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對北 송금 5억 달러 중 1억 달러는 金大中 정부가 주기로 했으나 결국 現代가 代納하고, 그 대가로 現代가 정부에서 받은 엄청난 특혜들을 特檢은 수사하지 않았다
● 鄭夢憲 의견서 속의 폭발적 내용(유사시 水攻用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큰 금강산댐 증설에 합의하고, 북한에 電力을 공급하는 등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 기소장에 빠져 있다. 水攻위협이 있는 금강산댐을 現代가 증설한다는 건은 큰 安保위협이 되는데도…
● 北이 당초 요구한 10억 달러의 성격, 5억 달러로 결정된 협상 과정, 對北 송금을 하지 않으면 頂上회담을 안 하겠다고 北이 협박한 내용들을 공개하지 않았다
● 現代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고, 特檢 수사 발표는 現代의 해명을 넘지 못했다
● 鄭夢憲 의견서 속의 폭발적 내용(유사시 水攻用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큰 금강산댐 증설에 합의하고, 북한에 電力을 공급하는 등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 기소장에 빠져 있다. 水攻위협이 있는 금강산댐을 現代가 증설한다는 건은 큰 安保위협이 되는데도…
● 北이 당초 요구한 10억 달러의 성격, 5억 달러로 결정된 협상 과정, 對北 송금을 하지 않으면 頂上회담을 안 하겠다고 北이 협박한 내용들을 공개하지 않았다
● 現代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고, 特檢 수사 발표는 現代의 해명을 넘지 못했다
現代에 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나
對北 비밀송금 의혹 사건의 宋斗煥 특검팀이 지난 6월25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기자실에선 놀라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현대그룹의 4억5000만 달러 對北 송금이 사실상 남북 頂上회담 대가라는 결론과 4억5000만 달러 중 정부가 1억 달러를 부담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발표되는 순간, 기자실의 반응은 『특검이 엉터리 수사는 안했구나』는 놀라움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쏟아지는 질문에 宋특검이 『민감한 내용이 많아 어느 선까지 발표할지 고민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자 기자실에서는 아쉬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북한이 남북頂上회담 예비접촉 과정에서 무슨 명목으로 10억 달러를 요구했는지, 金大中 前 대통령이 예비접촉이 진행되던 2000년 3~4월경 對北 송금과 관련된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 등은 對北 송금의 성격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인데, 이 부분에 대해 특검팀의 입은 굳게 닫혔다.
70일간 숨가쁘게 달려온 「宋斗煥 特檢팀」은 對北 송금의 성격을 규정지었고, 朴智元 前 문화부장관이 현대 측으로부터 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特檢 주변에서는 이번 수사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4억5000만 달러의 對北 송금을 주도한 현대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꼽는다. 特檢이 현대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더라면 어떤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까.
特檢팀은 수사 개시일인 4월17일 朴相培(박상배) 前 産銀 부총재의 집을 전격 압수수색해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당시 압수수색에서 李瑾榮(이근영) 前 금감위원장과 朴相培 前 부총재가 特檢 수사를 대비해 작성한 「말 맞추기 文件」을 발견했다. 이 文件은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한 정황 증거가 됐으며 결국 李瑾榮 前 금감위원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소환 뒤 귀가」로 이어지던 특검 수사는 「소환 뒤 구속」으로 방향이 바뀌었으며, 향후 소환자들에 대한 無言의 압력이 됐다.
