체들이 하고 싶은 대로 불법시위를 다 했잖아. 지방 관공서에 불 지르고, 쇠파이프와 죽창으로 전경들을 개 패듯이 패고…. 이 아이들이 집에 가면 다 귀한 자식들이야. 요즈음 집에 아들 하나, 딸 하나잖아. 左派(좌파)들은 병역의무를 하고 있는 전경들을 인격으로 안 봐. 시위를 막는 전경들은 수구·보수세력의 앞잡이고 타도해야 할 대상이야. 그러니까 쇠파이프로 아들 또래 청년의 머리를 내려치면서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거지. 쇠파이프와 화염병 맞아 가면서 시위현장에서 시위가담자 잡아서 기소하면, 법원은 「직접적인 증거를 내놓으라」는 거야. 이러니 불법시위가 잡히겠어』
金大中 정부 이후 한국 경찰은 「無최루탄」을 시위진압의 금과옥조로 삼아 왔습니다. 불법시위를 신속하게 해산시키고, 불법시위자들을 처벌하는 일은 다음이었습니다. 제 친구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그런 위선에 녹아난 게 전경들』이라고 했습니다.
『金大中·盧武鉉 정권 시절에 경찰 고위간부들이 「無최루탄 원칙이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고 하는 걸 보면서 분통이 터졌어. 그게 자랑이야. 軍에 간 자기 자식이 시위현장에서 시위진압하고 있으면 그런 소리 할 수 있겠어. 폭력시위에 밀리다가 최루탄을 쏘면 경찰과 시위대와의 사이에 30~40m 거리가 생기잖아. 안전한 공간이 확보되는 거지. 최루탄을 안 쏘니까 시위는 길어지고, 시위현장마다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와 전경들이 몸으로 맞부닥쳤어. 그래서 더 많은 전경들 머리가 박살나고, 다리가 부러진 거야. 언제까지 4만5000명이나 되는 청년들을 불법시위의 방패막이로 써 먹을 거야. 이러고도 우리가 선진국 갈 수 있겠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경찰병원. 부상당한 동료를 면회 온 李모(22·수경)씨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굉장히 억울하죠. 시위대 중에 다친 사람이 나오면 바로 뉴스에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다쳐도 당연한 것으로 취급합니다. 「시위하던 경찰이 다쳐서 위급하다」는 신문기사 본 적 있으세요? 정말 알고 보면 우리 신세가 참 서럽습니다』
논산훈련소에 입대했다가 전투경찰로 차출된 朴모(21·상경)씨는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를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그 분노를 참기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부상으로 최근 입원한 金모(22·상경)씨는 『전경들이 시위 막다가 다치고 불구가 돼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평택 미군기지 반대시위대에게 대나무창으로 눈을 찔려 시력을 잃어버린 의경이 있습니다. 시위대가 그랬다면 대한민국이 떠들썩했겠죠』
경찰병원엔 현재 400여 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습니다. 그중 경찰은 전·의경 포함해 220명이고, 나머지는 일반인들입니다. 큰 시위가 일어나면 부상을 입은 전투경찰과 의무경찰로 이 병원 응급실과 병실은 만원이 된다고 합니다.
경찰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지금 이 정도면 응급실이 아주 썰렁한 거예요. 「시즌」 되면 응급실에 발 디딜 틈이 없어요. 이제 날도 풀리고 하니 슬슬 전경들이 부상자로 밀려들겠군요』●
뭔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효율적인 대통령 취임식 행사 경비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경찰관들을 길가에 줄 세워 놓으면 민생치안에 공백이 생기는 건 아닐까요? 우리처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은 나라에서 그렇게 치안유지 인력을 물 쓰듯 하는 걸 보셨습니까?
저는 2004년 1월 이스라엘과 요르단, 이집트 3국을 여행했습니다. 이스라엘 외무부 초청으로 이스라엘 방문을 끝내고 며칠 짬을 내서 요르단과 이집트를 돌아봤습니다.
