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聖洙
1935년 구례 화엄사 아랫마을 출생. 호 靈目. 건국大를 졸업하고 건설부에서 근무하던 중 뜻한 바 있어 사임하고 나와 사업에 투신하여 성공한 후 세계를 일주하며 동서양 풍수지리학을 섭렵했다. 특히 한국 풍수지리학의 鼻祖인 玉龍子 道詵國師의 비법을 연구하여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저서로 「名堂」이 있다.
1935년 구례 화엄사 아랫마을 출생. 호 靈目. 건국大를 졸업하고 건설부에서 근무하던 중 뜻한 바 있어 사임하고 나와 사업에 투신하여 성공한 후 세계를 일주하며 동서양 풍수지리학을 섭렵했다. 특히 한국 풍수지리학의 鼻祖인 玉龍子 道詵國師의 비법을 연구하여 많은 영향을 받았다. 저서로 「名堂」이 있다.
平山申氏의 시조 申崇謙
- 平山 申氏의 시조 申崇謙(원안)의 묘.
王建(왕건·877~943)을 도와 고려를 개국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 申崇謙(신숭겸·壯節公 ? ~ 927)은 지금도 살아 있다. 후손이나 그의 충절을 기리는 후세인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무덤이 지닌 강한 생명의 氣(기)가 1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후손들에게 물과 공기처럼 스며들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뜻이다.
신라 말 光海州(광해주·현재의 春川) 출신으로 平山申氏(평산신씨)의 始祖(시조)가 된 신숭겸은 원래 泰封(태봉) 弓裔(궁예) 휘하의 장수였으나 裵玄慶(배현경)·洪儒(홍유)·卜知謙(복지겸) 등과 함께 궁예를 폐하고 王建을 옹립해 고려의 開國功臣(개국공신)이 됐다.
927년 王建과 후백제 견훤의 운명을 가르는 일전이 대구 북방 公山(공산·현재의 八公山)에서 벌어졌다. 이 전투에서 王建은 후백제軍에 포위되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때 체구와 용모가 비슷한 신숭겸이 王建의 戰袍(전포)를 입고 후백제軍을 유인, 고군분투하다 戰死(전사)했다.
그 덕에 목숨을 건진 王建은 일찍이 도선국사가 王建 자신의 身後地(신후지)로 점지해 준 광해주(춘천)의 명당에 신숭겸을 장사 지내도록 했다. 이때 王建은 후백제軍이 베어 간 신숭겸의 머리(首級·수급)를 대신해 황금으로 신숭겸의 頭像(두상)을 만들어 무덤에 묻었다. 그리고 도굴을 우려해 어느 것이 진짜 묘인지 알 수 없도록 假墓(가묘)를 두 개 더 만들었다. 신숭겸의 묘소는 봉분 세 개의 희귀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방동리 산 91번지. 의암댐 상류의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춘천시가를 건너다보는 西面(서면)은 배후에 춘천을 옹위하듯 준봉들이 늘어서 있다. 그 준봉의 龍脈(용맥)이 북한강을 바라보고 출렁이며, 직선으로 달려 내려온 끝자락에 신숭겸의 묘소가 있다.
방동리 입구에 들어서면 멀리 스키장의 슬로프처럼 산 중턱까지 길게 깎아 놓은 듯한 斜面(사면)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신숭겸의 묘소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300년 후부터 發福
도로 입구부터 묘소까지의 거리는 약 4km, 그 사이가 개활지인데다 거리가 너무 멀다. 무덤의 전면이 너무 열려 있다는 느낌이다. 안산이 없거나 부실하면 명당이 나올 수 없다는 경험칙에 따르면, 이곳이 平山申氏의 始祖墓(시조묘)이자 大發福(대발복)의 근원지라는 것이 아무래도 미심쩍다.
묘소에 당도해 보니 白虎(백호)가 뚜렷하지 않았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백호는 없었다. 그러나 이 묘소의 左靑龍(좌청룡)이 허하다는 풍수계의 일설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청룡이 墓宅(묘택)보다 낮아 보이는 것은 묘택을 높이는 바람에 좌청룡이 낮게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는 묘택을 감싸는 左청룡은 엄연히 존재했다.
용맥은 西北(서북)의 태조산에서 東北(동북) 방향으로 흐르다가 다시 東向(동향)으로 12번이나 파도처럼 굽이치며 서쪽에서 들어왔고, 묘소는 東南向(동남향)으로 앉았다. 2基(기)의 假墓를 제외한 묘소 정중앙에 천년 동안 변함없이 넘치는 강한 생기를 찾을 수 있었다.
기이한 것은 묘소에서 바라보면 멀리 백호 쪽을 휘둘러 앞을 막은 봉우리 하나가 있어 안산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 안산이 북한강의 물을 야무지게 가렸으니 이로써 山水同居(산수동거)의 폐단을 제거했다. 북한강 건너편 춘천시내의 봉의산도 비록 멀지만 外청룡·外백호와 어울려 한 판의 거대한 국면을 형성했다. 평범한 풍수의 상식적인 안목으로는 찾을 수 없는 이 大地形局(대지형국)을 발견한 것은 도선국사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흠이 있다면 안산이 멀어 발복이 늦다는 것인데 12절 후 입수한데다 안산이 멀어 12代 이후, 즉 묘소를 만든 후 약 300년 후부터 자손들이 음덕을 입는다는 점이다. 그저 눈앞의 발복에만 급급해하는 짧은 호흡의 사람들 생각으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선택이었다.