特檢팀의 압수수색은 朴相培 前 부총재와 李瑾榮 前 금감위원장이 전부였다. 産銀으로부터 4000억원을 대출받았던 현대상선은 특검팀의 압수수색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압수수색은 없었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현대가 수사에 협조하기로 약속했으며, 그동안 증거인멸을 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해도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압수수색은 증거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중요한 카드가 된다. 지난 SK수사에서 검찰이 崔泰源(최태원) 회장을 꼼짝 못하게 만든 것은 전격적인 압수수색의 성공 덕분이다. 현대 계열사 비밀 서류에서 뭐가 나올지 어떻게 아는가』(부장급 검사)
특검팀 내부의 불협화음
특검팀이 5억 달러(현물 5000만 달러 포함) 외 추가로 對北 송금된 돈이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도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는 지난 2월 對국민 해명에서 밝힌 대로 對北 송금 내역을 특검팀에 제출했다. 현대상선 2억 달러, 현대건설 1억5000만 달러, 현대전자 1억 달러, 현물 5000만 달러가 그 내역이다. 이는 현대가 순순히 특검팀에 제출한 자료일 뿐이다. 때문에 특검팀이 『좀더 적극적으로 찾았더라면 뭔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특검팀 내부의 갈등설도 수사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특검팀은 특검법에 의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지만, 분명 국가기관이고 조직력이 수사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이번 특검팀은 수사 중반 이후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사에 수사 내용을 유출한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고, 한 수사관은 술을 먹고 사무실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朴智元 前 장관이 받았다는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金榮浣(김영완·해외체류)씨가 강탈당했던 채권을 매입한 사채업자가 특검팀의 특별수사관 장모씨로 밝혀진 것도 주변을 아연하게 만들었다. 이전에 있던 세 번의 특검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일선 수사관들은 『지휘부가 수사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열심히 뛰어서 의견을 올려도 중간에서 차단되거나 반영되지 않아 힘이 빠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 발표 당시 『對北관계를 고려해 밝히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대그룹의 對北 사업 내용 중 安保와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는 남북頂上회담 합의 한 달 뒤인 2000년 5월, 북한 亞太평화위원회 측과 對北 7대 경협사업을 체결하면서 「금강산댐 증설」에 합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강산댐은 水攻用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 때문에 방비책으로 「평화의 댐」이 건설되는 등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鄭夢憲 의견서에 담긴 폭발적 내용 덮어
이러한 사실은 특검의 수사 발표 이후, 朝鮮日報 특검팀이 단독 입수한 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변호인이 작성한 의견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 의견서에 따르면, 2000년 4월 北京 예비접촉 당시 현대는 5억 달러 北送에 최종 합의하고, 북한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및 기간산업의 건설·운영 등에 대한 독점권을 약속받았다.
이 5억 달러 중 1억 달러를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鄭夢憲 회장의 의견서 제출 이후 후속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의견서에 따르면 『2000년 4월20일과 26일 金潤圭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강종훈 북한 아태평화委 서기장을 北京에서 만나 사업권 협상을 진행했으며, 5월3일 양측은 「경제협력 사업권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7대 사업의 구체적인 내역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7대 사업에는 철도, 통신, 전력, 관광, 통천공업지구, 통천비행장이 포함됐고 금강산댐 증설은 「금강산 저수지 물 이용」이라고 표현됐다.
鄭夢憲 회장은 의견서에서 「금강산댐은 원래 계획의 절반 규모로 건설돼 통천 쪽에 7만~10만kW의 電力을 공급하고 있으나 원래대로 28억t(소양강댐 저수량 25억t) 규모로 증설하는 것에 남쪽이 투자하면 그 물 가운데 연간 5억t 가량을 남쪽에서 사용할 수 있고 북한강 유역의 수질악화 방지에 기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화력발전소 건설사업과 관련해서는 북측으로부터 부지와 저렴한 석탄을 공급받아 생산한 電力을 남한에 공급하고 북측에는 그 대가로 남한의 전기나 돈을 줄 수 있어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 역시 북한에 제공된 電力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사항이다.
특검팀은 지난 6월5일 金潤圭씨 등을 기소하면서 기소장에 7대 經協사업에 대해 언급했는데 금강산댐 증설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사업만 적시했다.
鄭夢憲 회장은 금강산댐의 저수량 중 일부를 남쪽에서 사용하면 북한강 유역의 수질악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순기능만 언급했다. 이는 금강산댐이 유사시 북한에 의해 對南 水攻用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금강산댐이 완공될 경우 우리 측 평화의 댐(15억t)과 화천댐(6.5억t)의 저수용량을 능가하기 때문에 붕괴時 하류지역에 감당하기 어려운 침수사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연세大 趙元喆(조원철·54) 교수는 『금강산 댐 증설로 금강산댐의 저수량이 늘어날 경우 하류 유입량이 급격히 줄게 돼 심각한 생태계의 교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金大中의 「不法 지시」를 묵인
북한의 부지와 싼 석탄을 이용해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북측에 電力 공급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도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2000년 12월 남북은 4차 남북장관급 회의에서 북측의 요청에 따라 개성공단 電力 공급 문제를 논의했었다.