그 무렵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살폭탄테러가 연일 터졌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살폭탄테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요르단 강 서안지역을 삥 둘러서 수백 km의 콘크리트 장벽을 한창 설치하고 있었습니다.높이 7~8m의 콘크리트 장벽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분리 장벽」이라는 국제여론이 고조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세계의 주요 언론들을 불러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실판 샬롬」 외무장관을 인터뷰하기 위해 외무부 청사에 들어가는데, 사복 경찰 두 명이 면회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폭탄테러를 막기 위해 정문에 장갑차 한두 대 세워 놓고, 철제 바리케이드를 쳐놓았으리라는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두 경찰관은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차고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城(성)과 주변을 다니면서 경찰버스가 세워져 있거나, 경찰관들이 무리를 지어 경비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기마경찰과 경찰 순찰차가 가끔씩 지나다녔습니다. 이스라엘 경찰관들은 권총을 차고 있었고, M16을 함께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자살테러범이 폭탄을 몸에 감고 달려들거나, 다른 방법으로 위해를 가하려고 할 때 그 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길거리를 걸어가다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당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지체 없이 신분증을 꺼내서 보여 줬습니다.
요르단의 경찰관들은 권총이나 소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 경찰이 보여 주는 위엄이 없었습니다. 택시운전사들이 불법 운행을 단속하는 경찰관과 삿대질을 하면서 싸웠습니다. 그들의 총은 실탄이 장전되지 않은 빈 총이었습니다.
카이로의 무바라크 대통령宮 앞을 지나는데 긴 고무방망이를 찬 경찰관들이 1m 간격으로 빽빽이 서 있었습니다. 이집트 경찰은 총도 없고, 위엄도 없었습니다. 무바라크 대통령宮 앞은 李明博 대통령 취임식 날 덕수궁 앞에서 한국 경찰이 연출한 풍경과 흡사했습니다. 그나마 한국 경찰들은 고무방망이조차 하나씩 차고 있지 않았습니다.
미국 스탠포드大에서 연수를 하고 있던 2000년 여름. 조선일보 사회부에서 『미국 경찰은 시위를 어떻게 진압하는지 취재를 좀 해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팔로 알토」市 경찰서를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입구에서 한 신사가 『무얼 도와줄까』 하며 다가섰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거라면 내가 얘기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더니, 허리에 찬 권총을 「탁탁」 치면서 『형사과에 있는 형사니까 믿어도 좋다』고 농담을 했습니다.
―시위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경찰 순찰차 한두 대가 나가서 폴리스라인을 지키는지, 신고한 대로 집회와 시위를 진행하는지 지켜본다』
―폴리스라인을 넘거나,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현장에서 수갑을 채워서 경찰서에 끌고 온다. 그런 경우가 좀체로 없다』
―수백, 수천 명의 군중이 돌변해서 불법시위를 벌이면 어떻게 하나.
『록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흥분한 젊은이들이 주변 상가의 유리창을 깨거나 돌을 던지면서 시위를 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 그럴 때는 관내 경찰들이 시위진압 장구를 착용하고 현장으로 가서 시위진압을 한다』
―관내 경찰력으로 시위진압이 안 되면 어떡하나.
『인근 市에 있는 경찰에 지원을 요청한다』
―그래도 진압이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그건 폭동상황이다. 그때는 州방위군이 출동한다. LA폭동 때 경찰 시위진압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 州방위군이 동원됐다』
―그런 때를 대비해서 시위진압팀을 운영하는 건 생각하지 않나.
『그 비용을 누가 대나? 세금 내는 시민들이 시위를 전문으로 진압하는 경찰병력을 따로 두는 걸 허용하겠나?』
2만 달러 소득 국가의 대한민국이 제3세계의 대표적인 빈국 이집트처럼 경찰병력을 물 쓰듯이 운용합니다. 이건 「공짜 치안」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찰은 병역의무를 수행해야 할 청년 4만5000명을 「치안 보조인력」으로 당겨쓰고 있습니다. 바로 전투경찰, 의무경찰입니다. 이런 경우는 전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습니다.