관리사무소의 도우미로부터 『올해 안으로 묘소 앞의 턱을 깎아 평탄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春秋(춘추)로 享祀(향사)를 지낼 때 平山申氏 종문 후손들이 1000명 이상 참배하는데, 이때 아래쪽에 늘어선 후손들은 묘소 앞의 턱이 가로막아 조상의 분묘를 보지 못한 채 절만 해야 하는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무덤의 턱을 없애 버리는 것은 무덤의 생명력을 허공에 날려 버리는 행위이니 가볍게 할 일이 아니다. 대중의 참배를 위해서라면 묘소의 턱을 깎을 것이 아니라 턱 아래의 낮은 부분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平山申氏는 세상에 드문 충절의 표상적인 인물을 조상으로 두고, 그 조상이 천년을 다함없이 음덕을 내리는 명당에 들었기 때문에 이 묘소 외에 전국에 명산 명당을 무수하게 지니고 있다. 시조묘인 신숭겸의 묘소보다 오히려 더 좋은 명당도 있었다. 시조인 장절공 신숭겸의 묘소 인근에 天·地·人(천·지·인)의 3穴(혈)이 있는데, 天의 혈에는 장절공이 들어갔고 地·人의 혈은 비어 있었다.
名堂으로 報恩한 死刑囚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재까지 후손들에게 음덕을 입히는 대발복지는 흔하지 않다. 礪山宋氏(여산송씨) 시조인 宋惟翊(송유익)의 묘소는 그런 드문 경우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의 宋씨들은 모두 唐(당)나라에서 戶部尙書(호부상서)를 지내고 귀화한 宋柱殷(송주은)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都始祖(도시조) 송주은으로부터 11세인 송유익은 고려 때 진사를 지내고 나라에 공을 세워 壺山君(호산군)에 봉해지고 銀靑光祿大夫(은청광록대부) 樞密院副使(추밀원부사)로 추증된 인물이다. 그의 아우인 天翊(천익)은 恩津宋氏(은진송씨), 文翊(문익)은 瑞山宋氏(서산송씨)의 시조가 됐다. 유익의 代에 와서 3형제가 宋씨 여러 계파 중 중심을 이루는 3代 계파의 시조가 된 셈이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송유익은 젊은 시절 수도인 송도에서 감옥의 간수 일을 했다고 한다. 그 무렵 그가 지키고 있던 典獄(전옥)에는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사형을 앞둔 盧씨 姓(성)의 죄수가 있었다.
사형수 盧씨는 자신의 無罪(무죄)를 주장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아무리 호소해도 죄를 벗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盧씨는 사형 집행이 임박하자 마지막 수단으로 간수인 송유익에게 호소했다.
『나는 罪가 없습니다. 억울하게 모함을 당했을 뿐입니다』
그 점은 송유익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國法(국법)에 따라 刑(형)이 확정된 죄수를 어찌해 볼 능력은 없었다. 간수 송유익의 마음을 짐작한 盧씨는 더욱 간절하게 매달렸다.
『나 한 놈 죽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老母(노모)와 처자식이 모두 굶어 죽거나 남의 집 종살이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이 될 터이니 이것이 슬프고 참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차마 죽을 수 없어요. 나를 살려 주시오. 은혜는 만대에 걸쳐 갚겠습니다』
『내가 무슨 재주로 당신을 살릴 수 있겠소?』
『脫獄(탈옥)시켜 주십시오』
『안 될 소리』
사형이 확정된 죄수가 탈옥하면 지키고 있던 간수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러나 송유익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었다. 盧씨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고뇌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자신에게 닥칠 위험과 불행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목숨을 건져야겠다고 결단을 내렸다. 그는 盧씨를 풀어 주고 대신 盧씨에게 자신을 묶어 놓도록 했다. 몸에 몇 군데 상처를 내어 마치 죄수가 간수를 묶어 놓고 위해를 가한 후 탈옥한 것처럼 꾸미게 했다.
盧씨의 탈옥 이후 송유익은 간수 자리에서 쫓겨나 지금의 전북 익산의 여산으로 낙향했다. 어느 날 송도 전옥에서 목숨을 걸고 놓아 준 죄수 盧씨가 수소문 끝에 유익을 찾아왔다. 탈옥한 후 풍수지리를 배워 일가를 이루었다는 盧씨는 유익에게 말했다.
『제가 은혜 갚을 길은 大人(대인)의 身後地를 점지해 드리는 일뿐입니다』
풍수 盧씨가 점지한 땅이 지금의 전북 익산군 여산면 호산리의 천호산 중심맥에 자리한 驥龍形(기룡형) 명당이었다. 송유익이 이 명당에 든 이후 宋씨 가문은 고려중기 이후부터 조선 全시대를 통하여 名門巨族(명문거족)으로 발전했다. 조선시대에는 3代에 걸쳐 영의정을 배출했다.
기룡형 명당은 『10代에 걸쳐 積德(적덕)해야 얻는다』고 할 정도로 귀하다. 이 묘소를 호남 8大 명당 가운데 하나로 꼽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시조묘가 고속도로 노선에 포함되자 사표 제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여산휴게소에 들르거나 스쳐가는 자동차 속에서 휴게소 동쪽에 자리 잡은 비범한 묘택을 본 사람들로 하여금 『명당이다』는 감탄사를 절로 나게 만드는 묘소가 있다. 여산宋氏의 시조인 송유익의 묘소다.
태조산인 대둔산에서 흘러온 용맥이 主山인 천호산 중심맥까지 끌고 내려와 당당한 局勢(국세)를 펼쳐 놓은 가운데 眞穴(진혈)을 이루었으니 이름 그대로 명당이었다. 묘소에 오르기 편하도록 300여 단의 계단을 축조했고, 계단 옆에 손잡이를 설치하여 참배객을 도왔으니 이 모두 후손들의 정성이었다. 제각도 어느 묘소에 못지않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여산宋氏의 「현재」를 알리는 징표들이었다.