당시 우리 측이 고려했던 방안은 휴전선 근처에 화력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공급하거나, 고압 송전선로를 건설해 남한內 다른 발전소의 電力을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남한內 발전소를 통한 電力공급을 검토했다는 사실은 북측에 발전소를 지을 경우 電力이 군사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의 검토나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 민간 기업인 현대가 자신 있게 북측과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가 남북頂上회담 성사에 결정적인 「功」을 세웠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팀 관계자는 『현대의 7대 經協사업에 대한 정부의 스크린(검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頂上회담이 非정상적으로 추진됐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金大中 前 대통령이 남북頂上회담을 앞둔 2000년 5월 북한 측에 송금된 자금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해 조성되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를 묵인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이 사실은 특검 측이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이후 입수된 특검 수사기록에서 확인됐다. 또한 특검팀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金 前 대통령이 위법행위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林東源 前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기록에 따르면, 林 前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2000년 5월 초 朴智元 前 문화관광부 장관, 李起浩 前 청와대 경제수석 등과 함께 金 前 대통령께 5억 달러 對北 송금의 실정법상 문제점 등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林 前 원장은 『이에 대통령은 「실정법에 다소 어긋나더라도 현대의 사업을 인정해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묵인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林 前 원장은 『현대가 사업권을 취득하는 대가로 5억 달러를 지원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못해, 결과적으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수 없는 사항이었다』며 『이런 문제점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頂上회담은 돈으로 샀음을 의미
金大中 前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는 이번 특검 기간 내내 「태풍의 핵」이었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과 구체적으로 밝혀진 혐의도 없는데 전직 대통령을 특검 앞에 세울 수는 없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에 대해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한반도 7000만 국민의 요구를 다 들어주려니까 특검으로서는 고민스럽다』며 『경상도 민심(金大中 前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이 다르고, 호남 민심(金大中 前 대통령을 조사해서는 안 된다)이 다르고, 북한 입장이 다르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특검팀이 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현대상선의 對北 송금액 2235억원(2억 달러) 부분만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했는데, 분식회계의 규모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검팀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 對北 송금과 관련된 부분만 기소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이것은 對北 송금액 5억 달러도 다 반영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北送한 1억5000만 달러를 분식회계 처리한 것을 특검이 확인하고도 기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분식회계 2235억원과는 달리 비용으로 처리돼 일반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남북頂上회담 대가로 북측에 주기로 약속한 1억 달러를 현대 측이 「代納」한 부분도 의혹을 낳는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2000년 4월 남북頂上회담 합의 과정에서 현대가 對北 경협사업권 대가 명목으로 4억 달러(현금 3억5000만 달러와 평양체육관 건립 등 현물 지원 5000만 달러)를 주기로 약속한 것과 별개로 정부가 북한에 현금 1억 달러를 주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이 돈의 성격에 대해 특검팀은 『4억 달러는 對北 經協사업의 先투자금 성격을, 1억 달러는 정책적 차원의 對北 지원금 성격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1억 달러를 사실상 頂上회담의 대가로 주기로 한 사실은 頂上회담을 돈으로 사려 했다는 비난과 함께 이른바 「햇볕정책」의 순수성에도 타격을 입힌 부분이다. 아울러 對北 송금이 통치행위 차원에서 진행돼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일각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特檢은 진상규명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언제, 어떤 과정에서 정부가 1억 달러를 주기로 합의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1억 달러 조성에 곤란을 겪던 정부가 朴智元 前 장관을 통해 鄭夢憲 회장에게 代지급을 요청하게 된 경위도 밝히지 않았다.
朴智元 前 장관은 지난 7월4일 열린 첫 공판에서 『頂上회담 협상 과정은 남북관계를 고려해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으며, 현대 측에 1억 달러 대납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 측은 정부의 代納 요청을 받아들였으며, 對北 송금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정부에 요청했고 실제 이뤄졌다. 문제는 代納에 대한 반대급부가 이것으로 끝났는지에 있다. 정부는 이후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을 통해 현대그룹에 특혜성 지원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朴智元 前 장관에게 전달됐다는 현대 비자금 150억원 문제와 맞물려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다.