공짜는 어디에서나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킵니다.
경찰대학을 졸업한 제 친구는 서울시내 경찰서장을 지냈습니다. 그 친구는 『아들 또래의 전경들이 시위대의 각목과 쇠파이프에 맞는 걸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합니다. 『멀쩡한 어른들이 쇠파이프로 병역의무를 수행중인 청년들을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전쟁터가 매일처럼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다』는 게 제 친구의 한탄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金大中·盧武鉉 정권 아래서 재야단체, 시민단체들이 하고 싶은 대로 불법시위를 다 했잖아. 지방 관공서에 불 지르고, 쇠파이프와 죽창으로 전경들을 개 패듯이 패고…. 이 아이들이 집에 가면 다 귀한 자식들이야. 요즈음 집에 아들 하나, 딸 하나잖아. 左派(좌파)들은 병역의무를 하고 있는 전경들을 인격으로 안 봐. 시위를 막는 전경들은 수구·보수세력의 앞잡이고 타도해야 할 대상이야. 그러니까 쇠파이프로 아들 또래 청년의 머리를 내려치면서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거지. 쇠파이프와 화염병 맞아 가면서 시위현장에서 시위가담자 잡아서 기소하면, 법원은 「직접적인 증거를 내놓으라」는 거야. 이러니 불법시위가 잡히겠어』
金大中 정부 이후 한국 경찰은 「無최루탄」을 시위진압의 금과옥조로 삼아 왔습니다. 불법시위를 신속하게 해산시키고, 불법시위자들을 처벌하는 일은 다음이었습니다. 제 친구는 『정치하는 사람들의 그런 위선에 녹아난 게 전경들』이라고 했습니다.
『金大中·盧武鉉 정권 시절에 경찰 고위간부들이 「無최루탄 원칙이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고 하는 걸 보면서 분통이 터졌어. 그게 자랑이야. 軍에 간 자기 자식이 시위현장에서 시위진압하고 있으면 그런 소리 할 수 있겠어. 폭력시위에 밀리다가 최루탄을 쏘면 경찰과 시위대와의 사이에 30~40m 거리가 생기잖아. 안전한 공간이 확보되는 거지. 최루탄을 안 쏘니까 시위는 길어지고, 시위현장마다 쇠파이프를 든 시위대와 전경들이 몸으로 맞부닥쳤어. 그래서 더 많은 전경들 머리가 박살나고, 다리가 부러진 거야. 언제까지 4만5000명이나 되는 청년들을 불법시위의 방패막이로 써 먹을 거야. 이러고도 우리가 선진국 갈 수 있겠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경찰병원. 부상당한 동료를 면회 온 李모(22·수경)씨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굉장히 억울하죠. 시위대 중에 다친 사람이 나오면 바로 뉴스에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다쳐도 당연한 것으로 취급합니다. 「시위하던 경찰이 다쳐서 위급하다」는 신문기사 본 적 있으세요? 정말 알고 보면 우리 신세가 참 서럽습니다』
논산훈련소에 입대했다가 전투경찰로 차출된 朴모(21·상경)씨는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를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며 『그 분노를 참기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부상으로 최근 입원한 金모(22·상경)씨는 『전경들이 시위 막다가 다치고 불구가 돼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평택 미군기지 반대시위대에게 대나무창으로 눈을 찔려 시력을 잃어버린 의경이 있습니다. 시위대가 그랬다면 대한민국이 떠들썩했겠죠』
경찰병원엔 현재 400여 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있습니다. 그중 경찰은 전·의경 포함해 220명이고, 나머지는 일반인들입니다. 큰 시위가 일어나면 부상을 입은 전투경찰과 의무경찰로 이 병원 응급실과 병실은 만원이 된다고 합니다.
경찰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지금 이 정도면 응급실이 아주 썰렁한 거예요. 「시즌」 되면 응급실에 발 디딜 틈이 없어요. 이제 날도 풀리고 하니 슬슬 전경들이 부상자로 밀려들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