청룡·백호가 좋고 멀지만 안산이 유려하여(내룡의 흐름이 스스로 안산을 만들었다) 당당한 국세인데 시조묘의 한가운데가 진혈이었다. 명당에는 진혈이 두세 개 병존하는 예의 사례에 비추어 살펴보니 주변에 생기 넘치는 진혈 하나가 빈 채로 後代(후대)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룡형 명당은 다른 형국보다 힘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후세에 끼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發福도 長子(장자)와 次子(차자) 가릴 것 없이 두루 발복하는 귀한 국세이다.
이 묘소는 현대에 와서도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다. 6·25 전쟁 후 논산에 제2훈련소가 생길 때 시조묘를 비롯해 여산 宋氏 문중 땅은 논산훈련소 사격훈련장으로 내정됐다. 이때 육군 수뇌부에 후일 육군참모총장과 내각수반을 역임한 宋堯讚(송요찬) 장군이 있었다. 그는 문중의 시조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백방으로 노력하여 훈련장으로 편입되는 것을 막았다.
여산宋氏 시조묘의 위기는 또 있었다. 1971년 8월 호남고속도로 노선이 지정 고시될 때 여산宋氏 시조묘는 고속도로 노선 속에 편입될 위기에 놓였다. 당시 건설부 주무국장이던 宋永瓘(송영관)은 문중의 시조묘를 고속도로 노선에 넣은 案(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동시에 사표를 냈다. 호남고속도로 노선 확정에서부터 중요한 일을 직접 챙기면서 지휘하고 있던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이 宋국장에게 까닭을 물었다.
『호남고속도로 노선 속에 저의 조상인 여산宋氏 문중의 무덤이 들어갑니다.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다했습니다만, 문중의 일원으로서 조상님의 핏줄을 받고 태어난 후손으로서는 씻을 수 없는 죄를 남겼으니 이 자리에 더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朴대통령은 직접 헬기를 타고 호남고속도로의 예정 노선을 답사한 후, 여산 宋氏 시조묘를 살짝 비켜 노선을 다시 설정하게 했다.
府使의 장애인 딸과 결혼한 李唐
廣州李氏(광주이씨)는 조선시대에 문과 급제 188명, 정승 5명, 대제학 2명, 청백리 5명, 공신 11명을 배출한 명문이다.
都始祖(도시조)는 신라 奈勿王(내물왕) 때 內史令(내사령)을 지낸 李自成(이자성)이다. 그러나 고려 태조 王建에게 복속하기를 거부한 탓에 일족이 모두 廣州 지방의 노비로 전락했다. 고려후기에 이르러 廣州驛(광주역)의 아전으로 명맥을 이어 오다 고려 말 鄭夢周(정몽주)·李穡(이색) 등과 함께 巨儒(거유)로 명성을 날린 遁村 李集(둔촌 이집·1314~1387) 이후 중흥기를 맞았다.
둔촌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낳은 사람은 그 아버지 李唐(이당)이다. 李唐은 광주의 아전이었는데 재주가 뛰어나고 인품도 좋아 광주 府使(부사)가 가까이 두고 아꼈다. 어느 날 李唐은 관아 뜰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잤다. 마침 그때 부사도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黃龍(황룡)이 관아 뜰의 느티나무를 휘감고 있는 꿈이었다. 꿈을 깬 부사는 꿈 내용이 생생하고 기이하여 뜰로 나가 보았다. 꿈에 황룡을 보았던 느티나무에 아전 李唐이 발을 걸치고 낮잠에 빠져 있었다.
부사는 여러 날 동안 꿈이 무엇을 계시하는지 고민하던 끝에 李唐을 불러 제의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에게 과년한 女息(여식)이 하나 있네. 그러나 이 아이가 말을 못 하고 보지 못하네. 몸의 반쪽은 쓰지도 못한다네. 만약 자네가 그래도 좋다면 자네를 내 사위로 삼고 싶네』
李唐도 고민이었다. 부사의 딸이 어떤 형편인지 알고 있었던 터라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분 상승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장애인이라 하여 박절하게 물리치는 것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부사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첫날밤을 지낸 광주부사의 딸이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했고, 보지 못하던 눈을 떴다.
李唐의 부인은 줄줄이 다섯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들이 하나같이 출중해서 모두 문과에 급제했다. 아전의 자식 다섯 명이 모두 과거에 급제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그중 次子인 遁村(둔촌: 오늘날 서울의 둔촌동은 이 집이 한때 은거한 인연을 따라 만들어진 지명이다) 李集(이집)이 단연 뛰어난 人材였고 후손이 가장 번성했다.
친구 부친에게 身後地 양보한 崔元道
李集은 고려 忠穆王(충목왕) 때 문과에 급제해 鄭夢周·李穡·李崇仁(이숭인) 등과 깊이 사귀면서 학자로서 명성이 높았다. 그는 恭愍王(공민왕) 때 妖僧(요승) 辛旽(신돈)의 국정 전횡을 논박하다가 벼슬을 버리고 廣州 땅(지금의 둔촌동)에 은거했다.
그 후 李集은 신돈의 비수가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고 , 그 위해가 늙은 아버지 李唐에게 미칠 것을 걱정해 아버지를 들쳐 업고 지금의 경상북도 永川(영천)으로 피신했다. 영천에는 이미 낙향한 친구 泉谷 崔元道(천곡 최원도)가 살고 있었다.