이 밖에 특검팀은 頂上회담 예비접촉 과정에서 북측이 현대 측에 10억 달러를 먼저 요구했으며 협상 끝에 5억 달러로 결정됐다는 사실과 對北 송금을 하지 않으면 頂上회담을 안 하겠다고 주장했던 내용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頂上회담 협상 과정은 국민들이 對北 송금의 성격을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수사가 시작되기 전, 宋斗煥 특검은 『국익과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지만, 먼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 뒤 국익과 국민의 뜻을 헤아려 현명한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對北 송금 특검팀은 남북관계와 진상규명의 중간에서 左顧右眄(좌고우면)하다가 진상 규명이 최우선이라는 당초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의 4억5000만 달러 對北 송금이 사실상 남북 頂上회담 대가라는 결론과 4억5000만 달러 중 정부가 1억 달러를 부담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발표되는 순간, 기자실의 반응은 『특검이 엉터리 수사는 안했구나』는 놀라움이었다.
그러나 곧이어 쏟아지는 질문에 宋특검이 『민감한 내용이 많아 어느 선까지 발표할지 고민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자 기자실에서는 아쉬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북한이 남북頂上회담 예비접촉 과정에서 무슨 명목으로 10억 달러를 요구했는지, 金大中 前 대통령이 예비접촉이 진행되던 2000년 3~4월경 對北 송금과 관련된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 등은 對北 송금의 성격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인데, 이 부분에 대해 특검팀의 입은 굳게 닫혔다.
70일간 숨가쁘게 달려온 「宋斗煥 特檢팀」은 對北 송금의 성격을 규정지었고, 朴智元 前 문화부장관이 현대 측으로부터 비자금 150억원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움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特檢 주변에서는 이번 수사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4억5000만 달러의 對北 송금을 주도한 현대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꼽는다. 特檢이 현대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더라면 어떤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까.
特檢팀은 수사 개시일인 4월17일 朴相培(박상배) 前 産銀 부총재의 집을 전격 압수수색해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당시 압수수색에서 李瑾榮(이근영) 前 금감위원장과 朴相培 前 부총재가 特檢 수사를 대비해 작성한 「말 맞추기 文件」을 발견했다. 이 文件은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한 정황 증거가 됐으며 결국 李瑾榮 前 금감위원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소환 뒤 귀가」로 이어지던 특검 수사는 「소환 뒤 구속」으로 방향이 바뀌었으며, 향후 소환자들에 대한 無言의 압력이 됐다.
特檢팀의 압수수색은 朴相培 前 부총재와 李瑾榮 前 금감위원장이 전부였다. 産銀으로부터 4000억원을 대출받았던 현대상선은 특검팀의 압수수색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압수수색은 없었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현대가 수사에 협조하기로 약속했으며, 그동안 증거인멸을 할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해도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압수수색은 증거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중요한 카드가 된다. 지난 SK수사에서 검찰이 崔泰源(최태원) 회장을 꼼짝 못하게 만든 것은 전격적인 압수수색의 성공 덕분이다. 현대 계열사 비밀 서류에서 뭐가 나올지 어떻게 아는가』(부장급 검사)
특검팀 내부의 불협화음특검팀이 5억 달러(현물 5000만 달러 포함) 외 추가로 對北 송금된 돈이 없다고 발표했음에도,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도 압수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는 지난 2월 對국민 해명에서 밝힌 대로 對北 송금 내역을 특검팀에 제출했다. 현대상선 2억 달러, 현대건설 1억5000만 달러, 현대전자 1억 달러, 현물 5000만 달러가 그 내역이다. 이는 현대가 순순히 특검팀에 제출한 자료일 뿐이다. 때문에 특검팀이 『좀더 적극적으로 찾았더라면 뭔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특검팀 내부의 갈등설도 수사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특검팀은 특검법에 의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지만, 분명 국가기관이고 조직력이 수사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이번 특검팀은 수사 중반 이후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사에 수사 내용을 유출한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고, 한 수사관은 술을 먹고 사무실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朴智元 前 장관이 받았다는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는 金榮浣(김영완·해외체류)씨가 강탈당했던 채권을 매입한 사채업자가 특검팀의 특별수사관 장모씨로 밝혀진 것도 주변을 아연하게 만들었다. 이전에 있던 세 번의 특검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다.