李集 父子가 최원도의 집을 찾아드니 마침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李集은 사랑에 부친을 내려놓고 주인 최원도를 기다렸다. 그러나 모습을 나타낸 최원도는 李集을 보자 대뜸 불같이 화를 냈다.
『이 사람아, 망하려면 혼자 망할 것이지 어찌하여 우리 집까지 망하게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단 말인가. 이게 친구에게 할 짓인가?』
최원도는 李集 부자를 내쫓고 『역적이 앉았던 자리조차 불경하다』며 자신의 사랑채를 불태워 버리게 했다.
李集은 친구의 행동을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李集은 친구의 진심을 알기 위해 한밤중에 마을로 돌아와 최원도 집 밖의 덤불 속에 숨었다. 최원도도 李集이 자신의 속마음을 헤아려 줄 것을 기대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반갑게 만났다.
최원도는 李集 父子를 자신의 집 다락방에 숨겨 놓고 4년 동안 보살폈다. 최원도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조차 숨겼다.
그는 끼니 때마다 밥상을 다락방에서 받아 먹었다. 밥을 나르던 하인이 주인이 갑자기 밥을 고봉으로 먹고 반찬도 많이 먹어치우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문틈으로 들여다보다가 밥상머리에 주인 말고 두 사람이 더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최원도는 하인에게 『이 사실을 발설하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너마저 죽는다』고 단단히 일렀다.
4년 후 신돈이 처형당한 후 조정에서는 李集과 최원도를 불렀지만, 두 사람 모두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은둔하여 학문에만 전념했다.
李集의 아버지 李唐은 다락방에서 숨어 사는 도중에 명이 다하여 죽었다. 최원도는 친구의 부친을 정중하게 염습하여 밤중에 자기 어머니 묘소 부근에 장사 지냈다. 그 자리는 泉谷이 자신의 身後之地로 마련해 둔 자리였다. 그 자리가 바로 영남 8大 대지로 일컬어지는 광주李氏 시조 李唐의 묘소이다.
李集의 손자로 우의정을 지낸 李仁孫(이인손·1395~1463)은 死後에 여흥(現 여주) 땅의 명당에 묻혔다. 睿宗(예종)이 지금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獻陵(헌릉) 서쪽에 묻혀 있던 世宗(세종)의 移葬地(이장지)를 물색할 때 당시의 풍수들은 이인손이 묻힌 여흥의 명당을 꼽았다.
당시 평안도 관찰사이던 이인손의 장남 李克培(이극배)는 마침내 그 자리를 양보하고 이인손의 幽宅(유택)을 10여 리 떨어진 새 자리로 옮겼다. 그 자리가 여주 英陵(영릉)인데 조선 왕들의 무덤들 중 몇 안 되는 명당 중의 하나다.
진혈이 아니면 假局虛穴
경북 영천시 북안면 도유동 칡고개. 「嶺南 第一大地 也字形(영남 제일대지 야자형)」 형국의 李唐 묘소는 오늘날에도 후손들에게 강한 생명의 氣를 불어넣고 있는 眞穴 명당이었다.
우선 용맥의 기세가 웅장하고 거침없다. 용맥이란 祖山(조산)에서 묘를 쓸 穴(혈)까지의 산맥의 흐름을 말하는 것으로 그 형상이 起伏(기복), 屈曲(굴곡), 方(방), 圓(원), 尖(첨)으로 변화무쌍하여 「용의 조화와 같다」 하여 용맥이라 칭한다. 용은 용답게 꿈틀거리며 내려와야 살아 있는 용이라 하며, 直龍(직룡)은 죽은 용(死龍)으로 본다.
풍수에서 이처럼 용의 흐름을 보는 것을 形氣論(형기론)이라 하고, 형상의 내면에 있는 理氣(이기)를 살피는 것을 理氣論(이기론)이라 하는데 형기와 이기를 동시에 교합하여 살피지 않으면 헛일이다. 즉 아무리 천변만화의 來龍(내룡)이라도 이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假龍(가룡)이다.
이기론의 精髓(정수)는 胎交穴(태교혈)이다. 즉 용이 꿈틀대며 내려오지만 그 내려오는 방향이 河洛理數(하락리수)에 맞아야만 비로소 氣가 살아 있는 진혈의 명당을 짓는다는 것이니 이렇게 빚어진 혈을 태교혈이라 한다.
李唐의 묘소가 바로 乾艮坎局(건간감국)의 태교혈을 이룬 대지 명당이니 壙中(광중)이 놓인 자리가 정확하게 생기 넘치는 진혈인 것은 내룡의 형상에 비추어 지극히 당연한 이치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기와 이기가 부합해도 진혈이 아니면 假局虛穴(가국허혈)이니 발복하지 못한다. 혈이란 생기가 뭉쳐 살아 있는 지점을 말하는 것으로 풍수의 최종 목표는 바로 氣가 살아 있는 穴情(혈정)을 찾는 일이다. 광주李氏 시조인 李唐의 묘소는 형기론상의 국세와 이기론상의 태교를 이루었고, 다시 氣가 살아 있는 眞穴에 광중이 놓이는 三合(삼합)을 이루었기에 비로소 명당이라 하는 것이다.
名堂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아득한 세월 저편에서 조상 중 한 사람이 천하명당에 들기만 하면 후손들이 모두 부귀영화를 자동으로 얻게 되는가? 조상이 명당에 든 경우 후손들이 그 덕을 입을 가능성은 그렇지 못한 집안에 비해 훨씬 크다. 그러나 명문의 자손 중에도 거지가 있고, 대발복하는 명당을 둔 집안에서도 요절하거나 사고로 죽는 불행이 일어난다.
이는 어찌된 일인가? 하늘과 땅이 福(복)을 준비해 두어도 인간이 그것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거나 積德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권력과 富(부)를 자랑하며 명당 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大選(대선)주자라는 사람들이 풍수를 불러 조상의 묘가 명당인지를 살피게 하고, 그들의 말 한마디에 一喜一悲(일희일비)하거나, 명당을 찾아 묘소를 옮긴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명당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고, 名門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노력과 積德 없이 명당을 써서 조상의 음덕을 입으려는 이들은 결코 그 꿈을 이룰 수 없다. 이것이 또한 풍수의 오묘한 이치인 것이다.●
신라 말 光海州(광해주·현재의 春川) 출신으로 平山申氏(평산신씨)의 始祖(시조)가 된 신숭겸은 원래 泰封(태봉) 弓裔(궁예) 휘하의 장수였으나 裵玄慶(배현경)·洪儒(홍유)·卜知謙(복지겸) 등과 함께 궁예를 폐하고 王建을 옹립해 고려의 開國功臣(개국공신)이 됐다.
927년 王建과 후백제 견훤의 운명을 가르는 일전이 대구 북방 公山(공산·현재의 八公山)에서 벌어졌다. 이 전투에서 王建은 후백제軍에 포위되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때 체구와 용모가 비슷한 신숭겸이 王建의 戰袍(전포)를 입고 후백제軍을 유인, 고군분투하다 戰死(전사)했다.
그 덕에 목숨을 건진 王建은 일찍이 도선국사가 王建 자신의 身後地(신후지)로 점지해 준 광해주(춘천)의 명당에 신숭겸을 장사 지내도록 했다. 이때 王建은 후백제軍이 베어 간 신숭겸의 머리(首級·수급)를 대신해 황금으로 신숭겸의 頭像(두상)을 만들어 무덤에 묻었다. 그리고 도굴을 우려해 어느 것이 진짜 묘인지 알 수 없도록 假墓(가묘)를 두 개 더 만들었다. 신숭겸의 묘소는 봉분 세 개의 희귀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방동리 산 91번지. 의암댐 상류의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춘천시가를 건너다보는 西面(서면)은 배후에 춘천을 옹위하듯 준봉들이 늘어서 있다. 그 준봉의 龍脈(용맥)이 북한강을 바라보고 출렁이며, 직선으로 달려 내려온 끝자락에 신숭겸의 묘소가 있다.
방동리 입구에 들어서면 멀리 스키장의 슬로프처럼 산 중턱까지 길게 깎아 놓은 듯한 斜面(사면)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신숭겸의 묘소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300년 후부터 發福
도로 입구부터 묘소까지의 거리는 약 4km, 그 사이가 개활지인데다 거리가 너무 멀다. 무덤의 전면이 너무 열려 있다는 느낌이다. 안산이 없거나 부실하면 명당이 나올 수 없다는 경험칙에 따르면, 이곳이 平山申氏의 始祖墓(시조묘)이자 大發福(대발복)의 근원지라는 것이 아무래도 미심쩍다.
묘소에 당도해 보니 白虎(백호)가 뚜렷하지 않았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백호는 없었다. 그러나 이 묘소의 左靑龍(좌청룡)이 허하다는 풍수계의 일설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청룡이 墓宅(묘택)보다 낮아 보이는 것은 묘택을 높이는 바람에 좌청룡이 낮게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는 묘택을 감싸는 左청룡은 엄연히 존재했다.
용맥은 西北(서북)의 태조산에서 東北(동북) 방향으로 흐르다가 다시 東向(동향)으로 12번이나 파도처럼 굽이치며 서쪽에서 들어왔고, 묘소는 東南向(동남향)으로 앉았다. 2基(기)의 假墓를 제외한 묘소 정중앙에 천년 동안 변함없이 넘치는 강한 생기를 찾을 수 있었다.
기이한 것은 묘소에서 바라보면 멀리 백호 쪽을 휘둘러 앞을 막은 봉우리 하나가 있어 안산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 안산이 북한강의 물을 야무지게 가렸으니 이로써 山水同居(산수동거)의 폐단을 제거했다. 북한강 건너편 춘천시내의 봉의산도 비록 멀지만 外청룡·外백호와 어울려 한 판의 거대한 국면을 형성했다. 평범한 풍수의 상식적인 안목으로는 찾을 수 없는 이 大地形局(대지형국)을 발견한 것은 도선국사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흠이 있다면 안산이 멀어 발복이 늦다는 것인데 12절 후 입수한데다 안산이 멀어 12代 이후, 즉 묘소를 만든 후 약 300년 후부터 자손들이 음덕을 입는다는 점이다. 그저 눈앞의 발복에만 급급해하는 짧은 호흡의 사람들 생각으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선택이었다.
관리사무소의 도우미로부터 『올해 안으로 묘소 앞의 턱을 깎아 평탄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春秋(춘추)로 享祀(향사)를 지낼 때 平山申氏 종문 후손들이 1000명 이상 참배하는데, 이때 아래쪽에 늘어선 후손들은 묘소 앞의 턱이 가로막아 조상의 분묘를 보지 못한 채 절만 해야 하는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무덤의 턱을 없애 버리는 것은 무덤의 생명력을 허공에 날려 버리는 행위이니 가볍게 할 일이 아니다. 대중의 참배를 위해서라면 묘소의 턱을 깎을 것이 아니라 턱 아래의 낮은 부분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平山申氏는 세상에 드문 충절의 표상적인 인물을 조상으로 두고, 그 조상이 천년을 다함없이 음덕을 내리는 명당에 들었기 때문에 이 묘소 외에 전국에 명산 명당을 무수하게 지니고 있다. 시조묘인 신숭겸의 묘소보다 오히려 더 좋은 명당도 있었다. 시조인 장절공 신숭겸의 묘소 인근에 天·地·人(천·지·인)의 3穴(혈)이 있는데, 天의 혈에는 장절공이 들어갔고 地·人의 혈은 비어 있었다.