일선 수사관들은 『지휘부가 수사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열심히 뛰어서 의견을 올려도 중간에서 차단되거나 반영되지 않아 힘이 빠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 발표 당시 『對北관계를 고려해 밝히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대그룹의 對北 사업 내용 중 安保와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는 남북頂上회담 합의 한 달 뒤인 2000년 5월, 북한 亞太평화위원회 측과 對北 7대 경협사업을 체결하면서 「금강산댐 증설」에 합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강산댐은 水攻用 무기로 전용될 가능성 때문에 방비책으로 「평화의 댐」이 건설되는 등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鄭夢憲 의견서에 담긴 폭발적 내용 덮어이러한 사실은 특검의 수사 발표 이후, 朝鮮日報 특검팀이 단독 입수한 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변호인이 작성한 의견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 의견서에 따르면, 2000년 4월 北京 예비접촉 당시 현대는 5억 달러 北送에 최종 합의하고, 북한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 및 기간산업의 건설·운영 등에 대한 독점권을 약속받았다.
이 5억 달러 중 1억 달러를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鄭夢憲 회장의 의견서 제출 이후 후속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의견서에 따르면 『2000년 4월20일과 26일 金潤圭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강종훈 북한 아태평화委 서기장을 北京에서 만나 사업권 협상을 진행했으며, 5월3일 양측은 「경제협력 사업권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7대 사업의 구체적인 내역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7대 사업에는 철도, 통신, 전력, 관광, 통천공업지구, 통천비행장이 포함됐고 금강산댐 증설은 「금강산 저수지 물 이용」이라고 표현됐다.
鄭夢憲 회장은 의견서에서 「금강산댐은 원래 계획의 절반 규모로 건설돼 통천 쪽에 7만~10만kW의 電力을 공급하고 있으나 원래대로 28억t(소양강댐 저수량 25억t) 규모로 증설하는 것에 남쪽이 투자하면 그 물 가운데 연간 5억t 가량을 남쪽에서 사용할 수 있고 북한강 유역의 수질악화 방지에 기여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화력발전소 건설사업과 관련해서는 북측으로부터 부지와 저렴한 석탄을 공급받아 생산한 電力을 남한에 공급하고 북측에는 그 대가로 남한의 전기나 돈을 줄 수 있어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 역시 북한에 제공된 電力이 군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사항이다.
특검팀은 지난 6월5일 金潤圭씨 등을 기소하면서 기소장에 7대 經協사업에 대해 언급했는데 금강산댐 증설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사업만 적시했다.
鄭夢憲 회장은 금강산댐의 저수량 중 일부를 남쪽에서 사용하면 북한강 유역의 수질악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순기능만 언급했다. 이는 금강산댐이 유사시 북한에 의해 對南 水攻用으로 전용될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금강산댐이 완공될 경우 우리 측 평화의 댐(15억t)과 화천댐(6.5억t)의 저수용량을 능가하기 때문에 붕괴時 하류지역에 감당하기 어려운 침수사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연세大 趙元喆(조원철·54) 교수는 『금강산 댐 증설로 금강산댐의 저수량이 늘어날 경우 하류 유입량이 급격히 줄게 돼 심각한 생태계의 교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金大中의 「不法 지시」를 묵인북한의 부지와 싼 석탄을 이용해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북측에 電力 공급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도 민감하기는 마찬가지다. 2000년 12월 남북은 4차 남북장관급 회의에서 북측의 요청에 따라 개성공단 電力 공급 문제를 논의했었다.