名堂으로 報恩한 死刑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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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산宋氏의 시조 宋惟翊의 묘. |
우리나라의 宋씨들은 모두 唐(당)나라에서 戶部尙書(호부상서)를 지내고 귀화한 宋柱殷(송주은)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都始祖(도시조) 송주은으로부터 11세인 송유익은 고려 때 진사를 지내고 나라에 공을 세워 壺山君(호산군)에 봉해지고 銀靑光祿大夫(은청광록대부) 樞密院副使(추밀원부사)로 추증된 인물이다. 그의 아우인 天翊(천익)은 恩津宋氏(은진송씨), 文翊(문익)은 瑞山宋氏(서산송씨)의 시조가 됐다. 유익의 代에 와서 3형제가 宋씨 여러 계파 중 중심을 이루는 3代 계파의 시조가 된 셈이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송유익은 젊은 시절 수도인 송도에서 감옥의 간수 일을 했다고 한다. 그 무렵 그가 지키고 있던 典獄(전옥)에는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사형을 앞둔 盧씨 姓(성)의 죄수가 있었다.
사형수 盧씨는 자신의 無罪(무죄)를 주장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아무리 호소해도 죄를 벗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盧씨는 사형 집행이 임박하자 마지막 수단으로 간수인 송유익에게 호소했다.
『나는 罪가 없습니다. 억울하게 모함을 당했을 뿐입니다』
그 점은 송유익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國法(국법)에 따라 刑(형)이 확정된 죄수를 어찌해 볼 능력은 없었다. 간수 송유익의 마음을 짐작한 盧씨는 더욱 간절하게 매달렸다.
『나 한 놈 죽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老母(노모)와 처자식이 모두 굶어 죽거나 남의 집 종살이로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이 될 터이니 이것이 슬프고 참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차마 죽을 수 없어요. 나를 살려 주시오. 은혜는 만대에 걸쳐 갚겠습니다』
『내가 무슨 재주로 당신을 살릴 수 있겠소?』
『脫獄(탈옥)시켜 주십시오』
『안 될 소리』
사형이 확정된 죄수가 탈옥하면 지키고 있던 간수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러나 송유익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었다. 盧씨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고뇌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자신에게 닥칠 위험과 불행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목숨을 건져야겠다고 결단을 내렸다. 그는 盧씨를 풀어 주고 대신 盧씨에게 자신을 묶어 놓도록 했다. 몸에 몇 군데 상처를 내어 마치 죄수가 간수를 묶어 놓고 위해를 가한 후 탈옥한 것처럼 꾸미게 했다.
盧씨의 탈옥 이후 송유익은 간수 자리에서 쫓겨나 지금의 전북 익산의 여산으로 낙향했다. 어느 날 송도 전옥에서 목숨을 걸고 놓아 준 죄수 盧씨가 수소문 끝에 유익을 찾아왔다. 탈옥한 후 풍수지리를 배워 일가를 이루었다는 盧씨는 유익에게 말했다.
『제가 은혜 갚을 길은 大人(대인)의 身後地를 점지해 드리는 일뿐입니다』
풍수 盧씨가 점지한 땅이 지금의 전북 익산군 여산면 호산리의 천호산 중심맥에 자리한 驥龍形(기룡형) 명당이었다. 송유익이 이 명당에 든 이후 宋씨 가문은 고려중기 이후부터 조선 全시대를 통하여 名門巨族(명문거족)으로 발전했다. 조선시대에는 3代에 걸쳐 영의정을 배출했다.
기룡형 명당은 『10代에 걸쳐 積德(적덕)해야 얻는다』고 할 정도로 귀하다. 이 묘소를 호남 8大 명당 가운데 하나로 꼽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시조묘가 고속도로 노선에 포함되자 사표 제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여산휴게소에 들르거나 스쳐가는 자동차 속에서 휴게소 동쪽에 자리 잡은 비범한 묘택을 본 사람들로 하여금 『명당이다』는 감탄사를 절로 나게 만드는 묘소가 있다. 여산宋氏의 시조인 송유익의 묘소다.
태조산인 대둔산에서 흘러온 용맥이 主山인 천호산 중심맥까지 끌고 내려와 당당한 局勢(국세)를 펼쳐 놓은 가운데 眞穴(진혈)을 이루었으니 이름 그대로 명당이었다. 묘소에 오르기 편하도록 300여 단의 계단을 축조했고, 계단 옆에 손잡이를 설치하여 참배객을 도왔으니 이 모두 후손들의 정성이었다. 제각도 어느 묘소에 못지않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여산宋氏의 「현재」를 알리는 징표들이었다.
청룡·백호가 좋고 멀지만 안산이 유려하여(내룡의 흐름이 스스로 안산을 만들었다) 당당한 국세인데 시조묘의 한가운데가 진혈이었다. 명당에는 진혈이 두세 개 병존하는 예의 사례에 비추어 살펴보니 주변에 생기 넘치는 진혈 하나가 빈 채로 後代(후대)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룡형 명당은 다른 형국보다 힘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후세에 끼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發福도 長子(장자)와 次子(차자) 가릴 것 없이 두루 발복하는 귀한 국세이다.
이 묘소는 현대에 와서도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다. 6·25 전쟁 후 논산에 제2훈련소가 생길 때 시조묘를 비롯해 여산 宋氏 문중 땅은 논산훈련소 사격훈련장으로 내정됐다. 이때 육군 수뇌부에 후일 육군참모총장과 내각수반을 역임한 宋堯讚(송요찬) 장군이 있었다. 그는 문중의 시조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백방으로 노력하여 훈련장으로 편입되는 것을 막았다.
여산宋氏 시조묘의 위기는 또 있었다. 1971년 8월 호남고속도로 노선이 지정 고시될 때 여산宋氏 시조묘는 고속도로 노선 속에 편입될 위기에 놓였다. 당시 건설부 주무국장이던 宋永瓘(송영관)은 문중의 시조묘를 고속도로 노선에 넣은 案(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동시에 사표를 냈다. 호남고속도로 노선 확정에서부터 중요한 일을 직접 챙기면서 지휘하고 있던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이 宋국장에게 까닭을 물었다.
『호남고속도로 노선 속에 저의 조상인 여산宋氏 문중의 무덤이 들어갑니다.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다했습니다만, 문중의 일원으로서 조상님의 핏줄을 받고 태어난 후손으로서는 씻을 수 없는 죄를 남겼으니 이 자리에 더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朴대통령은 직접 헬기를 타고 호남고속도로의 예정 노선을 답사한 후, 여산 宋氏 시조묘를 살짝 비켜 노선을 다시 설정하게 했다.
府使의 장애인 딸과 결혼한 李唐
廣州李氏(광주이씨)는 조선시대에 문과 급제 188명, 정승 5명, 대제학 2명, 청백리 5명, 공신 11명을 배출한 명문이다.
都始祖(도시조)는 신라 奈勿王(내물왕) 때 內史令(내사령)을 지낸 李自成(이자성)이다. 그러나 고려 태조 王建에게 복속하기를 거부한 탓에 일족이 모두 廣州 지방의 노비로 전락했다. 고려후기에 이르러 廣州驛(광주역)의 아전으로 명맥을 이어 오다 고려 말 鄭夢周(정몽주)·李穡(이색) 등과 함께 巨儒(거유)로 명성을 날린 遁村 李集(둔촌 이집·1314~1387) 이후 중흥기를 맞았다.
둔촌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낳은 사람은 그 아버지 李唐(이당)이다. 李唐은 광주의 아전이었는데 재주가 뛰어나고 인품도 좋아 광주 府使(부사)가 가까이 두고 아꼈다. 어느 날 李唐은 관아 뜰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잤다. 마침 그때 부사도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는데 黃龍(황룡)이 관아 뜰의 느티나무를 휘감고 있는 꿈이었다. 꿈을 깬 부사는 꿈 내용이 생생하고 기이하여 뜰로 나가 보았다. 꿈에 황룡을 보았던 느티나무에 아전 李唐이 발을 걸치고 낮잠에 빠져 있었다.
부사는 여러 날 동안 꿈이 무엇을 계시하는지 고민하던 끝에 李唐을 불러 제의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에게 과년한 女息(여식)이 하나 있네. 그러나 이 아이가 말을 못 하고 보지 못하네. 몸의 반쪽은 쓰지도 못한다네. 만약 자네가 그래도 좋다면 자네를 내 사위로 삼고 싶네』
李唐도 고민이었다. 부사의 딸이 어떤 형편인지 알고 있었던 터라 선뜻 내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분 상승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장애인이라 하여 박절하게 물리치는 것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부사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첫날밤을 지낸 광주부사의 딸이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했고, 보지 못하던 눈을 떴다.
李唐의 부인은 줄줄이 다섯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들이 하나같이 출중해서 모두 문과에 급제했다. 아전의 자식 다섯 명이 모두 과거에 급제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그중 次子인 遁村(둔촌: 오늘날 서울의 둔촌동은 이 집이 한때 은거한 인연을 따라 만들어진 지명이다) 李集(이집)이 단연 뛰어난 人材였고 후손이 가장 번성했다.
친구 부친에게 身後地 양보한 崔元道
李集은 고려 忠穆王(충목왕) 때 문과에 급제해 鄭夢周·李穡·李崇仁(이숭인) 등과 깊이 사귀면서 학자로서 명성이 높았다. 그는 恭愍王(공민왕) 때 妖僧(요승) 辛旽(신돈)의 국정 전횡을 논박하다가 벼슬을 버리고 廣州 땅(지금의 둔촌동)에 은거했다.
그 후 李集은 신돈의 비수가 가까이 다가옴을 느끼고 , 그 위해가 늙은 아버지 李唐에게 미칠 것을 걱정해 아버지를 들쳐 업고 지금의 경상북도 永川(영천)으로 피신했다. 영천에는 이미 낙향한 친구 泉谷 崔元道(천곡 최원도)가 살고 있었다.
李集 父子가 최원도의 집을 찾아드니 마침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李集은 사랑에 부친을 내려놓고 주인 최원도를 기다렸다. 그러나 모습을 나타낸 최원도는 李集을 보자 대뜸 불같이 화를 냈다.
『이 사람아, 망하려면 혼자 망할 것이지 어찌하여 우리 집까지 망하게 하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단 말인가. 이게 친구에게 할 짓인가?』
최원도는 李集 부자를 내쫓고 『역적이 앉았던 자리조차 불경하다』며 자신의 사랑채를 불태워 버리게 했다.
李集은 친구의 행동을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럴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李集은 친구의 진심을 알기 위해 한밤중에 마을로 돌아와 최원도 집 밖의 덤불 속에 숨었다. 최원도도 李集이 자신의 속마음을 헤아려 줄 것을 기대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집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반갑게 만났다.