당시 우리 측이 고려했던 방안은 휴전선 근처에 화력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공급하거나, 고압 송전선로를 건설해 남한內 다른 발전소의 電力을 공급한다는 것이었다. 남한內 발전소를 통한 電力공급을 검토했다는 사실은 북측에 발전소를 지을 경우 電力이 군사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의 검토나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문제에 대해 민간 기업인 현대가 자신 있게 북측과 합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가 남북頂上회담 성사에 결정적인 「功」을 세웠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팀 관계자는 『현대의 7대 經協사업에 대한 정부의 스크린(검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頂上회담이 非정상적으로 추진됐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金大中 前 대통령이 남북頂上회담을 앞둔 2000년 5월 북한 측에 송금된 자금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해 조성되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이를 묵인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이 사실은 특검 측이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이후 입수된 특검 수사기록에서 확인됐다. 또한 특검팀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金 前 대통령이 위법행위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林東源 前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기록에 따르면, 林 前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2000년 5월 초 朴智元 前 문화관광부 장관, 李起浩 前 청와대 경제수석 등과 함께 金 前 대통령께 5억 달러 對北 송금의 실정법상 문제점 등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林 前 원장은 『이에 대통령은 「실정법에 다소 어긋나더라도 현대의 사업을 인정해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묵인하는 쪽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林 前 원장은 『현대가 사업권을 취득하는 대가로 5억 달러를 지원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못해, 결과적으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수 없는 사항이었다』며 『이런 문제점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頂上회담은 돈으로 샀음을 의미金大中 前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는 이번 특검 기간 내내 「태풍의 핵」이었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과 구체적으로 밝혀진 혐의도 없는데 전직 대통령을 특검 앞에 세울 수는 없다는 여론이 팽팽히 맞섰다.
이에 대해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한반도 7000만 국민의 요구를 다 들어주려니까 특검으로서는 고민스럽다』며 『경상도 민심(金大中 前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이 다르고, 호남 민심(金大中 前 대통령을 조사해서는 안 된다)이 다르고, 북한 입장이 다르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특검팀이 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현대상선의 對北 송금액 2235억원(2억 달러) 부분만 분식회계 혐의를 적용했는데, 분식회계의 규모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특검팀은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 對北 송금과 관련된 부분만 기소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라 설명하고 있지만 이것은 對北 송금액 5억 달러도 다 반영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건설이 北送한 1억5000만 달러를 분식회계 처리한 것을 특검이 확인하고도 기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분식회계 2235억원과는 달리 비용으로 처리돼 일반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남북頂上회담 대가로 북측에 주기로 약속한 1억 달러를 현대 측이 「代納」한 부분도 의혹을 낳는다. 특검팀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2000년 4월 남북頂上회담 합의 과정에서 현대가 對北 경협사업권 대가 명목으로 4억 달러(현금 3억5000만 달러와 평양체육관 건립 등 현물 지원 5000만 달러)를 주기로 약속한 것과 별개로 정부가 북한에 현금 1억 달러를 주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이 돈의 성격에 대해 특검팀은 『4억 달러는 對北 經協사업의 先투자금 성격을, 1억 달러는 정책적 차원의 對北 지원금 성격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1억 달러를 사실상 頂上회담의 대가로 주기로 한 사실은 頂上회담을 돈으로 사려 했다는 비난과 함께 이른바 「햇볕정책」의 순수성에도 타격을 입힌 부분이다. 아울러 對北 송금이 통치행위 차원에서 진행돼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일각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特檢은 진상규명을 하지 못했다그러나 특검팀은 언제, 어떤 과정에서 정부가 1억 달러를 주기로 합의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1억 달러 조성에 곤란을 겪던 정부가 朴智元 前 장관을 통해 鄭夢憲 회장에게 代지급을 요청하게 된 경위도 밝히지 않았다.
朴智元 前 장관은 지난 7월4일 열린 첫 공판에서 『頂上회담 협상 과정은 남북관계를 고려해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으며, 현대 측에 1억 달러 대납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 측은 정부의 代納 요청을 받아들였으며, 對北 송금 자금 마련을 위해 계열사에 대한 금융지원을 정부에 요청했고 실제 이뤄졌다. 문제는 代納에 대한 반대급부가 이것으로 끝났는지에 있다. 정부는 이후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을 통해 현대그룹에 특혜성 지원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朴智元 前 장관에게 전달됐다는 현대 비자금 150억원 문제와 맞물려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다.
이 밖에 특검팀은 頂上회담 예비접촉 과정에서 북측이 현대 측에 10억 달러를 먼저 요구했으며 협상 끝에 5억 달러로 결정됐다는 사실과 對北 송금을 하지 않으면 頂上회담을 안 하겠다고 주장했던 내용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頂上회담 협상 과정은 국민들이 對北 송금의 성격을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기 때문에,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수사가 시작되기 전, 宋斗煥 특검은 『국익과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지만, 먼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 뒤 국익과 국민의 뜻을 헤아려 현명한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對北 송금 특검팀은 남북관계와 진상규명의 중간에서 左顧右眄(좌고우면)하다가 진상 규명이 최우선이라는 당초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