최원도는 李集 父子를 자신의 집 다락방에 숨겨 놓고 4년 동안 보살폈다. 최원도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조차 숨겼다.
그는 끼니 때마다 밥상을 다락방에서 받아 먹었다. 밥을 나르던 하인이 주인이 갑자기 밥을 고봉으로 먹고 반찬도 많이 먹어치우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문틈으로 들여다보다가 밥상머리에 주인 말고 두 사람이 더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최원도는 하인에게 『이 사실을 발설하면 우리 가족은 물론이고 너마저 죽는다』고 단단히 일렀다.
4년 후 신돈이 처형당한 후 조정에서는 李集과 최원도를 불렀지만, 두 사람 모두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은둔하여 학문에만 전념했다.
李集의 아버지 李唐은 다락방에서 숨어 사는 도중에 명이 다하여 죽었다. 최원도는 친구의 부친을 정중하게 염습하여 밤중에 자기 어머니 묘소 부근에 장사 지냈다. 그 자리는 泉谷이 자신의 身後之地로 마련해 둔 자리였다. 그 자리가 바로 영남 8大 대지로 일컬어지는 광주李氏 시조 李唐의 묘소이다.
李集의 손자로 우의정을 지낸 李仁孫(이인손·1395~1463)은 死後에 여흥(現 여주) 땅의 명당에 묻혔다. 睿宗(예종)이 지금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獻陵(헌릉) 서쪽에 묻혀 있던 世宗(세종)의 移葬地(이장지)를 물색할 때 당시의 풍수들은 이인손이 묻힌 여흥의 명당을 꼽았다.
당시 평안도 관찰사이던 이인손의 장남 李克培(이극배)는 마침내 그 자리를 양보하고 이인손의 幽宅(유택)을 10여 리 떨어진 새 자리로 옮겼다. 그 자리가 여주 英陵(영릉)인데 조선 왕들의 무덤들 중 몇 안 되는 명당 중의 하나다.
진혈이 아니면 假局虛穴
경북 영천시 북안면 도유동 칡고개. 「嶺南 第一大地 也字形(영남 제일대지 야자형)」 형국의 李唐 묘소는 오늘날에도 후손들에게 강한 생명의 氣를 불어넣고 있는 眞穴 명당이었다.
우선 용맥의 기세가 웅장하고 거침없다. 용맥이란 祖山(조산)에서 묘를 쓸 穴(혈)까지의 산맥의 흐름을 말하는 것으로 그 형상이 起伏(기복), 屈曲(굴곡), 方(방), 圓(원), 尖(첨)으로 변화무쌍하여 「용의 조화와 같다」 하여 용맥이라 칭한다. 용은 용답게 꿈틀거리며 내려와야 살아 있는 용이라 하며, 直龍(직룡)은 죽은 용(死龍)으로 본다.
풍수에서 이처럼 용의 흐름을 보는 것을 形氣論(형기론)이라 하고, 형상의 내면에 있는 理氣(이기)를 살피는 것을 理氣論(이기론)이라 하는데 형기와 이기를 동시에 교합하여 살피지 않으면 헛일이다. 즉 아무리 천변만화의 來龍(내룡)이라도 이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假龍(가룡)이다.
이기론의 精髓(정수)는 胎交穴(태교혈)이다. 즉 용이 꿈틀대며 내려오지만 그 내려오는 방향이 河洛理數(하락리수)에 맞아야만 비로소 氣가 살아 있는 진혈의 명당을 짓는다는 것이니 이렇게 빚어진 혈을 태교혈이라 한다.
李唐의 묘소가 바로 乾艮坎局(건간감국)의 태교혈을 이룬 대지 명당이니 壙中(광중)이 놓인 자리가 정확하게 생기 넘치는 진혈인 것은 내룡의 형상에 비추어 지극히 당연한 이치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형기와 이기가 부합해도 진혈이 아니면 假局虛穴(가국허혈)이니 발복하지 못한다. 혈이란 생기가 뭉쳐 살아 있는 지점을 말하는 것으로 풍수의 최종 목표는 바로 氣가 살아 있는 穴情(혈정)을 찾는 일이다. 광주李氏 시조인 李唐의 묘소는 형기론상의 국세와 이기론상의 태교를 이루었고, 다시 氣가 살아 있는 眞穴에 광중이 놓이는 三合(삼합)을 이루었기에 비로소 명당이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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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천시 북안면 廣州李氏의 시조 李唐의 묘. |
名堂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
아득한 세월 저편에서 조상 중 한 사람이 천하명당에 들기만 하면 후손들이 모두 부귀영화를 자동으로 얻게 되는가? 조상이 명당에 든 경우 후손들이 그 덕을 입을 가능성은 그렇지 못한 집안에 비해 훨씬 크다. 그러나 명문의 자손 중에도 거지가 있고, 대발복하는 명당을 둔 집안에서도 요절하거나 사고로 죽는 불행이 일어난다.
이는 어찌된 일인가? 하늘과 땅이 福(복)을 준비해 두어도 인간이 그것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거나 積德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권력과 富(부)를 자랑하며 명당 자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大選(대선)주자라는 사람들이 풍수를 불러 조상의 묘가 명당인지를 살피게 하고, 그들의 말 한마디에 一喜一悲(일희일비)하거나, 명당을 찾아 묘소를 옮긴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명당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니고, 名門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노력과 積德 없이 명당을 써서 조상의 음덕을 입으려는 이들은 결코 그 꿈을 이룰 수 없다. 이것이 또한 풍수의 오묘한 이치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